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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없이는 살 수 없던 시절이 있습니다. 벌써 세월이 20년이나 지난 옛날 일입니다. 시가 인생의 전부였고 오직 시를 통해서만 위로 받았으며 하루라도 시를 쓰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던 시절의 추억입니다. 이찬우 시인이 말했듯, 시인은 아파야 시인인가봅니다. 그때만큼 아프지 않아서일까요. 저는 20년전 만큼 시를 쓰지 못합니다. 쓰고 싶어도 떠오르지도 않더군요. 아마도 아프지 않아서인가봅니다. 스무살 시절, 등록금 문제로 대학을 포기하고 한식당 주방에서 펜 대신 칼을 잡아야 했던 시절, 언젠가는 국문과에 가고야 말겠다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때 만난 게 시였습니다. 시를 만나고 시에 빠져들고 시 속에 파묻혀 살던 스무살 시절만큼 아프지 않은가 봅니다. 이제 저는 국문과에 가고 싶지 않고, 소설을 쓰고 있으며, 사랑하는 아내와 소중한 아들이 있어서인가봅니다. 시를 읽으면 너무나 아팠던 스무살 시절이 떠올라서 일부러 읽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찬우 시인의 시를 읽으며 자꾸 그 시절이 생각났거든요. 가난이 너무 싫었던 그 과거가 자꾸 생각나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이찬우 시인의 시를 처음엔 거부했나봅니다.
눈 내리듯 / 창가의 햇살이 / 보송하게 / 내려앉아 있습니다 / 비 내르듯 / 밤이 내리면 / 햇살은 서쪽으로 돌아가 / 당신처럼 / 행여 / 돌아오지 않을까봐 / 그 햇살 쥐어짜서 / 투명한 병에 / 담아놓았다가 / 당신인 양 / 하냥 들어다보겠습니다 _이찬우 시 <가끔 햇살 좋은 날> 전문
이런 감성적인 시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웬지 마음이 아리면서도 따스한 시입니다. '보송하게' '내리면' '하냥' 등의 표현이 아름답습니다. 평범한 단어들이 '시'라는 날개를 달고 보송하게 하냥 날아다니다가 내게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평소 너무 바쁘게 살아선지 햇살을 볼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해뜨기 전에 출근해서 해 진 후에 퇴근하는 일상 속에서 창가의 햇살을 보며 생각에 잠길 틈이 없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이런 시를 통해 아직 마르지 않은 제 감성을 봐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가끔은 눈 내리듯 보송하게 내려앉은 창가의 햇살에게 말을 걸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디어디 다니다가 왔니?'라고 물어도 보고 '나 오늘 기분이 별로야'라며 투정도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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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술은 / 내가 취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 낮술은 낮에 먹는 거라서 먹는다 // 낮술을 먹어야 / 못 알아본 지애비가 있고 / 비틀려야 온전한 세상이기에 _ 이찬우 시 <낮술> 중에서
저는 이 시를 읽고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가 없다는 서러움을 가지고 살았던 지난 시간들이 불어난 물에 떠밀려 오듯 생각났습니다. 아~~ 낮술을먹으면 못 알아볼 엄마가 생긴다는다는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보고싶은 엄마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낮술을 많이도 먹었을 텐데요. 낮술은 아니더라도 밤술은 무척이나 많이도 마셔댔습니다. 스무살 시절, 종일 주방에서 채소와 고기와 씨름하다가 퇴근하면, 대접에 소주를 한 병 모두 부은 다음 한 번에 마셔버렸습니다. 숨도 쉬지 않고 마셔버린 소주 한 병은 제게 하루의 피로를 풀어줬습니다. 매일밤 술에 취해 시를 읽고 시를 썼던 스무살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토록 술을 퍼마셨어도 왜 저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아~~ 낮에 마셨으면 못 알아볼 엄마가 생기는 건데.
외로워서 그러는데요 / 밥 먹을래요 / 배부르면 괜찮으니까요 _이찬우 시 <밥 먹을래요> 중에서
외로워서 술을 마셨습니다.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취하도록 마셨습니다. 취하도록 마시며 토하도록 마셨습니다. 술만 마셨다 하면 떡이 되도록 마셨습니다. 아마도 외로워서였나봅니다.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면 외롭지 않았거든요. 술을 마시면 혼자서도 떠들 수 있더군요. 술을 마시면 머리가 아파서 생각하지 않아도 되더군요. 술을 마시면 졸려서 잠만 자게 되더군요. 그래서 마셨나봅니다. 아프니까 더 아프려고. 그렇게 마시다가 술병에 걸려 쓰러지고 나서야 정신차렸지만요. 이찬우 시인은 외롭다고 술마시면 자신만 손해라는 걸 알았나 봅니다. 그래서 밥을 먹었나 봅니다. 배부르면 괜찮아 지니까.
가을은 시집 읽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옷장 속에 처박아둔 옷을 꺼내며 추억에도 잠겨보는 그런 계절입니다. 에어컨 없이는 못살겠다고 밖에 나가지 않던 여름이 갔으니, 시집 한 권 들고 공원에 나가 미치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계절입니다. 낙엽이라도 떨어지면 책 사이에 살며서 꽂아 두렵니다. 고이고이 말려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게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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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시! 아니겠어요? 밴드 위주의 SNS에 꾸준히 시를 선보이며 공감을 받아 온 이찬우 시인의 사랑시집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
“ 시는 불온한 내게 해줄 수 있는 몇 가지 중에 나를 바로 있게 해주는 가장 유의미한 것이다. ”
사랑시집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는 흔히 보던 알콩달콩 사랑을 노래하는 달달시는 아니예요. 단맛 쓴만 다 본 마뜩찮은 현실에서도 감사와 사랑을 나눌 사람이 있어 견딜 수 있는 세상과의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많답니다.
