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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봉 님의 동화를 읽다보면 마치 한국화의 여백과 같은 그런 여운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느낌은 어린왕자와 같은 서양의 동화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다. 일전에 이미 고인이 된 작자 자신도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쓰다보니 그리 된 것 같다면서, 자신은 풀냄새, 달빛, 바다 해초 내음 같은 우리네 향토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 것에 강한 애정을 느낀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작자의 목가적인 감성은 바로 이 소설에서도 그대로 담겨져 그만의 냄새를 풍기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하겠다.
사실 이러한 점은 이 소설이 화려한 미사여구나 세세한 묘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주로 내용의 효과적인 전달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데에서도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그의 글은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슴에 품고 있는 마음, 하트"를 담아내는 도구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의 동화 '제비꽃'은 투박하다 싶으면서도 여운이 남고, 짧으면서도 그 깊이가 있어보인다고 생각된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그이지만, 아마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이면 독자들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도 자기의 사랑 지키기를 해나가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줬으면 했던 책 속에 담긴 그의 소망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느티나무는 하늘을 향해 뻗어올렸던 수많은 가지들과 함께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내면서 쓰러졌었다. 그때 웬일인지 수수는 막 눈물이 나왔었다.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다. 사람들이란 누구나 뽑혀지지 않는 나무 밑동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단다. 그래, 그 아픔을 느낄 때마다 나무 뿌리를 때리듯이 제 가슴을 치면서 살아가는 거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