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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입 안에 고인 침묵’은 ‘우호적인 무관심’의 저자인 최윤정 님의 새 책이다. 이번 책은 ‘우호적인 무관심’에 넣지 않고 남겼던 글들을 묶은 책이라고 한다. ‘우호적인 무관심’을 통해 저자가 그림(크로키)을 그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이번 책에서는 저자가 스물 네 살에 오정희 소설에서 정교하고 치밀한 부재의 흔적을 찾아내어 한 편의 평론을 완성하고 그것을 서른 다섯 살에야 발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완성 이후 10년 이상 원고를 발표하지 않았던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인가 하겠지만 나를 흔드는 것은 스물 네 살이라는 나이에 한 만만치 않은 소설로부터 정교하고 치밀한 부재의 흔적을 찾아내 평론으로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우호적인 무관심’을 통해 저자를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소설가도 시인도 동화작가도 아니라서 자주 비참하고 답답하다가 종내는 비관적이 된다.”는 글을 들 수 있다. 이 글이 이번 책에 다시 나온다. 단 서로 다른 두 부분의 새 글 사이에 끼워져 있으니 글의 정체성과 연속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모리스 블랑쇼의 '미래의 책‘을 번역한 번역가이자 출판사를 운영하는 편집인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저자의 전공(프랑스 문학)에 관한 글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저자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석사 과정 중 만난 교수로부터 “이제까지 남들이 해 놓은 연구 말고 너만의 시선, 너만의 생각은 무엇이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수녀원 벽 쪽으로 창이 난 낡은 스튜디오의 작은 책상에서 온통 집중해 읽은 블랑쇼의 책들이 평화와 고요의 흔적으로 남았다는 저자는 ”블랑쇼를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그가 말하는 그 세계, 현실이 아닌 글쓰기의 세계 속에서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자기만의 언어로 생각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것과 관계된 단서이다. 그림이란 말을 했지만 저자는 ”글을 이미지로, 음악과 몸짓을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을까, 혹은 그 반대로 낱말을 그림으로, 말로 하지 못하는 마음속 깊은 곳의 정서를 춤으로 표현해 낼 수 없을까 등등의 추상적인 생각에 빠“지곤 한다고 한다. 프랑스 화가 발로통(Vallotton)의 그림을 정신분석가 장 다비드 나지오(’카우치에 누운 정신분석가‘, ’무의식은 반복이다‘ 등을 쓴)가 분석해 낸 책(L'inconscient de Vallotton)의 번역 청탁을 받았다는 저자는 이 책에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는 말을 한다. ”새로운 인연“, ”또 다른 이야기“ 등 저자가 그 책으로부터 기대하는 것들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미카엘 올리비에가 쓴 ’뚱보, 내 인생‘을 읽으려는 참이라고 말한다. 올리비에의 홈페이지에 들른 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글쓰기에 자신을 던져 넣었는가를 확인하고 그 뜨거움에 살짝 전염이 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저자의 블로그에 가 보았다. ‘우호적인 무관심’을 읽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게시된 글들 중 그림 선생님으로부터 “선이 예술.”이고 “팔레트만 보면 완전 대가”이며 “깊고 세련된 색”을 쓴다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 그로부터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고장나 버렸네요,”란 말을 들었다는 글이 생각을 부추긴다. 사소하지만 구상을 할 때는 물론 그 구상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그렇게 방향을 잃곤 하는 나에게 큰 생각의 여지를 주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이 고장난 네비게이션과 비슷한 맥락으로 읽히는 글이 “방향지시등이나 이정표가 없는, 인생이라는 미로 속을 헤”(140 페이지)맨다는 글이다. ’입 안에 고인 침묵‘은 (프랑스) 문학이나 그림 등에 대해 정색을 하고 쓴 본격적인 글들은 아니다. 하지만 고유한 시선, 책 읽기와 사람 만나기의 즐거움, 영화의 매력 등을 고요히 음미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작가란 집단적인 기억을 조금 더 어루만져서 작품을 쓰는 게 아닐까란 말, 하나의 관념으로 요약되는 소설은 작품으로서는 실패한 것이라는 말, 열정과 욕심을 헷갈리지 말자는 말, “몸이 아닌 다른 어떤 것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은, 유형이면서 무형인 어떤 절대감각”(춤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말, “아마추어리즘”은 귀하지만 “스노비즘과 아마추어리즘의 경계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 등 모두 인상적이다. 