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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다이어리』살아오는 동안 행복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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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닌 살아오는 동안 행복하셨어요?     딸은 이렇게 묻고 싶었다. 쇠약해진 엄마, 죽음을 앞에 두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에게 이렇고 묻고 싶었지만 딸은 차마 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듯 그렇게 오가고 있었으니까. 삶이 어떻더냐고 우리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특별하게 이름을 남긴것도 아니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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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닌 살아오는 동안 행복하셨어요?

 

  딸은 이렇게 묻고 싶었다. 쇠약해진 엄마, 죽음을 앞에 두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어머니에게 이렇고 묻고 싶었지만 딸은 차마 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잇듯 그렇게 오가고 있었으니까. 삶이 어떻더냐고 우리에게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특별하게 이름을 남긴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삶을 살았을 뿐이라면.

 

  아주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배우자와 함께 해 온 짧은 시간, 아이들 셋을 낳아 기르며 살았던 시간들. 나이 많은 남편이 죽고난 뒤 원예에 대한 글을 쓰며 나름 새롭게 태어났던 자신만의 즐거움들. 내가 나를 바라보는 것과 자식이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것이다. 

 

  이 책은 오래전에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특별하게 내세울 만한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아마 아닐지도. 한 여자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를 덤덤하게 소소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생을 글로 나타내는 일은 나의 삶을 반추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것을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경험을 쓸것이며, 또한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들을 소설로 이끌수도 있다고 본다. 

 

 

  작가 캐럴 실즈는 이렇듯, 한 여자의 일생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여자의 일생을. 소설 속 주인공인 데이지의 생각으로 보자면 나름 파란만장한 삶이었을까. 태어나면서 어머니가 죽고, 옆집 아주머니에 의해 길러진 데이지. 아주머니가 죽자 아주머니의 아들 바커 플렛과 살 수는 없어서 친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결혼을 했고 파리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하룻밤도 채 함께하지 못하고 남편이 호텔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다. 오랜동안 혼자 지내던 데이지는 여행을 하기로 했고 여행길에 바커 플렛에게 들렀고 그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남편 바커와 나이 차는 스물일곱 살 차이가 났고 그는 빨리 죽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살아온 일들이 우리 어머니 혹은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어느 곳에서든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역시 캐럴 실즈의 작품 속에서였다. 캐럴 실즈의 작품 속에서 만났기 때문에 데이지의 삶은 어쩌면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글이었다. 태어나고 자라서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 죽음 앞에 이르기까지의 생애. 우리의 삶이 이렇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시시해 보이는 삶이지만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들을 겪으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삶.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 바로 우리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하루하루 어둠의 숲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내가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 과거의 삶이 되고 미래의 삶을 향한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5.08.28. 신고 공감 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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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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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으로 이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면 우선 믿음이 간다. 캐럴 실즈의 대표작인 '스톤 다이어리'가 바로  퓰리처상 수상작품으로 여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출생부터 남다르다. '데이지 굿윌'의 부모님부터 소개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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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으로 이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면 우선 믿음이 간다. 캐럴 실즈의 대표작인 '스톤 다이어리'가 바로  퓰리처상 수상작품으로 여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출생부터 남다르다. '데이지 굿윌'의 부모님부터 소개하자면 이렇다.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어머니 머시 스톤... 스톤이란 이름을 통해 그녀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려주며 남들보다 조금 과하게 풍만한 육체를 지닌 그녀의 몸을 보며 아버지 카일러 굿윌은 편안함을 느낀다. 유달리 키도 작고 마른 몸을 가진 남자가 이상형은 과한 체중의 여자였던 것이다. 그녀와의 결혼 생활은 아버지에게는 대만족, 어머니는 대강 만족하며 사는 정도로 느껴진다. 평소의 식욕이 좋았기에 임신을 전혀 몰랐던 어머니는 그만 자신이 임신 했다는 자체부터 깨닫지 못하고 있다가 데이지를 낳고 그만 하늘나라로 떠난다. 남겨진 아이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옆집에 살며 머시와 평소 친하게 지내던 클래런틴 부인의 적극적인 표시에 의해 아이를 그녀가 키우게 된다. 이미 그녀에게는 장성한 세 명의 자식이 있지만 머시의 아이 데이지는 그녀에게 또 다른 삶의 의미를 가진 소녀로 클래런틴 부인은 깊은 사랑으로 데이지를 키운다. 다만 사랑이 많은 클래런틴 부인이 남편의 곁을 떠나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첫째 아들 바커 플렛 곁에 머물며 지낸다. 데이지를 키우는데 일정 금액의 돈을 친아버지 카일러 굿윌에게 받고 있지만 큰아들 바커의 도움도 받고 그녀 스스로 식물을 가꾸는데서 돈을 마련해 쓸 정도로 절대 사랑 없이는 이런 수고를 하지 못할 정도로 데이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있다. 헌데 세상일이 어디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듯이 정말 어이없게도 자전거를 타는 소년으로 인해 그만 클래런틴 부인이 세상을 떠나자 열한 살의 데이지를 보며 당혹함을 가진 바커는 그녀를 친아버지 카일러의 곁에 보내기로 한다.


태어나서 십년 이상을 떨어져 살던 친아버지나 데이지... 두 사람은 새로운 고장, 새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자신에게 성심성의껏 설명하는 아버지와 햇살을 통해 보이는 이미지는 데이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스토리는 거의 10년 안팎의 텀을 두고 전개된다. 초반부에 예사롭지 않은 출생과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이웃 아주머니의 정성어린 사랑을 받고 자란 데이지가 친아버지와 함께 살며 여자 대학을 졸업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결혼을 결심 한다. 여기까지 보면 그녀의 일생이 어쩌면 평범하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헌데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일이 그녀에게 다시 일어난다. 남편 될 남자는 난폭한 행동과 병적인 우울증을 가진 잘 생긴 남자로 자신의 사랑으로 이 남자의 불안정한 면을 고쳐줄 수 있을 거란 다소 어리석은 확신을 가지지만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어처구니 없는 행동으로 사고로 죽고 만다. 우리나라 같으면 엄마에 남편까지 잡아먹었다며 동네에서 말 꽤나 들을 법한 사연을 가진 여자로 찍혔을 것이다. 물론 데이지에게도 이와 비슷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다른 누구보다 죽은 신랑의 어머니가 그러하다. 새로운 환경을 원하는 마음에 클래런틴 부인의 첫째 아들 바커가 있는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고 스무 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는데....


