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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에서 출판하는 소설향 시리즈는 빠짐없이 읽고 있다. 1~2시간정도면 한 권의 훌륭한 장편소설들을 읽을 수 있는데, 200페이지분량의 얇은 두께의 부담없는, 그렇다고 깊이가 없지도 않은 그런 소설들이 많이 있다.
나 자신이 책을 고르는 방법은,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작가의 향기가 나느냐 안나느냐로 책을 판단한다. 이 책을 뽑아드는 순간, 보헴 No.5의 초콜렛 묻은 담배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초콜렛 묻은 담배 향기는 책을 읽는 내내 가시지 않았다.
No.6만큼의 깊이나, 독하고 쓴 맛은 없지만, No.1의 얕고 가벼운 맛도 아니었다. No.5정도의 어느정도 쓰면서도 달콤한, 그러면서도 담배를 핀 후의 칼칼한 목 상태와 책속의 주인공들이 겹쳐진다.
아주 사소한 중독 - 그것은 사랑이다.
책속의 그녀는, 이 사소한 중독으로 여러 번 상처를 받는다. 그녀는 사랑을 사소하고 가볍게 생각하려 하지만, 즉, 오면 곧 가게되는 상의성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그녀는 쉽게 사랑에 중독되고, 누구보다 깊게 사랑이라는 중독에 빠진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은 어김없이 깊은 상처가 되곤 한다.
책속의 그는, 사랑을 적나라하게 표출한다. 그의 사랑과, 그로인한 질투는 그녀에게 여과없이 전달된다.
상의성. 사랑도 역시 상의성에 따라 진행된다.
그녀의 예감대로, 그는 곧 떠나고 만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만, 사랑에 대한 상처로, 실성증과 건망증에 이어 이명증으로 그녀를 짓누른다.
딸랑이 키 홀더보다 몇 배 강력한 자극만이 그녀를 치유할 수 있지만, 사랑이라는 중독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는..
사랑은 어쩌면 정말 무서운 중독이다.
08/12/29 락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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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쯤 깊은 사랑의 늪에 빠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독이라는 말에서 풍기는 느낌을 떠올릴 수 있다. 사랑하는 이의 모든 것에 중독되었다 믿는 것, 그것은 사랑이라는 거대한 환상에 빠져있을 때 가능한 일.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때는 그랬었지 하는 말을 되뇌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얇은 책, 표지의 입술자국은 누군가를 유혹하는 듯 보인다. 함정임과 함께 자동으로 떠오르는 이름, 그녀의 남편인 소설가 김소진. 소설 속 그녀와 그의 시작은 치명적인 그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 마르그리트 뒤라스 묘에서의 만남이 그들의 사랑이 죽음과 함께 시작됨은 어쩜 극단적인 사랑을 말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파리에서의 만남 이후 우연하게 한국의 서울에서 다시 만나는 그들. 그녀는 호텔의 요리사였고 그녀의 혀는 그녀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녀의 혀를 통해 만들어지는 달콤한 것들, 그녀의 혀로 사랑을 확인하는 그. 그와 그녀는 불륜관계이지만 그도 그녀도 그 이상을 말하지 않는다. 아내가 있고 불안한 직업, 그러나 그녀를 사랑한다고 믿는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과 사랑을 믿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떠나가는 남자를 붙잡고만 싶은 그녀다. 그와 그녀의 사랑에 대한 자극적이고 뇌쇄적인 묘사는 혀끝에 닿아지는 느낌을 어떤때는 환하게 퍼지는 박하향처럼, 때로는 쓰디쓴 알약이 파고드는 것과 같다. 감각적인 소설이다. 몽환적인 소설, 짧은 글속에 그녀의 마음과 그녀의 사랑을 함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 그리고 지금 그녀를 떠나거나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은 그녀의 혀로 인해 중독될 것이다. 그녀가 말한 아주 사소한 중독은 처음 등장한 묘지가 전해주는 섬뜩하고 강렬함인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정의내릴 수 없기에 그저 중독되어 가는 것이다. 그녀에게, 그에게. 작가 함정임은 말한다. [나는 말하고 싶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싶지 않다고, 미쳐가는 것을 미쳐가지 않는다고,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아니 사랑한다고.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고, 욕망하지 않는 것을 욕망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을 사랑한다고, 아니,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강조된 반어적인 표현으로 마치 말장난처럼 들리기도 하는 말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욕망과 감정은 복잡하고 미묘하며 자신의 소리는 침묵과 수다가 공존한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조경란의 '혀'를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정임, 조경란. 다른 듯 닮은 느낌을 만날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