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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힌다. 문체가 부드럽고 맑은 수채화 같아서 읽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용은 그렇지 않지만, 차분한 문체 때문에 펀안하게 읽힌다. 하지만 자식이 발달 장애아이다 보니, 그 부모의 마음과 고생을 아는 나로서는 그 아픔이 전해져 왔다. 사실, 나의 친한 친구의 아들도 자폐아이고, 또 다른 친한 친구의 딸도 자폐아이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자식을 키우는 어려움이 얼마나 힘든가를 안다. 과거,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것까지 신경쓰면서 걱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생각이 깊어 보인다. 사실, 주영선 작가의 작품을 '최고 운전'만 빼고 다 읽어본 나로서는 작품에 계속 등장하는 자폐아를 보면서 혹시 본인의 실제 상황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뒤에 나오는 문학수첩의 '인터뷰'를 보면 알겠지만, 작가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니, 그 묘사가 생생하다. 자식에 대한 묘사도 그렇지만 엄마, 아빠의 마음과 고민, 걱정이 잘 보인다. 그렇다고, 이 작품은 그런 고통, 힘든 상황을 아프게 보여주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독자로서 읽다보면, 그 아픔보다는 자식을 키우는 가운데, 부부가 서로 이해하고, 아내에게 유럽 여행을 갖다 오라고 허락하면서, 혼자서 아이 뒷바라지를 하는 남편의 마음에 감동하게 된다. 여자 주인공 기효의 파리 여행도 나오지만, 과거 가족의 삶도 보여주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식과 가족을 위해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여자 주인공이 파리로 떠난 후, 자식을 돌보는 남편. 그리고 동화 이야기... 남편이 세심하게 자식을 돌보는 모습... 그리고 모안이란 도시(아마도 강릉)에서 만나 파리에서도 만나는 여인들과의 우정... 이런 것들이 펼쳐지는데.... 나는 소설을 보면서 계속 자폐증 아이를 돌보는 부모가 더 눈에 박혔다. 화장실 갈까라는 물음에 아들 지우는 춤?...이라면서 춤을 춘다. 그걸 바라보는 아빠 명후는 눈물을 쏟고 만다. 혼자 일년 간, 지후를 돌보던 기효(여자 주인공)는 , 한탄했다. '지우랑 같이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너무 힘들어. 지우는 한평생 무엇으로 살까?' 남편 명후는 자신이 지어낸 '푸푸의 이야기'를 아들을 위해 녹음을 하고... 그리고 또 이런 말이 나온다. 자폐성 발달 장애는 문밖을 나가 또래와 같은 성장을 할 수 없다. 익숙지 않은 것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 있어서 먹던 것만 먹고, 가던 길만 가며, 무엇이든 줄을 맞추고, 익숙한 것에만 안심한다.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흐트러지면 이상 반응을 보이며, 과도하게 방어한다. 그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살아가는 부모의 삶은, 영원한 소꿉놀이다. 지우를 낳고 키운 지난 20여 년, 명후는 지우의 존재를 주변에 이해시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은 헛수고였다. 모두 떠나거나 멀어졌고, 권한 받지 않은 이들의 평가 대상이 되었다. 이런 글들을 보면 22년간, 기효(여자 주인공)와 명후(남자 주인공)의 삶이 어떤지 상상할 수 있다. 이 소설을 보면서 나는 내 친구들을 떠올렸다. 한 사람은 아들을 위해 사회 보장 제도가 잘 된 외국으로 떠나서 잘 정착했지만, 어찌 자식에 대한 걱정이 없겠나? 또 한 친구는 아마도 30대 중반이 된 어린 아이 같은 딸을 위해 늘 직장 출퇴근을 같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이제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를 향해 가다 보니... 그들이 앞으로 자식의 미래를 생각하면, 걱정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자식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것이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다. 절절하게 그 힘든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익숙해지고, 하나의 운명처럼 여겨지는 삶을 다 받아들이는 가운데 작은 행복을 찾아가는 아름다움이 보인다. 그런데 사실, 요즘 아무리 정상인이라 하더라도, 부모 자식 간의 갈등, 부부지간의 갈등...이런 거 어마무시하다. 돈이 많고, 잘 나고...그래서 서로 상처주고, 받고, 갈등 속에서 산다. 아이가 발달 장애라서 부모의 마음은 아프지만, 그래도 동화를 들려주고, 아담한 집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소박하고 행복해 보인다. (나만의 착각일까? ) 오랫동안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었다고 파리 여행을 허락하고, 아이를 돌보는 남편의 모습도 아름답다. 이 소설은 그런 분위기다. 엄청난 스토리로 반전을 거듭하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맑은 수채화 같은 소설이다. 인터뷰를 보니, 작가는 앞으로도 '가족'의 문제를 다루고 싶다 한다.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그만큼 진솔하고 또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소설인 것 같다. 그런데 발달 장애아를 둔 부모의 고민도 보았지만, 과연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작가가 그런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던진 것은 아닌데, 독자로서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자식이 발달 장애라서 불행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분위기가 펼쳐져서 그렇다. 또한 현실 속에서 잘나가는 자식들, 부모들 속에 서린 고민, 갈등도 많이 목격해서 그렇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이냐? 나는 이 소설을 보면서 계속 그것을 생각했다. 그런 잔잔한 희망이 보여서 좋았다. 독자 분들도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것 같다. 자식이 발달 장애라고 해서 힘들기는 하지만...꼭 그것이 절망적인 불행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