데이지 굿윌의 인생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초반부에 이미 느껴진다. 비극적인 출생과 두 번의 결혼, 출산, 사별, 자기를 발견하는 시간, 죽음을 통해 한 여인의 삶이 다큐멘터리를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보여주고 그녀의 인생에 완전히 동화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 자신이 한 남자의 아내이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몇 개의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빼고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데이지의 인생이 결국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인생이란 게 남의 눈에 비친 나와 진짜 나의 삶은 많이 다르다. 데이지의 인생이 굴곡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 나름의 여자, 엄마, 할머니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며 그 나름의 행복과 슬픔, 아픔, 절망 등을 맛보았을 것이다. 데이지의 다큐멘터리 인생도 흥미롭지만 그녀의 두 아버지들의 인생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년간의 짧은 아내 머시와의 결혼 생활은 카일러 굿윌의 인생의 상당부분을 지배한다. 카일러의 여러 감정들이 흥미롭게 느껴지는데 반해 클래런틴 부인이 곁을 떠난 시아버지 매그너스는 많이 황당하고 아내를 용서하기 힘들었을 거 같다. 클래런틴 부인이 매그너스의 곁을 떠난 이유를 보며 지금이라면 이런 경우를 가진 남편과 함께 살기 싫은 여자들이 많았겠지만 1910년대의 시대는 우리나라처럼 남성들의 의견이 서구사회도 많이 좌지우지 하는 모습을 가졌기에 데이지가 시아버지에게 느끼는 감정이 차분한 것에 이해가 된다. 데이지 굿윌이란 한 여성의 인생을 쫓아가며 20세기 서구사회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q******5 2015.08.27.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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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coarse my skin has grown but the stones shine with their own 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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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이 책을 잡았을때 날 사로잡은 것은, 글자가 아니라 표지였다. 매우 사랑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하얀 벽면과 온화한 미색의 바닥을 햇빛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100여 페이지까지 읽으며 느낀 인상은 이 빈공간의 외로움과 비슷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난 또 매우 사랑하는 영화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ter Mitty)]를 세번째 보았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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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이 책을 잡았을때 날 사로잡은 것은, 글자가 아니라 표지였다. 매우 사랑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하얀 벽면과 온화한 미색의 바닥을 햇빛만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100여 페이지까지 읽으며 느낀 인상은 이 빈공간의 외로움과 비슷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난 또 매우 사랑하는 영화 [월터 미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The secret life of Water Mitty)]를 세번째 보았고, 그중 [라이프]지의 마지막호의 커버사진을 맡은 사진작가 션 오코넬의 메세지를 새로운 회사중역 테드가 언급하면서, 그의 메세지가 담긴 봉투가 노인 메신저로부터 왔다며 말하고 그 순간 잠깐 멈춰선 메신저가 화면에 나왔다. 그리고 또 한 장면. 가장 중요하지만 생략된 장면. 션이 선물한 지갑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나중에 피아노를 팔때 엄마가 이 지갑을 그에게 건내주는 장면. 그의 엄마가 쓰레기통에서 이 지갑을 집어올려 소중하게 먼지를 털는 장면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데도 생략이 되었다. 그런 것처럼 이 작품은, 그렇게 주목받지않은 심지어 평범한 그레이의 색깔인 월터마저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마당에 - 사람의 주목받지못했을, 인생의 장면까지도 건져올리려 부단히 노력했음을 꺠달았다. 여러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하며, 편지글이나 기사문을 통해서도. 이 작품은 원제 [The Stone Diaries]가 Pat Lowther의 'A Stone Diary'에서 영감을 받았고, 또 의외로 데이지 이상으로 나에게 강렬한 인상 (머시에게 사랑을 느끼는 순간과 결혼후 완벽한 인생을 꺠닫는 부분, 그리고 아내를 위해 돌을 조각하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의외로 기대하던 바커가 데이지를 재회하는 장면은 과감히 생략되어서 의아했다


...나로서는 단 한번도 소멸된 시간을 이해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계절이 부풀어 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것이나, 한해가 끝나고 또 한해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않았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인간들이 본질적으로 무력하다는 것과, 우리 인생의 태반이 낭비되고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문장의 일부분조차 입에서 걸리는 것이다..어떻게 그 시간들이 깨끗이 사라질 수 있을까?...p.53


...모든 인생에는 거의 읽히지않는, 분명코 큰 소리로 읽히지않는 그런 페이지가 있게 마련이다...p.159


) 을 주었던 그녀의 아버지 카일러가  죽은 아내를 위한 돌조각 장면에서의 찡그린 얼굴과 거칠어진 손의 행위처럼 느껴졌다. 무언가 관심이 없던 것이 다른 관련도 없는 것들을 통과해 관심권의 범위로 들어선다는 것은 꽤 독특한 느낌인데, 마치 의외로 더운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거실에서 식은 소파의 겉표면에서 느껴지는 그런 시원함과 비슷했다.


데이지 스톤 굿윌 호드 플렛, 그녀의 이름은 결국은 데이지 굿윌에서 데이지 플렛으로 바뀌었을 뿐이겠지만, 이 성들은 다들 그녀의 인생의 한장면을 구성한다. 1905년 캐나다에서 가난한 석공의 딸로 태어나, 어머니를 그날 잃고 신혼여행에서 첫날밤도 지내기전에 남편을 잃었다는 사실 정도는 평범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그녀는 인생내내 일꺠워지는 그 어떤 업적이 아니라 가장 최신의 쇼킹한 사건으로 기억되는, 그런 평범한 여자였다.


...이 세상의 수많은 남녀가 매일 아침 각자의 침대에서 눈을 뜨면서 자신의 삶에서 어떤 실체를 갈망하지만, 결국은 매일매일 자신을 다시 만들어 내는 것에 그치고 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p.360


인생을 이해하기도, 남자를 이해하기도, 아니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 평범한. 하지만, 가계도를 지나오며, 아니 결국은 그녀의 탄생의 순간에 있었던 유대인 행상아저씨까지도 기억된다는 것은, 평범하지만 가장 행복하고 대단한 일이 아닌가 한다.


....인생이란 끝없는 증언의 연속이게 마련이다. 그것에 사치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간에, 우리의 상태는 목격될 필요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관심받기를 원한다 우리 자신의 추억은 너무나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식들, 탄생과 사랑, 죽음 같은 의식들은 누구에게든 그리고 소용이 있든 없든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p.64



...우리 인생에서 보다 큰 외로움은 흥분과 동요를 억제하고자 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마음속의 기상을 억누르고 유예와 예행연습이 주는 안락함에 몸을 내맡긴다...p.397



p.s: Pat Lowther

                     - Pat Lowther


At the beginning I noticed

the huge stones on my path

I knew instinctively

why they were there

breathing as naturally

as animals

I moved them to ritual patterns

I abraded my hands

and made blood prints

 

Last week I became

aware of details

cubes of fool’s gold

green and blue copper

crystal formations

fossils    shell casts

iron roses     candied gems

 

I thought of

the Empress Josephine,

the Burning of Troy

between her breasts,

of Ivan the Terrible lecturing

on the virtues of rubies.

They were dilettantes.

 

By the turn of the week

I was madly in love

with stone. Do you know

how beautiful it is

to embrace stone

to curve all your body

against its surfaces?

 

Yesterday I began

seeing you as

desirable as a stone

I imagined you coming

onto the path with me

even your mouth

a carved stone

 

Today for the first time

I noticed how coarse

my skin has grown

but the stones shine

with their own light,

they grow smoother

and smoother

YES마니아 : 플래티넘 k*****k 2015.10.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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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 굿윌, 그녀의 인생의 단면들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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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사촌 동생이 결혼식에 참여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척들의 행사에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다. 이번은 결혼식장이 집 바로 옆이어서 아무런 핑계도 대지 못하고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고,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는 거의 10년 만에 만난 친척도 있었다. 결혼식을 하는 사촌 여동생 역시 10년 만에 만나 신부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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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사촌 동생이 결혼식에 참여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척들의 행사에는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다. 이번은 결혼식장이 집 바로 옆이어서 아무런 핑계도 대지 못하고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고, 그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는 거의 10년 만에 만난 친척도 있었다. 결혼식을 하는 사촌 여동생 역시 10년 만에 만나 신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니,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결혼식 후 모두들 다시 모여서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10년간의 공백이 매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우리가 타인의 안다는 것은 이렇게 인생의 한순간의 만남을 통해, 비어져 있던 공간들을 채우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런 공간들이 채워짐으로 한 사람의 인생의 스토리가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어쩌면 내 인생도 타인에게는 몇 번의 중요한 만남과 그 만남으로 인해 나머지 공간이 채워지면서 한 사람으로서의 인생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은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되는 것처럼, 순간의 단면들이 연결된 하나의 형체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톤 다이어리]라는 소설은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캐럴 실즈'는 잘 알려진 캐나다의 대표적인 여성작가이고, 이 소설은 1955년 퓰리처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다. 다만 한 여성의 인생의 전반을 다룬다는 거대한 스토리에 조금은 부담감을 가지고 선뜻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조금은 지루하다는 서평들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 했다. 그러나 막상 읽기 시작하자 지루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 탓이었다.

