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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사는거나-소설 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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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제초제를 먹고 병원에 입원한 아내에게 주려고 순두부를 사 온 남편은 병원 사람 다 들으라고 '우리 사모님, 순두부 잡수십니다. 아아, 나는 왜 이렇게 마누라한테 꼼짝을 못하고 살까.' 라고 넉살을 떨어댑니다. 이 인간은 착한 인간일까요, 나쁜 인간일까요. 저 같으면 병원 벽에 그 놈 머리를 끌고 와서 쾅쾅 찧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쁜 인간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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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제초제를 먹고 병원에 입원한 아내에게 주려고 순두부를 사 온 남편은 병원 사람 다 들으라고 '우리 사모님, 순두부 잡수십니다. 아아, 나는 왜 이렇게 마누라한테 꼼짝을 못하고 살까.' 라고 넉살을 떨어댑니다. 이 인간은 착한 인간일까요, 나쁜 인간일까요. 저 같으면 병원 벽에 그 놈 머리를 끌고 와서 쾅쾅 찧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나쁜 인간입니다. 그러나 그런 남자를 좋아하는 병원 안의 또 다른 여자가 있으니 세상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한 병실안에 있는 네명의 환자는 자신들도 모르게 갖은 인연으로 얽혀 있습니다. 어느 날 길 잃어 고아가 된 여자의 언니, 부모, 자식. 가족이 한 집에서 사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들도 한 가족입니다. 다만 서로가 모를뿐이지만요. 작가는 그들의 인연을 이렇게 풀어 놓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제각각, 다만 혼자 살아가고 혼자 사라질 뿐이라는 사실'이라는 표현처럼, 하나로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혼자서 살다가 혼자서 죽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말하고 싶었겠지요.

 

  '소설 쓰는 밤'은 연작이라는 특이한 형태를 빈 장편 소설입니다. 표지에 윤영수 소설집이라고 해 놓았길래 단편인줄 알고 읽어 나갔더니 단편도 아닌것이, 장편도 아닌것이, 이상하게 얽혀서 하나로 돌아가더라고요. 고리가 얽혀 있으니 장편으로 봐 주는 것이 맞을듯한데 그럴때 딱 맞는 이름이 하나 있지요. 연작 장편 소설. '무대 뒤의 공연'으로 시작해서 '소설 쓰는 밤'으로 끝나는 이 소설은 사실 재미는 별로입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글의 최고 미덕은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글이 모두 재미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특히 소설이 재미없을때 저는 배반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배반감을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한번 읽어 두면 좋을 정도. 꼼꼼하다면 작가가 왜 굳이 연작의 형태를 빌어 이 소설을 완성했는지 짚어 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업이 될테지요. 마지막을 굳이 '소설 쓰는 밤'으로 한 작가의 의도, 읽혀지나요?

 

이 소설은 현대를 살아가는 갖은 형태의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존재의 우울함을 표현합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형식을 빌어 점점 해체되고 있는 가정의 단면을 보여 줌으로서 슬그머니 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지요.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해오는 내 가정이 이 소설을 읽음으로서 아이들에게는 아빠의 부재, 부모 자식간의 대화 부족, 커갈수록 부모에게 기어 오르는 자식에 대한 배반감, 언제 해체될지 모르는 부부간, 닥쳐 올 노년의 외로움 따위를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순간순간 부모가 자식에게 폭력(언어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부부가 돌아서면 남이 되어 버린다는 현실을 자각케도 해 주지요. 그래서 나는 삶을 좀 더 냉정하게 들여다 봅니다.

 

  작가 윤영수는 우리 세대에는 별로 익숙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나는 아직도 이문열이나 최인호나 이문구나 황석영을 진정한 이야기꾼이라고 여기고 있으므로 신진 작가를 받아 들이기는 인색한 편입니다. 신진작가라 하기에는 좀 그러네요. 이 작가는 벌써 90년에 '생태관찰'이라는 글로 현대소설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니까요.

