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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읽는 독문학 교양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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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명작이라는 미로 속에서 아리아드네의 실과 같은 안내서 고전의 의의 『독일명작의 이해』는 머리글에서 고전이란 ‘인류의 지혜가 집약된 보고’와도 같다고 설명한다. 고전 문학을 읽는 행위는 본문의 표현대로 ‘기존의 관습과 규범에 도전’하게 하고 ‘창의적 사고와 비판 정신’을 함양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의의를 지닌다. 이처럼 고전이 갖는 의의는 많은 사람들이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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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명작이라는 미로 속에서 아리아드네의 실과 같은 안내서


고전의 의의

독일명작의 이해』는 머리글에서 고전이란 인류의 지혜가 집약된 보고와도 같다고 설명한다. 고전 문학을 읽는 행위는 본문의 표현대로 기존의 관습과 규범에 도전하게 하고 창의적 사고와 비판 정신을 함양한다는 점에서 유용한 의의를 지닌다. 이처럼 고전이 갖는 의의는 많은 사람들이 절감할 것이다. 그러나 고전 작품을 정독(精讀)하는 것은 마치 미로를 탈출하는 것처럼 결코 쉽지 않다. 예로서 정복하지 못한 고전들로 책장을 채우기도 하고, 오기로 활자들만 훑어가며 완독했다고 자찬하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의 저자들은 독문학 연구자로서, 독자들의 시행 착오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내용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듯이, 독자들이 문학사에서 해당 작품이 지닌 위상 및 의미를 도출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책은 작품이 쓰인 시대적 배경과 문예사조와의 관계 파악을 돕고, 작품 해설을 통해 주도적인 독서를 유도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깊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은 질문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성찰적 이성을 촉발시킨다.

독일의 명작들

독일명작의 이해18세기 초부터 20세기 후반까지 독일 문학사조를 관통하는 문학작품을 엄선하여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독일문학의 정수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고전들을 선정하고 명료하게 풀어냄으로써 해당 작품을 접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레싱의 현자 나탄은 십자군 원정 당시를 배경으로 하며, 종교간 갈등이 고금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작품이다. 오늘날 IS단체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테러의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그와 맥을 같이 한다. 이로써 우리는 특정 종교가 지니고 있는 배타주의 및 종교적 논리가 극단적으로 이용될 때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고찰하게 된다. 그러한 점에서 책에서 소개하는 위 작품은 종교 문제 해결을 위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텍스트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작품 해설에서 현대적 의의가 지나치게 약술된 탓에 독자들이 현자 나탄」의 교훈을 오늘날 사회 문제와 결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2장으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사회라는 거대한 속박의 사슬자살이라는 수단을 통해 끊어냈다는 점에서 당대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작품이다. 해설에 따르면, 권태로운 삶에 시달리는 당대의 젊은이들이 자신의 소회를 베르테르에게 투사했다고 한다. 위 도서의 해설을 담당한 저자 임홍배는 작품과 관련한 상징성, 패러디, 다른 작가들의 감상 및 평가 등의 질문들을 던지며 전방위적 해석을 이끌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지면 및 분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시대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을 다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괴리는 오늘날의 독자가 괴테 문학을 접하는데 주요한 장애로 작용한다. 예를 들자면, 자신을 독문과 학생이라 밝힌 한 네티즌은 도서 리뷰에서 베르테르를 주관에 매몰되어 있고, 억제되지 않은 열정을 지닌 중2병 환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렇듯 사회질서에 맞선 시대적 반항이 현대의 관점에서는 지나친 감상벽으로 비출 수 있다는 뜻이다.

14장에서는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와 함께 20세기 독일 최고의 작가로 손꼽히는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소개하며, 사천의 선인」을 풀어낸다. 브레히트는 사천의 선인」에서 선함과 인간의 생존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없는 모순된 인간 사회를 그리고 있고, 본문의 작품해설 역시 그 점을 조명하고 있다. 이러한 고발을 통해 모순된 사회를 반드시 개선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브레히트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황당한 인물구성, 허무맹랑한 전개, 책임전가하는 듯한 결말 등의 서사극 형식 및 생소화 효과가 조금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서사극 이론장에서 잘 설명하듯 브레히트의 철저한 전략으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해 비판적 거리를 확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브레히트 희곡 이론에 대해 작품 해설과 비등하게 지문을 할애한 저자의 배려가 돋보인다. , 브레히트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더 읽을거리에서 다른 희곡 작품도 소개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19장에서 다루는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독일 현대소설 가운데 크게 사랑받는 작품이다. 동시에 전후 세대의 시각에서 홀로코스트를 서술하고 과거극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연구도 많이 되었다. 슐링크는 끔찍한 역사적 사건이 소년의 사랑이야기 안에서 도사리고 있었음을 폭로하며 복잡한 층위의 담론을 형성한다. 해설을 맡은 저자 이재원은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담론을 설명해 나간다..

특히 이 소설이 끔찍한 범죄를 상대화했다고 비판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은 깊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다. 저자는 앞선 작품 해설에서 힌트를 제공한다. 전후세대는 부모 세대가 저지른 범죄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자식 세대로서 침묵하는 부모 세대를 대신해 과거 청산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 등이다. 슐링크는 부모 세대를 표상하는 나이가 많은 연인을 설정하여 주인공 역시 전쟁 범죄의 공조자임을 자청하게 하고 과거 극복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이 소설은 홀로코스트를 호도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과거 청산을 시도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책으로 읽는 독문학 교양수업

 정리하자면, 이 책은 무려 20권에 이르는 독일의 명작 소설들을 소개하고,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정리해주며 톺아 보도록 돕는다. 이와 함께 문학사적 의의에 방점을 찍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독자의 비판 정신을 북돋우며, 교양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한다. 마치 책으로 읽는 독일문학 교양수업과 같다. 도서 수로 치면 두 학기 분량의 강의이니, 저자들은 이 한 권을 풀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지성을 녹여냈으리라. 소개된 작품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 나간다면 인문학적 창발성이 더욱 고양될 것이다.


d******l 2020.0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