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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경제의 바탕은 문화이고, 문화의 토대는 철학과 정신이다. 소크라테스는 성찰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다석 유영모라면 얼나로 거듭나지 않은 삶, 몸나에 집착하는 삶은 가치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알몸보다 얼맘으로 살아야 한다. 사람의 일생이란 나들이다. 애벌레가 자라 나비가 되듯이 우리의 몸에서 얼이 자라나야 한다. 사람이 사는 목적은 거짓나에서 참나를 깨닫고, 멸망의 생명인 제나에서 영원한 생명인 얼나로 솟나는 것이다. 이를 이룬 이가 바로 참사람이다. 다석은 몸삶,맘삶,얼삶을 구분했다. 보이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 제나에 머무르는 사람은 그저 반쪼가리 인간들에 지나지 않는다. 다석은 이기주의, 가족주의, 지역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초월한 우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석은 유교사상에서 온 씨족과 가족만을 지상으로 아는 생각 때문에 조선조가 멸망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다석 유영모는 동서 사상과 천문 지리에 능통한 대석학이었고, 우리 말과 글로 철학을 한 최초의 사상가였다. 이를테면 속알(덕), 한늘(우주), 그이(군자), 여름지기(농부), 숨김(성령), 알음알이(지) 등의 말은 모두 다석이 만들거나 복원해 낸 고유어다. 이 책 [다석 강의](현암사, 2006)는 다석이 1956~57년에 걸쳐 서울 종로2가 YMCA에서 행한 연경반강의를 다듬어 옮긴 것이다. 다석은 무려 35년 동안 맡은 연경반 강의에서 성경과 동양고전 그리고 다석일지를 풀이하였다. 고로 이 책은 다석의 사상적 깊이와 넓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유일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참종교는 상놈의 종교가 되어야 한다. 참사람이 되려면 가장 미천한 자리에 서야 한다. 무소유의 삶이란 거지의 삶이다. 예수와 석가가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 톨스토이가 러시아의 농민들이 입는 루바시카를 입고 농사를 지은 것도 마하트마 간디가 불가촉천민 신분인 하리잔과 같이 웃통을 벗고 맨발로 다닌 것도 가장 미천한 자리에 서고자 함이었다. 몬(물건)이나 물질적인 삶에 대한 온갖 집착이나 생각이 우상이다. 사람이나 사물에게는 절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절할 곳은 한아님(하느님, 니르바나님)뿐이다.
배타적인 근본주의 신앙의 근본은 진리의 성령이 아니라 짐승의 수성인 것이다. 불교의 중도, 노자의 수중, 유교의 중용은 일체가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이다. 얼나는 붓다의 공(空)이자 불성이었고, 노자·장자의 도였으며, 예수의 하느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