 

  그러나 이번에 동인문학상 후보작으로 떠오른 이 작품을 분석하는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동인문학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지요. 그래서 윤영수라는 작가가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뒤적여 보니 생각외로 작품이 꽤 있습니다. '사랑하라, 희망없이', '착한 사람 문성현',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사랑하라 희망없이'는 예전에 어디에서 본듯도 합니다. 그가 써 온 글의 제목을 통해 나는 새롭게 윤영수라는 작가에게 다가갑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꼼꼼하게 읽지는 않았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읽어 버렸으니 대충 읽었다는 말이 맞습니다. 뭐, 우리 나이가 되면 소설을 꼼꼼하게 읽는 일은 잘 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고요? 소설이나 우리 사는 거나 별반 다를것도 없더라는 것을 깨우쳤기 때문이지요. 다만 소설을 읽는 이유는 풀리지 않는 현재의 내 삶의 이유를 분석하고 쉽게 받아 들이기 위해서입니다. 소설을 통해 내 삶을 치유해 간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은 어떤 소설이 떠돌아 다니고 있는지 아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작업일 것 같아서입니다.



h******0 2014.0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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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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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요. 가만히 놔두면 꼬리는 점점 가늘어지죠.  쓰지 않는 근육은 퇴화하기 마련이니까. 꼬리의 용도란 게 사실. 사람들 앞에서 으스댈 때나 미운 놈 후려칠 때 필요한 것 아니겠어요. 꼬리 대신....우리에겐 날개가 있어야 해요. 미래를 향해. 미지의 허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튼튼한 날개."   "과거만이, 미래가 아니라 과거만이 확실하다면서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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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요. 가만히 놔두면 꼬리는 점점 가늘어지죠.  쓰지 않는 근육은 퇴화하기 마련이니까. 꼬리의 용도란 게 사실. 사람들 앞에서 으스댈 때나 미운 놈 후려칠 때 필요한 것 아니겠어요. 꼬리 대신....우리에겐 날개가 있어야 해요. 미래를 향해. 미지의 허공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를 튼튼한 날개."

 

"과거만이, 미래가 아니라 과거만이 확실하다면서요. 아까 그러셨잖하요."

 

소설가가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른다. 소설가의 나직한 말소리가 이어진다.

 

"과거만이 확실하다..... 그렇죠. 확실함이 지나쳐서 가차 없고 혹독하고 끔찍하지요. 과거는 반성도, 관용도 끼어들 틈이 없어요. 무엇보다도 꿈이......둥지를 틀 여지가 없지요. 나는 과거가 싫어요. 과거와 이어져 있는 현재도 싫어요. 나를 위해 거북 등딱지처럼 되어버린 부모님의 손등도, 형이 무언가를 해주겠지 이제나저제나 기대라하는 동생들의 눈초리도 보기 싫어요. 보기 싫은 건 안 보죠. 우리는. 예술가는......예술은 근본적으로 여유의 산물이거든요."

 

=====소설쓰는 밤 중에서=====소설가와 당뇨병으로 입원해있는 어머니를 둔 아들의 대화 중에서

 

 

소설읽는 밤.

윤영수님의 소설쓰는 밤을 읽는다. 소설을 쓰고 싶은, 그러나 잘 쓰여지지 않는 밤. 소설을 읽고 싶은, 그러나 잘 읽혀지지 않는 밤이 있었다.

어제는 참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단편소설이 너무 재미있는 것이었다. 키득키득. 나혼자 웃으며 봄낮이 지나고 봄밤이 지나고...  한 병실에 모인 인물들의 속속히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 타인인 동시에 그 누구의 애인도 친구도  이웃도 잃어버린 가족도 될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만나 또 하나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솜씨. 어쩌면 그런 일들은 현실에서는 결코 쉽게 일어나지 않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수많은 관계속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작가는 그런 이야기를 단편단편마다, 끈끈한 봄밤의 처연함, 황홀함, 쓸쓸함의 이미지에 담아 하나의 멋진 이야기로 반죽을 하듯 소설로 짜낸다. 재치 넘치는 작가다. '소설쓰는 밤'에 등장하는 '소설가' 만큼이나 . 봄밤. 광기어린, 생명이 움트는,  이런 봄밤 일독을 권하고 싶다.

c*******5 2010.05.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