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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사. 그녀의 소설은 한 마디로 재미있다.
짧은 금발, 푸른 눈, 저항할 수 없는 미소, 그는 미국인이다. 긴 흑발, 도도한 표정, 도발적인 입술, 그녀는 중국인이다. 환멸과 복수, 질투와 야망, 둘 사이에서 번민하는 그는 프랑스인이다. (옮긴이의 글 中) 이 소설 <음모자들>에 나오는 인물을 이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는 없을 것 같아 인용한다. <음모자들>은 그녀의 전작인 <천안문>, <바둑 두는 여자>의 주인공들이 세월이 흘러 스파이가 되어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미국 CIA요원인 조나단 줄리앙(빌 카플란)과 중국인 스파이 아야메이(안카이), 그리고 프랑스 정치인이자 무기 밀매상인 필립 마틀로. 미국, 중국, 프랑스가 얽힌 국제적인 스파이들이 등장하지만 첩보영화 같은 액션이나 속도감대신 개인들 간의 대화 속에 공격과 방어, 고백이 뒤섞인 묘한 느낌의 스파이 소설이다. 그래도 작가는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 소설역시 재미있다. [책 속으로] 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는 계집아이의 기쁨을 되찾았어. 슬프고 외로운 밤, 내적 독백, 편집광적인 발작, 강박적인 확인은 끝이었어. 병적인 생각의 모든 독기가 물러가버렸지. 난 나 자신이 아름답다는 걸 발견했어. 다른 사람들에게 난 그림자에 불과해. 하지만 당신에겐 내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어! (p.288) 난 당신이 날 소유하고자 한 것처럼 당신을 정복하고 싶었어. 난 매번 전장으로 가는 병사의 마음가짐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어. 당신의 신뢰, 당신의 약점 그리고 범할 수도 부패시킬 수도 없고 결코 고분고분하지 않은 그 유일한 진실, 사랑을 얻기 위해. 당신은 사랑할 수 있어? 난 사랑할 수 있을까? (p.289) 이 세상은 미쳤어! 협박, 눈물, 고백, 돈, 마약, 유혹은 곡예의 레퍼토리에 지나지 않아.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저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우리는 배후에서 조종하고 조종되는 사람들이 몸부림치는 심연으로 더 깊이 떨어지고 말아. 당신과 나 사이에는 더 잔인하고 더 잘 속이는 사람이 승리를 거두는 더러운 전쟁이 영원히 벌어질 거야. (p.292~293) 난 당신을 죽이지 않기로 마음먹었을 때 당신에게 느낀 사랑을 파괴하고 싶지 않아. 지금 난 나 자신이 젊고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느껴. 난 지금 부드러운 열기, 신비로운 평화에 감싸여 있어. 사랑, 그것은 내가 가져보지 못한 인형이야. 그것은 내가 결코 낳지 못할 아기야. 이 멋진 순간은 영원히 이어져야만 해. (p.306) 파리, 베이징, 워싱턴, 지구촌의 장기판 위에서 세 스파이가 더 이상 누가 누군지, 누가 누굴 사랑하는지 알 수 없는. 가차 없는 권력의 게임. 사랑의 게임이다. -중략 가면을 쓴 채 세상을 부유하는 꼭두각시들. 그들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끈을 부리는 자들이 있다. 그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나는 누구일까? 세상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 걸까? (옮긴이의 글 中) |
|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녀와 단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갖기 위해 준비된 훌륭한 공간을 찾던 중...인근의 조용한 모텔방으로 들어가게 된 김씨...노래방을 가건, 비됴방을 가건...어딜 가도 누군가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는 듯한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온 몸이 간지러워 당췌 견뎌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사회적 불안감이 엄습하는데야 강호동과 최홍만을 리믹스한 천하장사라도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모텔방에 들어가 침대위에 주저앉으니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불안감이 슬슬 사라지며...지금까지 온 몸을 줄줄 흘려내렸던 식은 땀도 말라 뽀송뽀송해지기 시작한다...그래...바로 우리가 원하던 곳이 바로 여기야!! ㅋ 으윽...갑자기 아랫배가 살짜기 아파오면 왠지모를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썩이기 시작하는데...돌아버린다...그렇지...여기는 바로 악명높은 모텔방...말로만 듣던 ''몰카''가 수십개나 설치되어 투숙객을 졸지에 화끈한 뽈노 배우로 둔갑시키는 장소가 아니던가...흐르기 시작하는 식은 땀...커텐을 다 뜯어내고 천장과 바닥을 경찰견이 폭탄감지하듯 핥아내도 불안감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벽에 걸린 액자와 거울뿐만 아니라 침대 매트리스까지 완전히 들어내도 맘이 편치 않으니...