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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실제세계에서 살다가 이세계로 넘어온 일본인이 주인공이었던 전작과는 달리 `오 분 후의 세계`의 원래 거주자인 미국인 종군 기자 캐서린 코리가 주인공이다.
전작에서 시간이 십 년 가까이 흘러 소련은 해체되어 소련이 점령했던 지역은 권력 진공 지대가 된다. 일본이 연합군에게 점령되어 분할 통치를 받는다는 사실을 빼면 기본적인 역사 흐름은 실제 세계와 같다. 이건 좀 이해할 수 없었던 게 만약 연합군이 세력 충돌을 막기 위해 자기네들끼리 합의를 거쳐 일본 땅 나눠 먹기를 했다면 굳이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분단시킬 이유가 있을까라는 거다.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분할된 것은 미국과 소련이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자기들 국가체계의 지속을 위해, 자신들의 체제가 아시아 대륙에 세력을 뻗칠 때, 두 세력이 부딪히는 중간 지대로 봤기 때문이다.-일부는 남북으로 분단된 게 내부 세력 갈등 때문에 그렇게 된거라고 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론 이렇게 보지 않나 싶다.- 그런데 일본 땅이 점령당해 네 개로 분할 통치를 받는 일이 일어났으면 세력 분포는 또 달라지게 될 텐데 실제 역사와 흐름이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중국과 소련이란 두 체제의 중심국가들이 세력 균형을 이루는 건 이해가 가지만 말이다. 일본 땅이 2차 세계대전 끝나기 전까지 서구 제국주의에 침략당했던 아프리카나 인도처럼 천연자원이 풍부하다면 또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무슨 이유로 그렇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냥 항복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이유로 둘도 아니고 네 개의 나라가 한 나라를 나눠 먹을까. 앞 권에선 소설의 세계관에 적응하느라 바빠 생각을 못했지만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세계 설정에서 좀 엉성한 부분이 있다.
이제 본편으로 들어가서 작품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초반부는 전투 묘사는 적은데 여자 주인공 성격이 상당히 이상했다. 자의식 과잉도 정도가 있다. `언더그라운드`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군인들이 일개 저널리스트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는 걸 보면 캐서린이 `언더그라운드`에 취재하러 오기 전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에도 종군 기자로 갔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에 취재하러 온 이유 중 하나가 일본인 전 남자친구에게 `언더그라운드`가 얼마나 대단한 집단인지 세뇌를 받아서였다는 것도 어이없다. 그런 이유로 적대국가, 전쟁터를 취재하러 가는 건 꼭 선교하러 이슬람 국가에 가는 몇몇 집단과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캐릭터의 성격에 일관성과 사실성을 부여해줬으면 한다. 전형적인 저널리스트를 바라지는 않지만,사람의 기본적인 행동 원리는 실제 세계든 판타지 세계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편보다 별 한 개 적게 줬다. -
![]() 왼쪽은 책표지, 오른쪽은 휴가 바이러스를 극복하는데 압도적인 위기감을 에너지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에서 휴가 바이러스가 맹위를 떨치는 듯합니다, 언젠가 뉴욕에도 피해가 가게 될까요,
캐서린 코리, -260쪽, 위 사진에서 오른쪽 글의 일부로 일본인 전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그나저나 재일교포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한 번도 안 나온다.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가 살짝 `언더그라운드`에선 재일 조선인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을 언급하기도 한 듯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자기네 민족도 국민, 비국민으로 나누는데 재일 조선인은 차별하지 않았을지 의심이 뭉게뭉게 솟아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