20대가 겪든 50대가 겪든 사랑의 의미야 다양하지만 사랑이란 것이 주는 감정의 물살은 매한가지인 것 같아요. 상대방의 허락없이도 할 수 있는 사랑. 붙잡을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억지로 안 되는 감정.
사랑, 이별, 그리움, 외로움, 추억... 사랑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감정이 어찌나 많은지요.
아름다운 미사어구만 있는 사랑시도 좋지만, 구수한 맛이 담긴 소박한 사랑시가 많은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
영글어 익은 사랑을 노래한 이찬우 시인의 사랑시집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뱉는 한 구 한 구가 참 담백해서 정갈한 한식 밥상을 맞는 느낌입니다.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는 책 말미에 이찬우 시인의 지인들 서평이 제법 많은 분량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그 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더라고요. 이찬우 시인의 평소 모습을 살짝 짐작가능하게 하기도 했고요.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이찬우 시인. 그래서 그가 노래한 사랑시는 그처럼 맑고 담백한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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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집을 만났다. 요즘은 시집보다는 소설에 더 심취해 있었기 때문에...시집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다지 즐거 읽지도 않았잖아...라고 하면 뭐..할말이 없지만...
그런데 요즘 시집들의 추세가 에세이인지...시집인지..분간이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지라... 그냥 에세이를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란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더 찾아볼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에세이를 보면 조금 더 편안하게 시집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시집을 찾지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런 내가 얼마전 내 상처만큼만 사랑했더라..라는 시집을 만나면서 아..그래 시집의 맛은 이런 거야...를 다시 느꼈다.
시를 읽으면서 느낀 사랑은 참 얄궃다. 마음에 안정과 평안을 주는 듯 하다가...어느 순가 아프고 슬픈 것을 느끼게 하더니...또 그냥 기분 좋은 봄바람같은 살랑살랑한 것으로도 다가온다.
물론 기본적으로 상처로부터 시작을 하긴 한다. 내가 이만큼 상처 받았으니...사랑도 그것을 지우고 채울만큼 해야지..하는 모습이 들어난다. 다만, 상처가 너무 많이 부각되거나 사랑자체가 달달하기만 하단 식의 로맨스 소설 같은 느낌은 아니다. 조금은 담담하게 조금은 선선하게 그리고 조금은 따뜻하게 사랑을 대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엿보인다.
시에서 난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 계절이 여느 에세이집들에서처럼 기분 좋은 만남으로만 남아있지 않았다.
일상이 사랑으로 표현되고 일상이 작가님의 마음으로 표현되어서 결코 멋지게만 포장하려는 모습을 보이 지 않았다. 제목에서부터 그 모습이 드러나는데... 개인적으로 몇몇의 시들이 눈에 띄게 좋긴 했다. 냉이를 보다, 봄바람, 할미꽃, 숲...등등 참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시를 읽으면서 이렇게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시집은 작가님의 시집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더불어 돌아가신 할머니가 무척 뵙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헤어져 만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 중 가장 위에 있는 인물이어서 그런가... 사랑했던 연인보다 더 보고 싶게 해서 더 뭉클하고 감동적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 한번쯤 꿈에라도 나타나주시길...
세상이 사랑을 너무나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요즘...(많은 예술 장르들에서 극단적인 것이 가미되지 않으면 뭔가 임팩트가 없어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기를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어 아쉽다.) 조금은 맑게 조금은 담담하면서 현실적으로 표현해준 작가님의 시들은 꾸미지 않아 좋고 소소해서 좋다.
시의 기본은 사랑이다. 하지만 시는 또한 생활이기도 하다. 사랑이 생활이 되는 그런 멋진 삶을 살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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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이런 마음은. 사랑 같은 것 이제 소용없다고, 효용 가치도 못 느낀다고,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열정이나 관심 자체가 없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가끔씩, 불현듯 사랑에 관해 말하는 시를 읽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무엇을 향한 그리움인 걸까?
담백하고 솔직한 시들이다. 이리저리 꼬아놓지 않았고, 겹겹으로 의미를 포개 놓아 찾아내는 수고를 들여야만 알아먹도록 해 놓지도 않았고, 화자의 속마음을 감추지도 않았고, 순순히 드러낸 시들이다. 읽기에도 수월하고 시를 따라 흐르는 내 마음을 헤아리기도 어렵지 않아서 부담이 안 생긴다. 시란 모름지기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어지럽게 하는 장치가 없다. 그립고 슬프고 아파서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런가 보다 하면서 읽으면 된다. 같이 울어도 괜찮을 것 같고.
내 취향과 견주어 봤을 때는, 음, 좀 벗어나 있다. 내가 좋아라 하면서 읽는 시들과는 다른 쪽이다. 세상의 모든 글이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것이고, 세상의 모든 독자가 다 좋아하는 글도 있기는 어려울 것이니, 선택해서 즐기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닌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