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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에서 드라마가 나오는지라 나름대로는 기대를 하면서 시청하였습니다.
특히 고구려 시대라는, 그리고 연개소문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드라마가 제작되는 것은 처음인지라 나름대로 생각이 이리저리 있었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절반의 수긍, 절반의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확실히 영상매체라는 수단을 볼 때 드라마는 책의 삽화에 비한다면 나은 점이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생동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그나마라도 들은 이야기가 있는 만큼 ''개연성''과 ''고증''이라는 점에서 볼 때 드라마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을 찾아낸 것도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연개소문이 안시성 안에 있다는 스토리 전개나 안시성의 군량미 비축이 별로 없다는 점, 그리고 평지에 쌓은 성인 양 보여주는 영상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주어도 한계성이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산성이 아닌 평지성이라는 주장에 대한 문제는 일단 접어두도록 하지요. 기술적인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연개소문이 안시성에 있다던지 군량미 비축이 적다는 가정은 아무리 보아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아무리 보아도 이환경 작가님의 오류라고 밖에는 달리 보기 어렵습니다.
평소 제가『우리나라삼국지』를 정독해오고 또 학교에서 나름대로 배운 바도 있는 만큼 저의 이 주장이 그리 큰 하자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확실히 연개소문을 알 수 있는 책은 많습니다. 또 나름의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개별적인 선택이 요구되겠지요.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영상을 드라마에 의지하시는 이상『우리나라삼국지』만큼 후회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책도 드물다는 사실입니다.
일단 전문서적은 어떤 식으로든 어렵기 마련입니다.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렇다고 소설을 읽자니 소설은 대부분의 경우 분량이 많은 데다가 작가 개인의 주관 및 상상력이 반영된 만큼 상당한 괴리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런 점에서『우리나라삼국지』는 최소한도 부담이 적은 책이라 말할 수는 있습니다.
9권인 연개소문 편과 10권인 압록강을 흐른다 두 권만 가지면 연개소문 드라마를 소재로 못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거품을 최대한 뺐다는 점에서는『우리나라삼국지』를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린 바 있지만 제가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기 위해서 거듭 정독을 해보았는데 제가 파악했던 사실은 이 책이, 아니 저자 분이 권수를 거듭할수록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입니다.
개별적인 재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타 장편소설이나 장기 연재 만화처럼 이 책도 후반과 전반의 차이가 만만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연개소문 관련 분야는 후반부의 9권과 10권이며 이 부분들은 나름대로 글이 향상된 상태인 만큼 편안하면서도 나름의 깊이를 추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드라마는 무협소설처럼 그때그때 단순한 재미가 우선적으로 추구되지만 그만큼 헛점도 보이게 마련입니다.
그에 비하면 장편소설은 유기적 연결은 드라마보다 낫되 개연성이라는 점과 지나친 상상력 발휘라는 점에서 드라마보다 나을 것이 없지요.
『우리나라삼국지』는 이러한 점들을 토대로 본다면 좋은 읽을 거리라고 확신합니다.
원전에 근거하여 역사적 상상력을 펼치면서도 애써 힘주거나 무리하지 않는 방식은 바람직 하다고 봅니다.
다만 머리 속의 장면은 드라마의 장면으로 대체하시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그 부분은 영상과 책이라는 매체의 근본적인 차이니까요. 아무리 책이 좋다한들 영상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저는 적어도 책 내용의 충실도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우리나라삼국지』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 좋은 사례가 드라마나 장편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폐단, 즉 환단고기 신봉자들처럼 무조건적인 까마득한 옛날이 우수하고 대륙찬가를 부르는 것이 최고라는 허상에서 비켜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일반 역사학자들이 이야기하듯 고구려가 당에 조공 몇 짐이라도 보내 무마했어야 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두 공간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면서도 균형잡힌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자세가 진정한 저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에 대해서는 확실히 좀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는 듯합니다. 어느 분 말씀대로 정확한 사료가 남아있지 않아 작가의 상상을 가미해서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겠지만, 글에 비해 고증성이 부족한 점은 아무래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여하튼 감히 말씀드리건대 드라마의 배경이나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우리나라삼국지』에 맡기고, 영상은 드라마에 맡긴다면 나름대로 독자분들 및 시청자분들의 상상력과 절제미가 절묘하게 조립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극적인 드라마 시청자 분들이라면 감히 일독을 권하고자 합니다. [인상깊은구절] 영류태왕이 어찌할 바를 몰라 침상에 걸터앉아 있는데 연개소문이 들어와 칼을 높이 들고 소리쳤다. "당신은 비겁했소. 그리해서야 어찌 동명성왕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겠소. 그 옛날 수나라 해군을 물리친 장군의 기백은 어디 가고 현실에 안주하는 나약한 사람이 되었느냐 말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