ㅋ 과연 대한민국에서 김씨가 편안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는 어디란 말인가!! ㅋ 오방이 ''샨사''를 만난 건 모 공중파 텔레비젼을 통해서 였는데...단아하고 동양적인 외모속에 이지적이면서도 강렬한 ''칼있수마''가 느껴졌던 걱으로 기억된다...중국인이라는 사실과 오방과 나이는 비슷한 또래라는 것만 알았을 뿐...그녀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ㅋ 하지만 그녀는 오방만 모르고 있었을 뿐...프랑스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그녀의 책을 엮어내기 위해서 출판사들끼리 개박터지는 싸움까지 벌어졌다고 하니...더이상 말해 뭐해^^) 중국인 여류작가였다...이미 18세에 청운의 꿈을 품고, 프랑스로 유학길에 올라...중국과 관련된 소설을 통해 연거푸 대박을 터뜨리며 당당히 최정상의 소설가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외국, 것도 유럽에서 중국인이 중국을 소재로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같은 아시아인인 오방은 스스로 상당히 고무됨을 느낀다...대한민국에도 어딜가도 떨어지지 않을 훌륭한 문학작품이 즐비한데...언어의 장벽에 단단히 막혀 겁만 잔뜩 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ㅋ 그렇담 모텔방에서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을 김씨를 위해...김씨보다 백배는 더 불안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정통 스파이들의 세계로 안내하마...어서오시라. ㅋ 이 책은 스파이 스토리다...스파이란 어떤 존재인가...모 말할 것도 없이...너무도 시리즈가 많아서 오히려 지겨운 헐리웃 최고의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를 비롯...불가능한 임무를 아슬아슬하게 성공시키는 쾌감과 전율을 전달하는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터(톰 크루즈)를 연상하면 간단하겠지...하지만 이 화려한 스파이들에게도 말못할 고민은 존재한다...바로 첫번째 고민은 시도때도 없이 밀려드는 불안감(앞서 말한 김씨의 그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되겠다^^)이다...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어디선가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무시무시함...평생 이런 불안감을 느끼면 살아가야만 한다면 부귀영화와 팔등신 쭉빵녀가 무슨 소용이 있으랴...또 하나의 고민은 바로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유목민적인 삶이다...어제는 김씨로...내일은 박씨로 분하여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황홀하거나 짜릿한 경험은 아니다...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아구축의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 자신의 인생은 버리고 평생 남의 인생만 살아가야만 하는(그것도 시도때도 없이 상부의 지시에 의해서) 입장이라면 얼마나 고달프고 외로울텐가...이 책의 주인공이자, 미국과 중국이라는 첩보강국을 대표하는 내노라하는 두 명의 남녀스파이들...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비록 오늘은 내가 아닌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와 자아를 되찾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기만 하다...하지만 죽기전에(어쩜 죽어서도 돌아가지 못할수도-_-) 돌아갈 기회는 주어질 리가 없고...평생 꼭둑각시, 대리인생을 살아야 하는 스파이들의 가열찬 고뇌가 이 책에는 녹아들어 있는 셈이다...ㅎ 먼저 미제 스파이 조나단을 소개하마...그는 자신의 신분을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속이고 중국인 여성 아야메이에게 접근을 시도한다...아야메이...그녀는 바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국 천안문 사태때,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젊은 여성투사가 아닌가...그런 그가 십수년이 지난 지금 왜 멀고 먼 프랑스땅에 나타나게 된 것일까...더구나 프랑스 총리의 경제 보좌관인 잘나가는 필립 마틀로의 두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그리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며 무술을 가르치는 체육(?)교사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스파이 조나단은 의심의 눈초리를 뗄 수가 없다...과연 그녀는 진짜로 89년 당시 중국의 천안문 사태를 주도했던 아야메이란 말인가...조나단은 그녀의 비밀을 좀더 깊숙히 파헤치고자 비밀결사인 ''지명교''에 들어오라고 절규어린 꼬심의 갈고리를 던지고야 마는데...ㅋ 한편...확실하게 속이고 있다고 판단한 조나단을 비웃으며 나름의 스파이 역할을 해내고 있는 또 하나의 스파이, 오케바리...바로 순진한 민주투사인 척 생여시짓을 하던 아야메이 역시 이중첩자였다...