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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강렬한(=완전 공감되는) 인상을 남겨주는 이 책은 캐나다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인 저자는 공황장애와 강박 장애를 안고 살아왔어요.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 증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세상에 반응하는 신호임을 깨닫고 이들에게 씌워지는 부당한 낙인을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어요. 불이 나면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듯이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 절망. 분노 .두려움은 세상이 불길에 휩싸였음을 감지하고 올리는 경보라고 해요. 진료실에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와 함께 저자 스스로도 공황장애와 강박장애를 겪으며 경험한 이야기들을 전해 주고 있어요. 저도 분명 여기저기 몸이 아픈데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하고, 심리 상담을 다녀와도 내 탓으로 원인을 찾는 상담 속에서 답답함을 느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속 시원함이 느껴졌어요. 힘든 세상속에서 우리에게 계속 올리는 경보가 무엇인지 알아가며 대처하는 방법이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해요 🌿 어떤 유형의 심리치료를 받든 상담을 받는 사람이 자기 감정을 깊이 경험해야 치료 효과와 환자의 만족감이 가장 크다는 사실이 연구를 거듭 확인되고 있다.(중략) 감정을 다시 깨우는 방식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게 사실이지만 통찰력과 합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에만 몰두하는 방식보다 치료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된다.(p3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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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You, It‘s the World:
정신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 / 조애나 치크 / 제효영 역 @simsimbooks @prunsoop 이 책의 원제만 봐도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무엇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지만 미리 고백하자면, 공감보다는 더 중요한 무언가를 느끼게 했던 책이었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적어볼까 싶다. 나는 해저에 가라앉은 어린 소녀다. 나는 배 밑바닥에 있는 십대 소년이며, 경매장에 전시된 젊은 여성이다. 나는 남들이 믿는 신에 관해 노래하던 할머니다. (…) 나는 나를 사냥하는 사람이다. 44~45쪽 위의 발췌문은 1장에서 인용된 라마 로드 오언스가 자신의 몸에 남아 있는 트라우마와 비극을 표현한 글의 일부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내가 겪은 아픔과 남겨진 트라우마를 이렇게 위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것은 철저하게 ‘나’ 개인에게 한정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나를 흔든 것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연대하며 공동체적으로 서로가 함께 회복할 때 비로소 온전한 치유가 가능하다는 지점이었다. 그러므로 더 큰 공동체와 시스템 전체가 치유되어야 트라우마에서 회복될 수 있다. 안전한 사람들과 살고 있고, 공정한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믿음이 회복되어야 요란하게 울려대는 경보도 잦아든다. 167쪽 이 부분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고통을 ‘경보’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울리듯, 불편함과 절망, 분노와 두려움도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신적인 것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신체적인 반응으로도 등장한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특정 장면이 오래도록 각인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생각을 그대로 유지하고 간직하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자유롭게 살 수도 있고, 생각에 속박되어 살 수도 있다. 때로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생각에 빼앗긴 힘부터 되찾아야 한다. 354쪽 최근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믿지 말라, 생각에서 벗어나라, 틀릴 수도 있다와 같은 문구가 들어간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고, 그때마다 챙겨서 읽곤 했다. 생각의 잘못을 알아차린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잘 다스리는 방법, 편집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된 부분이 그래서 유용하고 참 고맙게 느껴졌다. 물론 책을 읽고 나면 당장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는 불안과 슬픔을 바라보는 방식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왜 나는 이럴까’라고 묻는 대신 ‘지금 내 마음은 무엇을 알려주고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그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리고 혼자만의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나를 돌보는 일에서 시작해 주변을 살피고,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며,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조금씩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것. 