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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
누가 참숯을 한 가마 보내왔네. 쌀통에 두면 벌레를 막고, 옷장에 두면 습기를 먹고, 냉장고나 화장실에 두면 악취를 제거하고, 거실에 두면 공기를 정화하고, 장독에 넣으면 장맛이 좋아지고, 베개에 넣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곱게 갈아 물에 타 먹으면 속병이 씻겨질 거라며, 참이지 못한 것을 속속 흡수하는 놀라운 색을 얻은 참숯을 보내왔네.
나도 생을 잘 불태우면 한 번 더 타오를 수 있는 불씨를 얻을 수 있을까. 나는 너무 무겁다 소금쟁이 한 마리가 물 위를 걸어다닌다.
소금쟁이 두 마리가 물 위를 뛰어다닌다.
소금쟁이 여러 마리가 물 위에서 춤을 춘다.
나는 하나의 늪도 건너지 못했다. 무늬가 발목을 잡는다
단조로운 삶을 조롱하듯 무늬는 내 발목을 붙든다 나는 무늬 앞에서 오래 머문다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무늬는 아름답다 색이 있는 무늬 색이 없는 무늬 다 감탄사를 만든다 때로 나는 무늬 옷을 산다 거울 앞에 서면 내 몸은 무늬 옷 속에서 겉돈다 무늬를 소화하기에는 아직 내 삶이 너무 바탕만 요란한 것이다 무늬 옷은 옷장 안에서 썩고 나는 쇼윈도 밖에서 곪는다 날개에 관한 단상
결혼비행을 끝내고 죽은 수캐미들을 쓰레받기에 쓸어 담는다. 몸통 따로날개 따로 떨어져 있다. 몸의 꿈과 날개의 꿈을 달리 품고 저승으로 간 것일까?
결혼한 여왕개미는 제일 먼저 제 몸에서 두 날개를 떼어 낸다. 정착해 一家를 이루려면 더이상 높이 더 높이 비상을 꿈꾸어서는 안 되는 法일까?
一生을, 양식을 모으는 육아에 힘쓰는 집을 지키는 궂은 일을 도맡는 일개미는, 날개가 없다. 날개는 生業을 방해해서? 날개는 外界와 간통해서? 노화에 관하여
허기를 못 다스리면 병이 든다.
뜯어 먹을 추억이 많든지 뜯어 먹을 애인이 많든지
넋 놓을 시간을 줄이든지 넋 빠질 놀이를 줄이든지
허기를 못 느끼면 노화는 지연된다.
사랑아
너는 캄캄할 때, 온다. 한 길로 가는 마음 같은 외줄을 타고.
오래 고름을 짜낸 생에 경계 없는 길을 들인다.
삶의 노래 내 안에 물결치고
노화하며 내 몸 울음 재우는 집이 된다. 너는 모르고
뿌리가 썩는 줄은 모르고 너는 내게 물을 듬뿍 대궁에 농 드는 줄 모르고 너는 내게 약을 흠씬 그늘이 필요한 줄은 모르고 너는 내게 빛을 쨍쨍 내가 사는 데 필요한 것은 주름 느는 이마를 맞대는 것 낮은 한숨 소리를 듣는 것 너의 체온을 아는 것 너는 모르고 너는 모르고 그 인연에 울다
똥을 치우는 독이 될 일 줄이는 기꺼이 늙는
멧새 발길이라도 끊이지 않게 무덤가에 유실수 심는
그 마음 가는 길 뒤밟아보면
그늘의 둘레보다 더 넓게 자갈을 물고 흙을 껴안은 까치집을 앉힌 깊은 곳의 수맥을 짚은
아! 어머니
*** 문득...뽑아들다. 시집 맨 앞장에 2003.1.29 구입했다고 적혀있다. 그때도 제목에 끌려 뽑아들었을까...
사람과 사람사이, 나에게 닿아있는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사람. 사람...과 인연으로 만나졌다면 그 기원은 어디부터 일까. 몇 겁이나 되며 무슨 사연일까.
내가 이 생에서 갚아야 할 것이 있어 닿은 인연이라면, 내가 진 빚의 형태는 무엇이고 얼마만큼의 중량일까.
어떤 사람. 사람. 사람...이 내게 보내는 깊은 정성으로 인해 나 스스로도 그들의 정성에 부응하며 곱게 살아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반면에. 다른 사람. 사람. 사람...에게는 내가 갚아야 할 빚이 묵직하게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늦은 밤, 휴대폰에 날아와 있는 메세지를 보며 쿵,하니 마음 한자락이 내려앉았다. 나를 부르던 메세지의 두 음절. 마치, 이제 슬슬 전생의 빚을 갚으라는 독촉처럼 여겨졌던 건 너무 어두운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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