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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혁명을 꿈꾼다...[에쥬케이터]
"우리는 혁명을 꿈꾼다...[에쥬케이터]" 내용보기
1. 지난 5일 리영희 선생이 돌아가셨다. <전환시대의 논리> <역정> <스핑크스의 코> <대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여러 책에서 세상과 맞서 할 말을 하면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려 애쓰신 분이다.   군부독재에 맞섰고,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했으며, 몸으로 앎을 옮기며 살다 여든한 살의 나이로 저승으로 떠나셨다. 먼 길을 잘 가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혁명을 꿈꾼다...[에쥬케이터]" 내용보기

1.

지난 5일 리영희 선생이 돌아가셨다.

<전환시대의 논리> <역정> <스핑크스의 코> <대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여러 책에서 세상과 맞서 할 말을 하면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려 애쓰신 분이다.

 

군부독재에 맞섰고, 남북한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일했으며, 몸으로 앎을 옮기며 살다

여든한 살의 나이로 저승으로 떠나셨다. 먼 길을 잘 가셨으면 좋겠다.

세월이 흘러도 올곧은 길로만 다녔고, 오로지 한 길로만 갔을 뿐이었으니,

어쩌면 가장 멋지게 살다 가신 분이기도 하다.

 

민중당에서 일하다가 한나라당에 들어간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김문수 경기도지사처럼,

젊을 때는 세상이 뒤바뀌어야 한다며 뛰어다니지만 나이가 들면 아주 다른 모습으로 사는 이들도 있다.

세월의 무게에 눌려 피끓던 때에 가졌던 생각은 저만치 밀쳐버리고 세상의 흐름에 맡겨버린 이들.

 

그런 이들한테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며 묻는 영화가 있다.

오스트리아 사람인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이 2004년에 만든

<에쥬케이터 Die fetten Jahre sind vorbei / The Edukators>다.

 

혁명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곁다리로 넣은 사랑 이야기도 마음을 끌어간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찌푸린 얼굴로 살아가는 젊은이가 보면 좋을 영화다. 

세월의 때가 묻어 흐리멍텅해진 눈을 가진 아저씨들이 보아서 나쁠 것도 없다.

 

2.

어버이가 일찍 세상을 떠나서 고아원에서 지냈던 얀(다니엘 브륄)은

남들한테 잘 보이려 얀을 제 집으로 데려간 의붓아버지에 눌려 지내다 어른이 되었다.

남의 가게 부엌에서 일해주고 돈을 벌지만 생각은 늘 남다르다.

 

얀과 열다섯 해나 보고 지내다 이제는 같은 집에서 사는 동무인 피터(스티페 에르켁)는

경보기를 달아주는 일터에서 일하는 젊은 사내다.

 

"얀은 가끔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봐서 무서워..."

사귀는 아가씨 율(율리아 엔치)이 얀을 나무라는 소리를 하자, 피터는 달랜다.

"얀은 줏대가 있고 믿을만 해. 괴짜지만..."

 

얀과 피터는 낮에 일터에서 일하지만, 밤에는 영 딴판이다.

봉고차를 타고 가서 잘 사는 사람들의 집에 얼굴 가리개를 하고 남몰래 들어간 다음,

그집의 물건들을 엉망으로 뒤섞어 놓는다. 오디오를 냉장고에 두거나, 욕조에 비싼 도자기를 넣어두거나...

그리고는 큰 글씨를 붙여 놓는다. '풍요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넌 너무 돈이 많아'

 

훔쳐가거나 부수지 않고 그냥 자리만 옮겨둘 뿐이지만, 집에 들어선 임자는 놀랄 수밖에 없다.

"네가 나쁜 짓 하는 것 다 알아.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 두지 않을 거야..."고 따끔하게 말하는 듯해서.

얀과 피터는 밤마다 눈꼴사납게 사는 어른들한테 한 방을 먹이면서 가르쳐주는 '에쥬케이터' 노릇을 한다.

 

3.

들키지 않고 밤에 잘 나가던 얀과 피터는 엉뚱한 율 때문에 엇길로 가게 된다.

제 차인 벤츠를 율이 박았다며 고치는 값으로 10만 유로를 받아내려는

하르덴베르크(버그하르트 클로즈너)가 눈에 들어온 것.

 

돈이 많은 하르덴베르크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일이 꼬여버린 얀과 율은

경찰에 잡히지 않으려고 피터까지 불러 하르덴베르크를 잡아서 멀리 산에 있는 오두막집으로 데려간다.

이제껏 남몰래 남의 집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이젠 일이 커져 버렸다.

하르덴베르크를 죽여 입을 막아야 할지, 그냥 풀어주고 셋이 달아나야 할지...

