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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메이블을 길들이며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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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메이블을 길들이며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도전기~   상실의 충격을 직접 당하지 않고서야 어찌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믿고 의지하던 이의 죽음을 직접 겪지 않고서는 상실의 공허함과 두려움을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 홀로서기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최근 상실의 아픔을 느꼈기에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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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메이블을 길들이며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도전기~

 

상실의 충격을 직접 당하지 않고서야 어찌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믿고 의지하던 이의 죽음을 직접 겪지 않고서는 상실의 공허함과 두려움을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뒤 홀로서기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최근 상실의 아픔을 느꼈기에 다소나마 헬렌의 고통에 공감한 책이다.

 

 

언론사의 사진 기자인 아버지와 많은 추억을 쌓았던 헬렌 맥도널드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방황의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역사학자답게 상실과 애도에 관련된 책 속에 파묻혀 보기도 하고,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상실의 아픔을 이겨보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과 의지가 많았던 그녀는 막막하고 허전한 현실 속에서 주저앉고 싶고 세상과 격리되어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의 부재는 단순한 상실을 넘은 당황스런 충격을 주게 된다.

 

애정이 깊을수록 애도의 슬픔은 크고, 의지를 많이 했던 대상일수록 상실감은 깊고 넓은 법이다. 아무리 참담한 현실이라도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

 

헬렌은 어릴 적 꿈이기도 했던 야생 참매 기르기에 도전하게 되면서 자연과 벗하며 슬픔과 고통, 허전함을 이겨나가게 된다. 북아일랜드의 참매 사육사로부터 매서운 야생 새끼 참매를 분양받아 다정스런 메이블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메이블 길들이기를 자신의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대상으로 삼으며 진정한 매잡이가 되는 과정에서 고통을 견뎌내게 된다. 자연을 좋아했던 그녀에게 참매와 함께하는 삶은 치유의 삶이 된다. 더구나 그녀는 귀족적이며 남성 전유물이라는 매잡이에 대한 통념을 깨고,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이었던 참매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터득하게 된다.

 

참매에 대한 서적을 읽으며 자신이 참매잡이가 되는 과정과 비교하기도 하고, <매 훈련법에 대한 책도 보면서 후드와 끈을 통해 메이블과 의사소통하고 연대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녀가 메이블과 동거하며 매를 지켜보는 와칭의 단계는 서로를 알아가는 사색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메이블을 길들이면서 매의 식성을 닮거나 매의 특징에 닮아 게걸스럽게 먹거나 아예 먹지 않거나 사회에서 몸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스스로 매가 되어가는 과정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몰입의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 되는 것인가 보다.

그녀는 메이블과 함께 하면서 상상으로라도 인간이 아닌 참매의 기분을 안다면 인간미를 더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간이 사물에 부여하는 야생을 본래의 야생과 혼동하면서 생기는 위험도 알게 되고, 참매를 자신의 세계로 들여왔지만 매와 그녀가 각자의 행복을 공유하는 기쁨을 함께 하게 되고, 매에게 긁힌 상처가 낫는 시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의 공허와 두려움, 외로움을 이겨내게 된다.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면 일단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헬렌은 자신의 방법으로 상실감 가득한 고통스런 현실과 정면으로 대면한다. 헬렌은 애통과 슬픔을 피하려고 현실을 떠나 무조건 야생으로 달아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준다. 헬렌의 야생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은 자연과 야생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길들여지고 공감을 느끼는 과정이다. 헬렌은 그 과정에서 메이블에게 무수히 긁히는 상처를 얻게 되고, 그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마음의 깊은 상처가 서서히 치유됨을 고백한다.

 

 

인간은 상실의 고통이 산만 한 무게로 삶을 짓누를 때 아픔과 동시에 공포감을 느낀다. 황량한 공허감과 동시에 무기력함을 느낀다. 슬픔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생으로 달아나야 한다는 이들에게, 무조건 대자연의 푸르고 깊은 숲 속에서 치유를 해야 한다는 이들에게 그녀는 그런 거짓의 매혹성을 이야기한다. 자연과 야생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 몰입과 집중의 경험이 애통과 비애를 치유함을 보여준다.

감정치유의 방법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아닐까? 애정의 대상을 잃었다면 더 깊은 애정의 대상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음 속 감추어진 열망을 끄집어내는 것도 치유의 한 방법이지 않을까?

 

매와 사람이 익숙해지면서 서로가 길들여지는 시간들, 메이블이 먹이사냥에 익숙해지면서 주먹 위에 앉혀 자연 속으로 먹이사냥을 나서는 과정들, 일거수일투족 매와 함께 하면서 스스로 참매가 되는 과정들이 섬뜩하지만 자세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들에 빨려 읽은 책이다.


a******7 2015.09.10. 신고 공감 10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메이블 이야기』참매를 길들이며 상실의 아픔을 견뎌나가다.
"『메이블 이야기』참매를 길들이며 상실의 아픔을 견뎌나가다." 내용보기
여태 동물을 길러보지 않았다. 털 달린 동물을 무서워하고 피부가 예민해 알레르기도 있는 터였다.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자기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키우는 것을 보고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친구들이 기르는 개를 자주 보며 정이 들고, 아파트를 거닐다가 배고파하는 표정을 지으며 애교섞인 표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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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태 동물을 길러보지 않았다. 털 달린 동물을 무서워하고 피부가 예민해 알레르기도 있는 터였다. 개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마치 자기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키우는 것을 보고 나는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친구들이 기르는 개를 자주 보며 정이 들고, 아파트를 거닐다가 배고파하는 표정을 지으며 애교섞인 표정으로 쳐다보는 고양이를 보며 점점 거부감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 외에 다른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매를 기르는 사람은 여태 보지 못했다. 크기가 적은 매도 아니다. 60cm가까이 되는 크기이며 상당히 위협적인 동물이기도 하다.