저자는 영화란 지나가고 나면 기억에 의존해야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말한다. 역시 공감할 만한 말이다. 내 생각을 확인해주는 글을 찾아 책을 이리 저리 찾아 펴보고 수선을 피우곤 하는 나는 영화와 친하지 않아 삶이 무미건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눈에 띄는 글이 있다. 바로 “영화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영화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선택의 어려움은 책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은연중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파리는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도시라 말하는 저자는 게으른 편이어서 거리를 돌아다니는 대신 파리의 구석구석에 있는 영화관들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여행을 대신하곤 한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니 내가 책을 좋아하는(적어도 영화에 비해) 것은 게으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녀원 벽 쪽으로 창이 난 낡은 스튜디오의 작은 책상에서 온통 집중해 블랑쇼의 책들을 읽었다는 저자로부터 낭만이나 멋을 느끼지만 책을 그렇게 집중해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더구나 저자처럼, 그리고 나처럼 무언가 읽으면 정리하고 쓰고 싶은 마음에 시달리는 나에게는 더욱. 적어도 심리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어야 만들 수 있는 것이 독서 시간이 아닌가 싶다. 심리적 여유란 게으름이 아닌가 싶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를 그렇게 즐기는 저자가 환한 색깔을 보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지만 색깔과 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 있다. 잘 쓴 글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잘 짜여진 글일수록 거짓이라는 생각에 따른 결론(?)이다. 저자는 진실을 글로 전달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고 말한다. 그 어려운 일을 위해서 갈고 닦은 세련미는 어쩐지 밉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당연히 생각도 돌고 돈다고 말하는 저자는 스무 살 때와 정반대인 이런 자신의 편견에서 놓여나기 위해 나름 노력중이라고 한다. 답은 이것이 아닐까? 사태를 극도로 단순화시켜 보는 것과 명료하게 보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는.(아마추어리즘과 딜레땅띠즘의 사전적 차이가 아닌 저자가 의미하는 차이는 무엇일까 궁금하다.) 가볍게 암시되는 생각의 실마리들이 빛을 발하는 저자의 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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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어머니이거나 교사이다. 10p 나는 어머니거나 교사가 아니다. 내가 아동문학 또는 청소년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아직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상처를 파헤치는 글이 소설은 될 수 있지만 동화는 될 수 없다는 것. 11p 내가 상처를 파헤치는데 이유가 있다면, 곪아가는 상처의 아픔 때문일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쓴 글도 동화는 아닐것이다. 쥐스틴 레비의 '만남'에 관심이 생겼다. 나는 블랑쇼를 만나기 이전부터 아마 그가 말하는 그 세계, 현실이 아닌 글쓰기의 세계 속에서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블랑쇼의 언어로 설명되었다는 생각에 안전한 감정을 느꼈다. 21p 나는 아직 나의 블랑쇼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 경험을 하지 못하고 청춘을 흘려보낸 것은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다. 책을 읽으면 언제나 스멀스멀 말들이 나를 타고 올라온다. 그래서 뭔가 쓰고 싶어진다. ... 그런데 그렇게 하면 책을 계속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계속 읽으면 내 안에서 웅얼거리면서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그 말들이 흩어지고 사라져 버린다. 25~26p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읽어야 하는 책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그런 자신을 죽이고 말았다. 