역시 무서운 것은 여자라고 했던가...프랑스 정권의 실세인 필립 마틀로는 아야메이와 쉴 새 없이 뜨거운(?) 관계를 구축하며, 중국인 사업가를 끊임없이 소개받아 비밀리에 중국으로 무기를 밀거래하여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모 정권의 녹을 먹는 실세인 필립 마틀로가 이쯤되었으면 이 사실을 폭로함과 동시에 엄청난 풍파를 일으키며 목이 날아갈 것이 분명한 바, 빼도 박도 못하게 아야메이에게 꽈악 잡히게 된 것이지...줄듯 말듯 감질나게 미국의 스파이와 프랑스 정권의 실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고급 스파이로써의 기술을 가감없이 선보이는 아야메이...비밀이 밝혀지는 것은 죽는 것과 같을수 밖에 없는 스파이 전쟁에서 과연 최후의 승리를 거두는 쪽은 누가 될 것인가...속고 속이는 흥미진진한 정통 스파이들의 세계속으로 뛰어드는 짜릿한 다이빙. 이기는 편 우리편. ㅋ 바이. |
| 중국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별로 없다.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라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나라이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몇몇 물건을 발명한 나라이면서 여태 굳건하게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이면서 자본주의의 급물살을 타고 경제 대국이 되고자 하는 나라이면서 공공연하게 공개 처형이 존재하는 나라이면서 축구에 관한 한 공한증을 벗지 못한 나라이면서 그 때문에 한국 축구를 경원시하여 월드컵 토고와 한국의 경기 결과를 7:6으로 예측한 나라이면서 일본에 관한 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안좋은 감정을 가진 나라이면서 짝퉁 생산의 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인 나라이면서(우리도 만만치 않지만)... “... 이제 중국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열강이 됐어. 서구에서 중국인은 이제 더 이상 헐벗고 탄압받는 자가 아니라 구매자, 투자자, 그리고 환심을 사둬야 하는 잠재적 파트너로 여겨지고 있어... 중국은 깨어났어. 하지만 영혼을 잃어버렸지! 내가 장담해. 민주주의가 그 영혼을 중국에 되돌려주지는 못할 거야.” 『바둑 두는 여자』라는 책을 읽고 꽤 맘에 들어했던 작가 샨 사... 그녀가 쓴 또다른 소설을 이제야 읽는다. 소설은 국제 관계 속에서 자신의 나라를 위해 자신의 존재를 숨겨가며 혹은 자신의 존재를 위장해가며 심지어는 사랑까지 위조해가며(그러다 덜컥 위조된 사랑이 진짜 사랑이 되기도 하지만)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의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량 포함되어 있음) “... 우린 지명교라 불리는 조직원의 구성원들이야. 우리의 목표는 금전적 부패를 몰아내고 지상에 인간의 진리를 다시 세우는 거야... 우린 국제적 마피아의 힘, 21세기를 지배하는 악에 팽팽히 맞서는 조직을 건설할 수 있었어.” 미국의 CIA 요원인 조나단은(본명은 무엇인지도 모르며 CIA에는 빌 카플란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는) 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 운동을 주도했으며, 이후 프랑스로 망명한 아야메이를 포섭하려 한다. 자신을 일종의 국제적인 평화 조직의 조직원으로 소개한 조나단은 아야메이를 통해, 아야메이의 프랑스 쪽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필립 마틀로를 뒷조사하는 것이 바로 조나단의 목표... “... 아야메이는 그가 정복한 여자들 중 가장 짜릿한 성적 쾌감을 준 여자는 아니었다. 그는 다른 것 때문에 그녀를 찾았다. 아야메이는 자기 나라에서 박해를 받다가 가방도 신분증도 없이 파리로 망명한 여자였다. 그는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신이 강하고 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와 정사를 나누면 마치 자선을 베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조나단의 목표 달성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조나단이 알고 있는 것처럼 아야메이와 필립 마틀로의 관계는 단순하지가 않다. 필립 마틀로는 아야메이를 후원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아야메이의 유혹을 받고 그녀에게 포섭된 사람에 다름 아니다. 처음엔 그녀를 정복하고 다음엔 그녀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높여갔지만, 이제 필립 마틀로는 그녀에 의해 조종당하는 신세가 되어 있다. “... 난 당신의 전략을 미리 알아차리고, 당신의 술수를 역이용하고, 당신의 욕망을 예측하고, 당신이 날 점령하도록 내버려둔 다음 거꾸로 당신을 부리고자 했어. 난 당신이 날 소유하고자 한 것처럼 당신을 정복하고 싶었어...” 