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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날개를 달아드리고 싶다. 누구도 햇빛 아래 당당하게 소리쳐 이분들의 삶이 이랬다고 이랬으니 어떻게 해야하냐고? 군복과 칼날과 총탄에 짓밟히고 야멸찬 눈빛과 냉대에 가슴에 피멍이 들어야 했던 그녀들. 따뜻하게 반겨줄 수 없었던 고향, 햇살 환히 비추는 고향을 잃어버린 그녀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이야기한 책은 없었다.
없는 집안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국민학교도 청강생으로 다녀야만 했던 마당순이. 그것도 부족해 간신히 얻은 책마저 불태우는 가부장적 가정의 아버지와 오빠의 핍박. 일본인 애보개로 돈을 벌어와야만 했던 마당순이. 아버지의 징용을 막아보려 나선 징발.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하는지도 모른채 가족들을 먹여살리고 양자로 유학을 간 첫째 오라버니를 만날수도 있을 거란 희망과 못다한 공부에 대한 부푼 기대만을 안고 오르게 된 기차와 배.
천국일수도 있는 비취빛의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서 그야말로 군복들의 정자 배설구로 살아가는 오당순이. 숱한 매와 총칼에 그녀들은 그렇게 동물이 되어갈 수 밖에 없었다. [인상깊은구절] 엄아의 손재주를 이어받아 죽어간 동료들의 모습을 나무에 새기는 장면, 그리고 그 나무인형들의 모두 모여 앉아 만들고 막사 뒤편 나무에 끈으로 묶어 놓는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낭당 문화를 연상케 하며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오색찬란한 끈들이 깃발처럼 나무끼며 저마다의 색깔과 모양을 지닌 인형들의 모습과 그 주변을 도는 군인들의 모습과 그녀들의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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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군 위안부. 그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때때로 우리들을 분노하게 하는 사건이지만 차마 마주 하고 읽을 용기를 내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전에 본 티브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가 생각났고, 그때 드라마가 무진장 인기를 얻었음에도 이 책은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고통스런 기억의 탈출을 시도하였고, 음지가 아닌 양지로 밀어내려는 의도였든 간에 우리는 그녀들의 피눈물을 기억해야만 한다. 작가는 미국 국가기록보존소의 공식 문서 속에 남아 있는 단 한 명 남은 생존자를 찾아가 일기뭉치를 건네받아 복화술사가 되기를 자처하여 오마당순이의 삶의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 말 공장에 취직시켜준다거나 돈을 벌게 해 준다는 거짓으로 우리의 젊은 여자들을 데려가 사람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였고, 그것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 전쟁 중이었다고는 하나 그 걸로 모든 걸 덮어버리기엔 그녀들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핏빛이 너무나 선연하다. 또한 비교적 잘 알려진 가미가제 특공대 뿐만 아니라 잠수 어뢰를 동원하여 적함에 몸체를 충돌하는 인간 어뢰와 같은 병기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일본의 잔인함을 확인했다. 오로지 천황의 방패막이로 특공대 착출을 하면서 희생된 목숨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무서움을 해소하기 위해 위안소로 찾아온 젊다고 보기에 어린 소년. 황군의 사기 진작과 병력 소모 방지를 빙자하여, 전시 기간 동안 병사들을 전쟁터에 내보내 싸움을 시키려면 무기와 군마와 군량 말고도 ‘여자’라는 또 하나의 병기가 필요했던 그들 일본. 그리고 철저하게 계획 하에 위안소 건물을 지었고 주기적으로 아랫도리를 점검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나듯 그녀들은 섹스 특공대로 전쟁의 지도를 그렸겠지. 예나 지금이나 모의 전쟁이나 전쟁에 대한 그림을 기가 막히게 그리고 있으니! 섹스 특공대. 그 표현이 기막히다. 아름다운 남태평양의 어떤 나라는 그렇게 위안부로 전락하였었고 나는 여행으로는 그 나라를 갈 엄두를 전혀 내지 못한다. 그곳에서 죽어간 분들도 많고 자살한 분들도 많기에... 가슴에 굳은살이 박혀 고통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 좋으련만 날마다 새롭게 고개 드는 기억들이 남은 생마저도 고통스러워 할 분들.
책을 읽는 도중 딸아이에게 종군위안부에 대해 물었다. 아느냐고. 전혀 모르는 눈치다. 간단히 설명을 해 주었는데 눈만 꿈뻑. 어찌할까 지금 읽혀야 할까 좀 더 기다렸다가 읽혀야 할까가 고민이다.... (아마 내 그랬던 것처럼 알든 모르든 읽히겠지. 그리고 나중에 생각나면 본인이 찾아서 읽을 기회가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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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나에게 하고있는 말이 너무 무거워 가슴이 먹먹하다. 그녀의 존재와 나의 정체성과 내 아이의 미래에 대해 애써 외면하며 살았던 게 아닌가. 그래서 더욱 답답하고 영혼이 빠져나간 듯 그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었던가.
나는 그녀를 딱 한 번 봤을 뿐이다. 우연이면서 필연인 듯 친구를 따라 나섰다가 그녀를 보았다. 그저 그랬다. 그 집에서 청소를 해주고,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듣고.... 티비를 보다가... 피곤에 지쳐 그녀의 따뜻한 아랫목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후다닥 일어나 막차를 타고 나왔다.
그 뿐이었다. 기회가 있었지만 가지 않았고, 그렇게 잊고 지냈다. 친구에게 그녀가 죽었다는 문자를 받고, 누구??? 아... 그 할머니... 그랬구나.
용서를 빌고싶고.. 한 없이 그리워진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일에 치이고 남편과의 갈등에 치이고 그러다가 어느샌가 마음의 문이 닫혀버리고 그러자 몸도 닫혀버렸다. 그 무언가가 나와 세상 사이에 가로막고 버티고 서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것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외치고 있다.
마당순이가 내가 되어 뱃머리에 서 있는 것 같다. 일상은 무심하게 흘러가지만, 나는 험한 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는 배... 그 배 안에 서 있는 흰옷입은 여자가 되어있다.
순아... 너를 위해 내가 목각인형을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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