글을 쓰거나 무슨 생각이 떠오를 때면 그것이 내가 해낸 생각인지 이제까지 보고, 들은 것들을 나도 모르게 내 안에 저장했다가 꺼내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43p 요즘 인터넷에서는 읽기와 쓰기의 간격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SNS의 발달이 주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집단적인 기억'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 가끔 그런 것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고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고립을 실행해도, 내가 내 지식과 생각들의 출처를 정확히 떠올리지 못하고 사용한다면 그것이 내 것인지 누구의 것을 빌린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제까지 살면서 나는 출판이 불황이 아니라는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건 내 경우뿐만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경우뿐만도 아니다. 45p 애초에 다른 파트에서 호의호식할 수 있을정도로 수단이 좋은 사람이라면, 고지식하게 출판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품을 수 없지 않을까. 스스로를 속이면서 속병을 앓는 사람이 아니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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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 고인 침묵' 이 책은 처음부터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입 안에 고인 침묵이라... 그럼 이 책은 요 침묵을 이야기 해 주겠다는 이야기겠지? 하면서 말이다. 또한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 책이라 더더욱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사실 '바람의 아이들'이란 출판사는 좋아하지만, 주로 아이들 책을 통해 접했던 지라 이렇게 어른을 위한 책이 있는 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바깥바람'시리즈라 하여 이렇게 어른들을 위한 책도 나온다. 앞으로 눈여겨 봐야겠다.
책의 표지가 한 편의 수묵화를 연상하게 한다. 그래서 표지만 보아도 뭔가 여백이 느껴지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또한 제목 역시 '입 안에 고인 침묵'이라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뒷부분부터 살펴보는 습관을 가진 나는 오늘도 뒷부분을 먼저....^^ 문학과 인생의 경계에서 만나는 낯익은 침묵이라... 어떤 내용이기에? 자꾸 궁금증만 더해간다. 책, 영화, 춤과 연극, 전시 혹은 프랑스 삶의 현장 등등 다양한 텍스트 속에서 포착한 어떤 심연에 대한 이야기들이란다. 뭔가 풍부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아서 기대된다는...
이 책은 산문집이다. 어느 순간부터 소설보다는 이런 산문집을 자꾸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일까? 어쨌건 산문집이니 작가가 누군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기에 이 부분도 꼼꼼하게... 어린이 문학 평론, 어린이, 청소년 문학작품을 번역하신 분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분이 바로 '바람의 아이들'출판사 대표님이시다! 이런 무식함이란.... 블로그도 운영하시고 계신 듯. 자주 들어가봐야겠다는...
이 책은 또한 우수 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단다.
소개만으로도 무한한 호기심을 갖고 차례를 살펴본다. '현재형이 아닌 그 어떤 사랑 이야기' , '누군가의 슬픔', '60억의 타인들'이란 세 개의 큰 제목 아래 작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먼저 '현재형이 아닌 그 어떤 사랑 이야기'를 읽어보았다. 이 부분은 저자의 책 이야기들이다. 현재형이 아닌 그 어떤 사랑 이야기라는 것은 저자가 과거 작업했던 책 중 애착이 남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라 그런 제목이 붙은 것 같다. 책에 대한 저자의 취향이랄까 이런 것들도 알 수 있었고, 꼭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많았고 더불어 '바람의 아이들'이란 출판사가 어떤 걸 추구하고 있는지까지 알게 되어서 참 좋은 부분이었다. 어린이와 청소년 문학에 대한 저자의 의지도 읽을 수 있어서 이 출판사에 대해 믿음이 더욱 견고해지기도 했고....
두번째인 '누군가의 슬픔'은 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영화를 좋아라하기에 이 부분도 참 읽으면서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모르는 영화들도 많았기에 모두 다 하나씩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저자의 글솜씨에도 놀랐고...