그리고 사실 아야메이는 조나단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 그가 지명교라는 우스꽝스러운 단체의 조직원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녀는 그가 자신에게 접근할 때, 이미 그가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는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것... 하지만 조나단 또한 첩보원으로서 만만치 않은 경력을 지니고 있어, 점차 아야메이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하고, 결국 민이라는(『바둑 두는 여자』에도 같은 이름이 등장하는데...) 남자가 그렸다는 그림을 통해 그녀가 아야메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중국의 정보국 소속으로 아야메이(실제 아야메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를 사칭하며 프랑스에 잠입하여 중국을 위한 정보를 빼내고, 중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프랑스의 인사들을 포섭하는 안카이 중령이다. “우리 인간들은 악기와 같아. 우리 세상은 한 편의 혼란스런 고향곡이야. 잠시 조용히 해주길! 난 자유를 꿈꿨어. 마침내 내가 탈출할 순간이 왔어. 안녕, 조나단...” 그렇게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아야메이와 조나단... 결국 자신의 정체가 밝혀져 더 이상 스파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 아야메이는 그동안의 거짓 사랑이 이제 진실이라는 또다른 외투를 거치게 되었음을 느끼며, 조나단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고 자살을 결행하려 한다. 그런데... 하드보일드 소설과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남녀 스파이들이 서로를 속이고 서로에게 속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국제 관계에서 횡행하는 음모의 속내를 파헤치는 제스처도 보여주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사랑에는 국경도 없다지만, 스파이들간의 국경이라는 것은 또 다르니까) 다가가는 중년의 남녀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묵직하게 다가오는 무언가는 부족하지만 뒷부분 궁금해하면서 야금야금 읽기에는 적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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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자들, 천안문의 여자, 천안문이 모두 한 가지 이야기이다. 하나의 끈으로 엮여 있다. 새로운 걸 기대했던 내게 천안문 사태를 배경으로 한 이 하나지만 하나가 아닌 이야기는 다소 내 감성 회전을 더디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샨사의 소설은 언제나 그렇듯, 누군가의 평처럼 정말 진주를 엮어 놓은 것 같다. 잘 쓴다. 가끔 어렵고 난해한 문장들이 툭툭 튀어나오긴 하지만. (이건 내 소양이 아직 부족한 탓이겠지 싶다.) 여전히 측천무후와 바둑 두는 여자의 그 농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는 여운이 내 마음속엔 가득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아마도 내 마음 속에 샨샤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샨샤는 샨샤였다. 천안문과 이어지는 내용의 음모자들. 천안문 사태를 주도했던 한 여학생 아야메이와 그가 연모하는 남자 민과 도주한 아야메이를 뒤 쫓는 중위 자오. 다국적기업 컴퓨터 엔지니어로 행세하는 CIA 요원, 빌 카프란 - 조나단 줄리앙. 천안문의 여전사 아야메이로 행세하는 중국 스파이 - 안카이 중령.정치판의 젊은 피로 행세하는 무기 밀매상 - 필립 마틀로. 역시 샨사의 소설은 뭔가 몽롱하고, 몽환적이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샨사의 소설에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한다는 게 왠지 의아하고 새롭다. 사실과 내면 심리만이 가득일 것 같은 그녀의 소설에서 말이다. 사실, 뭔가 확- 이해되지 않는 기분이 살짝 들기도 하다. 뭐 그렇다고 특별히 이해하고 넘어갈 복잡한 플롯이 있는건 아니다. 그래서 몽롱-한거다. 차갑지만 참신한 문장과, 샨사 특유의 분위기에 휩싸여 잠시 다른 세계로 떠나보고 싶다면, 이 여름 가장 시원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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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태양'이란 타이틀을 달고 떠오른 샨사는 8세때 이미 시를 쓰기 시작하여 9세에 첫 시집을 출간하였다. 역시 크게 될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측전무후'라는 작품은 프랑스 두 출판사가 판권을 놓고 법정소송까지 간 프랑스 출판계에 있어 전대미문의 '샨사 분쟁'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런 그녀의 소설 '음모자들', 제목부터 뭔가 속고 속이는 재미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며 읽기 시작.
