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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북로거) 햄릿! 이제 칼을 높이 들어라
"(파워북로거) 햄릿! 이제 칼을 높이 들어라" 내용보기
토머스 로렌스 경 <햄릿역의 갬블> 파란색 이불처럼 가을 하늘이 내려와 몸을 덮어 주었다.  “잠깐만 눈을 부칠게!” 고참은 야영훈련을 나갔다가 새끼 매 한 마리를 잡아왔고 졸병은 그 매를 위해 개구리를 잡아 오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다. 오늘도 개구리를 잡으러 들판으로 나갔던 졸병은 가을 햇살의 따사로움
"(파워북로거) 햄릿! 이제 칼을 높이 들어라" 내용보기

                         

                                        토머스 로렌스 경 <햄릿역의 갬블>

파란색 이불처럼 가을 하늘이 내려와 몸을 덮어 주었다. 

“잠깐만 눈을 부칠게!”
고참은 야영훈련을 나갔다가 새끼 매 한 마리를 잡아왔고 졸병은 그 매를 위해 개구리를 잡아 오는 것이 중요한 임무였다. 오늘도 개구리를 잡으러 들판으로 나갔던 졸병은 가을 햇살의 따사로움에 취해 순간 오수의 즐거움을 누렸다. 억새를 쓰러트리는 바람소리에 놀라 눈을 떴을 때 사방은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두려움이 몰려올 순간도 없이 다리는 반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가쁜 숨을 몰아치며 내무반으로 들어서는 순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야! 이 새끼야”

소리와 함께 주먹이 얼굴에 날아들었고, 발길질이 시작 되었다. TA-1(군대 전화기)으로 머리까지 가격을 당했다. 얼굴은 붓고 입술에서는 피가 났다. 전화기로 맞은 머리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 몸으로 전달되었다. 난생 처음으로 무자비하게 맞았고 증오심이 끊어 올랐다. 전입 온지 2개월도 안된 졸병이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도 보이지 않자 고참은 탈영한 줄 알았을 것이다. 유난히 부대원들의 사랑을 받았던 졸병은  자신을 구타한 고참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올랐다.

실탄 16발이 장전된 M16 총을 들고 둘팔차(통신대의 장비를 탑재한 차)의 보초를 서던 졸병은 200미터의 거리에 있는 내부반에서 잠을 자고 있는 고참을 살해할 결심을 한다.
밤하늘은 짙은 구름 때문에 어두웠고 졸병은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한발 한발 걸음을 옮겼다. 하늘을 보면 왠지 울고 있을 엄마가 생각나기에 졸병은 땅만 보며 걸었다. 드디어 내부반이 보인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 고참을 향해 총을 난사하면 깨끗하게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고참에 대한 증오심이 식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 새끼는 죽어 마땅해!” 라고 욕을 하며 걸었다. 그러나 내부반 앞에 서는 순간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고참을 죽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내 인생도 끝장나는 것인데.....”. 부모님과 동생들이 처절하게 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 졸병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죽이는 것은 쉽지만 그 다음에 일어날 일들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졸병은 발길을 돌렸다. 짙은 어둠속에서 울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햄릿을 읽으면서 젊은 시절의 한 때가 생각이 났다.

누구나 사람을 죽이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것이 복수라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에 모든 독자들이 햄릿의 우유부단하며 유약한 성격을 비난할지도 모를 일이다. 햄릿을 읽지 않았다 할지라도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다!” 라는 유명한 대사 때문에 햄릿은 고뇌하며 갈등하는 인간형의 대표로 인식되고 있다.
읽지 않고도 그의 작품에 대해 가장 많이 희자되어지는 작가를 꼽으라면 셰익스피어가 최상위에 해당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공자가 아니라면 완역본으로 번역된 그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어렸을 때 이야기체로 쉽게 번역된 셰익스피어를 읽고 그를 알았다고 생각했다. 젊었을 때는 문학청년이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햄릿’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유명한 구절 몇 개를 암송해서 여자를 꼬드기는데 써먹을 용도로 사용되었을 뿐, 원작이 가지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참맛을 알지 못했다.
권오숙 교수는 ‘셰익스피어 명작 읽기’ 강의에서 “이야기체로 번역된 셰익스피어를 읽기 때문에 우리는 가장 왜곡 되어진 셰익스피어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언어의 마술사’라고 이름 붙여진 셰익스피어의 가치는 산문과 운문이 결합된 원전을 읽게 되었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오징어는 한참 씹어야 육질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명작은 쉽게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않는 불친절함이 있다.


