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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과 이별하며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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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이었는지 알게 된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게 되고, 마침내 책장을 덮고 나면 책 속의 한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이 진의 『아직도 번역합니다』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처음에는 30여년 경력의 번역가가 들려주는 직업 에세이쯤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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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이었는지 알게 된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하게 되고, 마침내 책장을 덮고 나면 책 속의 한 사람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이 진의 『아직도 번역합니다』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처음에는 30여년 경력의 번역가가 들려주는 직업 에세이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내가 읽고 있는 것은 단순히 번역이라는 직업의 세계가 아니라,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사랑해 온 사람이 그 일과 함께 살아온 자신의 생을 돌아보는 기록이었다.

번역은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이다. 그러나 언어와 언어 사이에는 사전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무엇을 옮기고 무엇을 남겨 두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해석하고 어디서 멈추어야 하는지. 어쩌면 번역은 정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끊임없이 더 나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 작가는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 질문을 수없이 되풀이했을 것이다. 그 오랜 시간의 축적이 이 책에는 요란한 자기 자랑이나 거창한 선언 대신, 담담한 경험과 솔직한 고백으로 스며 있다. 나는 바로 그 담담함 속에서 저자의 내공을 느꼈다. 번역이라는 일의 기술적인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안에 갇히지 않았다. 일하는 시간과 혼자 견뎌야 했던 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의미를 알게 되는 시간들이 한데 모여 한 생을 이룬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해 온 사람의 삶에서 느껴지는 무게를 실감할 수 있다. 그 무게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감당해 온 책임, 말하지 못한 외로움, 돌이켜 보면 아쉬운 선택, 그럼에도 끝내 놓지 못했던 애정 같은 것들에 깃들어 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삶을 함부로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시선이 있다.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했고, 삶을 대하는 진지함에 고개를 끄덕였으며, 자신의 경험을 과장하지 않는 겸손함에 마음이 기울었다.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큰 목소리로 선언하는 대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여백을 남겨 둔다. 그래서 문장들이 더 오래 마음에 머문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자주 생각했다.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까. 번역가로서 쌓아 온 경험과 사유가 이 책 한 권으로 다 담겼을 리 없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 저자의 시선과 문장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뻗어 나갈지 궁금해졌다. 좋은 작가를 만났을 때 느끼는 기쁨은 바로 그런 것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2*****2 2026.10.17.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