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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머니를 그린 작품은 아버지에 대한 정이라든지, 아버지와 얽힌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봐왔다. 남자로 태어난 죄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욱 끌렸기 때문이고, 군대라는 사회경험을 겪은 뒤로는 <어머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 젖는 감동을 겪곤 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나 아버지가 베푼 사랑을 느낄 새도 없이 이만큼 나이를 먹었나보다.
이 시대에 <아버지>란 단어는 <든든한 가정의 울타리>라는 의미는 퇴색되어 버리고 <무뚝뚝하고, 재미없고, 주말엔 잠만 자는, 거기다 돈을 얼마만큼 버는 지에 따라 도살장에 매달린 고깃덩어리마냥 등급 매겨진 존재>가 되어 버린지 오래다. 또 <주말 부부>란 단어는 어느새 옛말이 되었고 <기러기 아빠>로 대체 되어 가족의 구성원으로써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초라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되돌아가 남성으로서,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되살려 달라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앞으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비춰질 아버지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비춰질지 자못 궁금해서 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1부 <헌 시계 잃어뿔고>와 2부 <쪼맨씩 허다 보면>으로 나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1부에선 작가의 어린 시절에 일어났던 경험이야기를 들려주며 할머니와 어머니의 지극한 자식 사랑을 보여주고, 2부에선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역경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엔, 요즘으로 치자면 사소한 물건 하나가 굉장히 비쌌고, 또한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다. 손목 시계도 그 중 하나였다. 그걸 여차저차해서 새로 생긴 해수욕장 인근의 기차역 화장실에 빠뜨리게 되었고, 그 일로 그 비싼 시계를 물어주고도 훔친 시계를 팔아먹었다고 도둑 누명을 쓰게 되어 끙끙 앓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가 줄거리의 주를 이루고 있다. 이 사건으로 벌어지게 되는 에피소드를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해결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감동이 밀려온다.
내가 주목한 것은 아버지와 아들간에 오가는 대화다. 여자들이 볼 때는 참으로 답답하고 미련스럽기까지 한 재미없는 상황일지는 몰라도 그 일방적이고 단순한 대화에서 남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진한 사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다 그런다. 여자들처럼 시시콜콜 내 감정 네 감정 따지는 건 뒷전으로 미루고, 내게 닥친 일을 해결하는 지름길을 선택한다.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때론 미련스러운 방법일지라도, 남자들은 그 길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걸 믿고 그 길을 선택하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때론 그 길보다 더 좋은 길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기도 하지만 그 길을 걸어온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것 또한 남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고 남자들간의 사랑이다. 또 그 험한 경험을 같이 공유했다는 것만으로 서로의 목숨을 나눠가질만큼 단순한 것 또한 남자란 증거다.
그래서 아버지란 존재는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할머니나 어머니가 가진 푸근하고 아늑한 품을 아버지는 가지지 못한다. 단지 뜨거운 열정과 불끈 솟는 용기를 가르칠 뿐이다. 때론 무모하고 위험한 짓거리로 전락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쩌랴? 그것이 남자의 숙명이고 아버지로서 보여줄 사랑의 전부인 것을.
자상한 남편, 능력있는 남자만이 기를 펴고 사는 시대지만 그 자상함과 능력의 원천은 뜨거운 열정과 불끈 솟는 용기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길 이시대의 어머님들에게 바란다. 지금 낮잠 자는 남편에게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기 전에 형광등이라도 갈 일거리를 만들어줘라. 아들은 그런 일을 해결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남자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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