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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쳉의 티아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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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커다란 호수 또는 큰 강가에 앉아 물결을 바라보는 환상에 젓는다. 물결이 하염없이 출렁거리며 다가와 발 밑에 사라지고, 달려와 사라지고, 또 달려온다. 중국에 관해 읽은 책은 20여 년 전, 미국 신문기자 솔즈베리가 쓴 모택동과 등소평시대의 중국을 그린 '새로운 황제들'이다. 그 책에서 읽은 홍위병과 문화 혁명을 끔직 해 했다. 얼마나 혹독했던가 어제의 동지까지
"프랑스와 쳉의 티아니 이야기" 내용보기
이 책을 읽으면 커다란 호수 또는 큰 강가에 앉아 물결을 바라보는 환상에 젓는다. 물결이 하염없이 출렁거리며 다가와 발 밑에 사라지고, 달려와 사라지고, 또 달려온다. 중국에 관해 읽은 책은 20여 년 전, 미국 신문기자 솔즈베리가 쓴 모택동과 등소평시대의 중국을 그린 '새로운 황제들'이다. 그 책에서 읽은 홍위병과 문화 혁명을 끔직 해 했다. 얼마나 혹독했던가 어제의 동지까지 철저하게 자아 비판을 하게 하는 인민재판의 잔인성. 쳉은 욕하지 않는다. 어찌 조국을 욕하겠는가. 중국 근대화 과정으로 심하게 굴절되고, 활활 불타기도 하며, 영하 40이상의 추위에서 꽁꽁 얼기도 하는 거대한 중국을 담담히 이야기 한다. 그 심하게 요동치는 조국에 참여하지 못한 자신의 속죄의 글이며, 자서전이다. 마오쩌둥의 그 오만한 자기 속단에서 기획하고 가동한 프로그램들의 오류 속에서 죽어간 수많은 수용소에 감금되었던 지식인들의 좌절과 아픔. 글은 다분히 관념적 것들을 말하면서도 사실적,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객관화된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어 읽기가 그렇게 편할 수 없다. 물 흐르듯, 출렁이는 물결처럼, 그러나 파도 한 번 치지 않는, 그래서 아름답기 조차한 글이다. 글의 배경은 전 중국의 국토이다. 서쪽 끝 돈황에서 동쪽 끝 아무르강, 양즈강과 황허, 북쪽 만리장성과 남쪽 히말라야. 운명이란 것이 무엇일까. 시대라는 것이 이렇게 혹독한 것일까. 유메이와 하오랑, 그리고 주인공 티아니, 3명의 운명은 무엇에 씌우기라도 하듯, 중국 대륙의 근대화 과정에서 이리 찢기고, 저리 차이고, 갈리면서 서서히 소모된다.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이렇듯 비참하게 사라져도 세상은 모른 채 돌아가고 있다. 쳉은 프랑스어로 중국을 이야기한다. 프랑스 비평은 서양의 언어에 동양을 담았다. 그래서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동서양의 결합을 이루었다며 찬사를 늘어놓는다고 한다. 왜 영어로 한국을 이야기한 안정효의 '하얀 전쟁'은 그런 비평을 듣지 못할까. 글은 동양사상을 어느 곳에서도 목청껏 소리 높여 이야기하지 않는다. 읽으면서 그냥 느낄 뿐이다. 그게 어디 있느냐고 물어도 꼭, 어디라 꼬집을 수 없다. 1장과 3장은 중국에 관한 이야기이고 2장은 프랑스 이야기다. 2장에서 프랑스, 서양의 근대와 현대를 유감 없이 들춰낸다. 중국인 화가의 입장에서 만난 서양화가들의 이야기. 동양인으로서 서양에서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들. 장장 448쪽의 긴 소설이다. 그러나 이 책을 끝내지 않고 다른 일에 손을 댈 수조차 없도록 흡인력이 강하다.
x*****k 2003.06.0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