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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O의 작품들은, 일단 아주 황당한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설정해 놓는데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냥 웃음이 아니라 폭소가 터져나온다. 이렇게 멀쩡한 표정으로 이 정도 망가지는 인물들을 별로 본적이 없기 때문에. 더스크 스토리 처럼 잔잔한-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얘기다- 유령 얘기거나 카르바니아 이야기같은 왕실 코미디거나,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상황 어딘가에서 반드시 상식을 뒤집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작품, 치키타 구구의 설정만 봐도 그렇다. 치키타 구구는 "주술사인지 점쟁이인지 무당인지 하는" 구구가문의 후계자로, 그 윗대는 전부 라 라므 데라르 라는 이름의 식인요괴에 잡아먹혔다. 그러나 당시 아기였던 치키타만은 한번 핥아보매 너무나 맛이 없었던 고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입을 7만번이나 헹궜어...") 그럼에도 이렇게 맛없는 인간이 백년이 지나면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훌륭한 고기가 간혹 되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은 우리의 요괴 라 라므 데라르, 치키타를 백년동안 충실히 사육해주기로 마음 먹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 사육대상인 인간의 손을 부여잡고 "열심히 노력해서 맛있게 되자!" 따위의 발언을 그렇게 진지하게 내뱉는 순간, 읽다가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있는가. 게다가 미식가인 라~군이 치키타 몸의 상처나 기미, 주근깨같은 불순물은 다 없애주니 우리의 치키타군, 머릿결 찰랑, 피부 매끈, 미소년화 되어가는 것은 물론이요 적어도 백년간 모든 위협에서 지켜주는 확실한 보디가드도 갖게 된다. 이 모순된 상황을 보면서, 그리고 너무나 엄숙하게, 때로는 수줍게 치키타를 사육하는 라 라므 데라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말 눈물나게 웃었다.
한편 잘 들여다 보면 상황은 잔인하다. 인간의 추한 본성이나 편협한 이기, 요괴에 의한 피비린내 나는 살육 등, 각종 불행이 만연하는 치키타의 주변은, 자칫 그를 복수심에 불타는 비뚤어진 청소년으로 자라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치키타가 원수갚는 것 따위를 싫어하는 밝고 건전한(?) 성격인데다, 인간들의 추잡한 면면에 약간 질리기도 해서, 부모들을 잡아먹긴 했지만 어쨌건 자신을 지켜주는 라 라므의 곁에서 조용히 사육되기를 택하고 있다. 현실에 적응을 잘 한다고 해야할까,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해야할까. 그 체념적인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에 휘둘리지 않고 미래를 똑바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성격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읽고서 '이게 뭐야'라고 책을 던져 버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분명히 이런 감성을 사랑하는 층이 그리 두텁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차피 아직 1권이다. 속는셈 치고 읽어봐도 손해는 안날 것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느껴지는 맛도 다르다. 얼핏 냉소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의외로 감상적인 부분도 많은 작품이다. 그리고 상식을 뒤집기로 치자면 그녀의 단편집 "카오루씨의 귀향"보다 심하지도 않다. 부디 부디 읽어주시길.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녀의 작품을 국내에서 즐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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