이 책은 그 길을 생각해보게 하는 따뜻한 안내서가 되어준다. #정신나간세상에서아픈사람들 #조애나치크 #itsnotyouitstheworld #트라우마 #치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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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가 모여 조직이 되고, 조직은 신체계통이 된다. 몸은 항상성으로 균형을 맞춘다. 한쪽에 염증이 생기면 다른 쪽이 열심히 제 역할을 하듯이. 이 유기적인 신체의 관점을 사회에 그대로 가져온다면 어떨까요. 이 책은 정확히 그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스트레스 받으시나요? 저자는 과감하게 말합니다. 그건 당신을 둘러싼 역사와 폭력, 불평등, 그리고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사회 구조 때문일 수 있다고요. 저자 조애나 치크는 캐나다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로,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부교수이기도 합니다. 그는 우울, 불안, 번아웃 같은 증상을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라 '망가진 세상에 대한 당연한 반응'으로 읽습니다.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작동하듯이,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과 절망도 세상이 위험하다는 걸 정확히 감지하고 울리는 경보라는 거죠. 책은 이 고통을 여러 층위에서 짚습니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병으로 변해가는지, 전쟁과 식민지배·차별 같은 역사적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몸에 새겨지는지를 다양한 데이터와 사례로 설명해줍니다. 저자 자신이 공황장애·강박장애와 살아온 경험, 성소수자로서 내면화한 수치심을 솔직하게 풀어놓은 대목에서는 이론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생한 증언을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신의학을 다루는 저자답게, 책 후반부에서는 감정을 다스리는 구체적인 방법들도 함께 제시합니다. 알아차리기, 자기 연민, 생각과 거리 두기, 관계 회복하기까지. 서울대 이현정 교수가 추천사에서 짚었듯, 개인의 치유와 공동체의 회복이 결국 하나의 과제라는 걸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각 분야별로 데이터와 사유를 차분히 짚어주니,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오롯이 내 탓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짐이 덜어지는 기분이었어요. 이 책은 불안이 나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라는 걸 알려주고 힘을 실어주는 책이었습니다. 요즘 자꾸만 스트레스에 짓눌리는 기분이 든다면, 그리고 그게 온전히 내 탓처럼 느껴진다면, 이 책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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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감정의 재발견! 불안, 시기, 질투, 슬픔 부정적인 감정에도 역할이 있다. 불안은 위험상황에 대비하도록 도와주고, 슬픔은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한다.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에서 다룬 감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기하는 마음이었는데, 누군가에게 시기, 질투를 느낀다면 내가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거다. 나는 여기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는데, 내 비좁은 마음으로는 내가 잘하고 싶은 분야에서 나보다 누군가 먼저 성공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면 축하하는 마음 뒤로 부러움이 슬그머니 뒤따라 오기 때문. 여기서는 그 감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아서 좋았다. 또 하나 불안과 상실, 고립 등은 개인의 차원이 아닌 사회적인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고립으로 인해서 소속감과 유대감이 위태로워지면 우리 뇌에서 분리 불안 경보가 내린다는 거다. 사람들과 떨어져 지내는 것이 견디기 힘든 것은 우리가 방치되거나 거부당하는 것이 두려워하도록 진화했다는 거다. 이유는 그게 생존에 이롭기 때문이라는 것. 결집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거다. 이렇게 사회 진화론적 관점에서 감정을 설명해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혼자 있고 싶은 마음’역시 어딘가에 소속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 속에서 느끼는 해방감과 자유이지, 고립이 계속되면 지금과 같은 자유를 느낄 수 없겠다 싶었다. 이리저리 마음이 치이는 날, 나는 왜 이럴까 자책하는 대신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을 읽으면 ‘내가 지금 이래서 마음이 힘들구나’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게끔 도와줄 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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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시대 위기의 시대 우리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대를 개인도 국가도 보내고 있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세계 곳곳에서는 유혈사태의 전쟁중이고 물가는 치솟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인구 고령롸는 가속화되고 대구모 전쟁이 또 예상된다는 불안감..... 