 

  참매를 기르는 작가가 에세이를 썼다고 했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즉사하자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내기 위해 매잡이가 되어 참매를 길들이게 되는 과정을 글로 썼다. 저자는 처음부터 매였다. 매에 사로잡혔다. 새 중에서도 맹금류에 집착했다. '맹금류가 지금껏 존재해 온 것 중에 가장 훌륭한 생물체라고 확신했다'라고 했다. 저자의 부모는 애착이 다른 대상으로 옮겨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집착은 더 심해졌다. 저자는 매잡이가 되기 위해 매 훈련법에 관한 책들을 읽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T. H. 화이트의 『참매』가 저자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다. 화이트는 아서왕의 이야기인 『돌에 박힌 칼』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했다. 화이트가 쓴 『참매』를 읽으며 진짜 참매를 이해하지 않았던 화이트를 느꼈고 화이트의 참매 고스를 좋아했다.

 

  저자 헬렌 맥도널드는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기로하면서 화이트가 쓴 『참매』 와 많은 부분을 비교하며 글을 썼다. 글의 처음에서부터 마지막까지 화이트의 고스, 고스를 길들이는 화이트.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은 여러모로 화이트와 비교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화이트는 매를 두려워해 매를 날리다가 돌아오는 과정에서 고스를 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화이트의 두려움을 고스가 고스란히 느꼈던 것. 공포에 떠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 매와 시선을 맞추지 못했고 또한 매도 화이트의 그러한 감정을 느꼈다.

 

  동물과 사람사이의 교감이 굉장히 크다고 알고 있다. 동물이 느끼는 감정을 사람이 느끼고,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동물이 이해하게 되면서 서로 교감하게 된다. 아직 어린 매 였을때 데려와 고리를 주며 매를 길들이고 나는 연습을 시킬때 참매는 훨훨 날아가 버릴 수도 있었다. 화이트의 고스처럼 날아가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잡이와 매가 교감을 하게 되면 매는 날아가 꿩이나 토끼 사냥을 하고서도 다시 주인의 손등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세상이 항상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기를 바라는 때가 있다. 그러다가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날이 온다. 삶이 구멍들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안다. 부재, 상실, 거기 있었는데 이제는 없는 것들. 그리고 또 깨닫는다. 그 구멍들을 피해 가며 구멍들 틈새에서 성숙해져야 된다는 것을. 비록 전에 그것들이 있던 곳에 손을 뻗으면, 추억이 있는 공간이 가진 특유의 긴장되고 빛나는 아련함이 있긴 해도.  (272페이지)

 

 

<참매>

 

메이블과 밖에 있으면 내게는 가정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깥에 있을 때 나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었다. 매가 보는 모든 것은 날것으로, 생생하고 세밀하게 그려졌고, 그 외의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내 머릿속에서 풍경은 압박처럼, 빛처럼, 선물처럼 느껴지는 의미를 빚어냈고, 그 감각들은 말로 옮길 수가 없다. (295페이지)

 

  저자는 메이블이 온 이후로 매일 저녁 일지를 썼다. 날씨, 메이블의 행동, 체중과 바람과 먹이의 수치를 기록했던 것. 매가 날기 위해서는 체중을 줄여야 했으므로 체중 관리를 했고, 먹이를 장소에 따라 달리 주며 길들였던 것이다. 메이블에게 처음 나는 연습을 시키기 위해 공원으로 갔을때의 두려움도 이겨냈다. 날아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봐 두려웠고, 저자의 손등에 안착하기 위해 발톱으로 찔러 피를 흘리게 했어도 메이블을 날게 했다는 것으로 뿌듯해 했다.

 

  상실감에 빠진 그를 이끈 것은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이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참매를 길들이며 어느새 고통을 잊었다. 아버지의 부재와 사랑을 메이블과의 교감으로 훈련을 시키며 슬픔을 견뎌낼 수 있었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5.09.03. 신고 공감 7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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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길들지 않는다고?... [메이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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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에 대한 기억수진이 날진이 해동청보라매 떳다 보아라... 시치미, 매섭다. 옹고집, 매몰차다... 이런 말이 매에서 유래된 말이라지요. 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 가지가 퍼뜩 떠오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형이 산에서 야생의 어린 매 한 마리를 잡아왔지요. 사냥용으로 길들인다나... 참매(수리과)인지 송골매(매과)인지 _이 둘의 차이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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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에 대한 기억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보라매 떳다 보아라... 시치미, 매섭다. 옹고집, 매몰차다... 이런 말이 매에서 유래된 말이라지요. 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 가지가 퍼뜩 떠오릅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형이 산에서 야생의 어린 매 한 마리를 잡아왔지요. 사냥용으로 길들인다나... 참매(수리과)인지 송골매(매과)인지 _이 둘의 차이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https://www.kfa.ne.kr:44302/content.php?db=koryo3 참조_ 모르겠으나 제가 한 일은 줄기차게 매의 먹이로 개구리를 잡아오는 일이었습니다. 참 많이도 잡았지요. (지금 생각하니 할 짓이 아닌...)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두 번째 야외훈련(?)에서 다리에 묶은 줄이 끊어져 매는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 멀리 나무에 앉았는데 돌아오지 않더군요. 다리에 묶인 줄 때문에 매는 아마도 상당히 곤경에 처했을 겁니다.
두 번째 기억은 황석영의 <장길산> 초입에 나오는 '장산곶매' 입니다. 뭔가 울컥~ 하면서 짜르르르~ 전기가 통한 듯 강렬한 이미지가 뇌리에 팍! 박혀버렸지요. 그 용맹함과 처연함이 우리 민족의 역경과 투쟁을 보는 듯하여 가슴이 아프더군요. 잠도 안자고 소설을 읽어 내린 기억이 선연합니다. (장길산은 정말 강추하고픈 최고의 소설입니다.)

