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설을 너무 많이 읽는 것일까... 몇몇 친구가 나의 독서 편식에 대해 나무란 것은 아니고, 의구심을 제기한 데 이어 아내마저 거들고 나섰다. “일본 소설 너무 많이 읽는 거 아냐?” “그러니까 그게... 일본 소설이 많이 나오니까 그러는 거지, 딱히 다른 뜻이 있는 건...” 그러면서도 슬쩍 찔리는 건 또 무어람... 일본 소설이(라기 보다는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나오는 소설들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 조금 얄팍하고 (물론 잘 읽히기는 하지만) 또 작은 이야기에 경도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니 일본 소설 편식이 몸, 에는 상관없지만 마음에는 조금 부실한 감도 있을 터... 그리하여 집어든 책은 <세계의 젊은="" 작가="" 9인="" 소설="" 모음="">이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집이다.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나라들을 부러 고른 듯한 선집을 읽음으로써 그동안 부족했던 영양소를 한꺼번에 보충하려는 노력 같은 것... 올가 토카르축(폴란드 1962년~)의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 C는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 혼란이 일정한 단계를 거치며 질서로 탈바꿈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청소나 서랍 정리를 떠올리게 했다...” 살림을 하는 주부이기도 한 C는 어느 날 그 표지에 매료되어 구입한, 추리소설 작가들이 여든 살을 넘긴 원로 여류작가인 울리카에 의해 주선된 아름다운 고성에서 갖는 회합과 그 회합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담고 있는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소설은 C가 주인공인 원래의 소설과 울리카를 필두로 한 추리소설가들이 주인공인 소설 속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다른 공간(소설이 전개되는 공간을 소설 속의 현실공간이라고 한다면, 현실 공간 속에 자리잡은 허구의 공간으로서의 액자 소설이 차지하는 또다른 공간처럼)이어야 할 두 소설은 조금씩 조금씩 빠져버린 체인을 다시 감아 돌려 제자리를 찾는 것처럼, 엉켜서 전개된다. 그러다가 급기야 소설 속의 살인 사건에 가담하는 C, 그리고 그러한 C의 침투로 완전히 미궁에 빠져버리는(두 공간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처럼 그 레벨이 달라 제아무리 유명한 추리소설들이라 할지라도 자신들 바깥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살인을 해결할 도리가 없다) 추리소설가들... “만약에 말입니다. 논리라는 것이 사건을 규명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든다면요? 의문을 밝혀내는 게 아니라 도리어 미궁 속으로 빠트린다면요? 그렇다면 어떡하시겠습니까?” 소설 속의 소설에 나오는 경감이 추리소설가들에게 하는 이 말은 곧바로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전하는 소설가의 말이 되기도 한다. 굉장히 논리적으로 만들어져서 오히려 독자를 미궁에 빠뜨리는 소설가의 능력이 놀랍다. 표제작으로 삼을만... 마르셀로 비르마헤르(아르헨티나 1966년~)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늘씬하고 가슴이 풍만한 유대인’인 라켈을 좋아하는 나... 하지만 유부남은 나는 아내의 눈을 피해야만 한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온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환장하는 ‘무신론자 아내’가 참여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파티에 ‘유대인인 나 모센’은 바로 라켈을 보기 위해 참여한 것... 하지만 예기치 않은 순간 라켈은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의 파티에 참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고, 내가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라켈은 파티를 맞바꿀 셈이기라도 한 것처럼 내가 출발한 바로 그 파티를 향해 떠나간다. 유대교와 기독교 사이의 엇갈림, 그리고 그 엇갈림의 와중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한 (불륜이어서 조금은 삐딱한) 사랑... 블라디미르 아르세니예비치(크로아티아 1965년~)의 「몬테네그로 남자」. 연애기간 동안 서로를 굉장히 사랑했으며, 그만큼 서로의 육체마저도 강렬하게 사랑했던 부부... 도대체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금, 아내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몬테네그로 남자를 집으로 불러들였고, 왜 남편은 아내와 함께 몬테네그로 남자를 기다리며, 바라지도 않는 트리플 섹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상실을 극복하기 위한 힘은 자신의 바깥으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안쪽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인지를 매우 극단적으로 묻고 있다. 마리오 데지아티(이탈리아 1977년~)의 「눈꺼풀 너머」. 클라우디아의 집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 그리고 다음 날 집을 나선 순간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모든 것은 순식간에 부서져버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나의 손을 잡고 있는 클라우디아를 뒤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뒤돌아본 순간 그곳에는 ‘공포에 질린 행복한 표정’의 클라우디가 아직 서있다... 그래서, 라는 거대한 의문부호가 굉음과 함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느낌의 소설... (이하 생략)세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