세번째인 '60억의 타인들'은 프랑스에서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와는 다른 사고방식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때로는 뭔가 조용히 수다떠는 느낌으로 전달하는 글들이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산문집이라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 무엇보다 저자의 취향이 나랑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아 왠지 친구랑 이야기나누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리고 공감되는 부분들도 많았고.... 또한 역시나 출판사 대표님이시라 그런지 잔잔하면서도 뭔가 울림이 있는 이런 차분한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참 부럽기도 했다. 언제쯤 나는 이런 잔잔하지만 호소력있는 글들을 쓸 수 있을 런지... 그냥 나라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하고 다르게 바라보면 모습들을 보면서 역시나 다양한 것에 대한 관심이, 세심함이 글 쓰는 힘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보고...
(자기 앞의 고독을 온몸으로 밀어내며 혹은 걷고 혹은 달리는 그들이 존경스러운 마음으로 된다. 혼자 자기 단련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자기 안에 또렷이 빛나는 별을 가진 작가들을 떠올렸다면 지나칠까. 쉽게 반짝하고 쉽게 흐릿해지는어린이문학 판의 별들이여.....)
이런 표현들은 정말 멋지지 않은가 말이다. 아침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어찌 저런 생각들을 하는지...
오랜만에 참으로 마음에 드는 산문집을 만난 것 같다. 친구랑 조용히 책과 영화에 대한 수다 떨면서 프랑스를 다녀온 느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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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을 손에 잡지 못했다. 흘러가는 시간을 그냥 내버려둔채 그냥, 그렇게 보냈다. 지난 3월 쉰넷의 작은 오빠를 사고로 떠나보내고 무척이나 긴 시간이 흐른듯 느껴졌다. 죽음이라는 존재가 두려웠고 두려움앞에 선 내가 무기력해보였다. 그런 나를 나는 위로해주지 못했고 맘껏 슬퍼하지도 못했다. 자꾸 이사오기전 고향이 떠올랐고 그곳이 그리웠다. 그런데... 이제 서서히 또다시 깨닫는 중이다. "그냥, 받아들이라고"--(P.188) 그것이 사람살이라고,,,삶이라고... 열흘전 받아두어 간간히 읽곤 하던 책<입안에 고인 침묵>을 어제 다 읽었다. 활짝 열어젖힌 거실창문 사이로 '바람의 결'이 느껴지는 오후한때였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지우개 달린 연필을 벗삼아 책을 읽으며 밑줄을 쳤다. 수년동안 해 오던 습관에 마음이 포근해졌다. 그리고 고요해졌다. 책을 한 손에 잡고 페이지를 드르럭드르럭...책의 질감을 느껴보았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짙은 뭉게구름이 바람과 더불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오빠 생각이 났다. 울컥했다. 난..내 마음속에 응어리저있던 작은 오빠의 이야기를 풀어냈어야만 했다. 장례식장에서 상을 치른 이후로 난 목놓아 울지 않았다. 울음은 그 때 다 쏟아냈다고 생각했나보다.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은 조카들과 남편을 잃은 올케언니의 슬픔에 비하면 나의 슬픔은 너무도 가볍다라고 느꼈었나 보다. 슬픔에 가볍고 무겨운게 있을리가 없을진데... '가슴속에 눌러 둔 울음은 늘 터질 기회를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P.67) 이사온 후 한동안 거실창으로 동이 트는 아침해를 맞이하곤 했는데... 지난 3월 그날 이후로 그것 또한 부질없이 보였다. 다.....소용없다는 듯이.... 내가 갑자기 사라지는...아이들과 남편이 갑자기 사고를 당하는 상상이 자꾸만 나를 무섭게 하고 움츠려들게 했다. 몇년전까지 나는,,,자만하지 않았더냐...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받아들일 준비를 서서히 하는 중이라고... 이제 웰빙의 시대가 아니라 웰다잉의 시대라고,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은 죽음도 무섭지 않다고.... 어찌 서서히라는 말을 감히 했었을까...무섭지 않다라는 말을 감히 했었을까... 그 두려움을 공허함을 잊어볼려 노력하며 간간히 도서관에도 몇번 가곤 했었다. 몇권의 소설책을 빌려가지고 왔으나 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보봐리 부인>에 대해서 그 아이는 대략 이런 말을 했다. '=그게 어떤 사람의 이야기이고,그 사람 마음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노라면 어떤 때는 자신도 그렇게 느낀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P.96) 지금에서야 알았다. 나는 소설속 인물들의 마음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책을 앞에 두고서는 '곁도는 것'같은 나를 보았던 것이다. 