 

#2. 메이블?
약간 긴장한 듯한 날카로운 눈매의 매 한마리가 표지 전체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메이블 이야기>_원제 `H is for Hawk_인데, "2015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이런 카피도 보입니다. 뭐~ 이 정도는 웬만한 책들의 광고용 카피 멘트이므로 그냥 스쳐 지나려다가, 그 밑에 2014 새뮤얼 존슨 논픽션상, 2014 코스타 문학상, <아마존> 종합 1위,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이런 문구에 눈길이 갔습니다. 새뮤얼 존슨 상은 논픽션계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상 아닙니까. 얼른 구글링하니 회고록으로는 처음으로 이 상을 수상했다네요. 이 정도의 스펙(?)이라면 읽어주는 것이 독서가의 예의이겠지요.
책의 표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메이블 Mabel'은 저자가 길들이는 참매의 이름이더군요.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이라는데, "구식의 느낌이 나는 약간 어리숙한 이름이고 유행이 지난 이름이다. 그 이름에는 할머니 같은 분위기가, 장식 덮개와 애프터눈 티(영국 전통인 오후 3시경의 다과 시간) 같은 느낌이 풍긴다(148쪽)."고 작가가 설명하고 있네요.

 

내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매! 저기 믿기 힘들 만큼 아름다운 동물이 있었다. 갈라진 부싯돌과 분필 같은 색깔, 등 위로 날렵하게 교차된 날개, 하늘을 향해 치켜든, 볏이 서 있는 검은 얼굴. (50쪽)


#3. 매 길들이기와 치유?
<메이블 이야기>의 주된 전개는 매를 길들이고 사냥에 나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매 사육과 매사냥에 대한 체험기가 아니네요. 그랬다면 저렇게 많은 상을 수상하지는 않았을 것이겠지요. 이 책에는 매를 통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깊은 상실감을 극복해 나가는 '인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회자정리 생자필멸의 진리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막상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을 때, 표현하기 어려운 아픔이 꽤 오랫동안 마음을 짓누르더군요. 저 자신도 한참을 헤매인 경험이 있는지라... 헬렌도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아버지의 부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흔들립니다. 그러다가 어릴 때부터 관심 두었던 참매를 길들여 보겠다고 결심하게 되고, 메이블을 분양받아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키게 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야생의 메이블을 길들이면서 헬렌 역시 자신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길들이게 됩니다. 이 책은 여기에 방점을 찍을 때, 왜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지 알게 됩니다. 상실의 아픔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야생의 맹금류를 통해 그 고통의 심연을 관통하면서 슬픔을 견뎌나가는 모양새 입니다. 한마디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아픔을 치유하는 '인간 정신'이 서려있다는 거지요.

 

나는 세상이 끝날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내 매는 나를 다시 구했고 모든 공포심은 사라져 버렸다.(436쪽)


#4. 고독의 힘?
헬렌이 인용한 문장을 하나 볼까요. "푸르고 고요한 숲 속에서 자연은 모든 고통을 치유하고 달래 준다. 땅에는 땅이 치유 못 하는 슬픔이 없다(342쪽)."... 정말 그럴까요. 문맥만으로는 굉장히 아름다워 보이지만 자연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죠. 자연의 야성을 자신의 것으로 체화했을 때에야 그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겁니다. 무릇 치유라는 것은 철저하게 그 본질에 접근했을 때 길이 보이는 법이지요. 헬렌은 거친 메이블을 통해 자연에 순화하고 동화되어갑니다. "나는 매가 되어가고 있었다(142쪽). 나는 매로 변해 버렸다(332쪽)"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태 _290쪽 하단에 의식의 해체를 잘 표현하고 있네요_ 즉, 자연과 내가 하나인 상태, 물아일체(物我一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경지를 체득한 듯합니다. 이를 반영한 헬렌의 감정을 조심스레 옮겨봅니다. "나는 본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매가 가져오는 계속되는 마음의 끌림, 매의 눈을 갖고 싶은 내 오랜 갈망, 안전하고 고독한 삶을 사는 것,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계속 세상을 거기에 두는 것, 지켜보는 사람이 되는 것. 상처받지 않고 거리를 두고 온전하게. 내 눈에 눈물이 고인다. 나는 생각한다. '난 여기 있어. 그리고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300쪽)." 
시인 매리앤 무어가 "외로움을 치유하는 것은 고독이다.(60쪽)"라고 했다네요. 저는 헬렌의 의식 흐름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바로 고독의 힘이지요.