이 책은 한 여성의 일생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다루고 있지만, 인생의 중요한 몇 가지 순간들만을 단편적으로 다루고 있고, 그것이 연결되는 식이다. 한 챕터가 하나의 단편소설이 될 수 있을 만큼 완성된 이야기 형식을 가지며, 그것들이 연결된 '데이지 굿윌'이라는 한 여성의 삶을 완성한다. 그래서 각 챕터마다 탄생, 어린 시절, 결혼, 사랑, 어머니가 되다. 일, 슬픔, 평온, 노쇠, 죽음같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제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 개인적인 야기처럼 10년마다 중요한 친척을 만나, 그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인생을 접하면서도 지루함보다는 호기심과 반가움으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첫 번째 '탄생'에서는 주인공 '데이지 굿윌'이라는 여성의 탄생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 머시 스톤이 채석장에 일을 하러 나간 남편 카일러 굿윌을 기다리다가 갑작스러운 출산을 맞이해 죽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태어나서 이웃집 여성인 클래런틴의 손에 키워진다. 후에 그의 아들 바커와 두 번째 결혼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장은 다섯 번째 챕터인 '사랑'이다. 여기서는 데이지 굿윌이 신혼여행에서 남편이 사고사로 죽은 뒤 혼자 생활하다가 캐나다로 여행 가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그녀는 여행 도중에 바커 플랫을 만나러 가는 중이다. 바커는 오래전 고인이 된 자신을 키워준 클래런틴 아주머니의 아들로서, 클래런틴과 함께 자신을 키우다시피한 20살 많은 노총각이다. 둘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아버지와 딸과 같은 관계로 인해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둘의 심리 묘사가 매우 세밀하면서도 재미있게 표현되고, 결국 이 만난으로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결국 데이지는 바커와의 결혼으로 세 자녀를 낳고, 많은 손자와 손녀를 낳은 후 평범하게 노년을 맡고, 병들고,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저자는 데이지의 중요한 순간마다 그녀의 인생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어쩌면 불우하다고도 할 수 있는 한 여자의 일생을 저자는 위트스러운 표현으로 매력 있게 표현하고 있다. 무엇보다는 자신의 인생의 어둠에 사로잡히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삶을 살았던 강인한 여자인 데이지 굿윌의 삶은 주위의 증언이나 편지 등으로, 마치 살아있는 인물처럼 다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작년에 읽었던 남미의 대표적인 여성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이란 소설이 많이 떠올랐다. 자신의 할머니를 모델로 해서 칠레의 굴곡진 역사와 한 여인의 삶을 전반적으로 다룬 소설이었다. 이런 가문 소설이나, 인생 소설을 접할 때면 인생을 넒은 시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안달하고 있는 모든 문제도 인생의 거대한 물줄기처럼 순간의 단면일 뿐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물줄기는 내 부모에서부터 흘러와서, 다시 자녀에게로 흘러갈 것임을 깨닫는다.

i*******3 2016.04.29.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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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스톤다이어리-캐럴실즈
"[서평]스톤다이어리-캐럴실즈" 내용보기
상담학에서는 '보윈'이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어 낸 '가계도'라는 개념을 내담자의 가족관계를 파악할때 쓴다. 도표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세한 설명으로 인해서 조금만 표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보면 그 사람의 사생활(자식이 몇명인지 이혼을 했는지의 여부 등)을 알 수 있어서 비밀유지를 해야 하는 정보에 속한다. 이 책에서도 제일 처음에 가계도를 제시하고 있다. 상담학에서 쓰는 그
"[서평]스톤다이어리-캐럴실즈" 내용보기

상담학에서는 '보윈'이라는 사람이 처음 만들어 낸 '가계도'라는 개념을 내담자의 가족관계를 파악할때 쓴다. 도표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세한 설명으로 인해서 조금만 표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보면 그 사람의 사생활(자식이 몇명인지 이혼을 했는지의 여부 등)을 알 수 있어서 비밀유지를 해야 하는 정보에 속한다. 이 책에서도 제일 처음에 가계도를 제시하고 있다. 상담학에서 쓰는 그런 표가 아니라 이름을 나열하고 있고 그 사람들의 생몰년과 더불어 결혼을 한 연도도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은 데이지 한 명이지만 그녀가 살아오면서 만나지는 가족관계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사람이름이 헷갈린다면 미리 보고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고 책을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스톤 다이어리. 제목이 의미하는대로 일기형식을  띄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데이지라는 한 여자의 출생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죽는 날까지를 기록해 놓은 책이다. 일종의 그녀의 행적기라고나 할까. 이런 설명에 재미없을 것이라는 선반응은 금물. 그 어떤 책보다도 생생한 묘사와 살아있는 상황들이 재미나기도 하고 웃음이 지어지고 감동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그 생활 자체가 어떠한 때는 큰 사건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누군가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머시라는 한 여자가 있다. 남들보다 크고 뚱뚱한. 그래서 인기도 없었을 것 같은 그런 여자다. 부모는 모두 없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녀는 타고난 살림솜씨로 그 곳에서 남아 있을 수 있게 되었고 그곳의 문이 고장나 부른 석공이 그녀에게 빠져서 그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녀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없는 그. 하지만 둘은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퇴근후 행복하게 둘이서 저녁을 먹으려고 돌아오던 카일러는 그 여느때와 다른 집안 분위기를 깨닫게 된다. 다른때에는 없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대체 머시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한번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머시말고 다른 존재가 생길 것이라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카일러.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새로운 존재를 자신이 챙기는 대신에 이웃에서 머시와 친하게 지냈던 클래런틴에게 맡긴다. 클래런틴이 그대로 이웃집에 살았다면 또 다른 관계가 생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클래런틴은 자신의 남편을 떠나 자신의 아들집으로 간다. 카일러의 새로운 존재와 함께 말이다. 그곳에서 그녀와 그녀의 아들 그리고 데이지라고 이름 붙여진 새로운 존재는 살아간다. 그녀가 사고를 당해서 죽음을 당하기 전까지. 그 이후 데이지는 어떻게 될까.