어느날 저녁 늦게 조카에게 톡을 보냈다. 너희 아빠는 정말 멋진 사람이였다고...존경할 만한 사람이였다고...이야기해주었다. 조카는 삶에 빠빴던 오로지 일하는 것이 취미였던 아빠와의 추억이 너무도 없다고 이제 우리곁에는 남자어른이 없는 거라고... 두렵다고 했다. 그래...맞다... 내가 알고 있는 오빠와 조카가 알고 있는 아빠는 같은 사람인데 다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이야기가,아빠만의 이야기가 없는 줄 아는 조카가 너무도 않쓰러웠다. 하나하나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내가 아는...나와 어린 시절 추억을 공유한...삶의 멋을 알았던 오디오로 음악도 즐겼고 산도 좋아했고 호기심이 많았던 청춘의 오빠에 대해...조카가 모르는 이야기에 대해서... 나또한 오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지라도... 그런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 엄마를 떠나보내며 나는 어린시절의 엄마, 아가씨때의 엄마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엄마 자신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난 엄마를 너무도 몰랐다. 엄마로서가 아닌 여자로서의 엄마를... 그 때부터 였을까...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나의 이야기를 끄적거리게 됐다. 전시회나 영화관을 다녀와서 느낌을 끄적거리게 되고 소소한 일상의 순간에 느끼는 감상들을 적기 시작했다. 물려줄 재산이 없는 나는 이것이 나의 유산이라는 듯이... 나의 아이들이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할 때 읽어 주기를 바라면서... 않읽어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떠난 후에 나처럼 조카들처럼 모른다고 엄마가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그런 궁금증이 생길때면 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봤으면 좋겠다.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마음이 평온해지기 시작한다. <입안에 고인 침묵>을 읽은 후에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하루하루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래서...책은 문화는 예술은 참 좋은 친구같다. '예기치 못한 위로라니..... 방향지시등이나 이정표가 없는,인생이라는 미로 속을 헤매며 내가 그간 저지른 수많은 실수와 오류와 실패들이 결국은 살아갈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두 눈 질끈 감고 믿기로 했다. 아,예술이란 얼마나 '필요'한가!'--(P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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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참된 지성의 폭포처럼 최윤정님의 '입 안에 고인 침묵'은 다가왔다. 70년과 80년 문학과 예술을 꿈꾸었지만 가난한 현실에서 그 열정은 점차 퇴색되었으며 어느덧 어른이 되어 직장을 갖고 가정을 꾸리고 늙어가면서 기계 인간이 되고 말았다. 책 보다는 인터넷, 문자 보다는 영상에 쉽게 중독되면서 저렴한 문화에 익숙해졌고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면서 하루하루를 덧없이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최윤정님의 이 책을 접하고 쇠망치로 손톱을 찧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열망을 안고서 멀리도 떠나 살아온 작가는 일기장에 숨겨진 생각처럼 그 시절의 뒤안길을 빼곡히 솔직하게 적어놓았다. 글의 때깔은 오랜 번역의 티가 뭍어나는 유럽 풍의 이국적 문체로 다가오지만 그 속에 담긴 잔잔한 이야기는 소박한 우리 시절의 꿈과 열정이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기에 반가움이 뭉클하다. 아동문학과 청소년 소설에 대한 작가의 순수한 애정, 알려지지 않은 작가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시들어가는 우리 출판계의 신선한 바람과 같다. 선진이라는 아이의 졸업논문을 책으로 엮고 나서 그 엄마랑 엉엉 울었다는 편집자로서의 소회는 가슴 뭉클할 뿐더러 감사하기 그지 없다. 학교와 도서관에 대한 작가의 의견은 우리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매우 소중한 생각이다. 