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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산다. 그들이 마을을 이룬다. 마을에서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진다. 이 마을을 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 벌어지는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전형적인 소설의 전개 방식은 때로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삶은 인과법칙으로 전개되지 않으며, 기승전결로 이뤄지지도 않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삶은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단편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 이야기가 완결성을 갖되, 그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그런 단편집 말이다. 이런 방식의 서술로 내가 읽은 작품 중에 인상적인 이야기가 한샤오공(한소공)의 『마교사전』이다.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이 작품에는 기술전결이 없다. '사전'이라는 제목처럼 마교라는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를 설명한다. 단순히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단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함께 소개했다.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교에서는 어떤 인물이 살고, 어떤 가치가 중요하며,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다. 재구성력이 뛰어난 독자라면 각각의 단편을 하나의 줄거리로 다시 세울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러한 능력이 없는지라, 완결된 각각의 에피소드를 그저 편하게 한 장씩 읽어나갔다. 마교에서는 지식인도 있지만, 동네 바보 형이나 백수 건달도 그럭저럭 어울릴 수 있다. 마교인들의 삶을 읽어나가자면 자본의 이윤, 경쟁, 자유, 개인 등이 너무나도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자주 만난다. 불과 반 세기 전의 이야기인데도 이토록 인간 사는 모습이 다르다니, 과연 인간성 본연은 무엇인지를 묻는 좋은 텍스트다. 김종광 소설가의 신작 『별의별』은 여러모로 『마교 사전』과 닮은 작품이다. '나를 키웃 것들'이라는 부제를 단 이 이야기는 이 시대 농촌 문학의 대표 작가인 김종광 소설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다. 『마교 사전』과 마찬가지로 큰 서사가 없는 반면, 사건 사건이 단편적으로 완결성을 갖춘다. 배경 역시 농촌으로 산업화로 가는 과도기적 상황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교 사전』과 비슷하다. 김종광 작가 특유의 해학이 이야기 곳곳에 뭍어있다는 문체적 특징도 『마교 사전』과 공통점이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은 1970~1980년대 충청남도 보령군 청라면. 맞다. 김종광 작가가 태어나 성장한 곳이기도 하다. 참고로 보령은 『관촌수필』의 저자 이문구 선생님의 고향이자 그 작품의 배경인 곳이다. 관련해서 답사하고 쓴 글이 있으니, 혹시 궁금하다면 보시길. 딱 한 번밖에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안 간 것보다 나으니, 『별의별』에 등장하는 여러 고유명사 중 이미 들어본 말도 있었다. 예컨대 오서산이라든지 성주산이라든지 청라면, 기타 등등. 이곳을 배경으로 어린 소녀 소년이 커간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성장소설이라 불려도 되겠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는 '판돈'은 아마 김종광 작가의 실제 모습이 많이 투영된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밖에 사냥 천재 '육손', 서울 아이 '운성', 판돈이 짝사랑하는 '미해', 손재주가 뛰어난 '공작' 등등을 등장시켜 농촌의 일상을 그렸다. 공기 좋고 물 맑고 인심 후하고 근심 걱정 없는 곳이 농촌일 거라는 착각을 아직도 할 사람이 있는가 모르겠다만, 그 시절 농촌의 삶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괜히 사람들이 도시로 향했겠는가. 이 소설 역시 농촌의 삶을 목가적으로만 그리지는 않는다. 대통령을 비난하다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포에이취 아저씨', 젖소를 사서 돈을 벌려 했으나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전재산을 몽땅 날린 '우유', 반공 분위기가 더욱 노골했던 농촌 풍경이 이야기 곳곳에 녹아 있다. 참, 그 시절도 힘들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학교에서 칠판에 선을 그어서 수학 문제를 풀어라고 했던 장면이다. 비록 작가보다 13년 뒤에 태어난 나이지만, 우리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도 저런 학교 분위기는 똑같았다. 그때도 통일 글짓기라고 이름은 달라졌지만 반공을 주제로 한 행사가 있었고.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별로 안 달라진 듯하다. 여전히 20세기 이데올로기에 갇힌 게 한국이니까. 사회가 그다지 발전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별의별』 같은 작품을 보기는 더욱 힘들어질 듯하다.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고 있는 지금, 자연스레 공간적 배경도 도시가 된다. 농촌은 이야기가 전개될 때 스쳐지나가는 장소로나마 거론될 뿐, 그곳을 주된 배경으로 쓰는 작가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김종광 소설가의 뚝심은 대단하다. 덧. 혹시 김종광 소설가가 궁금한 독자라면 『별의별』에서 어떻게 그가 소설가의 꿈을 꿨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