무엇이 옳은지 모르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세 냉정한 가르침도 따뜻한 위안도 동시에 주는 책을 발견했다. 불안의 원인을 해소할 수는 없어도 불안의 해소를 위한 나만의 노력이 개인을 바꾸고 집단을 바꾸고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걸 알게 해주는 책이다. 모든 문장의 가르침운 뾰족하게 와닿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명문장들.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는 생존법을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이 책속에 진리가 숨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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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간 세상에서 아픈사람들 #조애나 치크 #도서출판푸른숲 최근 2년 사이에 공황장애가 악화되면서 일상생활이 굉장히 어려웠다. 아무때나 찾아오는 공황 증상 때문에 급격히 떨어지는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라고 느꼈다. 병원진료 외에 뭘 더 할 수 있을까 싶어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보았다. 운동을 하고 상담치료를 받았다. 필요한 책들이 있다면 열심히 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아마 이 책도 내가 읽은 심리서 중 가장 많은 줄과 메모, 태그가 붙어있지 않을까 싶다.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뭔가 노력할 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것 같았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있는데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나는 조애나 치크가 쓴 "정신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에서 어렴풋 하게 힌트를 얻은 것 같다. 그녀가 이 책에서 하는 말 중 가장 인상깊었던 단어는 "연민" 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질과 불안, 혹은 두려움, 분노 같은 기질적 특징 혹은 질병은 한 개인의 잘못과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역사, 사회, 유전적 경향, 환경 더 나아가서는 이데올로기, 기후, 정치와 경제 같은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의 특성이 결코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 어떠한 트라우마로 파생된 현상이이며, 그러므로 어떠한 계층에 있든지, 혹은 더 좁게는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준다 할지라도 "완전한 나쁜 사람"도 "완전한 착한 사람"도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모두가 자신의 트라우마 위에 세워진 어떠한 존재일 뿐이다. 상담 치료를 하면서 내가 가진 불안의 기원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양한 사건들과 환경의 영향들, 그 현상들 안에서 나타났던 나의 취약한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런 나쁜 영향을 준 사람들 역시 그들의 환경속에서 그렇게 자라나 그들의 모습대로 형성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다 이해할 수도 다 용서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리라..) 그래서 우리에게는 "연민"이 필요하다.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연민"을 가진다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동체로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서로에 대해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공동체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세상은 더 건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연민"은 나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자기 연민"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인 의미로 써 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좋았던 부분은 "산"이 되어 "다정한 시선"으로 관찰하라는 조언이었다. 생각해보니 산은 항상 그 자리에 묵묵히 있다. 바람이 오고, 비가 오고, 사람이 오르고 내려가도 산은 그것을 붙잡거나 휘두르려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서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다. 나는 불안이나 불편한 신체 증상이 찾아오면 그것을 붙들고 놓아주지를 못했다. 뇌에게 자율 주행을 맡겨놓고 뇌가 학습하는 부정적 편향을 습관에 따라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작은 예기 불안에도 두 번째 화살을 쏘아올려 곧바로 얼어붙는 상황을 만들어버리곤 했다. 그러나 저자가 조언해준대로 내게 오는 증상들을 다정하게 관찰하면서 다시 갈 수 있도록 내버려둔다면, 그렇게 왔다가 흘러가게 놓아준다면 나는 어쩌면 더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빨리 좋아지고 싶어서, 너무 간절하게 낫고 싶어서 매 순간을 채워서 노력하던 나 자신에게 짠한 연민을 느낀다. 내 잘못이 아님에도 끊임없이 나를 자책하고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나의 무가치함과 싸워가며 쌓아 올렸던 행복의 열망이 오히려 나 자신을 조급하고 두렵게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녀가 조언한 세세한 부분들을 다시 곱씹으며 나의 습관적 생각들을 교정하고 재정비 한다. 