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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고전하면 어떤 느낌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꼭 읽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두툼한 두께와 빼곡한 각주, 어려운 문장들 앞에 왠지 마음부터 무거워지곤 하죠. 그렇다고 얇은 요약본을 집어들면 줄거리만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고전 특유의 깊은 감동은 다 사라져버리고요. 그런 관점에서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가 쓴 오디세이아는 바로 그 오랜 고민에 명쾌한 답을 주는 책입니다. 보통 고전이 쉽게 편집될 때는 내용을 임의로 줄여버려서 원작의 깊이를 잃기 쉽잖아요. 그런데 이 책은 웅장한 서사시의 압박감은 덜어내면서도 고전이 품은 내용과 글의 결은 온전히 살려내어 한편의 완성도 높은 소설처럼 아주 매끄럽게 읽히거든요. 무엇보다 가장 믿음이 가는 건 이 책을 쓴 저자인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가 평생 그리스 신화를 연구해 온 학자라는 점이에요. 그렇기에 원작의 깊이나 서사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신뢰가 있으니까 독자는 안심하고 이야기 자체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고전의 감동과 원문의 웅장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꼭 호메로스의 완역본을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저는 이 책을 매우 훌륭한 입문서로 꼽고 싶어요. 이렇게 신뢰할 수 있는 글을 통해 부담없이 내용을 먼저 익혀두면 이미 친숙해진 서사와 인물들 덕분에 이전에는 너무 딱딱해서 잘 넘어가지 않던 구절들도 걸림돌 없이 술술 읽히는 신기한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고전이라는 거대한 바다 앞에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머뭇거렸다면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의 오디세이아를 다정한 길잡이 삼아 첫발을 내딛어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서평단으로 좋은 책 제공해주신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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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호메로스 #메네라오스스테파니데스 #야니스스테파니데스 #열림원 * 그리스 신화 연구가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의 《오디세이아》를 읽었다. '일러스트가 있는 열림원 그리스 신화'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스테파니데스 형제의 글과 그림으로 새롭게 다가온다. 글 사이사이 책 속의 인물들이 걸어 나올 것 같은 일러스트들이 삽입되어 있어 생동감을 준다. 등장 인물과 그리스 신들의 계보, 오디세우스의 여정이 담긴 지도가 함께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개인적으로 검은 색 바탕에 금박이 반짝거리는 표지가 나의 물욕을 한껏 채워준다. 원작에 비해 쉽게 술술 읽혀서 더 좋았다. 특히 상상했던 모습들이 실제로 눈앞에 드러나니 그림들에 한참 머물게 된다. 늘상 이름도, 관계도 복잡한 신화지만 한 눈에 찾아볼 수 있는 계보가 있어 도움이 되었다. * 집으로 가는 길, 20년이 훌쩍 흘렀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따라 가며 '아이고'를 몇 번이나 내뱉었는지 모르겠다. 어째서 이야기 속 인물들은 늘 금기를 지키지 않는 것일까, 선원들을 왜 먹지 말라는 소를 잡아 먹었을까, 도대체 왜 오디세우스는 잘 나가다가 어리석은 행동으로 일을 망치는 것일까.
p.12 "인간은 불행의 원인이 자신의 무모한 행동 때문이라는 것을 잊고 우리 신들을 탓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존재이다." * 어리석은 선원들과 오디세우스를 탓하다 문득 나를 돌아본다. 그러고보니 나 역시 오늘 하루,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잘못된 선택으로 시간을 낭비했다는 걸 떠올린다. 한 순간의 판단으로 30여분의 시간을 잃었다. 어디 그뿐일까. 살아오면서 내가 한 수많은 선택과 그 결과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면 내가 잃은 시간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오디세우스와는 달리 내가 결국 선택한 포기의 순간들. 그 순간들을 살며시 밀어놓고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긴 시간을 방황했던 오디세우스의 20년을 상상해 본다. 그 여정 속에서 고향과 가족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오디세우스의 의지를 나는 따라갈 수 있을까. 누군가를 찾아 헤맨, 혹은 어딘가를 간절히 향해본 경험이 거의 없기에 실제 내 앞에 그런 일들이 닥치게 된다면 나의 선택은 또 어떨지 모르겠다.
p.227 "당신이 위대하고 강하다고 느끼는 단 하나의 이유는, 당신이 이런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오." * 폴리페모스를 '아무도 아니야'로 기껏 속여 놓고 자신의 이름을 굳이 밝히던 자만심 가득한, 세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신을 묶은, 동료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자신을 환대한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할 줄 알았던 오디세우스. 찰나의 유혹에 빠져 길을 잃어도 결국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갈 줄 아는, 위기의 순간 무엇이 옳은지를 알아차리는, 뛰어난 지혜를 지녔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인간다웠던 그리스 신화 속 최고의 영웅.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다시 따라가는 동안 한 인간의 삶이 내 앞에서 점점 더 선명해진다. 신화 속 영웅들을 인간이 아니라 신처럼 바라보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위로만 향하던 나의 시선을 되돌려놓는다. p.289 이 작품이 말하는 영웅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수없이 길을 잃고도 돌아가야 할 곳을 잊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며 길을 찾는 사람이다.
*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는 이의 마음도, 기다리는 이들의 감정도 모두 담겨있어 둘 모두를 느껴본다.
시아버지의 수의를 매일 짜고 풀길 반복하던 페넬로페와 구혼자들의 행태를 바라보기만 해야 했던 텔레마코스. 20년이란 시간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의 깊이가 시간에 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기만 하다. 책을 덮고 나의 이타카는 어디인가를 생각해본다. 내가 발딛고 있는 이곳인지, 아니면 아직 나의 항해가 더 남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이타카를 찾는 그 여정이 귀찮고 힘에 부쳐 칼립소의 유혹 속으로 스스로 빠져 든 것은 아닐까. 어쩌면 먹은 줄도 모르던 로토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p.55 "울지 말게, 메넬라오스. 운다고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데 낭비할 시간이 없네." @yolimwon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읽고 쓴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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