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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일 포스티노]. 만지면 붉고 푸른 이탈리아의 정취가 그대로 묻어날 것처럼 아름다운 화면과 밑줄 긋고 싶은 대사는 [일 포스티노]를 한 편의 시로 남게 한다. 영화 어디에도 눈물 짜내게 하는 구석이 없지만, 나도 모르게 가슴 속이 아련하게 젖어 드는, 참 시린 영화다.
어떤 영화를 본 뒤에 우리가 O.S.T.를 사는 이유는 영화의 감동을 오래 잊지 않기 위해서다. 나를 웃고 울렸던 인물의 이름과 줄거리가 다소 희미해지더라도, 음악 만은 영화의 감동을 생생하게 재생시킨다. [일 포스티노] O.S.T.는 오래 전에 보았던, 그래서 조금은 흐릿해졌을지 모르는 영화 속 화면들은 매력적인 선율로 한 음, 한 음 재생시킨다.
영화 음악을 담당한 루이스 바칼로프(Luis Bacalov)는 [장고], [섬머타임 킬러]를 맡은 이탈리아의 거장 음악가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풍광은 루이스 바칼로프의 손 끝을 타고 소박하게 전해진다. 기타, 반도네온, 하프시코드 등 화려하지 않은 악기의 선율들이 매혹적으로 들린다.
시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더 매력적인 이 음반은 루이스 바칼로프에게 1996년 아카데미상을 허락하기도 했다.
순박하면서도 열정적인 청년 역을 맡은 마시모 트로이시는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영화 제작을 마친 후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의 숨겨진 뒷 얘기가 더 마음을 아릿하게 흔들어놓는 영화. 비록 그를 다시 볼 수는 없지만, [일 포스티노]에는 영원히 순박한 청년으로의 마시모 트로이시가 남아있다.
메인 테마로 시작하는 음반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전반부에는 매혹적인 선율 속에 여러 스타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스팅, 마돈나, 위럼 데포우, 랄프 파인스, 앤디 가르시아, 글렌 클로즈, 줄리아 로버츠 등 파블로 네루다를 존경하는 가수와 배우들이 그의 시를 낭송했다. 비록 시의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그 정취와 감동이 전해진다.
후반부에서는 루이스 바칼로프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감상할 수 있다. 소박하면서도 애절한 선율은 영화의 한 컷, 한 컷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메인 테마를 하프시코드와 스트링, 기타, 반도네온 등의 여러 악기를 이용해 수 차례 변주하여 색다른 뉘앙스를 전해준다.
특히 [Bicycle]은 순박한 우편배달부가 지루할 만큼 푸르던 이탈리아의 바닷가를 달리던 모습을 떠올리게 해 마음이 아프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시인을 동경하고 어렵게 외운 구절을 중얼거리던 한 청년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을 한다. 그리고 고국으로 돌아가 오래 소식이 뜸했던 시인이 다시 그 바닷가를 찾았을 때 시인은 자신의 제자이자, 동료이자, 친구였던 마리오가 남긴 선물을 받는다. 그것은 기억이다. 잊지 않았으면 하는 기억... 마리오는 곱게 간직하고 있었고, 시인은 그런 그의 마음을 받는다. 관객은 여기서 가슴 속에 느낌표 하나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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