그리고 나에게 조금 편안해지라고.. 다정하게 연민하고 싶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 이 리뷰는 도서출판 푸른숲 으로 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꼼꼼하게 읽고 작성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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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쓰레기 같아? 근데, 가끔 좀 쓰레기처럼 굴면 안 되는 거야? 그러게, 쓰레기가 될 수도 있지.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184" 영화 <더 드라마>에서 결혼을 앞둔 커플이 친구들과 저녁을 즐기다 자기 인생 최악의 비밀을 하나씩 밝히기로 한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고 상처주고 거짓말을 한 과거의 잘못을 하나씩 고백하는 그들 사이에선 약간의 경멸, 비밀스러운 눈짓과 웃음이 오간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조금 더 은밀하고 얄팍한 유대가 한겹 더 쌓인다. 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하는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평범해보이는 선량한 이웃의 모습을 한 영화 속 인물들에게도 쓰레기같은 비밀이 하나씩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가끔 쓰레기가 되며 산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며 살지만 그래도 가끔은 쓰레기가 되고 만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꾸만 쓰레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 순간을,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 자책에 빠지곤 하는 우리에게 '정신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은 쓰레기가 될 수도 있지, 해버린다. 그리고 가끔 당신이 쓰레기가 되는 이유는 당신이 분리수거도 안되는 쓰레기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불운하게도 쓰레기통 같은 세상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풀어놓은 비밀이 관계를 망치는 방아쇠가 되지만,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중에도 당신이 하려고 했던 그 나쁜 행동이 반드시 당신이 사이코패스라는 의미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사건들을 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아, 그것을 자신의 의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어린 시절엔 더욱. 그러니 자신에게도 그런 비밀이 있다해도, 쓰레기통 속의 쓰레기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해도 너무 자책하지 않기로 하자. 사실 나 역시 책의 목차를 보자마자 5장부터 읽었다. 5장의 제목은 <인간쓰레기가 되지 않는 법>이다. 비록 책이 인간쓰레기가 되지 않는 확실하고 명료한 방법을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그렇게 여기지 않는 법을 말해준 것에 가깝지만 그래서 더 좋다. 지금은 그래 뭐 쓰레기면 어때, 하거나 쓰레기가 아니라 쓰레기통 구역을 잠깐 지나고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뿐이야 생각하기로 해본다. " 사는 건 힘든 일이다. 부처가 깨닫고 가르친 고귀한 진리의 첫 번째가 인생은 고통이라는 것이고, 프로이트의 가장 큰 열망은 환자 개개인의 절망을 공통의 불행으로 전환하는 일이었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인류의 진화가 행복하거나 평온한 삶이 아닌 생존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고 설명한다. 18" 다행히 너무나 평범하고 나약한 우리만이 아니라 대단해보이는 사람들마저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공표해놓았다는 것이다. 나만 힘들거나 특별히 더 나쁜 선택만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이 고통은 모두에게 속해있다. 그러니 때로 나쁘게도, 약하게도, 흔들리며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SNS를 보면 다른 삶들의 하이라이트만 모아놓은 것임을 알고도 비교하게 되곤 하는데, 인류의 모든 걸음은 비하인드를 통해 추진력을 얻었음에 다시 위로를 받게 된다. " 오늘날 너무나 많은 사람이 불안과 우울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생각을 중시하는 게 당연시되는 환경에서는 괴로움이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강한 감정 경보인 두려움, 수치심, 죄책감, 분노, 슬픔, 저조한 기분을 없어져야 할 감정으로 여기며 스스로 자기 몸에 두 번째 화살을 쏜다. 왜 이렇게 기분이 좋지 않은지 자꾸만 곱씹고, 기분이 나아지는 게 정상이라고 가정하고, 혹시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이런 나쁜 기분의 원인은 아닌지 찾으려고 하고, 이렇게 안 좋은 기분으로 영원히 살면 어쩌나 294"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은 생각을 했던 부분 중 하나인데 여기서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우리가 반복해서 두번째 화살(237)*을 자기자신에게 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두번째 화살은 불교 경전에서 전해지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는 가르침이라고 한다. 나쁜 사건은 단 한 번 일어났을 뿐인데 우리는 그 사건을 계속해서 곱씹으며 그 때의 부정적인 감정을 이어간다. 세상은/상대는 한 번 화살을 쐈을 뿐인데 그것에 얽매여있으면 스스로 자신에게 또 다른 화살을 꼽는 것과 다름없다. 