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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저와 춤추시겠습니까 - 서휘지, 마음이 망가진 두 사람이 완전한 사랑을 찾았을때,
폐하, 저와 춤추시겠습니까 입니다. 몬테로비스와 스카라는 오랜세월동안 전쟁으로 서로의 국경지대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나라들입니다. 그리고 아버지 대에서 시작된 전쟁은 그들의 아들 대에서 끝이 나는데, 몬테로비스의 왕인 델레몬트 3세인 르아브르가 전쟁 승리 및 전리품으로 쟁취(?)하게된 스카라의 제 3왕녀 에슈티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에슈티가 전리품으로 몬테로비스에 홀로 도착하여 외롭고 쓸쓸했던 왕녀로써의 인생보다 더 험악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에슈티와 르아브르, 두 사람 자체에 참 사연이 많은 캐릭터들입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스카라의 제 3왕녀인 에슈티의 엄마는 집시출신, 왕은 그 집시를 후궁으로 삼으며 그녀에게 끔찍한 집착을 보였고, 그 과정에서 에슈티 눈앞에서 그녀의 모친을 강간하는 일상을 반복함으로써 에슈티가 남자를 기본적으로 믿지 못하게 만드는 밑거름을 몹시 주셨던 양반이고, 그와 더불어 모친의 그런 인생 덕분에 에슈티가 사람 자체에 정을 주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게 하는데 일조한거죠. 물론 집시와 그녀의 딸인 에슈티는 왕궁내에서 멸시와 구박을 받고 지낸 천덕꾸러기 였다는건 말할필요도없죠.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왕앞에 에슈티의 마음은 산산조각납니다. 그녀의 세상엔 오로지 그녀의 어머니밖에 의지 할 사람이 없었던 험난하고 외롭고 힘들었던 세월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몬테로비스의 왕인 르아브르는 또 어떠했느냐.
이 남자의 아버지는 평생 여자를 품에 안는걸 업으로 살아오셨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수 많은 여인들을 침대로 끌어들이셨던 분이십니다. 그리고 스카라와의 전쟁을 일으킨 분이기도 하거니와, 전쟁 중 전장에서 용병이던 한족 출신인 르아브르의 모친을 강간하면서 역사가 이루어져 약에 취한 그녀를 몇날며칠이나 놓지 않은 왕 덕분에 르아브르가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족은 여자들 모두 검을 다룰 만큼 무예와 자긍심이 대단했던 민족이지만 제국내에서는 천시받고 있던 민족. 그 덕에 한족 출신의 모친과 왕궁생활이 르아브르 역시 편치않았습니다. 한족인 어머니는 르아브르에게 늘 감정을 죽이고 살라 하셨고, 사랑따위 믿을게 못된다며 언제나 왕에게 쌍욕을 해대던 용감무쌍한 여인이셨으므로.. 르아브르 역시 무심한 왕과 정신놓은 엄마 덕분에 마음 한구석이 망가진채 성장했습죠.
네. 두 사람은 모두 마음이 망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스며들듯 마음을 열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르아브르에게 에슈티는 그저 단순한 전리품(혹은 필요에 의한 인질이나 손님) 이었을 뿐입니다.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정하고 여자라는 존재 자체에 관심이 없는 남자였습니다. 그저 필요에 의해 데려온 왕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이 관계가 변하게 된 것은 르아브르가 우연히 그녀의 춤을 보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집시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에슈티 역시 춤 추기를 굉장히 즐기고 아름다운 춤을 추는 여성으로 묘사되는데 그 아름다움에 르아브르 심장에 화살이 딱!! 하고 꽂히는거죠.
르아브르가 에슈티의 춤만보고 한눈에 반한건지, 혹은 도서관의 어려운 역사 철학부분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는 그녀의 지식에 이미 호감을 갖고 있었는지는 확실히 잘 모르겠지만, 르아브르는 분명 에슈티를 갖고 싶어 합니다. 여자에게 전혀 관심없던 남자의 마음에 변화가 생긴거죠. 이 과정에서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좋습니다. 메마른 마음에 꽃이 피어나는 과정이라니.. 캬..
에슈티의 춤을 묘사하는 장면에 있어서는 사실 그녀가 어떤 식으로 춤을 춘건지 언뜻 머릿속으로 그려지지않습니다. 하지만 막연히 아름다운 그녀의 아우라에 사람들이 그녀의 춤에 반했겠거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망가진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이게 포인트죠. 마음이 망가졌던 두 사람이 온전한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라는 점.
개인적으로 판타지라인도 좋아하거니와 로맨스 라인도 좋아하는데 이 책은 두루두루 합쳐진 이야기라서 더 즐겁게 읽었습니다.
왕과 왕녀의 이야기만으로 끝이 나는게 아니라 그와 연결된 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점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라 몰입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한글의 아름답거나 귀여운 단어들의 사용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작가 시점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 혹은 등장인물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점들에서 가독성과 몰입도가 더 뛰어났던 작품이었습니다만, 마지막에 결론 이후 더해진 주변인물들의 이야기 덕분에 뭔가 감정의 흐름이 좀 흔들렸다고 해야할까요? 외전으로 따로 구성했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뿌듯한 마음으로 책 덮고 나서 이어지는 이야기들에 뭔가 급 루즈해진 듯한 마무리여서 살짝 아쉽습니다. 텐션 좋게 진행되다 왕과 왕녀의 이야기 이후 급 고무줄이 늘어난기분이라서 살작 아쉽긴했지만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입니다. 까도남 주제에 내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남자를 여러분은 만나시게 될 겁니다.(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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