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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
아이들이 크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 소설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특히 큰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갔을 무렵에는 함께 책을 읽으면서 그 시기 아이들의 고민에 푹 빠져 살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늘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들어간다 하더라도 지난 과거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부분은 기억 속에서 새록새록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른다는 점이다.
<그래도 학교니까>라는 제목은 참 식상할 수도 있다. 마치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무리 아이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더라도 너희는 학교라는 울타리에 있으니 다행이 아니냐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말이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그래도 학교니까 할 수 있는 학생들의 고민, 사회로 나서기 전에 그들만의 세상에서 쌓을 수 있는 고민이기에 이해와 더불어 부러운 마음도 함께 생기는건 이미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어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게 되었는데 약력이 정말 화려하다. 신인상이라고 할 수있는 신인상은 거의 휩쓴 여류작가인 듯하다. 당시 대중문화에서 신인들에게 주는 상을 받은 만큼 그녀의 관심은 당대의 사춘기 청소년의 미세한 심리와 정서를 세밀하게 잘 표현한 작가인 듯하다. 처음 만난 작품이기는 하지만 세 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서 각기 다른 아이들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고민의 공통점이랄까 그런 것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첫 작품인 [약속의 장소, 약속의 시간]은 타임캡슐이라는 판타지 양식을 띠고 있다. 어느날 우리 반에 전학온 아이가 먼 미래에서 왔다면.. 가장 무섭다는 중학교 2학년. 이런 때에 전학을 오고 간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거나 혹은 어울릴 수 없는 최적의 조건이다. 범생이 전형처럼 보이는 전학생 유가 일상의 따분함을 느끼고 달리기와 게임밖에 관심이 없는 도모히코와 만나면서 둘 사이에는 묘한 비밀이 생기게 된다. 즉 유가 가지고 있는 미래의 게임기를 통해서 그들은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왜 미래에서 왔을까?라는 것에 당연히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누구를 찾기 위해서라는 가장 식상한 대답대신 건강과 요양이라는 특별한 이유를 들고 왔기에 갑작스러운 사라짐 역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다른 세계에서 살게 되더라도 특별한 우정의 지속성을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두번째 [벚꽃 피다]는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늘 소극적이던 마치는 우연히 도서관에서 자신이 보는 책과 동일한 책을 보게 되는 묘령을 인물을 궁금해 하게 된다. 책을 읽고 남긴 메시지가 서로의 편지가 되면서 마치는 그 인물을 너무너무 찾고 싶어하고 결국 그 아이가 누군지 알게 되면서 주변에서 잊혀질 수 있는 소극적인 친구들이 갖고 있는 마음 속의 고민을 들여다 볼 수도 있었다. 자신의 꿈이 무너지는 순간 세상 밖으로 나오길 두려워하는 친구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역시 같은 공간에서 함께 하는 친구들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벚꽃 지다가 가장 슬픈 말이라면 반대로 벚꽃 피다라는 말로 친구를 위로할 줄 아는....그래도 학교니까 함께 하자는 말이 힘이 될 만한 이야기였다.
마지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은 영화동아리를 정식 동아리로 만들고 영화를 찍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잇페이와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영화에 출연시키고자 하는 선배를 영입하기 위해 애쓰던 과정에서 선배가 어려서 읽던 동화의 끝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아이들의 정성에서는 무엇이든 노력하는 만큼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지와 더불어 숨겨진 선배의 아픈 비밀을 통해서 학교에서 이슈가 되는 인물과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아이들의 모습을 동시에 생각해 보게 된다. 눈에 띠는 아이보다는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다수가 바로 학교의 주인인데 우린 그런 대부분의 아이들을 너무 등한시 하니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 작품에서는 학교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던지는 것 같다.
