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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작가가 63년생입니다. 학번으로 치자면 82학번쯤 되는군요.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제주도에서 학력고사 전국수석이 나왔다고 떠들썩했던 그 시절입니다. 학교다니면서 본 적은 없지만, 전국 수석을 했다는 그 사람이 제 고향집 근처에 살았었습니다. 그 사람 부모님은 아직도 그 곳에 살고 계시구요. 대학에 가서 데모를 하다가 구속되고 할 무렵, 아마 다른 곳도 그랬겠지만 시골에서 대학에 가면 서울놈들이 앞장을 세우고는 자기들은 뒤로 쏙~ 빠진다더라.. 하는 루머가 판을 쳤었습니다. 제가 대학이란 데를 들어갈 때도 부모님이 말씀하셨던 첫 마디는, '데모하지 마라!'였습니다. 87년도보다 더 힘들게 대학을 다녔고, 더 많이 싸웠을 작가가 그 시절을 빼고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작가는 대학을 다니던 무렵에 등단을 했습니다. 남들보다 무서움이 많았고, 돌팔매질도 서툴러 글로 싸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가 등단할 무렵에는 싸워서 무찌를 적이 명확했습니다. 젊음의 열정과 투지로 돌을 던지고 싸워서 이기고자 열망할 수 있는 대상이 눈에 뚜렷하게 보였다는 말이지요. 아마 10.26 쿠데타로 다시 등장한 신군부와 반민주, 반민족이라 이름붙여진 것들이었을 겁니다. 돌을 던지면 어딘가에 맞고 떨어지고, 피를 흘리고, 상처를 받고... 일련의 과정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으니 싸움은 힘들지언정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글에서도 전투의지가 번뜩입니다. 그는 돌멩이를 대신하여 글을 던지고, 적을 무너뜨리기 위해 날이 선 글들을 휘두릅니다. 그 당시엔 그 글에 맞아서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명확한 '적'이 존재했습니다. 적이 명확했으니 더욱 처절하게 싸울 수 있는 힘이 있었을 법합니다. 90년 대를 넘어서면서 군부독재도 사라지고, 문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민주주의를 되찾아왔노라~' 선언하면서 돌멩이를 내려놓고 싸움을 멈추었는데, 민주주의가 오는 길은 더디고 세상살이는 더 힘겨워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적은 사라졌으나 그 자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적이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멩이를 집어들고 적을 향해 던져봐도 그 놈의 적은 유령처럼 사라지고, 그 돌멩이마저 삼켜버립니다. 몇 번을 싸워봐야 보이지 않는 적의 실체도 파악하지 못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싸움을 포기하고 그 적에게 항복하던 그 시절... 작가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노라고, 우리가 싸워야 할 적은 우리 바로 옆에 있다고 외치고 있는 듯합니다. 지난 번 후기로 올린 소설집이 93년도에 씌여진 것이고, 이번 '유리구두'가 98년도에 출간되었지만, 그는 과거에 발을 딛고 선 채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거를 잊지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가 싸웠던 그 싸움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라 더 힘들겠지만 포기하면 안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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