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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의 대죄(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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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작가의 세심하고도 원대한 통찰은, 그것이 어느 장르에 담겨 있건 찬연한 빛을 발합니다. 요즘 봇물 터지듯 나오는 범죄 스릴러들이 갖가지 종류의 범법자, 정신병자, 그리고 상처 입은 영혼을 다루고 있지만, 몇 권 읽다 보면 금세 익숙한 패턴에다 예측이 뻔한 이야기들에 녹아 있던 캐릭터들이라 독자 입장에서는 쉬이 지겨워집니다. 반면 로렌스 샌더스의 이 명작은 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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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작가의 세심하고도 원대한 통찰은, 그것이 어느 장르에 담겨 있건 찬연한 빛을 발합니다. 요즘 봇물 터지듯 나오는 범죄 스릴러들이 갖가지 종류의 범법자, 정신병자, 그리고 상처 입은 영혼을 다루고 있지만, 몇 권 읽다 보면 금세 익숙한 패턴에다 예측이 뻔한 이야기들에 녹아 있던 캐릭터들이라 독자 입장에서는 쉬이 지겨워집니다. 반면 로렌스 샌더스의 이 명작은 무려 1970년대에 나온 작품인데도, 요즘 우리가 접하는 그 흔하고 숱한 스릴러들이 갖춘 미덕을 모조리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읽는 재미마저 압도적이며, 스릴러물(혹은 어떤 다른 장르라도)에 엑세서리처럼 부착되어 있는 여러 미장센에 들인 공력마저 3류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습니다. 작가가 생전에 누렸던 명성의 근원이 어디였는지 여실히 깨닫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이 2권에선(즉 chapter 5~7) 델러니 지서장의 비중이, 그가 쫓는 악마인 연쇄살인마 대니얼 G 블랭크의 그것보다 훨씬 큰 편입니다. 1권(즉  chapter 1~4) 초반부에서 블랭크의 심리와 행보가 그 가장 깊숙한 면까지 촘촘히 다루어지고, 이 기이한 사내의 (나름) 고혹적인 심상과 동선이 독자를 사로잡았었기에, 2권의 템포와 분위기는 약간의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살인마와 (외모, 정신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의 대조를 이루는 델러니 지서장의 활약이 실로 흥미진진하기에, 독자들은 여전히 딴 눈 팔 여력 없이, 이야기가 뿜어내는 매력과 서스펜스에 자발적 인질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주변 인물들이 많이 나옵니다. 살인에 쓰인 도구가 등산용 얼음도끼라는 쪽으로 직감이 꽂혔기에, 델러니 지서장은 등산용품 취급점 등으로 수사 범위를 좁혀 단서를 찾게 되고, 이 과정에서 케이스라는 이름의 남자와 그의 부인을 만나게 됩니다. 케이스는 자타공인 최고의 등산가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을 못 쓰는 장애인이 되고,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을 상실한 채, 그만을 바라보고 사는 아내마저 함께 최악의 불행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선택으로 생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델러니는 듣기에나 좋을 뿐 무익한 사탕발림보다, 한때 최고의 스포츠맨이었을 케이스의 가장 아픈 상처를 찌르는 독설을 퍼부어, 오히려 이 폐인의 동기와 의욕을 되살리는 결과를 부릅니다. 진정성이야말로 사람 사이의 모든 소통의 기본임을 알 수 있게 하는 장면이며, 케이스가 다시 의욕을 찾고 부인과 함께 자신의 남은 가능성을 모색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작은 감동마저 안깁니다.

앞서 말했듯 이 2권에는 주인공들만큼이나 개성 강한 조연급 캐릭터들이 여럿 나오는데, 케이스의 전 고용주였던 솔(로몬) 아펠의 유쾌하고 재치 있는 언동은 독자에게 건강하고 큰 웃음을 선사합니다. 한편 무고한 피해자 역시 세 사람이 더 생기는데, 그 중 두번째 피살자의 부인인 모니카는, 이 극악무도한 살인자에 대해 커다란 복수심을 드러내며, 어떤 궂은 일도 마다 않겠다며 델러니 지서장의 수사에 봉사를 자청합니다. 세련됨은 부족하나 시골 여자 다운 강인한 생명력과 도덕성을 지닌 그녀에게, 비록 공과 사의 분별이 철저한 델러니 지서장도 잠시나마 남다른 느낌을 갖게 됩니다(부인인 바바라는 프로테우스 인펙션으로 죽어가고 있음을 다시 상기합니다).

델러니 지서장이 여태 혁혁한 실적을 쌓아 올릴 수 있었던 건 (병상에 눕기 전의) 부인 바바라가 그녀만이 제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긴요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덕이었습니다. 이제 간간이 치매증상마저 보이곤 하는 그녀 대신, 서서히 델러니의 마음 한 구석을 채워 가는 모니카 길버트 부인은, 지서장에게 사건 해결을 위해 큰 영감을 안겨 줄(그러리라고야 물론 자신도 전혀 알 수 없었을) 한 마디를 마침내 던지고 맙니다.

"전과가 이렇게 남은 범죄자들은, 다 실패한 범죄자들 아니겠어요? 그런 실패자들이, 이제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의 용의선상에 일일이, 매번 오른다니 가련하기도 하네요."

델 러니 지서장은 이 말에 번개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우리 독자들은 이미 다 알고 있던) 대니얼 블랭크라는 살인마의 신원을 손 안에 넣습니다. 물론 블랭크는 자신의 목덜미를 누가 옥죄어 오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셀리아와 토니가 눈을 띄워 준 이 완전히 새로운 쾌감과 각성에만 홀려 있을 뿐입니다.

v*****7 2015.10.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