 
#5. H is~ ?
헬렌은 참매를 훈련시키고 사냥하게 하면서 자신의 슬픔을 치유해 나간다고 했는데요. 그 과정을 부풀리거나 포장하지 않고 참 담담하게 풀어냅니다. 바로 이것이 이 책의 묘미입니다. 진정성이 전해져 온다는 거지요.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매 순간 일어나는 현상에 따른 마음의 흐름을 참 섬세하게 짚어내지요. 그런데 건조하거나 지겹지 않습니다. 참매 메이블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거친 야생의 메이블이 헬렌의 손을 통하여 사냥매로 거듭나는 과정도 흥미진진하지만, 과연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는지가 꽤 흡입력을 가지게 하더라구요.
이즈음에서 이 책의 원제를 생각해 봅니다. 원제목은 <메이블 이야기>가 아니라 <H is for Hawk>입니다. H의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책의 본문에서는 H의 의미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물론 H가 Hawk의 H라는 거야 알겠지만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여기서  Humanity를 떠올립니다. 부재, 상실... 이런 삶의 구멍을 겪으면서 한걸음 더 성숙하게 되는 게 우리 인간 아니겠습니까. 가장 외로운 상태에서 참매에 의지(?)하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각각의 삶을 공유함으로써 아픔을 딛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바로 휴머니티의 다른 표현이라 여겨지네요. 상당히 중의적으로 보여집니다. 아무튼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임은 분명하네요. 좋은 책입니다.

 

#6. 에필로그

그냥 매사냥에 관한 동영상 하나를 링크합니다. 일람하시면 이 책의 느낌을 조금 더 생생하게 접할 수 있을겁니다. <참매, 송골매, 해리스 동영상>입니다.

https://youtu.be/1-hVN32mpJ8

 

#7. 저자 헬렌에게 답을 구하다.^^
위 #6 까지 독후기를 적고나니 <H is for Hawk>의 H가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인터넷을 서핑하여 저자 헬렌 맥도널드의 트윗 계정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과감하게(?) 멘션을 날렸지요. 워낙 유명해진 분이라 답변이 오리라 크게 기대는 안했습니다. 그런데... 우와와~ 곧 바로 리플라이... 너무나 고맙고 기쁘더군요. 저자의 말씀은 제가 생각한 바와 거의 같이 중의적이더군요. H는 희망이기도 하고 헬렌이기도 하고 화이트이기도 하고... 마음이기도 하고 가정이기도 하며 참매이기도 하고 휴머니티 이기도 한... 바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독자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거겠지요. 여기 그대로 캡쳐하여 소개해 봅니다. 이 책의 제목에 의문을 가진 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캡쳐하면서 보니 제 영어가 엉망. 한번 더 검토하고 보낼 걸... 너무 서둘러 멘션한게 후회가 되네요. 에궁~ ) 어쨌거나 저자의 답신을 보면서 권위적이지 않고 친절한 저자의 성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사족으로 한마디만 덧붙이면, 우리나라 SNS 대표적 시사평론, 문화비평 논객으로 꼽히는 모 교수의 책을 읽고 의문점을 멘션으로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감감무소식이더군요. 워낙 바쁘신 분이고 제 질문의 수준이 낮아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자신의 책을 직접 구입하여 읽은 독자의 간단한 질의에 쌩까는 것은 정말 뒷맛이 별로였습니다. 물론 그 뒤로 이 분 책 안 사고 안 읽습니다. 뭐~ 그랬다는 겁니다...^^

 

 

e***i 2017.06.19. 신고 공감 5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메이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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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마존 '올해의 책' 1위는 물론이고 다양한 문학상을 휩쓴 작품 '메이블 이야기'는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새 그림에 띠지에는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는 글귀가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독수리인줄 알았던 새는 야생 참매 '메이블'이다. 메이블은 사진기자인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힘들어하던 저자가 참매를 훈련시키며 느끼는 감정에 대한 담백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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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아마존 '올해의 책' 1위는 물론이고 다양한 문학상을 휩쓴 작품 '메이블 이야기'는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새 그림에 띠지에는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는 글귀가 시선을 사로잡는 책이다. 독수리인줄 알았던 새는 야생 참매 '메이블'이다. 메이블은 사진기자인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에 힘들어하던 저자가 참매를 훈련시키며 느끼는 감정에 대한 담백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커다란 슬픔이다. 제대로 작별 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슬픔, 그리움, 상실감 등의 감정이 헬렌에게 몰려온다. 그녀는 세계적인 명문대학 케임브리지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학자로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제대로 슬픔을 대처하지 못하고 위험스런 자신만의 세계 속에 파묻히게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한 과거의 시간을 더듬다가 어릴 적부터 너무나 좋아하던 매를 떠올린다. 북아일랜드 매 사육사에게 새끼 참매를 분양받아 데려와 '메이블'이란 이름을 지어주고 책을 통해 얻은 지식으로 자신만의 슬픔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매를 길들인다. 헬렌에게 있어 매를 조련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줄 인물은 전 세계 많은 독자들이 좋아하는 아서왕 이야기를 다룬 책을 쓴 '화이트'란 작가의 책이다. 헬렌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인물은 아버지, T. H. 화이트에 참매 메이블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책의 상당부분이 헬렌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화이트의 책과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상당히 차지하고 있어 흥미롭다.