이야기는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을 국익을 위해서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며 뒤에선 전쟁을 종용하고 무기를 팔아 수익을 내는 국제사회의 속고 속이는 보이지 않는 암투극을 그렸다.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각 장마다 각각 다른 등장인물에 대한 배경설명과 그들의 생각, 행동을 용의주도하게 관찰한다. 사실 등장인물이 많지 않지만 그들의 역활이 스파이다 보니 실제의 나와 연기를 하고 있는 나를 왔다갔다하며 누가 어느나라의 대변인이며 진짜 내가 누구인지 쫓아 읽느라 애먹었다.(그래.. 나 이름 잘 못 외우고, 나라간 정세도 잘몰라 애먹은거 맞다. 하하하)
BUT...
이 소설을 화려한 액션과 나라 간의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전통 스파이 소설이라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감정싸움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 인간사이에 놓인 감정과 그에 따른 대립은 제아무리 혹독한 훈련을 받아 잘 교육된 인간이라도 인간이기에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진정성이다. 서로를 속고 속이며 누구도 믿지 못하는 스파이들이 겪는 불안감과 오늘은 영희, 내일은 순희 역할을 하며 평생 자신을 위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그래서 자신이 누구인지 점점 에고를 잃어가는 스파이들의 화려해보이지만 씁쓸한 삶을 잘 보여준다.
특히 4장에 나오는 아야메이가 조나단에게 쓰는 편지에서는 스파이이기에 스파이를 이해하고 조나단에 투영된 자신을 보며 그에게 연민과 애착,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그녀의 마음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아무도 알지 못하는 오로지 그녀만이 아는 그녀의 과거는 가슴이 찡하다. 샨사가 아주 심혈을 기울여 쓴 부분이 틀림없을 것이다. 다른 부분이 그냥 대충 쓰여졌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자신을 커다란 장기판의 졸정도로 여기며 그녀를 마음대로 갖고노는 보이지 않는 손에 충성하며 아주 냉철하고 차갑게 임무를 완성하는 그런 그녀이기에 4장의 자기 고백적인 편지는 참 인상깊었다.
고도로 학습받고 철저히 교육받은 스파이도 사랑에 빠지는 자신의 감정은 쉽게 컨트롤 할 수 없다. 왜? 인간이니까... 근데 하물며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한번도 교육 받아본 적이 없는 나따위가 어찌 가슴이 하는 일을 머리로 통제할 수 있을까? 그 자체를 의심하지 않고 가능하다고 믿었던 내가 참 한심스럽다...
샨사의 다른 소설도 꾸준히 읽어봐야겠다.
2010.02.16
*화려한 볼거리와 나라간 속고 속이는 스파이류의 소설을 원한다면 비추. 반면 냉철한 그들이 서로를 속고 속이며 자신도 모르게 감정의 파도를 일렁이는 것을 보고 싶다면 추천!
다양한 리뷰 이야기 http://blog.naver.com/dydy0105 |
| 산샤의 첫 스파이소설이라는 이야기에 많은 기대를 가졌다. 기존의 스파이 소설과 어떤 차이점을 가질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기대한 그런 스파이소설이 아니었다. 그녀 자신만의 스파이소설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소설에서 007같은 멋지고 행동하는 스파이는 없다. 처음 책을 읽어나가면서 스파이소설이 맞나? 하는 의문이 가득하였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스파이들의 심리와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소설로 읽혔다. 천안문 사태에서 살아남은 한 소녀가 성인이 된 지금의 상황에서 그녀를 감시하기 위한 침입으로 생각하였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면서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가서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지 못한 연출에, 결말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인터뷰 기사에서 천안문 사태 이후 프랑스로 간 것으로 기억한다. 천안문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연관된 이 소설에서 그 사건이 그녀의 기억과 감정이 얼마나 많이 담겨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의 입을 빌어 중국 변화의 시작은 천안문 사태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에서 그녀가 느끼는 자부심과 아픔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첫 소설인 천안문을 읽고 이 소설을 읽거나 이 소설 이후 천안문을 읽는다면 이 소설 속 여주인공과의 연관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천안문에서 진행되고 묘사된 많은 이야기들이 중복되는 느낌도 있지만 그 소재와 이야기의 재도입으로 이 소설은 마지막 반전과 새로운 결말이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살인이나 깊게 구성된 트릭이나 대단한 음모를 위해 활약하는 스파이들을 기대한다면 이 소설은 재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색다른 느낌을 가진 스파이소설이자 산샤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녀가 묘사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묘사와 행동들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