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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이야기 속으로 유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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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일은 이야기의 다음 장을 넘기는 행위와 닮아 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 그 알 수 없는 가능성이 우리를 내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호기심,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기대.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을 반복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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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가는 일은 이야기의 다음 장을 넘기는 행위와 닮아 있다.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 그 알 수 없는 가능성이 우리를 내일로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호기심,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대한 기대. 


내일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것 같지만, 실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을 반복하더라도 그 안에서 무언가 달라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사소한 우연 하나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을 이끌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친 일이 훗날 돌이켜보면 어떤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 있기도 하다. 삶은 그렇게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다른 이야기가 되어간다.


이야기를 읽는 일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책장을 넘긴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짐작하고, 때로는 그 짐작이 빗나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살구 농원 술래잡기』의 기정은 신문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 스크랩한다. 주변인의 행동과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해주기도 한다. 수많은 사건과 사연 가운데 유독 마음을 붙잡는 이야기가 있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도 그렇게 살아간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소비하고, 잊기도 하고, 도무지 잊히지 않아 마음 한구석에 오래 간직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이야기가 자신의 삶과 맞닿는 순간을 경험한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누군가의 이야기가 어느새 내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삶이 오롯이 그 사람만의 이야기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타인의 이야기를 통과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생각이 바뀌고, 우연히 만난 사람으로 인해 예정에 없던 길을 걷기도 한다. 어떤 이야기는 이내 사라지지만 어떤 이야기는 깊숙이 스며들어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게 만든다. 


나의 이야기는 어디까지 나의 것이고 어디서부터 타인의 것일까. 우리는 저마다 독립된 이야기를 살아가는 동시에 서로의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인물들이 된다. 


이야기는 그 자체로 힘이 있다. 자신이 결코 하지 못할 일도, 평생 가보지 못할 곳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누군가의 마음도 이야기 안에서는 경험할 수 있다. 타인의 삶을 잠시 살아보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이야기가 재미없을 도리가 없다. 이야기는 현실을 벗어나게 하면서도 오히려 현실을 더 넓게 이해하도록 만든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에 마음이 움직이고,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의 사연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에는 정해진 크기나 무게가 없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문 한 귀퉁이의 짧은 기사에 불과할 수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일이 한 사람의 생을 완전히 바꾸어놓기도 한다. 무엇이 중요한 이야기인지는 사건의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을 살아낸 사람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야기는 삶과 같아 살아낸 만큼 자라난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그 자리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났다고 믿었던 이야기가 뜻밖의 순간에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미리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에 궁금하고, 궁금하기에 다음을 기대한다.


오늘까지의 삶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내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한순간의 우연으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시작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살아가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다음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의 이야기 속으로 유영하면서.



* 이 글은 책의 마지막 물음에 대한 나의 답이다. 저마다의 생각이 이어질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 자체로 힘을 갖는 삶의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그 이야기들이 어디로 흘러가고 또 어떤 이야기를 불러올지, 기꺼이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도서증정 @munhakdongne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살구농원술래잡기 #정기현 #시리즈n #소설추천 #도서추천 

YES마니아 : 플래티넘 s****7 2026.10.23.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발랄+기이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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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기이하고도 발랄한 소설이다 그러나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소설. 어둡지도 않고 처지지도 않는 소설이다노래를 글로 쓰면 이렇게 리드미컬한 책이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에서 기세가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살구나무 농원에 진짜로 이 인물들이 살것만 같다.#살구농원술래잡기#정기현 #시리즈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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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기이하고도 발랄한 소설이다 그러나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소설. 어둡지도 않고 처지지도 않는 소설이다

노래를 글로 쓰면 이렇게 리드미컬한 책이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설에서 기세가 느껴지는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살구나무 농원에 진짜로 이 인물들이 살것만 같다.

#살구농원술래잡기#정기현 #시리즈N

p***********0 2026.10.29.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살구 농원 술래잡기
"살구 농원 술래잡기" 내용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자리에. / p.228현실에 발 붙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니, 훨씬 더 공감한다. 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현재의 우리'에게 초점을 맞추어 늘 감상을 남긴다. 예전에는 이런 이유로 소설이 아닌 비문학 계열의 책들을 즐겨 읽었다. 비교적 직관적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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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자리에. / p.228


현실에 발 붙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니, 훨씬 더 공감한다. 허구의 세계를 다루는 소설들을 읽으면서도 '현재의 우리'에게 초점을 맞추어 늘 감상을 남긴다. 예전에는 이런 이유로 소설이 아닌 비문학 계열의 책들을 즐겨 읽었다. 비교적 직관적으로 와닿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장르를 불문하고 읽다가, 소설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그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소설의 세계도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된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하게 다가왔던 이 책은 정기현 작가님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보다는 출판사 편집자로 더 익숙한 분이라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고, 출간된 작품도 꾸준히 찾아 읽었다. 단편집 <슬픈 마음 있는 사람>과 경장편 <이웃집의 탐스러움>에서는 그동안 매체로 접했던 작가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서 인상 깊었다. 이번 신작도 큰 기대를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소설의 주인공은 세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기정이라는 인물이다. 주요 공간적 배경이 되는 향주는 작은 시골 동네로, 살구나무를 많이 재배하는 듯하다. 우연히 미용실에서 마주한 이후로 자주 만나게 되는 선열, 과수원 주인 박정김, 신문 스크랩이라는 이상한 업무를 맡기는 세무사 문종일 등 기정을 둘러싼 인물들, 그리고 향주에서 벌어지는 살구나무 절도 사건을 따라간다.


전반적으로 술술 읽혔지만, 조금 난해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배경이 비교적 고정되어 있고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행동만큼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종잡기 어려웠고, 이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데 한참 걸렸다. 밝고 통통 튀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이 이야기가 뜻밖의 재미로 다가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바로 그 인물들의 행동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작은 회사에 다니는 젊은 여성, 시골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노년의 여성, 살구나무를 키우는 남성, 머리숱을 걱정하는 미혼 남성까지 배경만 놓고 보면 이들은 그저 지나가는 시민일 뿐이다. 그런데 배경 너머로 깊이 들어가 보면 하나같이 이상하다. 익숙함과 기괴함 사이에서 내내 뭐라 말하기 애매한 감정이 따라다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이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일상 속의 뒤틀린 비현실. 평범한 인물들이 벌이는 일들은 독자의 혼을 쏙 빼놓는다. 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가상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익숙해질 즈음,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일도 기정이 맞닥뜨리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결국 인생은 살구 농원의 술래잡기인 셈이다.

m*******6 2026.10.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