'작다'는 것이 나를 결정으로 이끈 유일한 요소였다. 참매를 결정할 거냐는 선택 사항에 대해서는 잠시도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참매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참매가 나를 사로잡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p48-


새, 그중에서도 맹금, 나는 맹금류가 지금껏 존재해 온 것 중에 가장 훌륭한 생물체라고 확실했다.   -p52- 

 

 

 

<네이버 검색으로 찾음>


자신의 슬픔을 처절하고 치열하게 느끼며 참매를 길들이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헬렌의 마음은 쉽게 치유되지 못한다. 메이블은 야성 매다.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벌어진 틈이나 자신도 모르게 솟구치는 분노로 인해 헬렌은 힘들어 한다. 화이트가 매 훈련에 실패한 것과는 달리 헬렌은 메이블의 상태에 집중하고 신경을 쓰며 교류를 통해 길들이며 스스로의 슬픔에서 벗어나게 된다.


메이블은 강렬하고 구체적인 생생함이 두드러졌다. 메이블은 내 상처를 태워 없애는 불꽃이었다. 매 안에는 후회나 깊은 슬픔이 있을 수 없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매는 오직 현재에 살았고, 그게 나의 피난처였다.   -p257-


참매를 길들이며 자신을 치유해 나가는 책은 처음이다. 에세이라기보다는 헬렌이란 여성의 슬픔과 아픔, 상실감을 통해 누구나 한 번씩 이상은 느끼게 되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회고록이다. 왜 이 책에 그토록 극찬을 쏟아냈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문장들이 많다. 담백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메이블 이야기'... 헬렌과 메이블, 화이트 등과 함께 한 시간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q******5 2015.09.03. 신고 공감 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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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이야기] 내 취향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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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마존 올해의 책, 2014년 세뮤얼존슨 논픽션상, 코스타 문학상 ,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지난 10년간 읽은 책 중 최고의 명문장들이 담겨 있다(타임즈)....인정한다. 이런 말에 내가 현혹되었다는 것을. 물론 이런 말에 내가 무심히 저항 했다고 한들 다음과 같은 말들에는 필연적으로 무너졌을 것이다. " 야생 참매를 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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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마존 올해의 책, 2014년 세뮤얼존슨 논픽션상, 코스타 문학상 ,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이 책은 노래다,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지난 10년간 읽은 책 중 최고의 명문장들이 담겨 있다(타임즈)....


인정한다. 이런 말에 내가 현혹되었다는 것을. 물론 이런 말에 내가 무심히 저항 했다고 한들 다음과 같은 말들에는 필연적으로 무너졌을 것이다. " 야생 참매를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뎌가는 과정을 솔직한 언어로 그려낸 화제작 " 이며 " 인간과 자연, 생명과 죽음, 애도와 치유가 어루어진 현재 진행형의 고전" 이라는 것 말이다. 오오오~어디 그것뿐이랴? 이것도 있다. " 이 책은 분명 자연을 이야기하는 책들의 절대 고전이 될 것이다." 라던지 " 자연에 대한 글쓰기와 개인적인 회상, 문학적 초상, 그리고 상실의 아픔에 대한 묘사가 섬세하게 녹아들어 있다. 그 모든 부분이 탁월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라고...


그러니까 , 종합해 보자면,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을 동물과 함께 살면서 치유한다는 줄거리라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내가 딱 좋아할 수밖엔 없는 이야기일거라는 감이 왔다. 죽음에 동물에 치유라니...내가 선호하는 소재가 아닌가? 그것이 한 작품안에 줄줄이 담겨 있다는 말인데 어떻게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거기에 표지는 또 얼마나 근사해 보이던지...책이 오기까지 이런 저런 상상을 해대면서 과연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인가 설레였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좋은 책이라고 하면 분명 그에 합당한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말이다.


흐미... 그런데 책을 받고 읽기 시작하자마자 한가지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했으니...책이 너무 재미없어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겠는 것이다. 정말로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기에...이벤트 도서로 받은 책이기에 리뷰를 쓰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사명감이 아니라도, 잡기만 하면 어찌나 졸던지 나중에는 오기가 생길 정도였다. 내 반드시 읽고 말리라 하는... 결국 오기에 반발심에 혹시나 하는 기대에--나중에는 감동 비스드르함 것을 선사할지도 모른다는, 내지는 끝에 가서는 기적처럼 재밌어질지도 모른다는-- 내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집중력을 끌어모아다 읽어내긴 했는데, 읽는 내내 끔찍했다. 법서를 읽을때도 이보다는 재밌었다. 이보다는 덜 끔찍했고. 그리고 내 기억에 의하면 이보다는 더 , 훨씬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뭔가 알찬 것을 얻었다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보람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론은? 아마도 이 책은 내 취향의 책이 아닌 모양이다. 나는 이렇게 감상에 절은 , 별 줄거리 없이 하염없이 묘사만 해대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것도 우울하기 짝이 없는 톤으로 읆어대는데 두서너 문장만 읽어도 졸음이 오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방황하던 저자가 어렸을적부터 관심을 가져오던 참매를 구해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 상실의 아픔을 치유해간다는, 취지는 알겠다. 작가도 그것만으로는 별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자신과 같은 처지의 과거의 작가를 찾아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번갈아가면서 풀어내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매력이 없는지...나 잠이라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자는데도 졸음이 왔다. 무언가 관심이 생길만한 문장이 나오면 내가 번쩍하고 눈을 떴으련만, 도무지 감겨진 눈이 떠질 생각을 않더라. 하여 필사적인 의지가 아니었다면 도저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을 것이 뻔한 이 책, 왜 이다지도 평이 좋은지 나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아마도 내가 보통 사람들과 취향이나 안목이 달라서 그런 것이겠지...라고 자조하면서도 씁쓸하다. 나도 이 책 좋다고 같이 거품을 물고 싶었었는데, 어떻게 그거 하나 딱딱 맞추지 못하는지 안타까운 심정이다.