글자 하나하나에 문학과 예술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뭍어나며 글이라는 그릇에 담겨있는 알맹이는 읽고 난 후에도 그 고상한 기품과 향기는 오래 남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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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람의 아이들이라는 출판사도 생소했고 저자인 최윤정이란 이름도 낯설기만했다 프로필을 보니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유학을 했고 평론가이기도 했고 번역가이기도 했고 지금은 책을 만들기도 한다는 다양한 이력을 확인할수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그녀가 썼다는 그 어떤글도 읽어본적이없다 이책이 온전히 처음이다 그래서 나는 별다른 사전정보없이 이책으로만 파악해야만 했다 소설을 읽다보면 이 작가는 어떤사람일까 상상할때가 있다 그러다가 작가의 에세이같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글을 읽었을때 상상했던것과 비슷하면 왠지 기쁘고 의외의 면을 발견하는것도 신선해서 좋아한다 그저 잘몰랐을때는 아직 젊은 작가인가? 싶었지만 훌쩍 큰 아이들이 있다는것에 놀랐고 본인이 게으르다고 하지만 오히려 내가 받은 인상은 한번 맘먹은건 결국 해내고 마는 능력이 있구나 였다 1부에서는 문학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다 그녀가 번역했던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쉽게도 프랑스문학과는 친하지가 않은데다가 접할 기회가 없어서 전부 생소한 작품들 뿐이었지만 그녀가 번역하면서 느꼈던 여러 감정을 간접경험할수있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듣다보니 궁금해져서 읽고싶어졌다 절대보지마세요 절대듣지마세요란 동화를 쓴 변선진작가의 이야기는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변선진이란 작가의 이름은 잘몰랐지만 그 동화의 제목은 어디선가 들어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런사연이 있는것을 알고 다시보게 됐달까 동화라고 해서 별생각없이 넘겼는데 어떤 그림인지 어떤 글인지 직접 느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는 저자가 본 영화나 전시 춤 .. 에 대한 이야기지만 역시나 흔히 보는 영화보다 예술영화가 많은지라 본영화가 비포선셋정도밖에 없었다 그저 설명에 의존해야만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글만 읽고 상상할수있었달까 영화에도 조예가 있고 그녀만의 감상포인트가 있는것같아서 영화평론가 같단 인상도 있었다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조예에 또한번 놀랐다 주류는 아니지만 평론가의 날카로운 감상평이 인상적이었다 3부는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대부분 가진 프랑스에 대한 이미지를 나 역시 가지고 있었다 문화예술의 도시 뭔가 낭만적인 분위기를 가진 도시 그렇지만 그녀에게 프랑스 파리는 생활했던 도시의 인상이 강했다 지하철의 더러움 구걸하는 사람들 쓸데없는 얘기하느라고 줄어들지않는 마트계산대에서의 줄 비싼 교통비 .... 말이 많은 사람들 ㅋㅋㅋㅋ 프랑스사람들이 그렇게 말이 많은 사람들인줄몰랐다 게다가 다들 잘한다는것이다 프랑스가 각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절차를 중시하는 나라인것은 아니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을 붙여대는지는 미처 몰랐다 속사포같은 불어폭격을 듣는다면 글쎄 어떤 기분일까 뭐든 빨리빨리 하지않으면 참지못하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기다려야한다면 글쎄 글로만 봐도 사실 스트레스받을 지경이었는데 아마 어쩔수없음을 온몸으로 체득한 저자는 화가나면서도 참을수밖에없다고 받아들이고있는것같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고 말을 잘하는 프랑스사람들이 귀엽기도 하면서 버스안에서나 지하철에 붙어있다는 문구하나에도 유머가 깃들어있는 걸 보면 아 역시 프랑스답구나 싶었다 강권이 아닌 권고가 읽는 사람을 기분좋게 웃음지을수있게 하니까 말한마디 문구한마디가 그렇게나 큰 힘을 지닌게 아닐까 책을 읽는내내 이 작가의 내공이 느껴졌고 그녀가 만든책이 궁금했으며 나와는 상관없다는 아동문학 청소년문학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다가 청소년문학을 읽긴했지만 사실 별 감흥이없었다 너무 교훈적이거나 아니면 너무 과장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는데 그녀가 만든 아동문학과 청소년문학은 좀 다르지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고 이제서야 알게됐지만 그녀의 글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아마도 바람의 아이들이란 출판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겼다 우리나라에 출판사가 그렇게나 많은줄은 몰랐는데 그속에서 당당하게 자리잡고 자신만의 특징을 잡아나가는 앞으로의 바람의 아이들의 행보에도 관심을 가지고지켜볼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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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이들 출판사 대표의 산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산문집이란 말에 부담없이 인생을 멋스럽게 살아가는 어떤 분의 인생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기도 하고요.