 

게다가 피터가 바르셀로나에 다니러 간 사이에 율의 방을 옮기는 일을 도우다 마음이 맞았고,

하르덴베르크 집에 같이 들어갔다가 눈이 맞아버린 얀과 율.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

피터는 피터대로 닭 좇던 개 지붕 쳐다 보듯, 율과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동무인 얀과는 어색하고... 

 

4.

감독이 돈 많은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들이 많다. 피터와 얀, 율의 입을 빌어 말한다.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아이들이 신발을 만드는데 그들은 얼마를 못 받아..."

"그렇게 돈이 많은 놈이 차 고치는 값으로 10만 유로나 받아...애먼 놈만 잡는구나"

"비싼 차나 굴리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죽도록 일하고 세금을 내야 하나..."

"돈 많다고 당신들이 휘두르는 폭력에 견주면 우리가 하는 짓은 새발의 피야..."

 

그런데 하르덴베르크는 끓는 피를 뿜어내는 젊은 것들한테 '너희들이 뭘 알아?'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그냥 살려 보내주면 경찰에 신고는 하지 않을 것이야..."

"너희들도 나이들고 피붙이가 생기면 새로운 것을 찾게 돼...새것을 사려면 돈을 벌어야지..."

"그냥 돈을 버는 게 아니야. 공부도 많이 하고 세상 돌아가는 꼴도 빨리 알아야 하지..."

"우리도 처음부터 돈이 많았던 건 아냐. 오래도록 나름대로 땀 흘려 벌었어..."

 

"1968년 68혁명에서 앞장을 섰던, 그 때가 좋았지. 가난하지만 사랑했고 행복했어"

하르덴베르크는 옛날을 그리워 한다. "나도 이제 다 때려치우고 시골로 가서 살고 싶어..."

 

옛날 풋풋했던 마음은 집을 나가고 세월의 무게에 눌려 이제는 생각마저 늙어버린 이들도 있지만,

바뀌지 않고 늘 그대로 젊은 생각으로 사는 이들도 있다. 생각이 바뀌지 않고 한결같이 살아가는 사람.

하르덴베르크는 옛날을 그리워 하지만 그때의 생각으로 앞날을 살지 못하지만,

얀과 피터, 율은 바뀌려던 마음을 다 잡고 다시 이상을 찾아 나선다. 혁명을 꿈꾼다.

 

5.

조선시대 숙종 임금때 썩어빠진 벼슬아치들의 집에서 물건을 훔쳐내서

못사는 이들한테 나눠주고 매화 한 가지를 새겨놓은 '일지매'나,

무리를 이끌고 셔우드 숲에 살면서 돈 많은 이들의 물건을 빼앗아

어려운 이들한테 나눠주었다는 잉글랜드의 로빈훗과는, 이들이 사뭇 다르게 움직인다.

 

나쁘게 돈을 많이 번 사람들한테 세상이 지켜보고 있다는 글을 남겨 그저 두려움을 느끼게 할 뿐이다.

빼앗거나 훔치거나 때리지 않으므로 나름대로 법을 지키려 애쓰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해서 과연 나쁜 어른들을 가르쳐서 바꿀 수가 있을까? 아쉬운 대목이다.

 

또 아쉬운 구석은 피터와 율이 사랑하다가, 얀과 율이 사랑하게 되고, 이젠 셋이 어울려 다닌다.

그래서 어쩌겠단 이야길까? 얀과 피터가 율을 나눠 <글루미 썬데이>에서처럼 반씩 사랑하자는 뜻인지?

감독의 마음이 어느 쪽인지 나와 있지 않다. 감독도 될대로 되라는 마음인지...

 

도이칠란트는 우리와 사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율이 세든 집을 옮길 때 새로 벽에 칠을 깨끗이 해주고 벽지를 발라주고 나오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 받을 수 없다. 우리네는 부수지 않았으면 그냥 나와도 된다. 칠이야 새로 들어올 사람이

제 마음에 들도록 하면 될 텐데...깔끔한 사람들이라서 그럴까. 알 수 없는 대목.

 

6.

영화 디브이디는 두 장짜리여서 좋다. 영화는 화면이나 소리가 괜찮고, 보너스는 푸짐하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감독과 배우들이 나와 이야기를 해주고, 잘라낸 장면과 웃기는 장면을 보여준다.

깐느영화제에 가서 있었던 일도 담았고, 예고편도 있으니 있을 건 다 있다.

 

그런데 디브이디 껍데기 사진이 바뀌었다. 내가 살 때는 검푸른 빛이 났는데, 이제는 뒷바탕이 노랗다.

알맹이는 같은 듯한데...두 해나 앞서 산 탓에 11,800원을 주었지만, 이제 4,400원이란다.

쩝...이거 너무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b******g 2010.12.08. 신고 공감 3 댓글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