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처음 알았을 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었다. 그리고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봤다. 미스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미스터리란 말이 붙었을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을 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비교하면서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찾아내면서. 인생은 한 마디로 미스터리의 연속이다. 인간의 삶 자체가, 미래가 알 수 없는 것이므로 미스터리하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아니 몇 번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일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아, 그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을 하곤 한다. 유망한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유학을 간 곳에서 피아니스트의 생명인 손가락 - 달랑 새끼손가락 한마디일지라도 - 을 잃어버린 남자와 그 남자가 자신의 인생이라고 할 피아니스트의 생명을 걸고 지켜낸 정신지체아, 그 남자를 만나고 나서 서번트의 재능을 알게 되어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한번 들은 곡은 피아노로 정확하게 치게 되어 무료 공연을 하는 일상 중에서 한 요양원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뜻밖의 고등학교 후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겪는 기적 같은 나흘간의 일들... 이 작품에는 두 가지 미스터리가 있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인간의 만남에 대한 미스터리다. 인연이라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많은 만남을 하고 있지만 그 중 어떤 것이 인연이 될 지, 운명적 만남이 될지는 나중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 생각하는 인간의 만남은 모두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도 말을 하지만 누가 아는가. 그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뿐인데. 그러므로 이 세 사람의 만남은 미스터리한 운명적 인연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인간의 뇌에 대한 미스터리다. 이것은 진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이므로 미스터리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이다. 아직도 밝혀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인간의 뇌. 그 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아직은 모르고 있다. 단편적으로만 알뿐. 그래서 말들이 많은 것이다. 그래도 심장을 이식받은 사람은 그 심장 주인이 하던 행동을 하게 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심장도 그런데 뇌는 더 얼마나 대단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 뇌가 이런 일을 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안 든다. 이렇게 두 가지 미스터리, 추리소설로서의 미스터리가 아닌 미스터리를 가지고 이 작품은 전개되고 있다. 그거 안다. 갑자기 어느 순간 하늘에서 벽 하나가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 그리고 그 벽이 점점 자신에게 다가오는 절망감. 그 절망감이라는 거 조금은 이겨냈나 싶으면 다시 찾아오고 조금 무뎌졌나 싶으면 올라온다. 영원히 끓어 앉고 살아야 하는 감정이다. 그런데 벽이라는 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왜 뛰어 오르려고만 하고 밀어내려고만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슬쩍 옆으로 돌아 빠져도 되고 뒤 돌아서 벽을 등지고 다른 곳으로 달려도 되는데 말이다. 그게 잘 안되니 절망이라는 거겠지만. 이 작품은 삶에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절망할 시간이 있으면 그 안에서 그나마 나은 것을 볼 생각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세상에 절망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금 당장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세상 너머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자고.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나흘 동안 일어나는 일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작가는 쓰고 있다. 그리고 기적이라는 것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이미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것, 자신 안의 모르던 것을 발견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지금 상처 입은 사람들, 앞으로 상처 입게 될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어쩌면 미스터리한 삶의 경고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닥칠 운명의 어떤 벼랑 끝에서 당신이라면 과연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벼랑에서 잘 떨어지겠냐고 말이다. 삶을 그래도 지속하고 싶은 분들에게, 상처를 딱딱하게 만들어 내 보일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조용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비밀>이> |
|
읽기는 작년에 읽었는데! 리뷰를 쓸까 말까 망설이다 이제야 남기게 된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이라서 집어들었다. 얼마나 대단한지 읽어볼까?하는 심정으로 들었는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라는 상은 대단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작가에게 주는 상에 더 걸맞는다고 한다. 읽을 당시 어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과 비슷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전혀 다른 결말이라 그런 의문을 제시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한편으로는 격한 반전없이 다소 밋밋하게 끝나버렸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로도 개봉되었다고 하는데! 내 머릿속에 이미지랑 너무 다른 느낌. 아... 책으로 먼저보길 잘한 것 같다.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로 유학 중인 남자, 게이스케가 있다. 그는 인생이 누군가를 위한 배려로 한 순간에 달라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한 일본인 가족이 강도를 만나고 있는 장면을 게이스케는 목격하게 된다. 강도는 일본인 부부에게 총을 쏘고 달아나는 소녀 치오리에게도 총을 쏜다. 게이스케는 소녀를 구하려 감싸고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 그 대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손가락을 잃게된다. 부모를 잃은 일본인 소녀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지능에 문제가 있는 장애아였다. 일본에는 그녀를 돌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자연스럽게 게이스케가 아뻐처럼 그녀를 돌보게된다. 치오리는 장애아지만 피아노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한번 들은 음악은 절대 잊어버리지않았고 게이스케는 그런 소녀와 함께 연주를 하며 돌아다닌다. 그리고 우연히 찾게된 병동에서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짝사랑하던 마리코를 만나게된다. 게이스케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마리코만은 그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치오리는 마리코가 게이스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치오리도 같은 눈으로 게이스케를 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 셋은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헬기추락 사고 현장에 있던 치오리와 마리코가 다치게 된다. 마리코는 치오리를 살리려다가 심장에 파편이 찔려 치명상을 입고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고 치오리는 정신을 차렸지만 자신은 마리코라는 말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비밀'처럼 죽어가는 두 사람이 의식이 바뀌게 된다는 설정이다. 조금 다른 점은 의식이 돌아온 쪽의 이야기만 들려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치오리의 몸에 들어온 마리코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게이스케에게 들려주며 자신에게 허락된 4일간의 시간에 대해 말한다. 평생 치오리의 몸에 살 수 없고 잠시동안만 머물게된 몸안에서 살면서 받게된 상처를 치유받는다. 책을 덮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마리코가 참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목숨을 던져 한 소녀를 살린 그녀에게 남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아이를 갖지 못한 몸으로 전남편의 아기를 보는 마음은 어땠을지... 아무것도 남지않은 마리코의 인생이 더 애잔하게 느껴진다. 어린 소녀에서 조금씩 여자로 성장해가고 있는 치오리, 게이스케. 열린 결말로 끝을 맺기에 이 둘은 어쩌면 딸과 아빠가 아닌 연인 사이가 되지않을까? 한편으로는 마리코가 4일간의 시간동안 머물다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치오리의 몸에서 같이 살아가게 되도 괜찮지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