독일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공부하던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급하게 귀국을 한다. 숙부인 클로디우스(현재의 왕)는 아버지가 궁정 정원에서 잠을 자다가 독사에게 물려 사망했다고
하지만 햄릿은 믿을 수 없다. 더 놀라운 일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두 달도 못되어 백성들의 가슴에 아직도 왕을 잃은 슬픔으로 온 땅에 애통함이 가득한데 어머니가 숙부 클로디우스와 재혼을 한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보다 어머니의 변절이 햄릿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아, 더럽고 추한 몸이여! 차라리 이슬로 녹아서 없어져 버려라. 왜 신께선 자살을 금하는 율법을 정하셨는가! 아, 살아갈 가치 없이 무미건조하고 고리타분한 세상! 정말 지겹구나! 아, 역겨운 세상! 더럽고 황폐한 정원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흉물스러운 것들이 악취만 풍겨대는구나’ (1막 2장 햄릿의 독백)


더럽고 추한 어머니의 몸을 보기도 싫고 이로 인해 자살을 꿈꾸는 햄릿.

삶은 이제 살아갈 가치가 없고 세상은 더럽고 황폐한 것들에 의해 악취만 풍기고 있을 뿐이다. 그로 인해 햄릿의 얼굴은 미소가 사라졌고 세상에서 살고 싶은 의욕을 잃었기에 그는 검은 상복을 입으며 하루하루 무의미한 삶을 산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 더 많은 고통과 상처를 입으며 괴로워한다. 이런 햄릿이 폭풍우와 같은 분노를 품고 아버지를 죽인 숙부 클로디우스에게 복수 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햄릿에게 믿을 수 있는 친구 호레이쇼가 찾아와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자신들이 보초를 서고 있는데 선왕의 유령을 두 번씩이나 보았다는 것이다. 믿을 수 없었지만 햄릿은 그날 밤 호레이쇼와 함께 보초를 서다가 아버지 유령으로부터 자신이 숙부로부터 독살 당했다는 끔찍한 소식을 듣는다. 햄릿은 자신의 삶이 존재하는 이유는 오직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이때부터 햄릿은 숙부의 교묘한 감시를 피하기 위해 미친 척 하며 암살의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햄릿은 숙부를 죽이는 것이 과연 올바른 행위인지 고민하며 그 유명한 독백 속에서 자신의 이중적인 마음을 토로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것이 더 고귀한 행위인가? 가혹한 운명의 화살에 꽂혀도 죽은 듯 참는 것이냐, 무기를 들고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재앙에 맞서 싸우는 것이냐?’ (제3막 1장)


이때부터 햄릿 특유의 우유부단한 성격이 나타난다.

햄릿 앞에는 이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고 죽은 듯이 참고 사는 법이 있고 아니면 폭풍우와 같은 분노를 가지고 숙부를 죽일 수도 있다. 젊었을 때는 햄릿을 어리석다고 생각을 했다.
“햄릿아! 지금은 따질 형편이 아니야. 숙부는 악의 상징이고 너는 그 악을 정의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것이 마땅해. 왜? 망설이지, 이 어리석은 햄릿아?”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사람을 죽이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햄릿이 복수를 망설이는 이유는 자신의 죽음 이후가 두렵기 때문이다.


“죽음은 곧 잠이지 잠이 든다는 것은 아마도 꿈을 꾸는 것이겠지. 아, 또한 문제로다 죽음의 잠 속에서 마저 인생의 뒤엉킨 악몽으로 시달려야 한다면 생각을 접을 수밖에. 이 때문이냐 고된 인생을 끝내지 못하고 질질 끌고 가는 이유가?” (제 3막 1장 햄릿의 독백)


숙부 클로디우스를 단 칼에 죽인 다음 자신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죽음은 잠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꿈속에서 악몽을 꾼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햄릿은 죽음 이후의 삶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자신도 사람을 죽였다는 죄의식에 시달릴 것이고 ‘죄의 결과는 사망’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종교에 대하여 많은 말들을 할 수 있지만 종교의 힘은 역시 내세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다. 이 확실한 보장을 믿을 수 없기에 햄릿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끊임없이 회의는 계속된다.

