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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동시인의 시 속에는 노동자의 숨소리와 한숨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숨소리는 살아 있다는 증거로, 한숨소리는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증거로 들린다. 살기 위해서,죽지 않기 위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을 흘려야 하는 생생하고 고통스러우며 뜨겁고 끈질긴 삶의 현장이 땀내와 열기와 쓴맛과 신맛이 골고루 섞여서 시로 형상화 되어있다. 밤잠이나 낮잠이나 편안하게 잘 수 없는 노동자의 삶이지만, 잠깐의 낮잠을 꿀잠으로 표현하며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에 끼려고 하는 모습이 정겨우면서도 정말 순하게 느껴진다.
꿀잠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나해화학 보수공사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 있으리
아심삽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간밤 갈대밭 우그러뜨리던 그 것보다 찰져 신문 쪼가리 석면 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 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 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60p.
"잡범 징역 두 번 살며 배운"게 "내 밥그릇 두개면 / 누구 하난 밥그릇이 없다는 것"이란 싯귀는 정말 살아가면서 배운 노동자의 일상 자체를 말해주고 있다. 내 밥그릇이 있는데도, 남의 밥그릇을 탐내고, 충분히 먹을 게 있는데도 남의 것을 빼앗아서 뒤로 축적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욕심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당장 굶어죽는 사람이 눈 앞에 있어도, 나의 내일만을 위해서 오늘 빼앗아 쌓아두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분명 잡법이라고 표현했지만, 잡범의 죄목은 생계형 범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수억, 수십억, 심지어 수백억대의 경제사범들은 잠깐 감옥에 있다가 풀려나와서 다시 본업에 복귀가 가능한데, 생계형 범죄를 정말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자는 교화와 반성을 수없이 해도 본업 복귀가 불가능하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드는 이 사회. 현실. 절망...
마음의 창살
잡범 징역 두 번 살며 배운 거라곤 내 밥그릇 두 개면 누구 하난 밥그릇이 없다는 것
내가 떡잠이면 누구 하난 새우짐이라는 것
낙하산 타고 들어온 놈 있어 세월 간다고 왈왈이 되지 않는다는 것
싸우려면 끝까지 싸워야지 도중에 그만두면 영원히 찌그러진다는 것 61p.
쇠를 자르며 쇠밥을 먹고, 한여름에도 뜨거운 제철소 용광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위험한 크레인 위에서 목숨 걸고 일하고, 잠시 그늘을 찾아 꿀잠을 청하는 노동의 현장... 시 속에 삶이 그대로 녹아있어서 그 어떤 미사여구가 쓰여진 시보다 가슴에 와닿는다.
매일 새벽마다 어느 동네 사거리에는 인력시장이 열린다. 아니, 하루 벌이를 위해서 우루루 남루한 옷차림의 남자들이 껄렁한 가방 하나씩 메고 몰려들어 인력시장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차가 오고, 내린 사람은 일 좀 하게 생긴 사람들 몇 명을 골라 뽑아 간다. 몇 번 그러고 해가 번쩍 뜨고, 남은 사람들은 "오늘은 공친 날"이라고 하며 헛헛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이 일이 반복되면 굻어야 하는 날이오고, 삶을 연명해야 하는 노동자의 하루하루는 팍팍해져 간다. 그런데, 뽑혀 가서 일을 하고 일당을 받는다. 여러 날만의 일이면 얼마나 반가울 것인가. 아래의 시는 한 달 만에 일이 생겨서 노동을 마치고 그 댓가를 받아서 돌아오는 사내의 기쁜 마음을 너무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집에서는 그 날 밤,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냄새와 소주잔 부짖치는 소리가 들릴 것이고, 배부르게 자는 아이들 옆에서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정겨운 소리도 들릴 것이다. "그 짓을 한 판 / 대판해야겠다"라는 표현에서 얼마나 주눅들고 기를 못피고 한 달을 버텼을까 하는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일 잡혀 돌아오는 맑은 날 정오
오늘은 마누라하고 그 짓을 한 판 대판해야겠다 흐린 날 사흘에 맑은 날 한나절 일 끊긴 한 달 새 지지고 뽁던 사랑의 균열을 이어야겠다
밥상에 국물이 올라오도록 국물에 기름기가 뜨도록 바삐 일해야겠다 이자 공과금 아이 먹이 주눅 들던 마누라 근심도 이참엔 확 벗겨버리자 음울하던 골목 점집 깃발도 한갓지게 흔들리고 모르던 꽃도 피어 날 반긴다.
어서 가자 어서 가 오늘은 마누라와 그 짓을 땀 뻘뻘 흘리며 해야겠다 지치고 어둔 마음에 볕 한 줌 들도록 사랑의 주사부터 한 대 콱 놓아야겠다 79p.
