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리뷰 총점 종이책
새해 첫날 죽은 소녀의 판타지
"새해 첫날 죽은 소녀의 판타지" 내용보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몹시 추운데다가 흰 눈까지 펑펑 내리는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성냥팔이 소녀는 꽁꽁 얼어붙은 맨발로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성냥은 하나도 팔지 못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성냥을 못 팔았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소녀는 남의 집 모퉁이 틈새에 웅크리고 앉아 성
"새해 첫날 죽은 소녀의 판타지" 내용보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몹시 추운데다가 흰 눈까지 펑펑 내리는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성냥팔이 소녀는 꽁꽁 얼어붙은 맨발로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성냥은 하나도 팔지 못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성냥을 못 팔았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소녀는 남의 집 모퉁이 틈새에 웅크리고 앉아 성냥을 벽에 그어 불꽃을 일으킨다. 너무 추워서 그런 거지만 소녀가 가진 성냥개비들로는 몸을 녹일 수도 살아남을 수도 없다. 그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장면을 눈앞에 떠올리는 정도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성냥불을 통해 소녀의 눈앞에 나타난 난로와 식탁,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할머니는 소녀의 작지만 커다란 판타지다. 난로, 식탁, 크리스마스트리, 할머니가 상징하는 따뜻함, 배부름, 가족의 사랑 등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것이지만, 소녀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필요하고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이렇듯 소녀는 성냥을 그을 때마다 판타지를 본다. 그리고 성냥불이 꺼지면 사라질 그 환상을 잡기 위해 목숨과도 같은 성냥을 모두 태워 자신의 판타지를 이룬다. 살아서는 이루지 못한 판타지를 가진 것의 전부인 성냥을 태우며 죽음의 경계에서 비로소 이룬다.

 

소녀는 또다시 성냥 하나를 벽에 그었습니다. 그러자 환한 불빛 속에서 할머니가 또렷하게 나타났어요. 예전의 부드럽고 다정한 모습 그대로였지요. “할머니!” 소녀가 소리쳐 불렀습니다. “저도 데려가 주세요! 이 성냥불이 꺼지면 따뜻한 난로나 먹음직스러운 거위 구이, 멋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할머니도 사라져 버리실 거죠?”

소녀는 허둥대며 남은 성냥개비를 모두 벽에 그어 댔습니다. 어떻게든 할머니와 함께 있고 싶었거든요. 성냥불이 밝게 타올라 주위는 대낮보다 환해졌습니다. 할머니는 살아 계실 때보다 훨씬 아름다웠고, 키도 훨씬 커 보였지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할머니가 소녀를 품에 꼬옥 안았습니다. 그리고 소녀와 할머니는 기쁘게 하늘로 높이높이 올라갔습니다. 추위도 배고픔도 두려움도 없는 곳으로 말이에요.

 

소녀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그리운 사람을 그리며 판타지 속으로 들어간다. 할머니 품에 안겨 추위도 배고픔도 두려움도 없는 곳으로 간다. 따지고 보면 너무 끔직한 일이다. 추위와 배고픔과 두려움으로 소녀가 스러졌으니 말이다. 그것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을 이야기하는 새해 첫날 싸늘한 주검이 된다.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 때문에 티 없이 밝고 건강해야 할 소녀가 속절없이 스러진 것이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림 작가 크베타 파코브스카는 기존의 성냥팔이 소녀에 전혀 새로운 느낌을 부여한다. 아이가 쓴 듯한 글씨를 그림의 일부처럼 표현하고, 곳곳에 은박지나 노트 등의 다양한 종이를 오려 붙인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다. 또한 크레파스, 사인펜, 물감, 연필 등의 그림 도구들을 사용하여 다양한 느낌을 준다. 그림책의 그림이 아니라 어른들이 보는 디자인 관련 책의 도록에 나올 법한 그림들이다. 그렇다 보니 완전 새로운 ‘성냥팔이 소녀’가 되었거니와 지독한 비극 이야기가 전혀 그렇지 않게 다가온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8.04.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