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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이라 하면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그럴 수 있을 텐데, 난 그런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골목이 특별한 곳으로 여겨지는데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모호함 가운데서도 역동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울의 골목길을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다. 덕분에 골목길이란 곳이 그냥 얼기설기 이어붙여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켜켜이 쌓여 이루어진 곳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이 더 흥미로운 것은 한국 최대의 도시 서울의 골목길들을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하면 으레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곳으로 생각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골목길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존재하지는 않았으니까. 골목길이란 단지 물질적 궁핍을 상징하는 것만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아파트로 구획된 지금의 집들과 달리 문만 열고 나가면 이웃들과 친근하게 인사하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곳인 것이다.
또 다른 장점은 저자가 직접 걸어다니며 그린 골목길 지도이다. 기계의 도움을 받은 무채적인 지도가 아니라 연필로 구불구불하게 그린 수수하면서도 정감 있는 지도 말이다. 뿐만 아니라 길 이름들도 빼먹지 않고 적어 두었다. 골목길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한 곳임을 알 수 있다. 골목길은 도시의 미로이다. 그러나 그 가치를 아는 사람에게는 환희 그 자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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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내기로 살아온 30년...지금은...아파트와 빌딩가로 빼곡하지만.... 어린 시절 서울의 모습은..골목길과 골목 사이사이 나오던 정겨운 대문들로 가득차...사람 내음이 났었다..... 머리가 복잡해질때면...혹은 삶이 버거울때면....난 골목길을 하염없이 걷곤한다... 아파트에선 느낄 수 없는 사람들의 사는 냄새가 골목길에서는 짙게...가슴에 와 닫곤 하는데...골목길을 걷다보면 누구에게나 삶은 다 힘겨운 법이니...그리 억울할 건 없다는 위안을 얻게 된다.... 지금도...산동네를 걷다보면 지금이 21세기인지...80년대인지...헷갈릴만큼 ...정겨운 풍경들이 골목길을 꺽을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이 책은 그 풍경들을 담고 있다..... 여러 산동네의 골목들을 담고 있지만.... 신촌에서 태어나 30년을 자란 내게...특히....북아현동의 골목길은 사진 한 장 한 장이 눈에 익어...사진마다...된장국 냄새..생선 구이 냄새...갓 빨아 널은 빨래의 비누냄새가 코끝에 느껴질 듯 하다.... 골목을 걸으며 받던 위안을...아쉬운대로 이 책을 보며 대신하고 있다... 시골의 흙길을 걸어볼 기회가 없던 서울내기들에게...고향이란 이 사진속의 골목길이 아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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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재 저 | 북하우스 | 279쪽 | 444g | 2006년 03월 30일 | 정가 : 15,000원
2009-09-17에 쓴 리뷰
아파트에서 자란 아이들이 골목이라는 말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희와 철수가 바둑이와 뛰어놀던 골목길이 아이들의 세상에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어렸을 때 '얼음땡',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놀았던 곳도 골목이었고, 엄마가 미제 아줌마에게 아이스바 틀을 사는 바람에 동네 꼬마들 중에 가장 부자가 된 내가 아이스바를 들고 나가 천천히 핥아 먹었던 곳도 골목이었다. 분명 마당이 있으나, 마당과 별로 구분되지 않게 온동네 사람들이 모였던 곳도 골목이었고 분쟁과 화해의 장도 골목이었다. 아침마다 울려대는 두부파는 아저씨의 아침을 깨는 종소리가 울렸던 곳도 골목이었고, 찬바람 부는 겨울 밤에 찹쌀떡을 파는 아저씨의 밤을 가르는 "차압~싸알~ 떡" 소리가 울려퍼졌던 곳도 골목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파트에 살아 골목을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마음이 삭막해졌다.
저자의 낯선 골목에 대한 지나치게 길다 싶은 설명을 읽으면서 약간은 지루하기도 했고, 생각지도 않았던 조형미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무렇게나 발라 놓은 시멘트 계단들이 만들어 내는 오묘한 각도와 모양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의도한 듯 아름다웠다. 저자와 함께 골목길이 사라진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아마도 그 복잡한 공간이 더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이 책을 읽으면서 했다. 사진으로 보기야 좋지만,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들과 계단들을 오르며 장이라도 봐가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이라면 지긋지긋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오죽하면 겨울에 연탄나르기 봉사까지 할까.
정릉의 어느 주택가 골목길을 찍고 싶은 곳이 있다. 당고개길을 넘어다니면서 전부터 마음을 정해 놓고 있었던 곳이다. 사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동네라 괜히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이 좋은 모양새는 아닐 듯 싶어 미루고 미뤘었는데, 그 인근이 재개발 소문이 있으니 서둘러야겠다. 이 책이 적당한 시점에 나타나 마음에 불을 지른다. 하루 나들이로 그 근처에 절과 골목길 사진을 찍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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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골목길에 대한 애착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책 2006년 책이니 벌써 6년 전 책이다. 그리고 그 책을 작업할 시기를 생각해 보면, 훨씬 전 상황일 것이다. 다시 말해 선정 된 그 골목길도 이제는 더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동여지도를 만들었던 추사김정희가 생각나는 작가, 골목길의 약도를 그리고 사진을 찍고 발로 발로 그 현장을 옮겨 놓았다.
골목길은 아늑한 유먼 스케일을 유지하며, 차가 다니지 않아야 하고, 근대사의 주역인 서민들이 사는 공간이며, 일상성의 가치가 살아 숨쉬는 동네다. 또한 능선에 나지막하게 퍼져 있어야 하며, 한국 전쟁 이후 독재 개발기 때 농촌이 붕괴되면서 대도시로 내몰린 사람들의 군집지이고 별의별 불규칙한 공간의 종합선물세트이며, 귀납적 축적의 산물이다.
이제 정말 몇 군데 남지 않았다. 이번에 이 책을 쓰면서 정리해보니, 골목길이란 이름을 붙일 정도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동네는 서울에 잘해야 마흔 곳 정도였다. 그나마 절반 정도는 파편으로만 골목길을 품고 있었고, 한 토막이라도 온전히 남아 있는 동네는 스무 군데가 채 되지 않았다. 일정한 면적을 골목길로 지킨 동네는 열 군데 안팎에 불과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이 책에 담았다.
삼선1동 한남동 이태원 용산2가동 북아현동 청파동 서계동 삼청동
에필로그 긴 골목길 여정이 마쳤다. 너무나 평범한 ,때로는 진부한 일상공간이었던 골목길이 이제는 유별난 탐사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불량주택으로 천대하지만, 이 골목길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우리들은 다시 그 골목길을 그리워할 것이다. 사람이 사는 조형 환경에는 포근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공간이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개월에 걸쳐 여덟 동네의 골목길, 약 450여 킬로미터 이상을 걸어다닌 것 같다. 힘들 수도 있는 이 여정이 내내 즐거웠던 것은 골목길이 나는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골목길은 참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내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느끼게 했다. 골목길 자체가 사람들의 손과 몸, 그리고 마음으로 이루어진 것이니, 아마도 골목길이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이장도 이와 같은 것이다.
어릴적 골목길은 의례적으로 다니던 길이였다. 대로 보다는 빠른 길 돌아가는 길 보다는 질러가는 길 온갖 삐뚤삐둘 길에다 막다른 길까지 아는 사람만이 갈 수 있었던 길이였다. 무엇보다 20년전 예전 살던 집에서 교회가던 빠른 길은 단연코 골목길이였다. 흙밭도 밝고 계단도 지나가고 사람한명 지나갈 길을 지나가면 금방 도착하였다. 아직도 그 길이 남아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의 골목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