참 나...동물을 다룬 책인데도 내가 호감을 표할 길이 없다니. 내 살다 살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다. 최고의 명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알아보지 못한 것일까? 저자의 표현력이 좋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서도, 그것이 심금을 울리냐는 문제라면 전혀 아니올시다여서 도대체 뭐가 명문장이라는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아버지를 잃은 애도 부분에 관해서는, 이 정도 가지고 뭘...나는 더한 것도 겪었고 봤고 들었다. 길들이기 힘들다는 참매는, 뭐, 책 하나를 다 읽고 났는데도 참매에 대한 매력을 알지 못하겠으니 동물 하나하나를 개인적으로 들여다 봤을때 매력을 못찾을만한 개체는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자의 잘못이 크지 싶다. 거기에 저자 본인이 자신은 비주류라고 한탄하던데, 그것만큼 나와 닮은 부분도 없는데도 결국 그녀에게 공감이나 연대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해석하는 것들에서도 참신함이나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이 책을 덮고나니 놀라움만 남았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 어디가 재밌다는 것인데요? 진짜로 재밌다고 느끼셨나요? 라고 하나하나 붙잡고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졸지 않고 완독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하겠구만, 앞에 나온 찬사들은 과연 뭐란 말인가 싶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확실히 난 어딘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 저의기 걱정스럽다. 중간은 아니라도 평균치 근처 어디쯤이라고 내내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제보니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아마도 내가 어디쯤 있는지는 난 평생 알길이 없겠지? 이래저래 심난한 독서였다.


추신--맘 같아서 비추천작으로 넣고 싶지만, 애매작으로 넣습니다요.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것 외엔 문장이나 표현력이 엉망이라고 할만한 책은 아니었거든요. 저와 취향이 다르신 분들은 어쩜 굉장히 좋아하실지도. 하니 평소 저와 취향이 다르셨던 분들은 기뻐해 주시길. 당신들에게 딱 맞는 책이 나왔답니다. 불면증에 매우 효과가 좋을지도 모른다는 건 제가 드린 팁입니다요.



a*******0 2015.09.07.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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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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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매를 키우기로 한다. 그것도 참매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키우고 싶어했던 동물이었고 갈망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다. 갑자기 사랑하는 아빠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돌아가셨다고 한다. 슬픔에 젖어 외부와 차단하다가 결국 죽음과 조우하기로 한다. 참매를 키우면서 참매에 관한 책을 읽고 잔잔하게 글을 쓴다. 메이블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한다.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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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매를 키우기로 한다. 그것도 참매를.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키우고 싶어했던 동물이었고 갈망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다. 갑자기 사랑하는 아빠가 심장에 문제가 생겨 돌아가셨다고 한다. 슬픔에 젖어 외부와 차단하다가 결국 죽음과 조우하기로 한다. 참매를 키우면서 참매에 관한 책을 읽고 잔잔하게 글을 쓴다. 메이블이라고 이름 붙이기로 한다.

 

 메이블은 저자 헬렌의 마음을 보듬어준다. 그리고 어쩔 때는 헬렌이 메이블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사람이 아닌 참매의 눈으로 사냥감을 보고 생활한다. 사람들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차츰 다시 가족, 사회를 만난다. 메이블을 가끔은 누가 돌봐줘야 하고 헬렌은 메이블을 교육시키다가 다치기도 하는 것이다. 외롭다고 생각했던 헬렌은 그렇게 절친한 친구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직업도, 집도 없다고 하는 헬렌은 저자 설명에 보면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교 역사학부와 철학부에서 학사 과정과 석사 과정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한다.

 

 이 책은 참매 길들이기와 매잡이에 관련한 자연과학 서적이나 또한 정말로 깊이 사랑하는 가족의 일원을 잃었을 때 어떻게 다시 삶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서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헬렌의 글솜씨는 굉장히 서정적이고 시적이다. 또한 항상 죽음과의 경계에 서 있는 참매 메이블을 키우면서 메이블이 잡아 먹어대는 토끼, 꿩은 헬렌이 죽음은 삶에 있어서 당연한 것이다라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끔찍한 광경이고 피가 보이고 또 자신이 마지막 처리를 항상 해야 하지만 그러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죽이는 일격이지만 그 힘에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뭔가가 있다.' (179쪽)'인간이 건널 수 없는 경계를 건너는 매의 이런 능력은 켈트 신화보다 오래된 것이다.'(354쪽)

 

 헬렌은 메이블과 친해지고 함께 종이공 놀이도 하면서 죽음을 목격하고 또 목격하면서 그렇게 아빠와 마음 속의 진정한 작별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메이블도 결국은 언젠가 이 세상이 아닌 죽음의 세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여기 있는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이.

s******e 2016.03.10. 신고 공감 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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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은 슬픔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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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애도는 자신이 겪은 상실에 의해 자신이 어쩌면 영원히 바뀔 수도 있음을 받아들일 때 일어난다. - 주디스 버틀러, 『불확실한 삶』     상실은 슬픔만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상실의 슬픔’이라고 하는데, 사실 실제로 상실을 경험해보면 상실은 슬픔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상실 이후의 감정은 슬픔뿐 아니라 분노와 혐오, 좌절, 고독과 죄책감 등등이 뒤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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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애도는 자신이 겪은 상실에 의해 자신이 어쩌면 영원히 바뀔 수도 있음을 받아들일 때 일어난다.

