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이 난해하면 자연히 그에 대한 많은 논쟁이나 생각 등이 생기게 된다. 중국 철학 중 가장 어려운 주제라고 하는 장자의 제물론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 또한 제물론을 읽으면서 생각한 바가 많은데, 지금부터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에 대해 논해보겠다. 우선 주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보통 제물론 하면 떠오르는 핵심어는 ‘상대주의’이다. 상대주의란 진리나 가치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그 상대성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서 평등하다고 보는 관점을 뜻한다. 하지만 이것은 제물론을 완전히 오역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만물의 무한한 변화 속에서는 한 양상에 불과한 것이다”는 장자의 일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호접지몽’ 에 있는 구절이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장자는 만물을 별볼일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그 큰 우주의 변화 속에서 지구의 공전은 한없이 작은 움직임이다. 그런데 그 지구에 살고 있는 나란 존재는 얼마나 작은 것 인가. 아마 눈에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나비나 나의 존재는 우주에서는 매우 작고 별볼일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이와 같은 제물론의 관점을 현대적 관점과 비교하여 설명하려는 경우가 있다. 현대적 관점의 특징은 합리주의 등 서구적인 면모가 강한 것들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절대주의’이다. 따라서 두 관점을 두고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제물론을 ‘상대주의’ 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현대적 관점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제물론의 또 다른 핵심어인 ‘무위자연’이다. 무위자연은 글자 그대로 ‘인위적인 것이 없이 스스로 그러하다’하는 뜻이다. “오리의 다리가 학의 다리보다 짧다고 늘리려고 하는 것도, 학의 다리가 오리의 다리보다 길다고 짧게 하려고 하는 것도 잘못 된 것이다.” 라는 구절이 ‘무위자연’을 설명하고 있다. 이것과 가장 크게 대비되는 현대적 현상은 ‘대중매체’가 아닐까? 대학생들의 옷차림만 해도 알 수 있듯이 다들 같은 옷을 입고 다닌다. 이것을 장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엄연히 잘못된 것이다. 자신의 내면의 가치기준(자연)에 따라 입어야 할 옷을 소위 ‘유행하는 옷’으로 바꿔 개성을 없애는 ‘획일화’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또 여기서 개성을 인정하는게 차별을 두는게 아니냐는 오역이 나올 것이다. 이것은 첫 번째 제물론의 주제인 ‘별볼일 없다’와 대비되는 주장이다. 오히려 장자는 그런 나눔 자체도 부정하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해석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제물론은 특히나 자세히 읽어야 할 부분이다. 단순히 장자 자신의 생각을 저술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사회를 비꼬는 글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러한 결론을 내렸지만 무엇이 답인지는 장자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상대주의’ 가 아닌 ‘만물이 별볼일 없다’라는 답을 얻기까지, 또 무위자연이 ‘원시시대로 돌아가라’ 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때까지 장자에 대한 오역과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