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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몽골제국과 칭기즈칸에 푹 빠져 살았다. 몽골제국에 관련하여 국내에 출간된 책들은 거의 다 사서 모았고, 2004년에는 직접 몽골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재운 씨의 소설인 천년영웅 칭기즈칸을 보고 나서, 몽골 열풍에 휩쓸렸던 듯하다. 그러고 나니, 천년영웅 칭기즈칸의 7권에 저 루브룩의 몽골 여행기 일부가 수록되어 실려 있었다. 이재운 씨가 직접 원서를 보고서 넣은 것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번역된 여행기를 보고 나서 넣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마르코 폴로 이전에 몽골제국을 직접 방문하여 몽골의 대칸과 이야기를 나눈 서구인이 쓴 여행기라는 점에서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고 나서 거의 15년이 넘은 시점에서, 드디어 카르피니와 루브룩 두 사람의 몽골 여행기가 번역되었다. 그들이 몽골제국을 방문한 시기는 몽골제국의 국력이 최대로 팽창하여 가히 세계를 휩쓸던 때였다. 유럽도 1240년대에 몽골제국의 군사적 공격을 받고 크게 위기에 몰렸다가, 오고타이칸이 죽고 나서 몽골군이 철수하는 바람에 겨우 한숨 돌렸으니까. 하지만 유럽인들은 몽골제국이 다시 쳐들어 올까봐 그들과 평화교섭을 맺고 아울러 그들의 정세를 염탐하기 위해서 가톨릭 성직자들을 두 번이나 몽골로 보내서 정보를 알아오게 했다. 그리고 카르피니와 루브룩 두 사람의 성직자들이 몽골제국을 다녀와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문헌으로 남긴 것이 바로 이 <몽골 제국 기행>이다. 책의 내용은 마르코 폴로가 쓴 동방견문록에 못지않게 흥미진진했다. 몽골제국과 칭기즈칸의 꿈을 꾸던 내 젊은 시절의 추억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이런 소중한 문헌이 번역되다니, 우리나라의 인문학 수준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아서 기뻤다. 앞으로 더 좋은 외국 서적과 문헌들이 우리 글로 번역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