 

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좇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에서도 십대가 되기까지의 일과 대학을 다녔던 시절은 자세히 나오지 않는다. 그녀에게 특별한 일이 생기는 그 해를 기준으로 해서 단락을 나누고 그 해에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적어 내려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렇게 함으로 인해서 지루함을 줄였고 속도감을 높였다. 사건사고가 중심이 되지 않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탁월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이리도 흥미로울줄은 정말 생각도 못한 일이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한다. 자기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 그 이야기의 화제에 오르는 것은 주로 유명인사들이다. 연예인이라던가 또는 정치인이 될수도 잇겠다. 그리고 또한 자신과 연관되어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할때 보면 사람들은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조금 더 집중하며 듣는 경향을 보인다. 아마도 자기 자신의 삶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겠다. 그러한 기분으로 이 이야기를 읽어주면 좋겠다.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어떤 한 여자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려준다면 재미나게 듣듯이 그렇게 말이다. 한 여자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떤 사람과 결혼해서 어떤 아이들을 낳았으며 그녀의 노년은 어떠했는지 지극히 평범한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독특했던 그녀의 인생을 지금부터 따라갈 볼 시간이다.

b***8 2015.08.21. 신고 공감 1 댓글 3
리뷰 총점 종이책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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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아내는 아내에게 임신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p.93)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이를 얻은 카일러 스톤, 그는 어째서 아내 머시 스톤이 임신한 사실을 그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야 본인도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라고 말하면 어처구니 없을까?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이 사실이다. 데이지의 엄마 머시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도 몰랐고 '임신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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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아내는 아내에게 임신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p.93)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아이를 얻은 카일러 스톤, 그는 어째서 아내 머시 스톤이 임신한 사실을 그에게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그야 본인도 아기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몰랐으니까'라고 말하면 어처구니 없을까?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일이 사실이다. 데이지의 엄마 머시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것도 몰랐고 '임신중독증'인 줄은 더욱 몰랐을게다. 깡마른 남편과 달리 그녀는 살이 푸짐했고 식욕 또한 좋아 임신했을때 찾아오는 입덧의 증상 또한 느끼지 못했으니까. 엄마를 잃은 데이지는 이웃집의 클래런틴 부인에게 맡겨져 양육되었다.《스톤 다이어리》는 1905년 매니토바의 시골에서 태어난 '데이지 굿윌 플렛'이라는 여성의 일생을 적어놓고 있다. 1장이 데이지의 출생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2장은 바커 T. 플렛 교수와 함께 지내던 시절을 이야기 한다. 클래런틴 부인이 급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11살 소녀 데이지는 어디로 가야할까?

부모가 누구인지 알수없는 고아 출신에 뚱뚱하기까지 한 거구의 몸체를 지닌 머시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에 성공하기란 우리가 로또에 당첨될 확률만큼이나 희박한 일이다. 스톤월 고아원에서 자라나 나이가 차면 다른 곳으로 떠난 아이들과 달리 살림을 잘 한다는 이유로 그것에서 살림을 총괄하게 된 머시는 수리를 하러 온 2살 연하의 카일러 청혼을 받아들여 그와 가정을 꾸린 것이 28살이며 아이를 낳다 죽었을때 그녀의 나이는 30살이었다. 데이지의 삶에 있어 엄마 머시가 차지하는 영역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자신을 낳다 죽은 엄마에 대해 좋은 기억이나 그리움 따위는 없겠지? 카일러는 아내 머시가 남겨준 자식이지만 함께 한 기억이 없는 데이지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그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이다. 과연 카일러의 선택은? 책을 읽다 띠지를 다시 살펴보았다. 동그란 은색마크에 '퓰리처상 캐나다 총독상 수상'이란 문구가 찍혀 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 아이에 대한 책임과 부양의무를 함께 진다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다. ​현대의 부부들은 자신의 삶을 위해 이혼을 선택하면서 아이를 맡길 거부하는 일들이 많다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비록 아이를 직접 키우지는 않더라도 양육비를 지급하며 믿고 키워줄 사람에게 데이지를 맡긴 것으로 카일러는 일정부문 도리를 다 했다 할만하다. 하지만 이제 직접 11살 사춘기 소녀와 부딕히며 살아야 한다면? 1916년은 바커 플렛 교수의 엄마 클래런틴 플렛부인이 세상을 떠나 해이며 데이지의 아버지 카일러 굿윌이 죽은 부인을 위해 쌓던 탑이 완성된 해이기도 하다. <가계도>는 데이지 스톤이 바커 플렛과 결혼 큰 딸 앨리스를 비롯 다섯명의 자식을 낳았으며 그 아이들이 장성해서 결혼 또 다른 후손들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았음을 말해주고있다. 1905년에 출생~ 199?년이라는 100여년에 가까운 세월을 살면서 역사의 흐름을 지켜보았고 함께 해왔다.

1905년은 요나슨 요나손의《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이 태어난 해이다. 태어나면서 엄마를 죽게 만들었다는 자괴감이 있는 데이지에게 이번에 새로운 시련이 다가왔다. 신혼 여행 중 남편을 잃게 된 것, 왜 그녀의 남편 해럴드 A. 호드는 하필이면 신혼여행을 가서 자살을 한 것일까? 다음은 클래런티 플렛이 남편 매그너스 플렛과 살면서 몰래 읽은 책의 목록이다. 로라 진 리비의​《마음을 얻기 위한 투쟁》알렉산더 부인의《황금으로도 살 수 없는 것》플로렌스 워던의《세상 뜻대로》샬럿 브론테의《제인 에어》이중 유일하게 알고있는 책이 '제인에어'다. 이 책은 후에 부인이 집을 떠난 후 매그너스가 읽은 책이기도 하지. 한 사람이 100년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인연을 세상에 남겨놓을까? 데이지에게도 다섯명의 자식들과 그들이 낳은 손자들로 인해 대가족이 생겨났다. 데이지 그녀가 죽고 난후 남겨진 사람들의 평을 읽으며 그녀의 삶도 살만했구나 하며 살며시 웃음기가 맴돌았다. 그래~ 살만했어.

s*******1 2015.08.26. 신고 공감 1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책 :: 스톤 다이어리 _ 한 여자의 일생에서 찾은 삶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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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끝없는 증언의 연속이다. 그것이 사치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간에, 우리의 상태는 목격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남들에게 관심받기를 원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최선이다. 느낌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이 소설을 썼던 그 두 해만큼 행복하게 글을 쓴 적이 없었다"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했다. 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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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끝없는 증언의 연속이다. 그것이 사치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간에, 우리의 상태는 목격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남들에게 관심받기를 원한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최선이다. 

느낌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이 소설을 썼던 그 두 해만큼 행복하게 글을 쓴 적이 없었다"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했다. 이 문장에 깃든 자신감을 읽으며 빠른 속도로 느낌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20세기에서 일생을 보낸 데이지 굿윌의 삶을 담은 『스톤 다이어리』는 긴박한 상황도 기막힌 반전도 없지만 잔잔한 서사가 지닌 가치를 보여주는 책이다. 사람마다 소설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를 것이다. (난 이따금 좋은 소설을 구별하는 기준이 달라진다. 지금의) 나는 나에게서 멀지 않은 일상 속에서 좋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소설을 높이 평가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좋은 소설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 편은 아니지만, 정말 좋은 소설을 만나는 일은 참 드물었다. 그런데, 『스톤 다이어리』는 소설에 대한 소개를 읽었을 때, 서문을 읽었을 때 이미 내 마음에 들었다. 가족의 일생, 그 가족 중에 한 사람으로 한 가족의 강한 결속력을 담당했던 어머니로 존재했던 데이지 굿윌의 삶을 다룬다는 점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10개 장을 다 읽고 난 뒤, 스스로의 삶 자체로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읽는 그녀의 자식들로 하여금 그리고 나로 하여금 가지게 만들었다. 이렇게 스스로 성찰할 거리를 안겨주기까지 하는 소설이 술술 읽히기까지 했다. 정말, 오랜만에 내가 참 좋아할 소설을 읽었다. 

