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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의 철학적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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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교수님이 배아복제를 통하여 얻은 배아줄기세포를 질병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부정행위가 있었다 해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지도 꽤나 됩니다만, 배아복제에 대한 과학계의 논란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질병치료를 위한 줄기세포를 얻기 위하여 환자 자신의 체세포로부터 배아를 만들어내는 과학적 접근이기 때문에 이를 수정 난자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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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교수님이 배아복제를 통하여 얻은 배아줄기세포를 질병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구부정행위가 있었다 해서 크게 물의를 일으킨 지도 꽤나 됩니다만, 배아복제에 대한 과학계의 논란도 적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질병치료를 위한 줄기세포를 얻기 위하여 환자 자신의 체세포로부터 배아를 만들어내는 과학적 접근이기 때문에 이를 수정 난자와 동일한 시각에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도된 바는 없으나 체세포 복제를 통하여 만들어지는 배아 역시 특별한 조작을 가하지 않는 다면 하나의 인격체로 자라나게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논쟁의 이론적인 배경은 종교적인 철학도 있겠습니다만 모든 의료행위에는 윤리적인 바탕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겠다는 의료윤리적인 요구가 근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의료윤리>는 철학분야의 학위를 가지고 있는 현직의사인 래난 길론박사의 저서입니다. 제가 요즈음 출석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에서 주관하는 “제 8기 의료정책 고위과정”에서 참고서적으로 선물한 것입니다. 길론박사는 영국왕립의사협회 회원이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윤리 학술지인 <의료윤리지 Journal of Medical Ethics>의 편집자입니다. 의술은 의료행위의 대상이 되는 환자,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사, 그리고 환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인 질병의 3 가지 요인에 의하여 구성됩니다. 의학자들은 의료행위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질병을 분류하고 이에 따른 표준치료지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만, 환자, 질병 그리고 의사의 3 요인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의사는 주어진 상황과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최선의 진료를 선택하여 시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한 표준의료지침보다는 의사의 행위는 인간의 윤리규범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길론박사는 의료에서의 윤리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의료윤리에 대하여 “의료윤리적 의사결정을 할 때 깔려 있는 개념, 가정, 믿음, 태도, 감정, 이유, 논변들을 비판적으로 반성하는 분석적인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의료윤리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첫째, 응용과학인 의학은 객관적인데 반하여, 의료윤리는 주관적이다, 둘째,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은 철학적인 사변이 아니라 의료를 실천하는 것이다. 셋째, 의사들은 이미 도덕적으로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법률이 정하는 테두리만으로 충분히 의료윤리에 관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변합니다.


이 책의 원제목이 <Philosophical Medical Ethics>인 것처럼, 길론박사는 윤리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해석을 제시하면서 윤리적 의료행위에 접근해가고 있습니다. 철학에 대한 이해가 짧은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만,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데 있어 서로 지켜야할 규범이 곧 윤리일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칸트주의의 ‘의무론’, 제레미 밴담의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한 ‘결과주의’,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식적인 정의의 원칙과 다양한 실질적인 정의론(자유지상주의, 롤즈, 마르크스, 도덕적 공과 등의 이론들)을 소개하여 비평하면서, 자율성 존중의 원칙, 선행의 원칙, 악행금지의 원칙, 정의의 원칙이라는 네 가지 도덕적 원칙을 의료윤리적인 행위의 근본으로 압축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1981년 최종판결을 받게 되는 영국의 존경받는 소아과 의사 레너드 아서박사의 사건을 제시하면서 의료윤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합니다. 레너드 아서박사는 다운증후군에 걸린 신생아를 산모가 버리자, 그 아기에게 최소한의 의료행위, 즉 탈수방지제와 “간호치료만”을 처방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하였다 하여 살해기도죄로 기소되었다고 합니다. 본 건에 대하여 검찰 측에서는 ‘모든 죄없는 인간은 생명의 기본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죄없는 인간을 죽이는 것은 나쁘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여 논고를 전개하였고, 변호인측은 ‘일반적으로 의사의 의무는 생명을 보존하고 환자의 건강을 다시 회복시키거나 보전하기 위해서 그에 합당하게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의사는 또한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는 의사의 사명을 바탕으로 하여 논지를 전개하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를 여기에 적지는 않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는 조산원이 난산으로 어려운 분만을 진행하면서 적기에 산부인과 전문병원으로의 이송이 늦어져 태아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판결은 신생아가 출산 전에 사망하였다하여 조산원은 무죄로 결정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앞서 정진석대주교님께서 인간은 수정된 순간부터 존엄하다고 하는 종교적인 의미의 인간의 정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결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의학이 발전해나가면서 의료윤리 역시 그 개념이 맞게 바뀌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의학의 발전에 따라 의료비 역시 비례해서 상승하고 있고, 최신의 의료술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의료자원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고가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보호자는 치료를 표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의료인은 환자의 진료를 계속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특히 공익의 개념이 강한 의료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는 경우에 이러한 환자를 치료함으로써 발생하는 진료비의 부담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제한된 의료자원-쉽게 예를 들면 신장이식을 받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는 환자의 숫자는 사고 등으로 사망하는 환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신장의 숫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서 분배할 것인가 하는 것도 딜레마입니다.


오늘 아침 보도된 ‘영리법인화의 문제점과 대안으로서의 무상의료 실현방안 대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시민단체에서 의료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가늠하게 해줍니다.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유럽국가의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비스분야를 공공성이 아닌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사회적인 기본권의 박탈로 나타난다.”고 주장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입장은 “서구에서는 국가가 직접 투자해 육성하고 현재도 서비스 분야의 상당 부분이 공공화되어 있다”는 자신들의 지적과도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영국을 필두로 한 서구에서 의료분야에 사회성과 공공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는 국가에서 그렇게 요구할 수 있을 정도의 투자가 선행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의료분야에 깊숙하게 개입함에 따라서 해당 국가의 의료수준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국제 의료분야의 경쟁에서 뒤떨어지고 있다고 스스로 한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의료를 공공재로 간주할 수 있을 정도로 국가의 선행투자가 이루어졌는가 하고 물어보아야 합니다. 의료분야의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 영역의 투자도 최근에 들어서야 겨우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의료보험의 강제시행과 의약분업의 강행 등, 그동안 정부는 의료계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밀어왔고, 아직도 의료업은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집단으로 몰고 있습니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점을 이제는 조금은 인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서 의료산업화를 통하여 의료업이 국부를 창출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이 태동한 것 같습니다.


일반국민들이 의료계에 대하여 가지는 시각은 양면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번 의약분업의 실시와 관련하여 의료계의 반발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정부에서 택한 의사집단을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모는 방법이 커다란 부작용을 가져왔다고 믿습니다.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다양한 의학적인 기술들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는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치료의 효과는 기대치보다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건강해야 할 건강권을 지켜주어야 할 정부에서 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반드시 제가 의과대학을 나왔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을 번역하신 박상혁박사는 철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길론박사의 철학적 사유를 매끄럽게 번역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몇 군데 의학단어를 번역하는데 있어 우리말 선택이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 옥의 티라고 할가요?



y*****2 2011.07.31. 신고 공감 2 댓글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