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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신기하게도 동네 책방의 그림책 코너로 달려가고 싶어졌습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마치 잘 짜인 각본 없이 불쑥 시작되는 웰메이드 단막극을 보는 듯했습니다. 혼자 걷는 길은 발끝이 아찔할 만큼 외롭고 위태로운 순간의 연속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길모퉁이마다 어김없이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낯선 이들이 불쑥 건네준 온기는 차가운 바람을 단숨에 녹이는 봄날의 햇살 같았습니다. 아이들의 언어라고만 생각했던 그림책이 거친 세상을 통과해 온 어른의 마음에 이토록 깊은 쉼표를 찍어줄 줄은 몰랐습니다. 글과 그림 사이의 여백에 조용히 기대어 쉬다 보니 복잡했던 생각들이 스르르 풀려나갔습니다. 길 위에서 사람을 믿고 걸어간 그 용기 어린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니,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신호가 켜집니다. 이제는 저 역시 먼지 털어낸 배낭 하나 메고 길 위에 서서, 나만의 대본 없는 이야기를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마음의 온도가 떨어진 날, 혼자만의 온전한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 기분 좋은 떨림을 선물해 줄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