다른 무엇보다도제가 알고있는 그 어떤 사람보다 차세대 주역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지극하신 분이라는 생각에서
청소년에게 열정을 품고 그들이 읽어야 할 책을 선별하여 곱게 다듬어 주는 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까 하는 기대감에
책을 만난 감회가 더욱 남달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번역한 청소년 문학 작품이 무려 100여권에 달한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지요.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하여 상상하는 능력이나 주위의 사물이나 환경을 받아들이는 것도 빠르다는 실감하는 요즘인데요.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사용하는 말을 들으면 도대체 외계어인지 어느 지방 방언인지 알아듣기가 어렵더라고요.
정말 아이가 읽을 책은 제 손으로 골라 주었고....
사회에 통용되는 신조어나 특이 언어에 익숙해지기 전에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우리말을 올바르게 숙지하길 바랐고 생활화하길 바랐었는데....
역시 엄마의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의 문화나 상황에 더 잘 그리고 빨리 적응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정말 아이들의 흔한 말마따나 '세대차이가 난다고!'
제가 웃 어른들께 느꼈던 바와 같이 저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 아이에게 비슷한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번역이나 평론을 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 것 같은 짐작을 해봅니다.
그들에게 적합한 언어가 있기때문이지요.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기 전에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에 도움을 받을 그런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까?, 무엇을 입힐까? 이런 것만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라는 고민도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저자를 통해 사람의 인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확인하게 됩니다.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지닌 분이라 그 인연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실 것 같은 인상을 받게됩니다.
역시 사람의 관계는 상호작용이며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사실 알겠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들은 3부로 구성이 됩니다.
1부 ‘현재형이 아닌 그 어떤 사랑의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문학작품과 관련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소개됩니다.
2부 ‘누군가의 슬픔’에서는 영화나 연극 등 다양한 문화생활에서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3부 ‘60억의 타인들’ 에서는 프랑스에 체류할 때의 이야기들이
마치 알고 지낸지 오랜친구를 만나 이야기 보따리를 한아름 쏟아놓는 것처럼 편안하고 재미있게 소개가 됩니다.
인생이란 역시 경험에 통해 그 어떤 것이라도 말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미처 체험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알게된 내용이니 그나마 그저 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보다는 좀 더 신빙성이 있는 간접 체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은 사랑가면서 대화가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저 상대해 줄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혼잣말로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편하게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요즘은 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럴때 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접하며 마음으로 나눌수 있는 대화 그것이 바로 독서라는 사실....
그것이 바로 독서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 책 제목과 같이 입안에서 고여있던 침묵들을 만나는 묘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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