 숙부 클로디우스가 아버지를 죽였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었던 햄릿은 덴마크 궁정에 도착한 비극단원들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상황극으로 공연하도록 준비를 시킨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확실하게 떠올릴 수 있는 대본을 쓰고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지도한다. 그리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호레이쇼에게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숙부 클로디우스의 안색을 지켜 봐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극속의 조카가 왕의 귀에 독약을 넣어 살해하고 왕비를 차지한다는 햄릿의 해설을 듣고 숙부 클로디우스는 비틀거리며 퇴장한다. 숙부의 이 모습을 본 햄릿은 유령의 말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으며 다시 한 번 복수의 의지를 불태운다.
숙부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 왔다. 숙부는 자신의 죄를 참회하며 홀로 기도하고 있다. 햄릿이 칼로 그를 찌른다면 복수는 순식간에 완성이 되고 그는 아버지를 이어 덴마크의 왕이 될 것이다. 그러나 햄릿은 기도하고 있는 숙부를 죽인다면 그가 천국에 갈 것이고 그것은 복수가 아니라 오히려 득이 된다는 생각에 뽑아들었던 칼을 칼집에 넣는다.


과연 어느 것이 올바른 행위일까?

셰익스피어는 이 질문에 대하여 어떤 답도 하지 않고 있다. 그것에 대한 판단은 관객이나 독자의 몫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여기에 있다. 어느덧 나 자신도 극중의 햄릿이 되어 “사느냐 죽느냐”를 외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햄릿이 숙부를 죽이지 못했을 때 비극은 절정을 이룬다.
어머니와 함께 심한 언쟁을 벌리던 햄릿은 어머니의 변절을 비난하게 되고 이 모든 광경을 휘장 뒤에 숨어 듣고 있던 폴로니우스(재상으로 오필이어의 아버지)를 죽이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는 그 충격으로 정신병자가 되고 결국은 물에 빠져 죽게 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다가 사랑하는 여동생의 죽음마저 목격한 오빠 래어티스는 햄릿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호레이쇼와 함께 궁중으로 돌아오던 햄릿은 우연히 오필리어의 무덤 앞을 지나면서 죽음에 대한 깊은 상념에 빠진다. 생전의 삶과는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은 죽으면 누구나 구더기 밥이 된다는 허무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햄릿 : 알렉산더 대왕도 흙속에서는 이런 꼴일까?

호레이쇼 : 그렇겠지요!
햄릿 : 이렇게 썩은 냄새도 풍기겠지? 퉤! (해골을 버린다)
호레이쇼 : 그럴 겁니다. 왕자님 (제5막 1장)        
                               

세상의 모든 여자는 자신의 어머니처럼 부정할 것이라고 믿었기에 오필리어의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도 믿지 못했던 햄릿. 대부분의 소설은 언제나 진실한 사랑 때문에 구원을 받는 것이 구성의 법칙인데 셰익스피어는 사랑도 가장 아프게 비극적으로 그려낸다.
결국 숙부와 어머니, 오필리어, 폴로니우스, 래어티스와 햄릿 자신이 죽음으로 비극은 완성된다.

안병대 교수는 ‘셰익스피어 읽어주는 남자’에서 그리스 작가들의 비극과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이렇게 말한다. 그리스 작가들이 불가사의한 운명에 지배당하는 인간이 겪는 시련과 고난을 비극으로 담았다면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인간의 파멸과 몰락이 무자비한 운명의 여신 탓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을 파국으로 이끄는 주요 원인은 인간 자신에게 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성격비극’이라 한다. 인간은 자신이 일으킨 파도와 폭풍에 휩쓸려 희생당한다. 한마디로 ‘성격이 운명이다.’ (13쪽)
그리스의 비극이 ‘운명 비극’이라면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성격비극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인 결함.

이것 때문에 우리는 많은 갈등을 겪기도 하고 결국은 파국을 맞이한다. 반대로 자신이 가지고 성격의 장점 때문에 삶은 어떤 고통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 할지라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나름대로 자신의 성격에 대해 고민한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기질은 타고 나기에 변할 수 없다 할지라도 성격은 주변의 환경이나 교육 등으로 인해 변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10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던 영화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도 서울대에서 출판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밑줄 쳐가며 읽었고 햄릿에게서 영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보면 셰익스피어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명작은 그냥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래서 내 삶에 자극을 주고 영향을 준다. 이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금도 전 세계는 하루도 빠짐없이 햄릿을 공연하고 이 책의 마력에 빠져든다. 삶은 누구나 갈등이 있고 무엇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이제 그 선택 앞에서 스스로에게 명령한다.
“햄릿! 이제 칼을 높이 들어라”  



나는 '리뷰어다' 이벤트 참여 글입니다.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j*****r 2011.11.11. 신고 공감 10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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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있다. 그리고 비극으로 끝나는 네 작품을 읽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직과 신의라는 사실도. 당신이 흔들릴 때 당신은 고전을 일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야한다.  

m*****g 2011.09.15.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