이 불필요한 감정에 부림 당하지 않고 멈추고자 하는 것이 두번째 화살을 피하는 방법이다. 이와 싸워 이기거나 회피하거나 매몰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끌려다니지 않아야 함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우리는 일이 잘 안풀리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날 때 심지어 아플 때도 반사적으로 자기자신을 살핀다. 걱정되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뭐가 문제였을까 자신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 때문일까, 나는 왜 이럴까 같은 자책과 점검, 반성을 하려한다. 이 두번째 화살을 자신에게 겨누기 전, 타인이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면 어떻게 대해줄 것인지 생각해본다(209). 타인이 실패를 겪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을 탓하던 생각을 그대로 할 수 있을까?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속으로 생각할지언정 차마 드러내지 못할 것이다. 타인에게 보이는 위로와 친절을 같은 상황에 처한 자신에게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잊는다. 가장 잘 대해주고 아껴줘야 할 자기 자신에게 남보다 못한 대접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 하나 우리가 머리속에 잘 기억해두어야 할 것은, 완벽함에 대한 추구, 영원한 지속은 없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영원한 것은 없다는 깨달음을 통해 도리어 위안을 얻게 되었다 234"고 했는데, 우리-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이미 그 깨달음을 품고 있었던 것이나 다름 없다. 이미 지드래곤이 말하지 않았던가, 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 케이팝이 오늘도 1승을 했다. 더불어 영원하지 않음은 완벽함에 대한 환상을 단념시킬뿐 아니라, 우울과 불안이 우리를 잠식하는 때마저도 일시적임을 말한다. "우울하고 불안할 때 떠오르는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모두 기분이나 감정을 일시적으로 나타낼 뿐이다. 338" 그러니 그늘 아래에 있을 때 잠시 자리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그늘에서 벗어나고 보면 가득했던 구름들이 걷히는 순간이 온다. 세상이 혼란하고 험난해질 수록, 나와 다른 사람을 나누고 서로를 탓하고 싶어질수록 연민과 공감을 통한 인간성의 회복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선함과 악함을 구분짓고 싶고 나와 남을 나누고 싶겠지만, 우리는 어느 한 가지 역할만 하며 사는 것이 아니고(146) 우리의 행동은 서로 연결(221)되어 다른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더욱 위로가 되는 것은 남과 나를 구분짓고 나누는 것보다 타인에 대한 호기심과 연민에서 비롯된 낯선 사람과 나눈 작은 호의 같은 것들이다. " 이런 세상에서 스트레스 받고 괴로워하는 건 어디가 망가진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것도 아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놓이면 괴로워하도록 만들어졌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생존을 도와주는 경보장치가 작동한 결과다. 세상은 붕괴 직전이고, 모두의 경보가 크고 또렷하게 울려야 시스템이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다. 17" '정신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을 읽는 것은 삶이 레드레드 신호를 주는 딱 그만큼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거기서 벗어나야 하거나 괴로움에 부채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삶은 원래 힘든 것이다. 가끔 힘들고, 남과 같이 살아가야 하는 게 부담스러운 정신나간 세상에서 우리는 때로 아프다. 다만 어떤 가치를 선택하고 따르며 사느냐(378)를 스스로 정해 행동하며 살 수 있다. 단순히 세상 탓을 하고 개인에게 위로만 건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 의미있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게시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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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시끄럽고 빠르게 변한다. 가끔은 그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힘들고, 나만 지쳐 있고, 나만 뒤처진 것 같은 기분에 빠질 때도 있다. 끊이지 않는 뉴스에 고통받는 것도, 나를 둘러싼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견디지 못하는 것도 나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결국 문제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게 된다. 내가 유난스러운 건 아닐까, 내가 조금 더 강해져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에 파묻혀 있을 때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을 만났다. 이 책은 우리가 겪는 정신적 고통이 반드시 개인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망가진 환경에서 느끼는 불안과 우울, 분노와 슬픔은 위험을 감지하고 울리는 빨간불일 수 있다. 불평등과 차별, 끊임없는 경쟁,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살아가면서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는 것이 과연 더 자연스러운 일일까. 그래서 저자는 정신 건강을 개인의 영역에만 가두지 않는다.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에서 출발해 나와 타인의 관계를 살피고, 더 나아가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사회의 구조까지 바라본다. 