각기 다른 이야기지만 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으로 가질 수 있는 고민과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청소년들에게는 적잖은 공감을 형성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학교니까 그 울타리에서 가질 수 있는 고민, 때로는 너무 답답하고 벗어나고 싶지만 사회라는 넓은 공간에 나와서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공간임을 알 때는 그 시간의 의미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질거라는 것까지 앞서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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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읽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고 할까. 궁금해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 같다. 책의 표지 디자인을 보면 뭐, 그다지. 썩 좋지 않아! 이런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과 완전히 무관한 것도 아니어서 센스는 있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별 3개. 내용과는 무관한 완전 책 앞표지의 디자인만 본다면 말이다. 일본 드라마를 좋아해서 많이 보는 편이다. 이제껏 본 드라마의 장르를 이야기하자면 미스터리 형사물, 학원 코믹물, 미스터리 탐정물, 법정 드라마, 러브 스토리 등등 많지만, 그 중에서 학원 코믹물을 많이 선호해서 보는 편이다. 학원 코믹물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것들도 많아 깡패 선생이 나오는 것부터 깡패 학생, 히키코모리 같은 문제 학생들이 나오는 것들도 많이 봐왔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이 소설에도 문제 학생은 등장한다. 모두 세 편의 소설은 각자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마지막 소설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도 마찬가지로 앞의 두 소설과 무관하지 않고 한 가지 인연이 등장해서 세 편의 소설이 마치 합체로봇처럼 보이기도 한다. 첫 번째 등장하는 소설인 「약속의 장소, 약속의 시간」은 SF 성격이 다분히 끼어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타임 슬립’이라는 단어, ‘타임머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소설인 「벚꽃피다」는 첫 번째 소설에 나오는 학교와 같은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나오는 인물들은 첫 번째 나오는 학생들의 후배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간다. 또한, 히키코모리(사회차단인물)이 등장한다. 이 히키코모리를 밖으로 나오게 하는 훈훈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 소설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 이야기는 첫 번째 소소설과 연관이 되어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 츠시무라 미즈키는 1980년생으로 나보다 어리네. 2004년에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 로 제 3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첫 번째 소설부터 학교라는 배경으로 시작했다. 2012년에는 소설집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제 147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엄청 ‘상’복 많은 작가다. 좋겠다. 상금도 스트롱(엄청나다는 뜻)할 텐데. “그때 ‘학교는 누구의 것일까?’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오늘만은 이렇게 대답해도 될 것 같았다. 학교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 p. 231 - 학교는 누구의 것일까? 라는 질문은 상당히 어려운 측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듯하다. 조금 더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요즘의 학교와 선생, 학생들을 보면 이런 답변을 바로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믿고 싶다. 학생들의 폭력, 선생들의 폭력 이런 폭력에 대한 뉴스를 접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선생과 학생간의 신뢰가 많이 무너져 보이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이다. 많은 선생과 학생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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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 상' 수상 작가인 츠지무라 미즈키는 공통점이라곤 하나도 없는 세 아이를 통해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십대들의 미묘한 감정과 관계의 역학을 <<그래도 학교니까!>>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이지만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등장인물을 통해서 서로 조금씩 맞물려 있다. 학창시절 나는 주인공이 아니었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늘 조용했고 어떤 행사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다. 소위 말하는 그야말로 잘나가는 학생들만이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주목을 받는 학교는 마치 그들의 것처럼 느껴졌었다. 난 한 번도 학교가 학생들 모두의 것이며, 나도 학교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와카미야 중학교 2학년 3반, 안경을 낀 키 작은 기쿠치 유가 전학을 왔다. 유는 다케미야 옆자리에 앉았지만 전학생에게 아무 관심도 없을뿐더러 괜히 친절한 척하며 말을 건네는 것은 체질에 맞지 않는데다 녀석은 자신과는 성격이 맞이 않은 모범생 타입처럼 보였기에 쉬는 시간이 되자 반 아이 몇 명이 유를 에워싼 채 질문을 퍼부을 때도 화장실로 갈 뿐이었다. 타케미야의 관심은 게임 <드래곤 크라운 2>와 시 대항 육상 대회 신인전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기로 되어 있을 정도로 잘할 수 있는 뛰는 것 뿐이었다. 타케미야는 뒷산에 갔다가 뒷산 출입 금지 구역으로 넘어가려는 유가 <드래곤 크라운 9 공략집>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유와 친해지게 된다. 달리기와 운동 외에는 심드렁했던 타케미야는 전학생인 유를 통해서 성장해 나가게 된다.
공부를 잘 못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를 기억하고 그 아이를 위해 노력하는 일이 결코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바꿀 거야. 우리의 미래이자 유의 현재를." (본문 63,64p)
마치는 입학한 지 2주도 채 안 된 신학기 교실에서 당당하게 손을 들어 반장에 입후보할 정도로 적극적인 큰 키에 짧은 단발머리를 한 미나미를 보며 자신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주의를 들어왔고, 누군가의 부탁을 좀처럼 거절하지 못하는 탓에 중학교에 들어가면 그런 성격을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도서 위원이 되고 싶었음에도 고토호가 자신을 서기로 추천했을 때 서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흘러가는 것이 싫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2주일 전에도 육상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마치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책장에서 무언가 빠져나와 땅에 떨어진 걸 발견하게 되는데 그 종이에는 '벚꽃 지다'라는 짧은 문장이 하나 적혀 있었다. 그 후로도 마치는 책에서 종이를 발견하게 되고 답장을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마치는 그 편지를 통해서 위안을 얻는다. 모둠을 짜서 자유 연구를 한 뒤 보고서를 제출해야하는 방학 숙제를 통해서 마치는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말하게 되는 아이로 성장한다.