『스톤 다이어리』는 데이지 굿윌의 자취를 천천히 더듬는 소설이다. 책 제목에서 보이듯 말 그대로 '스톤' 성을 가진 가문 혹은 가족의 기록이다. 그 기록 속 중심에 놓인 인물이 바로, 데이지 굿윌이다. 마치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가족의 따뜻함을 그려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그 정도를 뛰어넘은 가치를 담고 있는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부모님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그녀의 장례식에 자녀들이 나누는 대화로 끝난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여느 소설과 달리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낯선 형태로 끝이 난다. 마치 데이지 굿윌의 죽음이 그녀의 자식과 주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계속 존재하는 것 같은 인상을 남긴다. 저자는 "우리가 자신의 삶을 알 수 있는가라는 핵심적인 질문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특정한 인물에게서 찾지 않는다. 20세기를 지극히 평범하게 살았던 어느 여자의 삶 속에서 찾는다. "삶"에 대한 궁금증과 지극히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의 교차점에서 그 이유를 묻고 그 이유를 찾는다. 

"시간은 우연이라는 저 재미난 친구와 힘을 합해 엄청난 기적을 탄생시키고 있습니다."

'스톤'은 명망 있는 가문이 아니다. 스톤은 스톤월 마을에 있는 한 고아원은 부모님의 성을 물려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붙여준 성이었다. 스톤 성을 가진 엄마와 마을의 성실한 석공이었던 아빠 사이에서 데이지 굿윌이 태어난다. 하지만 태어난 순간부터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는 자신이 뱃속에 있을 때, 마을을 떠났고 아버지는 자신이 어머니 품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만큼 무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태어났고 자랐다. "삶을 자세히 열거한다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는 짓이다. 나도 그 사실을 시인하는 바이다. 그것이 설혹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꺼림칙할 정도로 왜곡되게 마련이니까."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생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침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실제로 그녀가 남긴 다이어리를 읽기 전까지 자녀들은 그녀의 첫 번째 결혼 여부를 알지 못했다. 이후 두 번째 결혼을 통해 그녀는 새로운 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많은 자녀와 손녀를 품에 안게 되고, 한 세기를 살고 난 뒤에 죽음을 맞이한다. 

"단 하나의 극적인 사건 때문에 한 여자의 인생에 무성했던 엉겅퀴 덤불이 깨끗이 사라질 수 있다니, 실로 부당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세상은 그보다 갑작스러운 반전이라든가 스릴, 사건을 단순하게 정리하려는 절박함에 가능성을 두고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시작은 했지만, 제대로 마치지 못한 결혼을 하는 과정을 찬찬히 돌아보는 글에 나타난 표현은 그녀가 당시에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나온 뒤에 그렇게 생각했는지 분명하지 않다. 신혼여행에 와서 남편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었고 그의 죽음 이후로 시댁 식구들에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실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보이는 데이지는 그때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나중에 그녀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것일까. 호드를 사랑했지만, 그를 사랑한 시간보다 그를 잃고 난 뒤에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달라진 것인지는 그녀 외에는 좀처럼 알지 못한다. 
"그녀의 잃어버린 시간이자 생생한 꿈이며 언어의 단편들이었다. 마치 두 번의 인생을 부여받은 사람이 나머지 하나의 삶은 아무도 모르게 감춰놓기라도 했다는 듯이. 혹시 그녀가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걸까?"
그녀의 어머니의 생을 기록하며 적은 문장이 그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아닐까. 그녀가 첫 번째 결혼을 젊은 시절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는 걸 알 수 있지만, 그녀의 두 번째 결혼에 대한 내용은 비밀로 감춰져 있다. 스스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했지만, 여행지에서 다이어리를 잃어버리고 난 뒤에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했지만. 어쩌면 처음 기록을 남긴 남자와 자신의 곁에 오래 함께 해주길 바라는 남자의 기록이 비교될 일을 미연에 방지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일생에 한 번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20세기 중반에, 두 번째 결혼을 했던 그녀가 스스로 삶을 남길지 말지 고민하다 생략한 것이 아닐까.

두 번째 결혼 이유 그녀의 삶은 그녀 혼자 상기하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분석하지도 않는다. 그녀 주변 사람들의 생각을 통해 그녀의 모습을 그려낸다. 어머니로 살았던 데이지 굿윌은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 중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슬픔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깊은 우울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한 사람으로 어머니로 살아가던 플렛 부인이 갑자기 우울감에 빠져드는 이유는 "갱년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현재의 정신적 침체, 심신이 겪고 있는 조울증, 이성의 마비, 육체적 건강의 쇠퇴 ……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겨우 알아보고 짐작하고 이것저것 생각해볼 수 있을 정도로 막연한 질병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랜 시간을 살았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의 자아가 단단한 돌처럼 자리 잡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자아라는 것은 돌에 새긴 조각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녀의 삶이 변화하는 건 당연하지만, 나이가 든 어른, 어머니는 좀처럼 변하지 않고 좋았던 모습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달라진 모습에 대해 우리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생각을 통해 바라본 그녀의 삶 속 변화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시간이 흐르면 추억이란 매끄럽게 다듬어지고, 수용과 거절의 다림질로 모든 것이 평평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똑같은 것이 되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한다지만 그럼에도 이를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노인(아버님)을 만난 후, 그녀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자신의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 다시 새로운 생동감을 얻는다. 하지만 그 깨달음이 생동감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과 달리 굉장히 가벼웠다. 

시인은 시가 끝나는 때를 어떻게 아는 것일까? 더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을 만큼 단정하게 호흡을 멈추는 순간이 오기 때문일까.
여자는 결혼 생활이 끝장날 때를 어떻게 아는 것일까? 삶이 어느 날 갑자기 과거와 미래 두 조각으로 잘려나갈 때일까. 클래런틴 플렛에게 물어볼 일이다.

"역사적 우연 때문에, 경솔함 때문에, 무지 때문에, 기회와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오랜 생애에 단 한 번도 다음과 같은 스릴 넘치는 모험을 경험을 할 수 없었다."라는 평을 내라지만, 과연 그녀의 인생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 삶을 읽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는 그녀가 삶을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특별한 삶을 살아간 사람의 생에서 깨달을 수 없는 소소하지만 깊이 각인될 깨달음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이렇게 좋은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g*****9 2018.08.2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스톤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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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인생 혹은 내가 알 법한 여성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소설을 읽고 싶었으나 그런 소설을 찾지 못한 채 1970년대를 보냈고, 끝내 찾지 못한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 <스톤 다이어리>는 평범하기그지 없는 내용이다. 한 여성의 100여년 인생에서  탄생부터 죽음까지,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한다. 주인공 데이지 굿윌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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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자신의 인생 혹은 내가 알 법한 여성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소설을 읽고 싶었으나 그런 소설을 찾지 못한 채 1970년대를 보냈고, 끝내 찾지 못한 그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자 했다.

