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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어떻게 도시를 바꾸는가 - 인천은 예술공간을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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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어떻게 도시를 바꾸는가 - 인천은 예술공간을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가 걷는 변호사 ・ 17시간 전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인천은 문화도시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인천에는 아직 오페라 전용 극장이 없다. 대형 전문 공연장은 2019년 개관한 아트센터 인천의 1,727석 규모 콘서트홀이 사실상 유일하다. 다행히 2029년까지 오페라·뮤지컬·연극 등을 올릴 수 있는 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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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은 어떻게 도시를 바꾸는가 - 인천은 예술공간을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하는가

프로파일 걷는 변호사 ・ 17시간 전


인천은 문화도시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인천에는 아직 오페라 전용 극장이 없다. 대형 전문 공연장은 2019년 개관한 아트센터 인천의 1,727석 규모 콘서트홀이 사실상 유일하다. 다행히 2029년까지 오페라·뮤지컬·연극 등을 올릴 수 있는 대형 무대 공간을 짓는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300만 인구의 대도시 인천에 전문 예술공간도, 이를 즐기는 관객층도 아직 부족하다. 이런 현실에서 인천을 문화도시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인천이 문화도시가 되려면 예술공간을 늘려야 하고, 그 공간을 찾아 누리는 시민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문화도시는 공연장 몇 개를 짓는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화예술 활동과 문화자산, 지역 커뮤니티, 행정 체계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의 성공 사례에서 배우되, 지역 여건에 맞는 전략을 세워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이 예술의 창작과 향유에 함께 참여해야 지속 가능하고 국제 경쟁력을 갖춘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박선민 교수의 신간 『공연장은 어떻게 도시를 바꾸는가』는 인천이 참고할 만한 사례를 풍부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예술경영을 전공했고, 공연 투어 실무를 경험했으며, 대학에서 문화예술기획을 가르쳐 왔다.


현재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예술경영을 가르치는 저자는 월간 『객석』의 협조를 얻어 세계 13개 공연장의 운영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연장이 도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정리했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전통 있는 공연장 7곳을 통해 오래된 예술공간이 도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2부에서는 아시아의 공연장 6곳을 통해 도시가 예술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준다. 역사와 시설 면에서 서양의 공연장이 앞서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시아의 공연장들은 각국의 여건에 맞춰 매우 전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의 사이먼 레이닝크 대표는 법조인 출신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도 한때 나의 서울법대 동기인 강은경 교수가 대표이사로 이끈 적이 있다. 공연장 운영에는 계약, 저작권, 노무 등 여러 법률 문제가 따른다. 그래서 법조인 출신 대표는 이를 균형 있게 풀어가는 데 강점이 있다. 지식재산권 전문가인 레이닝크 대표도 예술과 법을 함께 아는 것이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공연장의 정체성은 어떤 공연을 올릴지 결정하고, 예술성과 재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등 수많은 판단이 쌓여 만들어진다. 이런 판단에는 폭넓은 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공연장 대표가 반드시 예술가일 필요는 없으며, 행정가나 법률가가 대표를 맡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서양과 동양 공연장의 운영 방식을 비교해 보면 차이도 분명하다. 공연장은 티켓 판매만으로는 결코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재정은 늘 어려운 과제다. 서양은 기부금의 비중이 높고, 동양은 정부 지원의 비중이 높다. 미국의 카네기홀이나 일본의 산토리홀처럼 기업 메세나로 세워진 곳에는 설립자의 기부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연장은 고액 기부, 시민 후원, 입장 수입을 함께 엮어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콘세르트헤바우는 시민들이 자금을 모아 주주 구조로 운영하는 시민참여형 공연장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시민이 공연장 운영에 적극 참여하면 공연 기획과 운영은 자연히 시민 친화적으로 바뀐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공연장을 자주 찾아 공연을 즐기고, 이를 통해 자생적인 예술경제가 자리 잡는 것이다. 시민이 힘을 모아 공연장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다면, 그 도시는 이미 문화도시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세계적인 공연장들은 한 해에도 수백 회의 공연을 올린다. 운영자들은 하나같이 예술가에게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무대에 올리도록 한다. 대중음악이 아닌 클래식과 오페라를 주로 공연하는 곳은 각별한 노력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 공연장들은 저마다 다른 역사와 환경 속에 있지만, 공통적으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공연은 그 일부일 뿐이다. 프로그램과 공간, 관객과 도시, 재정 구조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공연장은 예술과 사람, 관객과 도시를 연결하며, 도시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공간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소개된 13곳 가운데 한 곳도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신국립극장과 산토리홀, 대만의 국립카오슝아트센터, 홍콩의 서주룽문화지구를 꼭 방문해 보고 싶다. 동아시아의 문화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수미, 임윤찬, 조성진, 손열음, 김선욱 등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성악가와 연주자가 많다. 홍콩의 서주룽문화지구는 공연장뿐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까지 아우르는 복합 문화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국립카오슝아트센터는 도시재생과 연계해 시민의 일상 속 문화를 실현하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예술은 미술관이나 공연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시민의 일상 속에서 살아 있을 때 비로소 도시의 문화 생태계가 된다. 인천은 이러한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화 생태계를 연구하고, 이를 '문화도시 인천'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활용해야 한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문화를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친(親)문화 정책을 꾸준히 펼치는 일이다. 도시 공간은 문화와 예술을 촉진하고, 시민의 삶에 풍요로움을 더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공연장의 역할은 공연을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공연을 기획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전 과정이 도시와 하나로 어우러져야 한다. 이 책은 그 사실을 일깨워 준다.




2026. 10. 10.


걷는 변호사 조용주 

YES마니아 : 플래티넘 y*******3 2026.10.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