개인의 병리학적 증상을 알아내고 약으로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렇게 병든 사회가 계속되면 병든 사람은 계속 늘어난다. 이런 시선은 정신적인 괴로움을 개인의 나약함이나 병리적인 증상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책은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부분에서는 감정이 왜 발생하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역사적 환경이 몸과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살펴본다. 중반 이후에는 자기 연민과 감정 조절, 생각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처럼 당장 자신의 삶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다시 타인과의 관계와 공동체의 회복으로 시야를 넓힌다. 그중 2장과 마지막 10장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타인과 연결되고 공동체와 함께 치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솔직히 크게 와닿지 않았다. 타인을 돌보기는커녕 나 자신을 돌볼 힘조차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것도 모두 피곤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반드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때그때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는 것도 이 책을 활용하는 하나의 방법처럼 느껴졌다. 나에게는 특히 7장 ‘머릿속에서 빠져나오는 법’이 그랬다. 여러 번 다시 펼쳐 읽은 장이기도 하다. 나는 감정을 밖으로 쉽게 표출하는 편이 아니다. 불편한 일이 생기면 말하거나 행동하기보다 계속 머릿속에서 되짚으며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지나간 일도 반복해서 떠올리고, 생각은 흘러가지 못한 채 한곳에 고인다. 이 장을 읽으면서 생각에 계속 매달리는 것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아니라는 사실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살펴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곧바로 사실이라고 믿기보다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방법도 필요했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깊은 생각 속으로 밀어 넣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 부분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정신건강을 주로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증상을 발견하고 진단을 받은 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여겼다. 물론 개인에게 필요한 치료와 도움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질문을 한 단계 더 확장한다. 계속해서 사람을 병들게 하는 사회에서 아픈 개인만을 치료하면 충분한가? 개인에서 시작해 타인과의 관계, 공동체의 회복까지 이야기하는 이 책의 주장을 모두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여전히 나 하나를 돌보기도 힘든 순간에는 ‘함께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게 되었다. 내가 느끼는 괴로움이 오롯이 나의 부족함 때문만은 아니며, 내가 살아가는 환경과 관계 역시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었다. 우울하거나 불안하고, 세상을 보며 화가 나는 감정을 무조건 제거해야 할 문제로만 여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그 감정이 내가 지금 무엇을 견디기 어려워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병든 사회가 계속된다면 아픈 사람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그렇기에 정신건강을 돌본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이 세상에 더 잘 적응하도록 만드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일과도 연결되어 있는지 모른다. 결국 이 책이 내게 남긴 것은 ‘어떻게 하면 덜 아플 수 있을까’라는 질문만은 아니었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바라보고, 나 자신을 지키면서도 타인과 함께 조금 덜 아픈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했다. 아픈 사람에게 끊임없이 강해지라고 요구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을 아프게 만든 세상은 괜찮은지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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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은 그 오래된 심문을 중단시키며 고통의 방향을 개인의 내면에서 그를 둘러싼 세계로 돌린다. 정신과 의사 조애나 치크는 불안과 우울, 분노와 무기력을 개인의 결함이나 고장으로만 해석하는 현대 정신의학의 관습에 이의를 제기한다. 인간의 정신은 진공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족과 관계, 노동과 경쟁, 문화와 차별, 한 사회가 지나온 역사까지 수많은 조건이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구성한다. 그렇다면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첫 번째 물음도 ‘당신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에서 ‘당신은 어떤 세계를 살아왔는가’로 옮겨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개인과 세계를 서로 독립된 두 항으로 나누어온 익숙한 사고를 흔든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는 모든 존재와 현상이 독립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무수한 원인과 조건의 관계 속에서 성립한다는 사유다. 