<스톤 다이어리>는 평범하기그지 없는 내용이다. 한 여성의 100여년 인생에서  탄생부터 죽음까지, 사사로운 이야기들을 한다. 주인공 데이지 굿윌은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어 이웃 아주머니에게 키워진다.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적령기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행복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행하게도 신혼여행중에 벌어진 사고로 남편을 하늘나라로 보낸다. 과부로 몇년을 더 살다가 자신을 애지중지 길러주었던 아주머니의 큰 아들, 22살차이가 나는 버커씨와 재혼을 하게 된다. 딸 둘, 아들하나를 양육하며 지내다가 남편을 떠나보내고, 남편이 하던 칼럼 기고 일을 맡게되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행복을 느끼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도 세상을 떠난다.

모든 인생에는 거의 읽히지 않는,
분명코 큰 소리로 읽히지 않는 그런 페이지가 있게 마련이다. p.159


  긴 인생을 다루는 소설이라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탄생, 어린 시절, 결혼, 재혼, 자식들의 성장, 독립, 노년, 죽음으로 막을 내리는 이야기들이 각 챕터별로 펼쳐지며, 다양한 서술 방식 덕분에 색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어떤 챕터는 데이지 굿윌이 1인칭 화자로 서술되고, 또 다른 챕터에서는 3인칭 서술로 그녀를 묘사한다.  또한 데이지가 주변 인물로부터 받은 편지내용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챕터도 있다. 그녀의 탄생부터 죽음까지까지 여러 인물들을 통해 데이지의 삶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저자가 소설의 구성과 완성도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내 주변에 있는,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이어리나 자전적 소설을 쓰는 상상을 해본다. 끊임없이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 나가다보면 내가 '현재의 나'일 수 있게 영향을 주었던 많은 사건, 사고 그리고 순간순간을 함께한 주변인들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겠지. 나의 인생에서 희노애락의 순간을 함께 해 준 주변인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이란 끝없는 증언의 연속이게 마련이다. 그것이 사치스러운 것이든 부끄러운 것이든 간에, 우리의 상태는 목격될 필요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관심받기를 원한다. 우리 자신의 추억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이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최선의 이유이다. 다른 설명 다른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럴 경우에도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의식들, 탄생과 사랑, 죽음 같은 의식들은 누구에게든 그리고 소용이 있든 없든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 얼마나 우연하고 일시적인 일인가? p. 64

내가 붙잡으려고 손을 뻗은 것은 바로 이 날갯짓하고 있는 숨결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그랬다고 단호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그 숨결의 분량과 뽀얀 김까지 보았노라고 주장하는 바이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바로 내 어머니의 마지막 숨결이라는 것이다. 그 희미한 자취가 그 방 안에서 마치 눈이나 햇살처럼 어른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타올랐다가 식어가면서 닫혀있는 내 눈꺼풀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눈을 떠라, 눈을 떠라. p.69

그녀의 무릎은 노란 천 위로 불룩 올라와 작은 언덕처럼 보였다. 아버지의 말은 마치 무수한 점들이 그녀를 향하여 쇄도해오는 것 같았다. 바로 그날 데이지는 이 세상을 좋아하게 되었다. p.117

"그래서 저는 젊은 여성인 여러분께, 여러분이 세상에 나갈때에는 인생을 이 신비로운 연석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라고 말씀드리는 바입니다. 여러분은 석공인 것입니다. 여러분의 손에는 지성이라는 도구가 들려 있습니다. 그것으로 여러분은 이런 모양 또는 저런 모양으로 인생을 빚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인생은 감미로울 수도 쓰디쓸 수도 있고, 밝을 수도 어두울 수도 있습니다. 활기 넘칠 수도 있고 나태할 수도 있습니다. 투사가 될 수도 있고 굼벵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비참하게 실패할 수도 있고 눈부시게 솟아오를 수도 있습니다. 이 세상의 젊은 시민들이여, 선택은 바로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p.165

 이 세상의 진정한 문제는 남녀 간의 잘못된 만남에서 기인하는 법이다. 이것이 오래전 터득한 내 소박한 견해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곧잘 여러 부당한 일을 그냥 간과해버린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남자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고, 여자는 저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으로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꾸미는 하나의 촌극, 인간의 행동에 대한 어설픈 암시, 일종의 공모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얼마나 자주, 체념한 듯 미소와 윙크를 보내고 고개를 끄덕이는지, 또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다니는지 한 번 생각해보라!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그 남자는 너한테 꼭 맞아. 또는, 그게 여자인 걸 어떡하니. 우리는 남자와 여자 간의 이질적인 태도를, 서로 다른 양쪽의 어리석은 행위들을 웃기는 농담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내가 서른한 살이 되는 1936년 그해 여름에는 그랬다. p.172

그 무렵의 내게, 남자들은 자기 인생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덕에 독자적인 영예를 누리는 반면, 여자들은 똑같은 경우에 툭하면 무시당하고 마는 듯이 보였다. 어째서 그럴까? 어째서 이렇게 되어야 할까? 어째서 남자들은 인생사의 갖가지 모험들을 훈장처럼 가슴에 잔뜩 붙인 채 으스대며 다녀도 좋고, 여자들은 그 무게에 짓눌린 채 침울한 얼굴로 침묵해야 한단 말인가? 여자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풍선처럼 크게 부풀려져 그들 인생에서 하루하루라는 단위를 뒤덮어버린다. 너무 부풀고 너무 격렬하게 짓눌리는 바람에 시각과 주일과 개월 같은 명백한 시간의 단위들까지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아무튼 바로 이런 아이러니가 블루밍턴의 젊은 과부이며, 이제 서른한번째의 생일을 맞이하는 데이지 굿윌 호드에게도 붙어다녔다. 여전히 자신의 인생에서 첫번째 사건이 안겨준 상처(자신을 낳다 엄마가 죽었다는)에 싸여 있던 그녀에게, 이번에는 신혼여행 도중에 남편이 죽었다는 무시무시한 사건까지 겹쳤던 것이다. 아무튼 그건 두 사람의 신혼여행이었다. 사람들은 가엾게도 얼마나 가슴이 아프냐고 말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의 가슴은 꼭 쥐어짠 낡은 행주처럼, 얼마 동안은 줄에 널려 있었지만 이내 말라버렸다.그렇지만 어디를 가든 그녀가 겪은 사건이 늘 붙어다녔다. 그 사건이 그녀를 대변하고, 그것이 바로 그녀의 모습이라고 단언하고, 그녀의 진정한 자아를 묻어버렸다. , 그녀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자신의 넝마자루 같은 삶을 두드리는 것 말고 달리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p.173

  그들의 수면은 다른 사람들의 경우보다 좀더 부드럽고 촘촘한 재질로 만든 것이라고, 바커 플렛은 그렇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거기에는 솔로 문질러낸 양털 같은 정결한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사랑은 이런 것일까? 두 사람 사이에 굳게 밀착되어 있는 이 실체감, 무색이면서도 너무나 분명해서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것이 사랑일까? 또는 사랑은 그보다 덜한 것, 좀더 미끄럽고 냄새도 없는 어떤 것, 미풍을 타고 온 세상을 도는 투명한 가스 같은 것, 그리고 다른 낱말을 기억하기 위해 떠올리는 낱말 같은 것은 아닐까? p.230

