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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의 대죄(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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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어설프게 대니얼에게 돈을 뜯어 내려는 수작을 부렸던 경비원 립스키(모든 공동 주택 입주자들은 이런 자를 경계해야겠습니다)는, 마침내 델러니 지서장(경찰인 줄은 꿈에도 모릅니다)과 만나 그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델러니는 결정적인 범죄 증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나, 위법으로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아무 효력이 없다는 사실은 민완 수사관인 그가 모를 리 없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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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어설프게 대니얼에게 돈을 뜯어 내려는 수작을 부렸던 경비원 립스키(모든 공동 주택 입주자들은 이런 자를 경계해야겠습니다)는, 마침내 델러니 지서장(경찰인 줄은 꿈에도 모릅니다)과 만나 그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 델러니는 결정적인 범죄 증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나, 위법으로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아무 효력이 없다는 사실은 민완 수사관인 그가 모를 리 없습니다. 충분히 유죄 증거를 확보하지 못 하고 범인을 잡아들이는 시도도 무리인지라 일단 궁리와 관망 태세를 유지하는 그이지만, 내심 델러니 지서장을 괴롭히는 사정은 하나가 더 있습니다.

"이 자는 대체 무슨 동기로 범행을 저지르는 건가? 지금 심리 상태는 어떠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말끔한 답을 얻기 전까지는, 델러니 지서장은 끝내 패배자의 찜찜한 기분을 떨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 독자가 지켜 봐 온 것처럼, 살인마 대니얼 G 블랭크는 대단히 거동이 침착하고, 직무 수행에 있어 유능하며, 겉으로 보아 흠 잡을 구석 하나 없이 선량한 시민입니다. 1권부터 내내 드러난 바이지만, 그는 무질서와 혼란에 대해 그 자신만의 관점과 기준으로 깊은 혐오를 갖고 있으며, 그 자신의 힘이 자라는 범위에서 이를 바로잡으려는 강박감까지 지닌 자입니다. 이런 그의 갈등과 자기애가, 마성의 남매 셀리아와 토니를 만나 실로 엽기적인 방법으로 그 표출의 출구를 찾은 것이죠. 그는 죄 없는 이들을 죽이며, 사랑과 교감으로 가득한 소통을 이룬다고까지 믿었으며, 그 체험담을 셀리아에게 남김 없이 들려 주고, 일종의 교사인 그녀에게 평가까지 받습니다.

델러니 지서장은 이런 살인자의 심리를 마침내 간파하고, 즉각 물리력을 발동하여 그를 검거하는 대신(어차피 법정에서 기소 유지, 유죄 판결에 별 도움도 안 될 터이므로), 냉정하고 영리하기 그지없는 블랭크를 놓고 심리전을 펼치기로 작정합니다. 죽은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에게서 전화가 걸려 오질 않나, 크리스마스 카드가 도착하질 않나... 혹 경찰이 냄새를 맡았다면 즉각 구속이나 수색 시도로 압박을 해 오리라는 게 (지극히 이성적인) 블랭크의 추측인데, 누군가의 장난인 양 터무니없는 사태가 전개되는 꼴이 오히려 그를 미치기 직전까지 몰아가고, 바로 이것이 비범한 수사관인 델러니가 둔 신의 한 수였습니다.

자, 그럼.... 기어이 결말에서 델러니는 승자가 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델러니 지서장은 대니얼 블랭크의 가장 깊은 마음 속까지를 꿰뚫어 보고 완벽에 가까운 대책을 세운 후 이를 침착히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변수가 생기고, 두 명(혹은 세 명) 희생자가 더 나오며, 교외에서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 만한 대소동이 터지고서야 사건은 마무리됩니다. 기이하게도 살인자 블랭크는 죽음 직전에 이르러 거의 고행자 수준의 법열, 깨달음을 경험하고 평온한 최후를 맞는 반면, 델러니 지서장은 살인자 블랭크만큼이나 자신이 "오만"이라는 죄를 범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끝없는 회한에 빠집니다. 죄의식도 느끼지 않은 채 엽기적인 범죄를 저질러 온 악마는 구원(?)을 얻은 반면, 마침내 정의를 실현한 질서의 수호자가 양심의 가책에 오히려 영혼을 사로잡힌다는 결말이, 죄와 도덕의 경계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깊은 성찰의 계기를 갖게 하더군요. 


모니카 길버트 부인의 분노에 찬 일갈과 액션(?)이 오랜 동안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당신처럼 비열한 사람은 처음 보는군요. 그 사람은 결국 정신에 병이 든 불쌍한 사람 아닌가요? 죄를 지었으면 잡혀 가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될 것을, 어째서 그런 정신적 고통을 겪게 하는 건가요?"

이는 용서, 관용의 단계를 넘어, 평범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이해와 도덕의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 잘 보여 주는 대사였다고나 하겠습니다. 델러니 지서장은 결국 바바라가 죽고 난 후 모니카와 맺어진다는데, 이 역시 죽은 부인이 생전에 남긴 말을 그대로 따른 것일 뿐입니다. 살인마 블랭크는 끝까지 델러니의 존재를 확인 못 한 채 죽지만, 델러니 지서장은 이 엽기적 범죄자의 영혼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하고, 마치 그의 후견인이나 된 양 사태의 진행을 (거의) 장악하죠. 이런 멋진 플롯의 고안이, 작가의 심오한 주제의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듭니다.


v*****7 2015.10.29.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