- 주디스 버틀러, 『불확실한 삶』

 

 

상실은 슬픔만이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상실의 슬픔이라고 하는데, 사실 실제로 상실을 경험해보면 상실은 슬픔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상실 이후의 감정은 슬픔뿐 아니라 분노와 혐오, 좌절, 고독과 죄책감 등등이 뒤섞여 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장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감정들의 변화였다. 다른 감정들은 내 내부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데, 타인에 대한 분노와 그에 따르는 인간 혐오와 공격성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더군다나 컨트롤도 어려웠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령  왜 저런 인간이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나?’ 싶을 만큼 형편없는 인간을 만났다고 하자. 예전 같으면 불쾌하기는 해도 그러려니 하고 피할텐데(‘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의 논리),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왜 우리 엄마처럼 착하고 정의롭고 올곧은 사람은 죽었는데, 저런 인간은 왜 저렇게 뻔히 살아 있는 거지? 억울해? 공평하지 않아. 저런 인간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게 화가 나.’는 식으로 감정이 점점 격해지는 식이었다. ‘저런 인간이저런 인간이우리 엄마도 죽었는데, 왜 저런 인간이…….’ 그럴 때면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렸고, 그 오른손을 진정시키려 왼손이 오른손을 지그시 누르고 있었다. 나는 내가 언제고 폭발할 것 같아 두려웠다. 언젠가 내 통제력을 벗어나는 순간 제대로 크게 일을 한 번 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격성과 폭력성 앞에서 나는 당혹스러웠다. 그리고끝없는 인간혐오.

일의 성격상 타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줘야 하는데, 마음속에서 끝임없이 상대방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거다. ‘이런 인간 대신 차라리 우리 엄마나 살게 해주지.’

이런 무서운 감정들과 오랜 시간을 싸웠다. 올해로 엄마가 돌아가신지 4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깊은 인간혐오에서 조금은 빠져나온 것 같다.

 

 

『메이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나는 또 다른 나를 보았다.

이 책의 저자인 헬렌 맥도널드는 나를 닮아 있었다.

헬렌이 메이블이라는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은 심장마비로 급사한 아버지를 잃은 상실,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그의 마지막을 보지못했다는 아쉬움 등을 넘어서서 상실 이후에 폭풍우처럼 습격하는 다양한 감정들슬픔뿐만 아니라 분노까지를 포함한에 익사하지 않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까지의 이야기이다.

매는 아주 예민한 동물로, 그 중에서도 참매는 야생성이 강해서 길들이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참매 '메이블'을 길들이는 과정은 그 자체로 상실 이후의 감정들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는 깊은 상처를 치유하려면 야생 세계로 달아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은 그런 방식으로 치유했다. 내가 읽은 자연에 대한 책들은 그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이 한이나 슬픔에 자극받아 탐구자가 되었다. 일부는 희귀한 동물들의 달인이 되는 데 매진했다. 어떤 이들은 흰 기러기를 찾아다녔다. 어떤 이들은 흰 표범을 쫓아다녔다. 땅에 집착해서 오솔길과 산길, 해안, 계곡을 걷는 이들도 있었다. 멀리서 야생을 추구한 이들도 있었고, 아주 절실하게 야생을 추구한 이들도 있었다. 존 뮤어(산림 보호를 처음으로 주장한 환경운동가, 작가)는 이렇게 썼다. “푸르고 고요한 숲 속에서 자연은 모든 고통을 치유하고 달래 준다. 땅에는 땅이 치유 못 하는 슬픔이 없다."

이제 나는 이 말의 본질을 알았다. 이것은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거짓말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것이 내게 필요한 치료법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에 화가 났다.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손은 매의 횃대 노릇만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생은 인간 영혼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pp.342-343)

 

헬렌에게 '메이블'은 그녀 자신의 상실과 고통 그 자체였던 셈이고, 따라서 헬렌이 메이블을 야생의 매로 길들이는 과정은애도의 긴 여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헬렌은 상실 이후 겪게 되는 무수한 감정에 익사되지도 않았고, 그 감정으로부터 도망가지도 않았다. 그 모든 과정을 담담히 직면했고, 그 결과 메이블과 각각의 개체로 둘의 삶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치유'와는 다를 수도 있었지만, 이 지난하지만 담담했던 과정이야 말로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문태준의 「빈집의 약속」이라는 시의 첫 행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의 마음은 정말로 빈집과 같다.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진 그 집에는 독사가 들어와 살 가능성이 커진다. 한때의 나도 그랬다. 그러나 기나긴 애도의 과정을 거치고 다시 들여다본 내 마음은 청보리밭 너른 들까지는 아니어도, 독사가 들어와 집을 틀고 살만큼은 아니게 되었다.

 

 

이 책에 보면 T. H. 화이트의 일화가 나온다.

T. H. 화이트는 헬렌이 매 훈련의 지침서로 삼은 『참매』라는 책의 저자로, 아서왕 이야기를 집대성한 『돌에 박힌 칼』을 쓴 소설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려서 부모에게 학대를 당했고 자라면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으로 매우 괴로워했다.

화이트는 자신의 애정결핍과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서 참매를 길들이지만, 학대하고 방치한 끝에 결국 매를 죽이고 만다.

 

왜 누군가는 매를 길들이는 데 실패하고 누군가는 매를 길들일 수 있게 되는 걸까?