앨리스의 엄마는 딸에게 출산의 비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것은 무시무시한 얘기였다. 어느 한 부분 놀랍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남자의 쪼쪼가 여자의 쪼쪼 속으로 들어가다니. 부엌 식탁에서 바짝 긴장한 채 들은 그 긴 설명은, 앨리스가 이웃 동네에 사는 빌리 라브에게서 들었던 것보다 훨씬 더 구역질나는 얘기였다. 빌리는, 남자들이 여자들의 몸속에다 오줌을 눈다고 했던 것이다.
“아냐.” 앨리스의 엄마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그건…… (여기서 엄마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그 일은 오줌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엄마가 말하는 그 액체에는 엄마가 배 속에 아이를 가지려면 꼭 필요한 씨앗이 들어 있다고 했다. 그 과정이 앨리스에게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가 침대에 눕는 거야.” 엄마가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서로를 껴안고 말이야.”
“언제 그런다는 거예요?” 앨리스가 물었다. 그녀가 듣기에도 자신의 음성이 잔뜩 쉬어 있었다.
플렛 부인은 이 질문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눈가에는 작은 주름 세 개가 부채처럼 접혔다. 그러나 그녀는 목청을 가다듬고는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글쎄, 주로 밤에 그런단다.”
“밤에요? 여기서요? 우리 집에서 말인가요?”
“사실은 말이다, 앨리스…….”
이제 그녀의 엄마는 자신의 손톱 밑부분으로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스토브 위에 있는 작은 주전자 시계는 3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차가운 코코넛 시폰 케이크 한 조각이 분홍색 유리 접시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요?” 앨리스는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 문제를 그냥 넘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앨리스. 그리고 난 네가 말하는 투와 네 태도, 네 찡그린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제 사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앨리스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정말 불쾌한 일이에요. 어째서 사람들은 이런 불쾌한 일을 해야 하나요?”
“사실은, 앨리스…….”
“너무 끔찍해요.”
“아니, 끔찍한 일이 아니야. 그건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아름다운 일이란다.”
“토할 것 같아요.”
아무튼 넌 내 말을 믿어야 해. 그건 아주 아름다운 일이야.” p.230

전날 아침만 해도 결핍과 운명을 느끼며 잠을 깼지만, 이제 나는 나 자신의 의지라는 폭풍에 휩싸여 잠이 드는 것이다. 아침이 되면 내 눈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희고 매끄러운 들판을 향해 뜨리라. 나를 괴롭혀왔던 그 천장은 이제 한낱 추억 속의 추억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나는 그저 그것을 덮어버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완전히 지워버린 것이다. 마치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p.320

플렛 할머니의 몸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는데, 그것은 앙상한 손목을 감고 있는 흰 플라스틱으로 된 환자용 팔찌로 빛이 반사될 때마다 '데이지 굿윌'이라는 글자가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냥 데이지 굿윌이었다. 사무를 담당한 누군가가 실수로 플렛이라는 성을 빠뜨렸는데, 덕분에 처녀 시절의 이름만 마치 튤립처럼 아무 장식 없이 덩그러니 적혀 있게 되었다. … 이것은 그녀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 되었다. 그녀는 이 비밀을 소중히 여겼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이것을 자신의 영혼이 겉으로 드러난 표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p.425

스톤 다이어리

저자 캐롤 쉴즈

출판 비채

발매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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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캐나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성작가 캐럴 실즈의 퓰리처상 수상작. 비극으로 시작된 출생과 환영받지 못한 어린 시절,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사별 그리고 노후와 죽음…… 《스톤 다이어리》는 한 여인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전과 거듭되는 좌절, 사소한 승리와 권태로 점철된 약 일백 년에 걸친 ‘데이지 굿윌’의 일대기를 담은 파노라마 소설이다. 1905년 캐나다 매니토바라는 시골에서의 비극적인 출생에서 시작해, 미국 플로리다에서 눈을 감으면서 막을 내리는 이 소설은 약 십 년을 단위로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저자소개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저자 : 캐럴 실즈
저자 캐럴 실즈 CAROL SHIELDS는 1935년 미국 일리노이 오크파크에서 태어나 무엇이든 읽고 쓰기를 좋아하는 문학소녀로 자랐다. 대학시절 만난 캐나다 출신의 도널드 실즈와 일 년 반의 연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고, 결혼과 동시에 남편을 따라 캐나다로 건너가 살았다. 1남 4녀의 엄마로서 육아와 병행해 대학원에 진학, 공부를 계속했고, 집필활동도 꾸준히 이어나갔다. 1982년 매니토바 대학의 강단에 오른 이래 2000년에는 위니펙 대학교 총장을 역임, 정년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열혈 교수로서 학생들과 만났다.

작가 캐럴 실즈의 대표작이자 퓰리처상 수상작인 《스톤다이어리》는 한 여인의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팔십여 년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평범한 지능에 평균 정도로 따르는 운, 평범한 자아… 사소한 승리와 거듭되는 질곡의 파노라마 속에서 기꺼이 일희일비하는 그녀의 일대기는 20세기를 일군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찬가라 할 것이다. 캐나다 총독상, 매니토바 ‘올해의 책’ 협회가 수여하는 맥널리로빈슨상을 수상했다. 그밖에 《우연한 사건》《사랑의 공화국》《오렌지 빛 열대어》《회양목 정원》《가장 가깝지만 가장 알 수 없는 그녀》 등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8년에는 여성작가에게 주는 영국 최고 권위의 오렌지상을 수상했고 2003년 7월 작고했다.

작가 홈페이지 HTTP://WWW.CAROL-SHIELDS.COM

역자 : 한기찬
역자 한기찬은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번역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캐럴 실즈의 《가장 가깝지만 가장 알 수 없는 그녀》를 비롯해 《반지의 제왕》《대지의 기둥》《살렘스 롯》 등 영미소설은 물론,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지식의 지배》《카뮈, 지상의 인간》 등 다양한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예스24 제공]
가계도008

서문014
제1장 1905년 _탄생019
제2장 1916년 _어린 시절071
제3장 1927년 _결혼119
제4장 1936년 _사랑171
제5장 1947년 _어머니가 되다219
제6장 1955년-1964년 _일271
제7장 1965년 _슬픔313
제8장 1977년 _평온357
제9장 1985년 _노쇠411
제10장 죽음457

옮긴이의 말 보석, 또는 20세기의 전설 480

y****3 2018.01.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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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짧은 평 - 독서모임 전 남긴 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화두가 우리를 지배한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꼭 어떻게 살아야 해! 라고 정의 내리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스톤 다이어리의 데이지의 삶을 바라보면 수많은 풍랑과 두려움의 순간들도 그냥 그렇게 흐르고 살아갔고, 살아왔으며 어느날 문득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 몸과 정신이 내 통제를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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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짧은 평 - 독서모임 전 남긴 글>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화두가 우리를 지배한지 오래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꼭 어떻게 살아야 해! 라고 정의 내리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스톤 다이어리의 데이지의 삶을 바라보면 수많은 풍랑과 두려움의 순간들도 그냥 그렇게 흐르고 살아갔고, 살아왔으며 어느날 문득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 순간 몸과 정신이 내 통제를 벗어나는 시기를 만난다.

그녀가 죽고 그녀의 삶을 남겨진 무언가로 판단하는 후손들의 말에서

우리 사회가 판단하는 삶의 기준이 보이는 것 같았다.

데이지의 삶과 그녀의 가족 그리고 그녀 주변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섬세한 묘사와 때론 너무나 무심한 전지적 시점의 표현들이 밀땅하듯 누군가의 삶 속에 스며들었다가도 어느새 멀찌기 거리를 두는 표현들에서 경건함을 느끼기도 한다.

