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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처음으로 썼던 동시 생각이 났다. 사실은 처음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어렴풋이 고민해서 지었다는 것이 생각나는 동시였다.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되었을 때였다. 제목이 ‘바다’였는데 2연으로 된 동시였다.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지만 행과 연의 길이. 운율감이 느껴지던 문장과 반복되는 단어 때문에 꽤 선생님께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도 학교 숙제로, 문예반 활동을 통해서 몇 몇 동시를 지었지만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점차 학년이 높아지면서 교과서에 나온 동시를 외우고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선 더욱 더 시와 시조 등을 외우면서 보냈다. 또한 고등학교 때에는 친구들과 함께 서로 멋진 시를 암송하고 시가 실린 엽서를 경쟁하면서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동시는 나와 별 관계가 없는 걸로 생각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39편의 동시를 감상할 수 있었다. 작가는 자신의 동시를 서른아홉 줄의 김밥이라 표현했다.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각기 다르면서도 맛있는 재료를 넣어 만든 글이기 때문인 것이다. 나도 출출할 때는 김밥을 먹는다. 그냥 집에서 커다란 김에 몇 가지 있는 재료를 싸서 둘둘 말아 먹기도 하고, 아이가 소풍을 가거나 할 때면 아주 정성스레 조그만 꼬마 김밥을 싼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계란을 얇게 지단 부쳐 계란말이 김밥도 만들고, 온 가족 나들이 하는 날에는 멋을 낸다며 누드김밥을 싸보기도 했다. 이젠 가끔 귀찮아 옆에 생긴 분식집 김밥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한 번 맛있는 김밥을 싼다. 동시는 이처럼 정성들여 만든 김밥인 것이다. 노란 단무지와 햄, 초록빛의 시금치와 우엉, 계란, 고슬고슬 지는 하얀 쌀밥과 갓 구운 맛있는 김. 어떤 때엔 참치도 넣고 어묵이나 깻잎, 김치, 소고기 재료에 따라서 달라지는 김밥 맛을 아마도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동시랑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 멋진 39편의 동시들. 그리고 김밥을 예쁜 그릇에 담아 먹고 또 깔끔한 도시락에 담아놓은 것처럼, 동시 역시 아이들이 더욱 즐기며 감상을 할 수 있도록 각각의 동시엔 내용과 어울리는 멋진 그림을 그려놓았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동시는 <아파트> 이다. 두 가지 내용이 <아파트>가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집 역시 아파트이고 내용도 좋았지만 <아파트 1>서랍장의 서랍으로 표현하고 그린 그림과 <아파트 2>에서 아파트를 마치 인체의 각 기관처럼 표현해놓은 동시는 최고였다. 아파트 1
1층 2층 3층 / 맨 꼭대기 20층까지 / 사람들이 / 아침마다 / 서랍장을 열고 나왔다가 / 밤이면 / 다시 서랍장 안으로 들어가서 / 차곡차곡 쌓인다 / 층층이 쌓여 잠든다. 아파트 2 아파트도 살아 있다. / 수도관은 핏줄처럼 이어져 흐르고 / 전기선들은 힘줄처럼 뻗쳐 있고 / 보일러는 가스를 소화시킨다. / 하수구는 오줌보 / 화장실은 큰창자 / 어느 것 하나 제 구실 못 하면 / 아파트도 끙끙 앓는다 / 우리 식구들 갑갑해진다. 이 얼마나 기막힌 표현인가! 그림 속에서 서랍장 안에 살고 제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습이 너무 재미있다. 동시를 더욱 맛깔스럽게 하는 양념처럼 공부하는 모습과 잠자는 모습. 청소와 요리, 샤워하는 모습의 그림을 보면서 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편한 점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는데 함께 사는 공통 공간이라는 것을 인체 기관으로 표현해 수도관은 핏줄, 전기선은 힘줄, 하수구는 오줌보라고 표현을 해놓았으니…….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이 나오는 <뽕나무> 동시 감상 소감을 말하련다. 나 역시 우리 아이와의 말놀이를 즐기는 편이다. 닭장 속에는 암탉이, 외양간에는 송아지, 그럼 모기장 속엔 누가 있을까? 하는 퀴즈도 어릴 때 즐겼었는데 이 동시를 읽으면서 그 퀴즈 생각이 났다. 감나무엔 감이, 밤나무엔 밤. 다래나무, 머루나무, 고욤나무, 개암나무 모두 다 열매이름과 나무 이름이 같은데, 왜 오디나무의 이름은 뽕나무일까! 그것도 그냥 뽕나무가 아닌 방귀 뽕나무인 것이다.
