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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알렉산드리아 - 이병주 이 책에는 작가 이병주 님이 처음 발표한 '소설. 알렉산드리아 및 매화나무의 인과, 쥘부채, 패자의 관, 겨울밤-어느 황제의 회상'이 실려있다. 용공분자로 몰려 억울하게 죽고 글을 잘못 썼다가 몇십 년씩 감옥생활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병주 님이 1961년 5.16 군사 정변이 발생하면서 필화 사건에 휘말려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년 7개월 동안 복역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소설. 알렉산드리아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에 공부한 형은 입신출세와는 거리가 먼 공부만 했고 형이 쓴 논문 가운데 '조국이 없다. 산하가 있을 뿐이다. 이북의 이남화가 최선의 통일방식, 이남의 이북화가 최악의 통일방식이라면 중립통일은 차선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중립통일론이 용공으로 오인되어 형은 10년 징역형을 받았다. 똑똑한 형과는 달리 동생 프린스 김은 플루트를 잘 불었다. 프린스 김은 외항 선원 말셀 가브리엘을 따라 형이 가고 싶어 하는 알렉산드리아로 떠났다. 프린스 김은 알렉산드리아의 카바레 안드로메다에 플루트를 부는 악사로 취직을 했고 그곳에서 무희 사라 안젤을 만나게 된다. 사라 안젤은 스페인 게르니키가 독일에 의해 폭격되면서 고아가 되었기에 어떻게 해서라도 독일에 복수 하는 것이 그녀가 존재하는 이유였다. 프린스 김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독일인 한스를 알게 되었는데 그는 유태인을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동생을 죽인 게슈타포였던 엔드레드를 찾아 복수를 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로 온 것이다. 사라는 한스와 함께 엔드레드를 카바레로 유인하여 죽이고 체포되지만 알렉산드리아 밖으로 나가라는 추방 명령을 받는다. 사라와 한스는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기로 하고 프린스 김에게 함께 가자고 제의를 하지만 프린스 김은 형이 감옥에서 나올 때까지 알렉산드리아에 남아 있기로 한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의 원한을 풀어주는 실천이다. 사랑이란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말한다.' *매화나무의 인과 지옥이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초췌한 사나이가 '지옥은 분명히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천석꾼 성참봉 댁 이야기를 시작했다. 성참봉 댁 매화꽃이 다른 매화꽃보다 탐스러웠고 그 열매도 다른 매화 열매보다 컸고 그 빛깔이 다른 매화와는 달랐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화나무 꽃과 열매가 탐스러울수록 성참봉 댁의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매실주를 담그려고 매실을 따는 큰아들을 마구 때려 불구로 만들고, 매화나무를 없애려는 작은아들을 도끼로 내려쳐 즉사하게 했다. 매화나무를 없애지 않으면 큰아들이 죽을 거라며 성참봉에게 매화나무를 없애달라고 사정을 하지만 성참봉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며느리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목을 매어 죽었다. 큰아들이 관리했던 재산을 머슴인 돌쇠가 맡아서 하자 돌쇠는 기고만장해졌고 성참봉의 막내딸인 창숙과 혼인을 하겠다고 나섰다. 창숙은 충격을 받고 가출을 했고 성참봉은 폐인이 되어 죽었는데 참봉이 죽자 돌쇠가 이집 주인이자 사위라며 떠들어대다 문중 젊은이에게 한대 얻어 맞자 성참봉네 매화나무가 왜 크고 탐스러웠는지 비밀을 폭로한다. 유난히 매화나무의 빛깔이 좋았던 이유가 파헤쳐진다... *쥘부채 하얀 눈 위에 검은 나비처럼 앉아 있었던 것은 손안에 들어가는 조그마하고 예쁜 쥘부채였다. 길이 7cm, 두께 2cm 남짓의 조그만 부채. 쥘부채에 그려진 나비의 날개에 새겨진 ㄱ. ㄷ. ㄱ.의 이니셜과 꽃에 새겨진 ㅅ.ㅁ.ㅅ.의 이니셜. 부채에 그려진 꽃과 나비에 새겨진 이니셜의 의미는 무엇일까. 서대문형무소의 근처에서 우연히 쥘부채를 주운 동식은 운명처럼 쥘부채에 담긴 사연을 찾아 나서게 된다. 1950년 22세 신명숙은 비상조치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20년으로 감형되었지만 출감을 3년 앞두고 병사하여 시신이 되어 나오면서 유품인 쥘부채가 길가에 떨어진 것이다. 신명숙이 사랑했던 강덕기는 십오 년 전에 사형을 당해 형무소에서 죽었는데 유언으로 명숙을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고 죽는 순간에도 명숙의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신명숙 씨는 강덕기 씨에 대한 사랑을 안고 17년 동안 형무소 생활을 견딘 것이다. 쥘부채에 새겨져있는 꽃과 나비의 의미는 강덕기 씨가 나비가 되어 꽃이 된 자기를 찾아오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패자의 관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통찰력을 지닌 노신호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 인간을 존중하고 민주주의적인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 여겨 그를 물심양면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했다. 노신호의 인기가 치솟으며 당선의 가능성이 높아지자 자유당 출마자는 노신호에게 빨갱이라며 온갖 권모술수와 중상모략을 펼쳤다. 근소한 표차이고 노신호는 떨어졌고 빨갱이라는 가면이 씌여진 노신호에게 사회는 그가 어떠하든 냉정하기만 했다. 결국 노신호는 사회에서 매장되었고 개인의 삶은 속절없이 꺾이고 말았다. 천부의 재능과 성실과 의욕을 갖고도 패자敗者의 길을 끝내 걷지 않을 수 없었던 노신호. '패자의 관은 무형의 관이다. 패자의 관은 하늘이다. 바람이다. 풀이다. 이 세상에 패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 어떻게 장식해도 죽음은 패배다. 그래서 누구나 다 영원히 패자로 남는다.' 그의 비문에 새긴 글이다. '아마 성공할지 모른다. 그러나 확실히 죽는다. 그럼 마찬가지 아니냐.' <아돌프>의 작가 콩스탕의 말이다. *겨울밤-어느 황제의 회상 노정필을 알게 된 것은 교도소에 있을 때였다. 일제 강점기 학병으로 끌려갔던 중국 소주성에서 일본군 부대의 장교가 칼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젊은 중국인의 목을 베는 것을 옆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때 본 그 젊은 중국인의 눈과 입을 닮았다는 사실만으로 노정필 씨에게 관심이 갔다. 노정필은 부농의 아들이었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들어왔고 감옥에서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의연함을 잃지 않는 이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무기징역을 받았다가 이십 년 수인으로 있다가 나왔다. 그는 출소 후 돌처럼 말이 없었다. 그가 가진 노여움을 풀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를 찾아갔다. '나'는 노정필에게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주었다가 현실을 미화한 패배한 시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시는 슬픔, 죽음을 추상적이고 일반적으로 꾸며 슬픔, 죽음에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처럼 꾸민다. 시인은 패배를 미화해 모든 사람이 패배자가 되도록 권유한다.. 이 글은 사상과 이념이 투철한 노정필과 소설가인 '나'의 논쟁이 중심이다. 그 외에도 화자가 감옥에서 만난 사람들, 중국에서 군인으로 있을 때 만났던 소년 이야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아픈 이야기도 글로 풀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