모든 존재가 무수한 조건과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루며 존재한다면, 세상과 분리된 채 홀로 완성된 ‘나’ 역시 성립하기 힘들다. 가족의 언어와 타인의 시선, 시대의 규범과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들이 겹겹이 스며들어 지금의 한 사람을 이룬다. 그런 의미에서 원제 『It’s not you. It’s the world』는 제목 그대로 ‘네가 아니라 세상이야’라고 말하면서도, 그 문장을 오래 따라가다 보면 나와 세상을 명확하게 가르는 경계부터 희미해진다. 세상은 언제나 나의 바깥에만 있지 않다. 나라고 부르는 존재 안에도 이미 수많은 세계가 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세계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치크는 불안과 슬픔, 분노와 수치심처럼 우리가 흔히 불편하다고 여기는 감정을 생존을 위해 진화한 ‘경보’로 바라본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울리는 화재경보기의 소음을 고장이라고 부를 수 없듯, 위험한 환경에 반응하는 마음의 동요 역시 무조건 제거해야 할 오류로 취급할 수 없다. 슬픔은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를 가리키고, 분노는 침범당한 경계와 부당함을 감지하며, 불안은 안전이 위협받고 있음을 알린다. 감정은 때때로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 속에는 삶의 조건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다. 여기에서 건강과 정상성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부당한 현실 앞에서 아무런 분노도 느끼지 않는 상태, 상실 앞에서도 슬퍼하지 않는 상태, 끊임없는 경쟁과 과로를 아무렇지 않게 견뎌내는 상태를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에 능숙하게 적응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마음까지 건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불안과 우울이 언제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모든 고통을 제거해야 할 병리로만 취급하는 순간 그 감정이 가리키던 세계의 문제까지 함께 지워질 수 있다. 병든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때로는 인간의 결함보다 감각이 아직 무뎌지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세계가 마음에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속되는 스트레스와 차별, 수치심과 트라우마는 신경계와 몸의 반응 방식에도 스며든다. 개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가족의 역사가 나타나고, 가족의 역사를 더 멀리 따라가면 한 사회가 지나온 시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의 누군가에게 생존을 가능하게 했던 경계와 침묵, 복종과 회피가 세대를 건너 또 다른 사람의 몸에서 반복되기도 한다. 메를로퐁티가 인간을 세계를 바라보는 정신과 그것을 담은 몸으로 분리하지 않았듯, 몸은 이미 세계와 접촉하며 살아온 역사를 품는다. 사회는 인간의 바깥에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래 지속된 세계는 어느새 몸의 기억이 되고, 몸은 자신이 통과해온 세계의 일부를 간직한다. 그러나 모든 고통의 기원을 환경과 역사에서 찾는 순간 또 하나의 난처한 문제가 생긴다. 세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삶에 대한 책임은 어디에 놓여야 할까.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행동을 만들었다면 타인에게 입힌 상처마저 설명만으로 용서될 수 있을까. 치크가 사회적 맥락을 강조하면서도 ‘주체성’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이 어떤 조건에 의해 형성되었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책임을 내려놓기 위한 면죄부가 아니라, 무엇을 물려받았고 무엇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을 것인지 알아차리는 과정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은 없다. 태어날 가족도 시대도 몸도 선택할 수 없으며 이미 일어난 상처를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다. 그럼에도 과거의 반응이 현재의 운전대를 빼앗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익숙한 행동 대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쪽으로 움직일 여지는 남아 있다. 자유를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 상태로 이해한다면 인간은 좀처럼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자신을 형성한 조건을 인식하고 그 조건과 맺는 관계를 달리하는 능력으로 이해한다면 주체성은 다시 가능해진다. 원인을 자신에게서만 찾지 않는 것과 자신의 몫까지 세상에 넘겨버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 주체성이 타인을 향할 때 치크가 중요하게 내세우는 태도가 연민이다. 우리는 아이가 스트레스에 압도되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할 때 비교적 쉽게 행동 뒤의 사정을 헤아린다. 그러나 성인의 잘못 앞에서는 행동과 사람을 곧잘 하나로 묶는다. 누군가가 잔인하게 행동했다는 사실은 어느새 그 사람이 본질적으로 잔인한 인간이라는 판결로 이어진다. 자신에게 적용했던 생태학적 시선을 타인에게도 적용한다면 조금 다른 이해가 가능해진다. 한 사람의 행동에는 그가 살아온 관계와 상처, 미처 자각하지 못한 두려움과 오래된 생존 방식이 함께 작동할 수 있다. 