<아니, 방귀 뽕나무>에 있는 각 동시는 하나 둘 나이가 많아지면서 시골을 그리는 마음이 생긴 내게 멋진 시골마을의 평안한 하루를 주는 시간이 되었고, 자라나는 우리 아이에게는 마음껏 상상하며 씩씩하게 뛰놀며 클 수 있는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동심으로 돌아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코 흘리며 뛰어놀던 그 추억 속으로 뛰어가 한 바탕 신나게 놀던 내 모습을 회상하며, 출출할 때 먹는 맛있는 김밥을 오늘도 먹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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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데기와 달팽이 아침마다 나는 홑이불을 뚤뚤 말고 번데기가 된다. 엄마가 이불을 힘껏 잡아당기면 웅크린 알몸만 남는다. “어서 일어나 껍데기 훌훌 벗고 나비가 되어야지” “나 번데기 아니야 달팽이란 말이야 빨리 내 집 돌려줘.” 아이를 깨워 학교로 보내려는 엄마와 신나게 논 뒤 아직 피곤이 풀리지 않아 잠을 더 자고 싶은 아이의 실랑이가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실랑이는 아이가 있는 대부분의 집에서 일어나는 아침마다의 풍경일 텐데 우리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극구 번데기가 되려는 몸이 약한 딸아이를 나비로 만드는 데 애를 먹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골이 나 나비로 만드는 방법이 생겼지만 매번 그것이 통하는 것도 아닙니다. 딸아이의 잠은 아무리 자도 부족하니 말입니다. 이처럼 시집에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아이들 세계가 큰 축을 담당합니다. 방학 때는 제발 장맛비가 오지 않아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을 담은 「장맛비에게」, 감기가 걸려 망가진 수도꼭지처럼 흘러내리는 코를 막상 풀려고 하면 꽉 막혀 힘주어 풀어도 나오지 않는 답답함을 그린 「코감기 걸린 날」은 무릎을 칠 만큼 재미가 있거니와 시인이 아이들 세계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인이 아이들 세계에 깊이 스며들 수 있는 이유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체험적 요소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 시선에 눈을 맞추려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오려던 방귀가 자전거 안장에 눌려 터질 듯 터질 듯 하다가 자전거가 덜컹 할 때 엉덩이를 들썩하며 방귀를 푹 뀌었다는 「방귀와 자전거」, 감이 열면 감나무이고 밤이 열면 밤나무이지만 오디가 열면 오디나무가 아니라 방귀 뽕나무라고 한다는 「뽕나무」를 보면 그것은 확연합니다. 아울러 시집의 또 다른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입니다. 메마른 땅에선 힘주어 뽑아도 댕강 풀잎만 뜯기고 땅 속에 뿌리가 남는데 비가 내리니 하얀 수염뿌리까지 쑥 뽑혀 올라오는 풀의 속성을 그린 「비가 오면 풀들은」, 한 마을인데도 아랫마을엔 비가 오고 윗마을엔 비가 안 오는 풍경을 그린 「지나가는 비」,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시들이 그렇습니다. 바람과 나무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들이 옷을 뒤집고 가려운 곳을 긁어 달라고 등을 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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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동시집이 참 좋다. 언제 어디서나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틈틈히 읽을 수 있고 어떤 책보다 많이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정화시키고 풍부한 감성을 가지게 하거나 예쁜 언어를 접한다는 고리타문한 말이 아니더라도 그 속에 내 모습이 있고 내 아이의 모습을 찾을수 있다는 것이 동시의 또다른 매력일수있다.
할머니의 귀지를 어찌 이보다 더 예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이 바로 동시집이 가진 매력이지요.
가는귀 먹은 외할머니 귓속은 또르르 말린 흰누런 귀지가 연필 깎은 나뭇결처럼 수북하다. (21쪽)
때로는 또한 어떤 사물이든 생명을 불어넣어 우리에게 메세지를 주는 글도 있다.
밤 사냥 나왔던 들고양이 커다란 눈에서 뿜어 내는 불빛에 두 눈이 부셔 옴짝달싹 못 하다가 그만 창자까지 터져 나왔어요.
그런데 멈추지도 않아요 잘못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오히려 빵! 빵! 고함치며 달아나는 저 뻔뻔스런 뺑소니 괴물.(90쪽)
또다른 시 목감기 에서는 삽화와 시가 어쩜 그리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지... 처음에 그림을 봤을때는 웬 고양이가 입에서 튀어나올까 싶었다. 역시나 상상력의 한계를 확인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기와 고양이는 생뚱맞아 보였으니까...
목감기
가르릉 가르릉 목구멍에서 고양이 숨소리가 난다.
고양이 털이 목구멍을 간질이듯 기침이 터져 나온다.
침을 삼킬 때에도 생선 가시가 걸린듯 목구멍이 까슥싸슥
대문앞을 기웃거리던 도둑고양이가 내 목 속에 들어왔나보다.
지은이의 말에서도 밝혔듯이, 김밥을 맛있는 음식이라고 한 말에 공감한다. 나역시 김밥을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짧은 시간에 간단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동시집도 빨리 읽을수 있지만 김밥을 먹을때 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하듯 동시집도 천천히 읽어보길 권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