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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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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희곡을 읽은 것 같다. 재작년 초엔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 이후 아마 처음이지 싶다. 어제 도서관에 들러서 두 권의 희곡을 빌려 왔는데 하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강백 작가의 희곡전집 두 번째 권이었다. 사실 읽기는 셰익스피어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마무리는 이강백 작가의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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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희곡을 읽은 것 같다. 재작년 초엔가 브레히트의 <억척어멈> 이후 아마 처음이지 싶다. 어제 도서관에 들러서 두 권의 희곡을 빌려 왔는데 하나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강백 작가의 희곡전집 두 번째 권이었다. 사실 읽기는 셰익스피어의 책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마무리는 이강백 작가의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부터 읽었다. 순전히 분량이 적기 때문일까.

 

십 년도 더 전에 만화가 친구가 그린 단편만화를 배경으로 해서 영화용 시나리오를 쓴 기억이 난다. 그것도 한글이 아닌 영어로 말이다. 소설의 서사구조와 다른 희곡의 서사 방식이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색다르게 다가왔다. 역시 무대에 올리는 연극을 위한 목적성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던 건 역시 지문이 아니었을까?

 

이야기는 몇 날 며칠째 비가 멈추지 않고 내리는 하숙집을 그 배경으로 한다. 억수 같은 폭우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해 먹거리조차 떨어져서 그저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는 하숙집 식구들, 왠지 모를 궁핍함이 절로 느껴졌다. 그 와중에 등장한 분장사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분장사는 비가 멈추기만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변변찮은 하숙집을 고급 호텔로 생각하자면서 이웃을 꼬드긴다.

 

전당포 주인은 하숙집에 찾아와 그들에게 마냥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뭐라도 해야 한다고 하지만, 하늘(!)조차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 딸의 정혼자를 찾아 도시에 온 장군 일가가 하숙집의 봉으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매우 급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장군의 딸을 본 하숙집 아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그렇게 한 방에 사랑에 빠지고, 그와 처녀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한 이웃들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이 희곡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바로 분장사다. 그의 분주한 손놀림을 통해 하숙집 식구들은 스페인 대사 부인으로, 의사 선생으로 신분 상승을 이룬다. 우리의 마음이 천국일 수 있다는 그의 유심론적 아이디어의 발상은 하숙집을 고급 호텔로 둔갑시킨다. 현실적이지 못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바로 그런 비현실성에 유머의 코드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전당포 주인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본증식의 논리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떤 생산 수단이나 노동력을 가지지 못한 자본가(전당포 주인)가 자본만으로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니! 채무의 연좌제까지 들먹이는 천민자본주의의 본질을 전당포 주인의 대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강백 작가는 궁핍한 어느 하숙집의 초상을 통해 사랑의 진정성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사실 희곡의 어느 부분에도 앗싸라한 그런 맛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철저하게 리얼리즘에 기반을 둔 사랑이 밥 먹여 주냐는 장군 부인의 일갈이 더 와 닿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말이다. 물론 희곡의 구조상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하숙집 식구들이 장군네를 조직적으로 속여 먹은 것에 대한 노여움일랑은 애당초 존재하지도 않는다. 아니 어쩌면 장군 부인의 독백처럼 그렇게 어수룩하게 속아 넘어간 장군 탓일지도 모르겠다.

 

참 아이러니하다. 제목은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라고 하지만 과연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한 여름 밤에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h******1 2010.07.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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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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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나 뮤지컬을 좋아해서 종종 보는 편이고 책도 늘 읽으면서도 한번도 '희곡'이라는 장르를 책으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듯 하다. 학교 다닐 때, 셰익스피어나 사무엘 베케트 같은 극작가들의 작품을 공부로 읽어본 적은 있어도 내 스스로 희곡이라는 것을 읽어보겠다는 가상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한달에 한번 있는 '한국문학읽기' 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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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나 뮤지컬을 좋아해서 종종 보는 편이고 책도 늘 읽으면서도 한번도 '희곡'이라는 장르를 책으로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 듯 하다. 학교 다닐 때, 셰익스피어나 사무엘 베케트 같은 극작가들의 작품을 공부로 읽어본 적은 있어도 내 스스로 희곡이라는 것을 읽어보겠다는 가상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한달에 한번 있는 '한국문학읽기' 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과 이강백 희곡전집2에 담겨있는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 전집에 수록된 총6편의 희곡들은 모두 70년대에 씌여진 것들인데, 그 당시의 정치적 이유로 무대 위에서의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희곡은 모두 검열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는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극작가들은 우회적 방법을 통해 나름의 저항을 시도하였으나, 직접적 표현이 가져다 주는 명쾌함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고 작가는 설명하고 있다. 아무래도 70년대에 태어난 나는 그 당시 시대적 상황을 직접 경험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는지라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크게 수긍하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그런 시대에 씌여졌던 희곡이라고 해서 꼭 이념을 머리 속에 두고 읽어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극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는 거짓말을 하는 형식만 보자면 연극 '라이어'를 생각나게 한다. 무대의 배경이 되는 싸구려 하숙집과 거기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찌질한 모습에 대한 묘사가 극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지만, 장군의 가족이 등장하고 점차 황당한 거짓말이 계속됨에 따라 유쾌한 분위기로 반전이 되고 독자는 작당을 한 하숙집 무리들과 한패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굳이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해석을 해보자면 날씨에 따라 변한다는 것은 이해와 상황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쉽게 저버리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인데, 그냥 셰익스피어 소네트 116번의 "변할 일이 있다고 해서 달라진다든가 옮겨갈 곳이 있다고 해서 방향을 바꾸는 건 사랑이 아니에요"의 의미로 담아두어도 무방할 듯 싶다.

 

p.s. 요즘 같은 날씨에 누가 나에게 날씨에 따라 변할 것 같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두번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 같다. ㅠ.ㅠ 아고..더워라... 

l********d 2010.07.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