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의 처음을 함께 하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첫 소설이나 첫 시집을 읽듯이, 누군가를 애도하고 오래 기억하기 위해 유고작을 읽는다. 이름은 다르지만 마음은 같다. 함께 하려는 마음, 기억하겠다는 마음.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문학동네 시집들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꽤나 좋은 시집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세기말이나 밀레니엄의 분위기를 역추적하는 마음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종종 구입하여 읽고 있는데, 이 시집은 시인의 유고 시집이라 더욱 더 그런 분위기가 짙다.
암 투병을 하다 세상을 등진 시인이어서 그런지 시집의 곳곳에 이나 투병, 죽음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고, 그런 분위기들이 시집을 지배하고 있다.
암은 언제나 진단이 아니라 선고다, 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시집은 삶과 죽음을 사유한다.
가령, 「별똥」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죽음에도 울음이 터지고 탄생에도 울음이 터진다 남들을 울리며 떠나는 것이 죽음이라면 탄생은 스스로 울면서 올 뿐 삶의 끝과 시작에는 늘 눈물이 있다 캄캄한 하늘 칠흑의 어둠 가르며 별똥눈물 떨어진다 아, 갑자기 환해지는 마음 누가 죽었나 누가 태어났나 삶의 시작에 눈물이 있듯 삶의 끝에도 눈물이 있다. 이것이 죽음을 목전에 둔 시인이 별똥별을 보며 깨달은 사실이다. 시에는 삶과 죽음처럼 환함(밝음)과 어둠의 이미지도 수시로 교차하는데, 그런 사유는 종종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으로 넘어서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시인은 무한복제로 자가증식하는 암세포들이 마치 자본주의 사회와 같다고 생각한다. 경쟁력 없는 자를 솎아버리는 구조조정의 사회나 병들어 시름시름 힘을 잃는 자신이 약자로 전락하는 순간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현실이 뽑혀나간 곳에 가상현실이 들어선다. 그곳은 어둠이 추방된 순백색 빛의 나라다. 어둠과 빛의 이미지거 기존 통념을 전복하여 사용되지만, 암세포와 자본주의의 이미지는 쏟아지는 별똥들과 대비되면서, 시인이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의 여운이 오래갔다. 체념의 정서도 묻어나지만, 죽음을 직시하며 그 이후를 담담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전해진다. 폭풍의 밤에 길 잃은 벌레 한 마리 오두막 불빛 보고, 아- 네 품속 파고들었다 진홍빛 침대에 누워 한 밤 푹 자고 가게 창문은 열어두렴 겁내지 마라 곧 동이 튼다, 장미야 - 김영무, 「아픈 장미」 전문 시인이 눈뜬 그곳에서도 곧 동이 텄길. 그래서 새로운 아침이 시작되었길. 그곳은 미국자리공이나 황소개구리, 실지렁이, 거머리가 못 되어도 충분히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길. 암 투병을 하던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일기장을 내가 가지고 왔는데,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열어볼 용기를 못 내고 있는데, 마치 엄마의 마지막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