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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물을 내세운 우화로 낙원과 희생, 그리고 말의 힘을 묻는 희곡선집이다. 낙원을 약속하는 목소리가 등장할 때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누구이고 값을 치르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인물들은 모두 일부는 옳고 일부는 어긋나 있어서, 읽는 내내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정하기 어렵다. 결말도 옳고 그름을 정해 주지 않고 독자의 판단으로 넘기는데, 그 점이 오히려 오래 남는다. 『장자』의 우언처럼 이야기가 끝난 뒤에 생각이 시작되는 책이다. 책을 덮고 한참 곱씹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권한다. |
『굽은 화살의 엇갈린 지향』, 최재도 희곡선집세상의 중심에서 한 걸음 비켜서면, 그제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굽은 화살의 엇갈린 지향』이라는 책을 알게 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단어는 '방외인(房外人)'이었다. 세상의 질서와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우리는 대개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안에서 살아간다. 좋은 학교, 안정적인 직장,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삶. 남들이 옳다고 말하는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방향이 정말 내가 원했던 길인지조차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방외인의 시선은 흥미롭다. 세상의 중심에 서기 위해 애쓰는 대신, 한발 물러나 그 중심을 바라보는 사람. 어쩌면 세상 안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사람보다 그 바깥에 서 있는 사람이 세상의 모순을 더 정확하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굽은 화살은 과연 어디를 향하는가. 책의 제목도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화살은 본래 목표를 향해 곧게 날아가도록 만들어진 도구다. 그런데 이 책의 화살은 굽어 있다. 심지어 그 지향마저 엇갈린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그렇다. 분명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정의를 추구하면서 정작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타협하기도 한다. 자유를 원하면서도 타인의 인정에 매달리고, 평온한 삶을 바라면서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 인간은 참 모순적인 존재다. 최재도 작가가 오랜 세월 탐구해 온 주제 역시 이러한 인간 내면의 모순과 사회적 역학이라고 한다. 이 희곡선집에는 권력과 생존, 집단의 허위의식, 뒤틀린 욕망을 다룬 11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문제를 우화와 풍자를 통해 풀어낸다는 것이다. 우화는 현실을 조금 비틀어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비틀어진 세계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더 닮아 있을 때가 있다. 누군가의 어리석음을 비웃다가 문득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풍자가 가진 힘은 바로 그런 데 있는 것 같다.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1977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최재도 작가는 반세기 가까이 희곡과 라디오 드라마를 써왔다. 그 사이 세상은 놀라울 만큼 달라졌다. 기술은 발전했고,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바뀌었다. 하지만 권력을 향한 욕망이나 집단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모습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리는 여전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논리를 쉽게 의심하지 못한다. 때로는 옳고 그름보다 어느 편에 서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오래된 문학이 오늘의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작가 소개의 마지막 문장도 인상 깊었다. 여전히 고향 마을에 머물며 달빛 어린 호숫가와 동트는 해변을 거닌다는 이야기. 오랜 시간 인간과 사회를 관찰해 온 극작가가 이제는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둔 채 살아가는 모습이, 그가 작품에서 지향하는 방외인의 시선과 묘하게 겹쳐 보였다. 물론 세상 밖에 서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다른 방향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필요하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화살이 곧은가 굽었는가보다,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아는 일일지도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화살을 쏘며 살아간다. 때로는 방향을 잃고,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 도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욕망과 모순을 마주하게 된다. 『굽은 화살의 엇갈린 지향』은 제목만으로도 그런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한 작가가 반세기 가까이 붙잡아 온 인간에 대한 질문들. 그 질문이 11편의 희곡 속에서 어떤 인물과 대사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가끔은 세상의 중심에서 벗어나, 조금 낯선 자리에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어쩌면 그곳에서야 비로소 내가 쏘아 올린 화살의 방향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도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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