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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자로 보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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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바쇼가 쓴 하이쿠에 영향을 받았다느니 하이쿠에 담긴 깊은 의미에 충격을 받았다느니 하는 글을 본 기억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하이쿠가 매우 짧은 시 형식이라는 데 도대체 어떤 철학을 담고 있길래 그런 힘을 발휘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하이쿠에서 다루는 게 어떤 내용인지, 뭐가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찾아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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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바쇼가 쓴 하이쿠에 영향을 받았다느니 하이쿠에 담긴 깊은 의미에 충격을 받았다느니 하는 글을 본 기억이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었다하이쿠가 매우 짧은 시 형식이라는 데 도대체 어떤 철학을 담고 있길래 그런 힘을 발휘하는지 궁금했다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하이쿠에서 다루는 게 어떤 내용인지뭐가 그렇게 대단한 것인지 찾아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다그 시기가 이번에 온 것이고.


책을 펼쳐서는 각각의 하이쿠를 감상하기 전에 옮긴이가 작성하여 책 뒤편에 수록한 가상의 대담과 작가 연보를 먼저 읽었다이를 통해 하이쿠가 어떤 것인지 기초 정보를 얻었고 본문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개략적으로 언급하자면 하이쿠는 5·7·5의 17자로 구성된 짧은 시로서 하이쿠라는 표현은 마사오카 시키라는 하이쿠 작가가 만들었다고 한다하이쿠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하이쿠에 계절을 나타내는 계절어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기레지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기레지는 ‘~’, ‘`로세’ 등과 같이 영탄이나 여운을 나타내는 글자라고 한다그리하여 하이쿠는 본질적으로 계절을 기반으로 하는 서정시가 된다

 옮긴이가 언급하지 않지만 본문에 실린 하이쿠들을 보면서 알아차린 한 가지는 하이쿠에 별도의 제목이 달려있지 않다는 점이다오페라에 나오는 노래들에 제목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잘 알려진 Nessun dorma(아무도 잠들지 못한다같은 경우 곡명을 그렇게 따로 붙인 게 아니라 그 가사로 시작하기 때문에 그렇게 알려졌으며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어 실력이 젬병이라 처음 몇 편을 읽을 때 일본어 글자 수를 세어보니 5·7·5와 맞지 않아서 다소 혼란스러웠다가만히 생각해보니 한자를 일본어 발음으로 읽으면 5·7·5에 해당되겠구나 싶었다즉 옮긴이의 설명처럼 17자라고 하면 안 되고 17음절로 구성된다고 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인다나처럼 처음 하이쿠를 대하는 분들이라면 참조하시기 바란다.


마음에 잘 와 닿는 하이쿠도 있고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싶은 하이쿠도 있다옮긴이의 설명이 붙어있지 않았다면 이해의 정도는 더 떨어졌을 게 분명하다그만큼 나에게는 옮긴이의 설명이 중요했는데 이게 양날의 검 같은 역할을 한다그의 설명이 없었다면 결코 알아차리지 못했을 의미를 알게 되고 표현의 깊이를 느끼게 되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반면에 뭔가 열심히 해설을 하고는 있는데 별 것 아닌 듯이 보이는 하이쿠를 아등바등 가치를 부여하며 설명한다는 인상도 종종 받게 된다한국어로 옮겨진 내용 만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해설의 모호함까지 겹치게 되어 실망한 사례가 일부 발생했다언어가 다른 데서 오는 한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를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면나아가 일본어의 Rhyme까지 즐길 수 있다면 하이쿠를 대하는 재미가 늘어날까그렇지 못한 입장이라서 그런지 책에 실린 하이쿠들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수준의 제한을 느끼게 된다일본어 실력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각 하이쿠에 대한 이해는 한국어 번역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원문에 담겨있을지 모르는 다양한 의미-예를 들자면낱말이 내포하는 중의성 등-를 놓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원문 자체를 충분히 이해할 역량이 되면 이를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조금씩 쌓던 일본어 능력도 긴 시간 동안 아무런 보충 없이 내버려두었더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하이쿠를 좀 더 잘 이해해보자고 일본어를 더 공부할 일은 없을 테니 이런 아쉬움은 그냥 품어두는 수밖에 없겠다.


어쨌든 궁금해 하던 하이쿠의 세계에 대해 초보자로서 잘 공부했다그리 와 닿지 않는 시상(詩想)들과 언어 상의 한계로 인해 하이쿠를 깊이 있게 쫓아다니지는 않을 듯하다그러나 궁금해하면서도 전혀 모르던 상태를 조금이라도 벗어나게 된 점은 충분히 만족할 사항이다. 대담 형식을 통해 하이쿠의 기초를 알려준 점을 좋게 평가하여 편집/구성을 5점으로 하였다.


 

a******9 2018.08.01. 신고 공감 8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