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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때는 고전들이 만화영화로 참 많이 나와서 TV에서 방영했었는데 요즘은 책이 아니면 거의 접하기 힘든 것 같아요. 텔레비전에서 자동차나 귀신이야기가 판을 치니 고전 만화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어져서 아쉽게 느껴지네요. 어릴 때 티비에서 재미있게 봤던 모래요정을 아이에게 권해주었답니다. 책이라서 티비랑은 다른 느낌이겠지만 원작의 재미가 어디가나요? 아이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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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잘난 척에 허세도 있지만 동생들을 아끼는 맏이 시릴, 다정하지만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 마는 둘째 앤시어,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고 성격이 급한 로버트, 귀엽고 엉뚱한 제인, 그리고 누나들과 형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가끔은 귀찮은 존재이기도 한 아기 램. 이렇게 다섯 아이들이 대도시 런던을 떠나 시골에 있는 하얀 집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부모님들도 모두 집을 비운 동안, 다섯 아이는 집 근처 자갈 채취장에서 모래를 파고 놀다가 괴상하게 생긴 생물과 마주친다. 시골에서 지낸지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눈이 달팽이처럼 긴 뿔 끝에 달려 있고, 망원경처럼 눈을 쏙 집어넣다 쭉 뺄 수도 있게 생긴 생물이 자신을 '사미어드'라는 모래요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사미어드는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었다! 하지만 소원은 하루에 한 가지씩만 가능하고, 해가 지면 모든 마법은 풀려 버린다.
앤시어가 빈 첫 소원은 '눈부시게 아름다워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막내인 아기 램이 울기 시작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마사 역시 아이들을 알아보지 못해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다음날도 아이들은 모래요정을 만나러 채석장에 간다. 그리고 수백만 개의 금화를 달라고 소원을 빈다. 하지만 그 금화는 현재 통용되는 1파운드짜리 금화가 아니라 쓸 수 없었고, 게다가 훔친 걸로 오해까지 당한다. 경찰관이 아이들을 불법 소유물을 가진 죄로 체포한 후 아픈 아이들은 요양소로 사내아이들은 소년원에 보내겠다고 하자 아이들은 겁에 질린다.
3장의 제목은 '누구나 데려가고 싶어 하는 램'이다. 이게 내용의 힌트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말도 안 통하고 울기만 하는 어린 동생이 달가울리 없다. 자기들의 행동에 제약도 생기고, 동생을 돌보려면 맘대로 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버트가 자신도 모르게 "모든 사람이 램을 데려가고 싶어 했으면 소원이 없겠어.우리도 좀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말야."라고 한 말을 모래요정이 들어주고 만 것이다. 이제 램과 네 아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힌트를 주자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무시무시할 수도 있을 경험인데, 아이들이 지혜를 발휘해 잘 넘기게 된다.
비가 오는 날은 물에 민감한 모래 요정을 불러낼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매일 한 가지씩 소원을 빈다. 아름다워지기도 하고 부자가 되어 보았지만 어느 것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후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은 매일 아침마다 신중하게 무슨 소원을 빌지 고민한다.
아이들은 그렇게 날개를 가지게 되기도 하고, 포위된 성에서 적과 싸우기도 하며, 3미터 넘게 커지기도 하고, 어른이 된 램을 만나기도 하며, 사람의 머리가죽을 벗기는 인디언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난처한 일이 생기지만, 아이들은 모두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들의 기발한 문제 해결 능력도 재기발랄하지만, 위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타개하려는 아이들을 통해 아이들의 성격과 개성이 잘 묻어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어린이문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에디스 네즈빗의 작품은 『보물 찾는 아이들』에 이어 두번째인데, 비슷한 패턴이긴 하지만 (형제가 많은 집의 아이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같이 어울리며 이런 저런 모험을 한다), 이 작품이 훨씬 더 재미있다. (참고로 에디스 네즈빗의 작품 중에 『기찻길 아이들』이라는 작품도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는데(그러고보니 모든 작품들이 다 '~아이들'로 끝난다), 이 작품 역시 아이들의 모험담이다.)
국내에 소개된 에디스 네즈빗의 작품들은 모두 포맷이나 플롯이 비슷한 셈인데,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역시나 모래요정이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또래라면 어릴 때 일본 애니메이션인 <모래요정 바람돌이>를 보면서 자랐을 텐데, 그 만화영화의 원작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 역시 남편과 취침 전 독서용으로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다른 책들보다 훨씬 읽는 속도가 빨랐다. 적당히 읽고 자야 하는데,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좀더, 좀더, 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재밌는 작품이고, 아이들과 매일 한 챕터씩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모래요정이 하루에 한 가지씩 들어주는 소원이 귀했듯이, 아이들과 하루에 한 챕터씩 책을 읽는 시간 또한 매우 귀하고 소중해질 것이라 장담한다. 어쩌면 아이보다 부모들에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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