송경동의 시를 읽으며, 노동자의 삶은 그렇구나 하고 생각은 하지만,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100%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그 속에 직접 뛰어들어서 함께 하며 삶 자체가 시가 된 송경동 시인의 시에서는 씁쓸함과 진실함이 동시에 느껴지며 감사한 마음도 든다. 아름다운 미사여구는 없어도 삶 자체의 모습을 꾸밈없이 표현했기에 우리의 마음에 더 가까이, 더 솔직하게, 더 깊이 와닿는 시어들 속에서, 나 자신의 안일과 가족의 평안만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웃과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요즘 너무 심한 무더위와 열대야에 밤잠도 낮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삼복더위의 한복판에서 나도 <꿀잠> 한 번 제대로 자고 싶다는 소망을 살짝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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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이 들어있다. 치열한 삶이지만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서술해서 오히려 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요즘 읽은 많은 시들이 관념적이고 피상적이어서 한숨이 났는데, 송경동의 시에서는 진정성으로 인해 눈물이 났다.
보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너저분한 사람들과 상황들에서도 잃지 않는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시를 읽고 있는 내내 나를 아프게 한다.
추신, 개정판의 표지는 너무 예쁘다. 베이지색 가죽 표지. 너무 예뻐서 오히려 시의 내용이 더욱 슬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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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전남 여천군 쌍봉면 주삼리 끝자락 남해화학 보수공장 현장 가면 지금도 식판 가득 고봉으로 머슴밥 먹고 유류 탱크 밑 그늘에 누워 선잠 든 사람들 있으리
이삼십 분 눈 붙임이지만 그 맛 간밤 갈대밭 뭉그러뜨리던 그 짓보다 찰져 신문 쪼가리 석면 쪼가리 깔기도 전에 몰려들던 몽환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꿈 자락 붙들고 늘어지다가도 소 혀처럼 따가운 햇볕이 날름 이마를 훑으면 비실비실 눈감은 채로 남은 그늘 찾아 옮기던 순한 행렬
얼마나 달콤한 잠일까. 노동 현장에서 오전에 일하고 점심시간에 잠시 눈을 붙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꿀잠의 달콤함에 고개 끄덕이리라. 손으로 모를 내다가 논두렁에 잠시 눈을 붙였던 때가 떠오른다. 허리 숙여 일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몸으로 계속 손모를 내는 것은 무리였다. 그렇더라도 몸을 뺄 수 없는 상황. 모내기는 누구 하나 서둘러도 안 되지만 누구 하나 뒤처져도 안 된다.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허리를 굽혔다 바로 섰다가를 되풀이하며 모를 심어야 했다. 새벽부터 해가 정수리에 오를 때까지 하다 보면 막걸리 한 잔이 고프고, 막걸리가 들어가면 신문 쪼가리 깔기도 전에 눈이 감긴다. 흙 묻은 옷 그대로 논두렁에 누우면 햇볕이 눈을 찌르지만 피할 도리 없이 잠에 빠져든다. 그때 잠이 꿀잠이 아니면 무슨 잠이랴.
사춘기를 구로동에서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 봄부터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구로동과 가리봉동 골목을 거닐었다. 집이 있었으나 마땅히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니었고 그러니 골목에서 골목으로 떠돌았다. 공단이나 작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삶을 많이 기웃거렸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집을 떠나 가끔 집에 들를 때면 가리봉시장을 돌아다녔다. 노동자 의식이 내게 스며들었다면 아마도 그렇게 골목과 시장에서였으리라. 지금은 떠나온 곳, 그곳을 노래하는 송경동은 여전히 진짜 노동자 시인이다. “싸우려면 끝까지 싸워야지 / 도중에 그만두면 영원히 찌그러진다는 것”(「마음의 창살」)을 아는, “제 땅에 뿌리박은 나무들은 / 잎새 하나 상념 하나 / 쉬이 바람에 내주지 않는 것”(「내설악 눈잣나무」)을 알고 실천하는 진짜 시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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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서 현장 노동자가 쓴 시이구나 하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이분은 여러가지 일을 하지만 특히 용접을 하시는 분이구나. 시에 현장감이 들어 있고, 이 현장감이 힘이 넘친다기 보다는 노동의 애한이 담겨 있는 느낌이다.
표제작 <꿀잠>에서 보듯이 점심시간 여러 곳, 나 같은 경우에는 콘테이너 밑에서 잠 자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한편으로 달콤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위험해 보이는 그 곳 찡했다.
어느 시에서 내가 밥을 두 그릇 먹으면, 누군가는 밥을 못 먹게 된다는 것에서 찐한 느낌이 왔다. 시인은 이런 식으로 연대하고 행동하고 있구나! 그리고 몇가지 시사에 관련된 시에서는 그의 격분과 강한 의사표시가 느껴졌다.
이 시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일상을 표현하는 시인의 힘으로 보인다. 노동 현장에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잘 알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지하철 공사의 현장이라던가, 겨울철 공사장의 힘듬이라던지, 시인이 자란 벌교의 풍경이라던지 이런 것이 사진을 보여주듯이 나에게 보여주고 있다.
송경동 시인은 최근 들어서도 많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집이 엮어져 또 만나뵙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