학교가 모두의 것이라는 말은 순 거짓말이다. 학교는 우리가 아니라 공부 잘하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그 와중에 인기도 있어서 이성친구까지 사귀는, 그런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잘할 수 있는 '그들'의 것이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선생님과 어른들은 반에서 눈에 띄는 학생들을 대놓고 칭찬하고, 세상 사람들 역시 그들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같은 학교에 다녀도 우리처럼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 있는 부류는 덜떨어진 아이들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영화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는 솔직히 오기도 좀 있었다. 우리도 학교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줄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기 때문이다. (본문 189,190p)
잇페이는 류와 다쿠시와 함께 영화 동아리가 아닌 동호회 소속이다. 와카미야 고등학교에서는 동아리로 인정받기 위해서 네 명 이상의 인원과 지도 선생님이 있어야 하지만 그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부를 만들고 싶었던 잇페이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부를 만들고 싶어했단 다쿠시가 동호회를 만들었고 류가 합류하게 되면서 지금의 동호회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잇페이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적합한 인물을 찾게 되는데 그녀는 '도서관의 그대'라는 별명을 가진 다치바나 선배였다. 하지만 연극부를 그만둔 다치바나 선배는 영화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고 세 사람은 다치바나 선배가 연극부를 그만 둔 이유를 찾는과 동시에 매일 그녀를 설득하기위해 애쓴다. 그러던 중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다치바나 선배에 관한 일들을 알게 된다. 학교는 누구의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던 잇페이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그 대답을 찾는다.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래도 학교니까!>>는 주인공들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는데 각각의 고민에 대해 친구, 꿈 등을 통해 해답을 찾고 성장하는 과정이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불안하고 미완성된 십대이지만 이들은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관계를 맺고 교류하면서 희망을 찾고 고민의 답을 찾으려 애쓴다. 학교는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학교는 모범생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와 다른 누군가를 만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고민과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학교는 바로 모두의 것이 아닐까. 학교 폭력, 경쟁, 왕따 등으로 학교는 두려운 곳이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학교는 힘들지만 '그래도' 희망을 주고 성장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를 느끼게 한다. 각각의 서로 다른 구성이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그래도 학교니까!>>는 전혀 다른 주인공들, 그리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청소년들에게 서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그곳이 바로 학교임을 시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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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아름다운 이야기가 끌린다. 너무 어둡고 마음 아픈 이야기는-그것이 대개의 사람들이 겪는 실제라고 할지라도-이제 피하고 싶다. 간접적이라도 그렇게 힘들게 생활하는 청소년들을 만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한때는 현실을 무시한 아름다운 이야기에 대해 삐딱한 시선으로 보곤 했는데, 나도 나이가 든다는 증거인가 보다.
첫 번째 이야기를 거의 다 읽을 때까지 이것이 단편인지 몰랐다. 페이지가 많이 남았는데 이야기가 거의 결말을 향해 가서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세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단편모음집이었던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약속의 장소, 약속의 시간>을 읽으며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물론 처음에는 전학생 유가 말도 별로 없고 행동도 민첩하지 못하며 연약한 모습이라 약육강식의 교실 법칙에 의해 타깃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특히 육상부에 제멋대로인 듯한 도모히코가 최신 게임을 갖고 있는 유의 정체를 알게 되었으니 더 위험해지리라 예측하며 마음 아플 준비를 하고 읽었는데 전혀 반대라 편하게 읽었다. 아니, 아름다운 이야기라 멋진 가을을 마음껏 즐기며 읽었다.
두 번째 이야기의 마치는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이야기 하지 못해 고치고 싶어한다. 중학교에 올라가서 고치겠다고 마음먹지만 학급임원을 선출하는 상황에서 또 다시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휩쓸리고 만다. 미나미는 반장이고 자기주장이 확실해서 둘의 갈등상황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이 역시 기우였다. 오히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할 정도로 친해지고 심지어 네 명이 여름방학 동안 과제를 열심히 하며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긴다. 또한 우유부단하고 소극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마치가 서서히 변한다. 이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교는 성적과 친구관계가 걱정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변화 가능성이 있고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모호해서 몇 번을 다시 읽었다. 내용이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도가 모호하다. 잇페이가 고등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여주인공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주변 인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가만히 살펴보니 잇페이 부모님은 아마 첫 번째 이야기에서 주인공이었던 도모히코가 아닐까 싶다. 중학교때 육상부를 했고 공부를 그다지 못했으며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약을 개발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미래에서 온 유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미하루를 구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서 우미노는 두 번째 이야기와 겹쳐지는데 이름이 다르다. 그래서 다시 읽어보고 이름을 찾아보았지만, 없다. 동일한 인물이건 아니건 상관없으니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학생이라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학교. 그런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한 학생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쨌든 그곳에 적응하고 지내야 한다. 적응하기 힘들 만큼 어려운 문제만 없다면 아이들은 나름대로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결국 성장하게 된다. 마치나 잇페이처럼. 세 이야기가 관통하는 지점은 친구가 아닐까 싶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함께 하는 것, 그것은 비단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인간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미래에서 온 유가 그래도 학교에 다니길 잘 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세 편의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가 이 가을을 풍요롭게 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