연민은 잘못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잘못에는 책임을 요구하면서도 한 인간 전체를 그 잘못과 동일시하지 않는 태도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한 조건을 이해하는 일이 자기혐오에서 벗어날 통로가 되듯, 타인의 행동을 만들어낸 맥락을 헤아리는 일도 비난과 수치심이 다시 폭력으로 이어지는 순환을 끊을 가능성을 만든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상처가 전염된다는 의미이면서 동시에 치유 또한 전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자기돌봄은 개인의 평온만을 위한 기술로 머물 수 없다. 명상하고 호흡하고 마음을 다독인 뒤 다시 똑같은 환경으로 돌아가 견디는 능력만 키운다면 치유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또 하나의 훈련이 되고 만다. 한 사람을 아프게 하는 관계와 공동체, 사회의 조건이 그대로인 채 개인에게 더 강한 회복력만 요구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치크가 말하듯 병든 세계에서 기분을 조금 나아지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건강해질 수 없으며, 우리를 계속 아프게 하는 문제에 직접 손을 대야 한다. 자기돌봄이 공동체돌봄으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고통의 시작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시선은 그렇게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세계를 향한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며, 동시에 앞으로 내가 어떤 세계의 일부가 될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이 된다.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물려주는 세계인지, 고통받는 사람에게 그의 나약함부터 묻는 세계인지, 혹은 서로의 경보에 귀 기울이며 함께 살아갈 조건을 고쳐나가는 세계인지. 세상이 우리를 만들었다면 우리 또한 서로에게 하나의 세상이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치유는 오직 한 사람의 일로만 남을 수 없다. ✏️도서출판 푸른숲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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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 -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정신과 의사의 생존 가이드> 조애나 치크, 심심 💙 특별히 힘든 일을 겪은 것도, 누군가와 큰 갈등을 빚은 것도 아닌데 퇴근길 문득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된 듯한 무기력함이 찾아올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체력이 떨어졌나, 요즘 내 멘탈이 나약해진 건가하며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 『정신 나간 세상에서 아픈 사람들』을 읽는 동안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기 시작한다. 과연 내가 겪는 피로와 불안은 온전히 내 체력과 내 안의 결함 때문이었을까? 🧯 마음이 무너지면 우리는 습관처럼 자기관리의 영역부터 점검하게 된다. 잠을 더 자고, 운동을 더 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시선을 사회라는 거대한 배경으로 한 걸음 옮겨가게 해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와 불안, 끊임없이 서로를 비교하게 만드는 환경,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무한 경쟁의 한복판에서 홀로 말끔하게 온전함을 유지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에게 쏟아지는 온갖 불안과 피로는 결코 나약한 개인의 의지박약이 아니라, 숨 쉴 틈 없이 과열된 세계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파편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요 골자인 것이다. 💙 우리는 마음의 고통을 다루는 데 유독 조급한 경향이 있다. 불안하면 서둘러 지워내려 애쓰고, 우울해지면 어떻게든 기분을 끌어올려 정상 궤도로 돌려놓으려 한다. 부정적인 감정을 일종의 제거해야 할 오류나 결함처럼 취급해 온 셈이다. 몸에 열이 나고 통증이 생기면 어디가 다쳤는지 원인을 살피듯, 마음에 차오르는 불안과 무기력 역시 지금 내 삶과 환경에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몸의 경고음이다. 불편한 감정을 무작정 진압하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불합리한 상황을 가리키고 있는지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책은 설명한다. 🧯 물론 모든 문제를 사회 탓으로 돌린다고 일상이 저절로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견디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며 몰아붙이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인간은 진공 속에서 홀로 살아가지 않는다.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불안의 습관, 조직의 숨 막히는 공기, 시대적 불확실성까지 수많은 조건이 한 사람의 마음에 켜켜이 쌓여 지금의 통증을 빚어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난히 지치는 날이면 이유를 캐묻기도 전에 스스로를 다그치던 버릇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겠다. 또한 타인이 힘겨움을 털어놓을 때 성급한 처방을 내미는 대신, 그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의 무게를 먼저 가늠해보는 연습을 시작해봐야 겠다. * 이 책은 푸른숲(@prunsoop)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이 글은 보내주신 책을 탐독 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정신나간세상에서아픈사람들 #조애나치크 #심심 #푸른숲 #서평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