400페이지가 넘는 일대기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주어진 삶을 그냥 살아가자"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혹은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인지"

나의 마음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살자 고 말하고 싶다.

 

 

북클럽 참여자들의 생각들...

* 작가의 시선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다.

- 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엄마의 감정들과 아빠의 감정들. 그렇게 밀접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느새 거리를 두며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긴다.

++ 출산 장면부터 그 세밀한 묘사와 임신한줄도 모르고 있던 엄마의 고통에 대한 표현들이 동시에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사이에서 우리를 죽음에 측은해 해야 할지, 태어남에 축복해야 할지 망설이게 한다.

* 평범한 여자의 삶인데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평범하게 느끼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다.

* 우리가 살아가는데있어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평범하지 않은 굴곡진 삶을 살아가는 그녀 혹은 그녀의 주변이들의 표현해 내지 못하는 삶이 너무나 맑게 투영되어있다.

* 어머니에게서 배우지 못한 것들, 평탄하게 살아온 주인공 데이지는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받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지 못한게 많았다.

* 출산이 축복이라고 하지만, 출산의 당사자에게 그 순간은 엄청난 고통의 순간일 수 있다. 그것도 임신인줄 모르고 있다 느끼는 그 출산의 순간 고통들이 주는 공포심.

* 말미에는 남겨지는 것들에 대한 회고와 기억에 중점을 두며 우리가 살아온 삶은 내것이지만, 평가는 타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데, 주인공은 엄마 없이 자랐기에 자신의 딸 혹은 자식들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할지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우리는 누군가의 물건을 통해 추억하기에) 주인공이 자녀들에게 남겨둔 물건들에 대한 자식들의 태도.....

* 말로 표현하는 능력 부분. 마음을 표현하고 내보이는 방법

등등 주인공의 감정표현이 많이 없는 부분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그녀가 자신의 것 혹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삶과 9년간의 칼럼과 독자와의 소통이 주는 중요성 등등

캐릭터들의 분석과 작가가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은 부분들을 추론해서 채워넣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인의 삶에 대해, 부동산, 직장, 연금 등 그들의 생활방식을 이야기 해줘서 더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2시간 30분을 꽉 채운

소설 읽기 모임.  

 

c*******9 2022.05.0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스톤 다이어리 - 캐롤 쉴즈 (한기찬 옮김, 비채)
"스톤 다이어리 - 캐롤 쉴즈 (한기찬 옮김, 비채)" 내용보기
1905년 카일러 굿윌과 머시 스톤 사이에서 태어나 80여 년의 삶을 살다 간 데이지 굿윌 플렛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다이어리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일기, 편지, 독백, 3인칭 서술 등 각 챕터마다 내용에 어울리는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산업과 과학, 사회와 문화 등 전 분야에서 격변을 겪던 20세기의 시작 무렵에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인생
"스톤 다이어리 - 캐롤 쉴즈 (한기찬 옮김, 비채)" 내용보기

1905년 카일러 굿윌과 머시 스톤 사이에서 태어나

80여 년의 삶을 살다 간 데이지 굿윌 플렛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다이어리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일기, 편지, 독백, 3인칭 서술 등

각 챕터마다 내용에 어울리는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산업과 과학, 사회와 문화 등 전 분야에서 격변을 겪던 20세기의 시작 무렵에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인생을 출발한 한 여자의 삶을 다루고 있지만,

어쩐지 지금의 시대를 사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에피소드들 부부, 가족, 친구, 사랑, 애증 등 이 등장합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보이는 엄청난 가계도(家系圖)가 암시하듯

이야기는 데이지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평범한 채석꾼에서 최고의 석공 자리에 올랐지만 딸에게는 가깝고도 먼 존재였던 아버지,

데이지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줬지만 정작 손 한 번 잡아주지 못하고 숨을 거둔 어머니,

오갈 데 없던 데이지를 보살피며 키워준 양어머니,

20년 이상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데이지의 인연이 된 남편,

그리고 늦은 나이에 얻은 좌충우돌 세 자녀가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고,

동시에 데이지의 평생의 절친들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맛깔난 조연 역할을 해줍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거나 세상에 널리 이름을 알린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여자의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서 더 공감과 이입의 폭이 넓었던 것 같습니다.

,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고, 이렇게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야만 하는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맞이하겠구나, 라는 공감,

, 딱히 본받거나 존경할만한 미덕은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내 어머니, 아내, 딸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이입이

잔잔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꾸준히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데이지와 그녀의 남편 바커 플렛이 식물과 정원을 사랑했던 사람이라 당연한 결과겠지만

자연과 식물에 관한 상세하고 꼼꼼한 문장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녀가 태어난 캐나다 작은 마을이나 삶의 터전을 잡은 여러 곳의 자연 풍광,

또 남편을 잃은 뒤 그녀의 삶을 빛나게 해줬던 꽃과 식물에 대한 애정은 특히나 각별한데

그것들은 단지 소품이 아니라 데이지의 삶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들이 돼줍니다.

그래서인지 단순히 성실한 자료조사의 결과라고만 볼 수 없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작가의 애정 어린 묘사들이 더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를 깊게 음미하며 읽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르물의 빠른 책읽기에 익숙해져서 처음엔 좀 곤혹스러웠지만,

일부러 읽는 속도를 줄이자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느린 책읽기가 어려운 독자들에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롤러코스터 같은 진폭이나 극적인 갈등보다는 제목처럼 다이어리에 충실한 내용인데다,

20세기 초반의 올드함 또는 고전미를 연상시키는 아날로그 식 문장들로 쓰인 탓에

폭풍 같은 서사와 어느 정도 막장스러운 가족사를 기대한 독자들이나

쉽고 간결한 현대의 문장에 길들여진 독자들에겐 자칫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잔잔한 다큐멘터리를 바라보듯 차분하게 데이지의 삶을 지켜볼 준비가 돼있다면,

또 작심하고 안전속도이하로 읽어갈 수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이 작품에 대한 다양한 평 가운데 삶에 대한 긍정과 찬미라는 찬사가 있는데,

사실 개인적으론 이 작품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평이라는 생각입니다.

데이지는 아주 찰나의 몇몇 순간을 제외하곤 결코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삶에 대해 긍정하거나 찬미하기 보다는

그때그때 자신 앞에 주어진 고난과 고비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며

그 결과에 대해 때론 웃기도, 때론 눈물짓기도 하면서 80여 년을 살아왔습니다.

그녀는 낙관주의자도, 희망론자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녀의 삶을 전반적으로 지배한 것은 작가의 말처럼 슬픔의 정서였고,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삶과 아주 많이 닮아있습니다.

만약 데이지가 고난 속에서도 삶을 예찬하는 인간극장의 주인공으로 미화됐더라면

아마 이 작품의 미덕은 상당 부분 훼손됐을 것입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언젠가는 이만한 깊이와 굴곡까지 지니진 못하더라도

내 곁을 지나친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다이어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끊임없이 기억을 파내려가다 보면 스스로도 깜짝 놀랄 별의별 해프닝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고

거기에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도 떠오를 것입니다.

그들과 나눴던 희로애락을 평범한 문장으로라도 엮어놓고 두고두고 읽어볼 수만 있다면

그저 미미한 삶일지라도 나름의 의미를 찾고 잠시나마 빙긋 웃을 수 있지 않을까요 

h****s 2015.08.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