혹시 지금 상실 이후 겪게 되는 감정들로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질문 앞에 직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당신의 마음이 독사가 사는 황폐한 빈 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고, 아주 오랜시간이 흐른 이후에라도 당신의 매를 길들일 수 있기를. 헬렌이 그랬고 내가 그랬듯이.

그리고 설사그 상실을 끝까지 길들일 수 없더라도 당신의 그 빈 마음에 둥그런 고요가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그리고 그 진심을 담아 이 시를 선물한다.

 

빈집의 약속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몽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5.09.05.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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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고통에서 도망친 곳 참매의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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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일치하는 시간. 매에게 토끼의 죽음은 삶이다. 야생의 순수한 생명 그 자체다. 토끼를 죽이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인간이 '길들인' 매는 사냥한 토끼를 빼앗기고 몇점을 먹고 나서 사라진 본체를 알지 못한 채 다시 또 사냥을 한다. 토끼가 살아 도망간다는 것은 야생으로서의 매에게 목전의 먹이를 놓치는 것이고 그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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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일치하는 시간. 매에게 토끼의 죽음은 삶이다. 야생의 순수한 생명 그 자체다. 토끼를 죽이는 방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인간이 '길들인' 매는 사냥한 토끼를 빼앗기고 몇점을 먹고 나서 사라진 본체를 알지 못한 채 다시 또 사냥을 한다. 토끼가 살아 도망간다는 것은 야생으로서의 매에게 목전의 먹이를 놓치는 것이고 그것은 삶과 죽음이라는 두 선택지 사이에서 후자다. 야생의 삶은 그것이 법칙이다. 내가 살면 적은 죽고 적이 계속 살면 나는 죽는다. 매에게 사냥은 그런 것이다. 그런 것이어야 한다. 살아남은 매 만이 유전자에 복제된 자기를 남길 수 있다. 맹금류가 사는 방법은 반드시 다른 동물의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게 자연이고 그게 질서다. 자연을 사랑한가는 것은 생존을 위한 살육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부족한 자들의 안식처인 기분좋은 우월감에서 위안을 찾았다.58 

 상처받은 자가 도망칠 곳은 우월감이었을까.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깊은 상실을 이해하는 것과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다르다. 이해는 보이지않는 어떤 가치가 일치하는 공통의 영역을 충분히 가지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아버지의 상실이라는 공통분모는 가치를 초월하지 못했다. 그녀는 동물애호가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야생성이라는 자연의 질서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우월감을 확인한 게 아니었을까. 애초 길들이기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그 동물에 감정이입을 하고 참매를 자신의 세계에 데려오기보다는 자신이 참매의 세계로 들어갔다고 해도, 참매는 자유롭지 못했다. 참매는 사냥한 토끼와 꿩을 맘껏 헤처 먹지 못하고, 주인에게 돌아와야 했다. 길들여진 것의 자유는 억압 속에서만 가능하다. 나는 끝까지 그녀의 참매 메이블이 딱했다. 

그녀가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을 통해 상실감을 처리한다는 발상은 메이블을 길들인 자신과 반대로 그것에 실패한 화이트와 비교함으로써, 야생을 다루는 것에 대한 철학을 선명하게 두 개의 가치로 나눈다. 그녀는 참매길들이기에 실패한 과정을 책으로 옮긴 화이트의 참매라는 책을 통해 그가 실패하는 과정과 자신이 성공하는 과정을 싱크해서 대조했으며, 화이트가 실패한 이유는 매 훈련을 은유적인 전투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모비딕이나 노인과 바다처럼 참매는 동물과 인간의 문학적 조우였고 이것은 정신을 겨누는 정교도적인 전통과 잇닿아 있었다.61 

내게 매 훈련은 매의 비행을 한껏 즐기는 것일 뿐 그로 인해 생기는 죽음은 즐기는 게 아니었다... 나는 수백 년간 사회적인 특권과 정당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느긋함을 보았다. 256 

그녀도 그걸 인지했다. 매길들이기는 영국인들의 재수없는 특권의식, 귀족의식이 깊이 배어있다는 것을. 또한 매길들이기에는 어쩔 수 없는 살육이 동반하며, 거기에 따르는 책임에 대해서도 변명을 해댄다. 좁은 우리 안에서 항생제로 범벅이된 먹이를 먹고 자란 육류를 먹는 대신 메이블이 잡은 신선한 토끼와 꿩을 대신 먹고 또한 메이블도 먹는다는 것이다. 빈약한 변명보다는 오히려 떳떳하게 이런 죽음을 즐기는 것이 나았을 뻔했다. 

 매 안에는 후회나 깊은 슬픔이 있을 수 없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매는 오직 현재에 살았고, 그게 나의 피난처였다. 나는 매의 줄무늬 날개의 움직임에 몰두하는 것으로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매 안에 죽음이라는 퍼즐이 붙잡혀 있다는 것을 그 안에 나 또한 붙잡혀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257 

 날카로운 매의 발톱에 여기저기 긁히고 상처난 몸으로 야생의 들판에서 참매가 잡은 꿩과 토끼를 직접 잡아 먹는 걸 가르쳐주기 위해 털을 뽑고 뼈마디마디를 부러뜨려 죽이는 헬렌(저자)의 상실의 슬픔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감할 수는 없었다. 동물을 다루는 방법은 세 가지다. 먹기 위해 사육하는 동물, 살아있는 장난감 혹은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펫으로서 삶의 동반자로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 그리고 자연 그대로 그들이 속한 그 세계 속의 질서를 건드리지 않고 그들은 그들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살도록내버려두는 동물. 앗 하나 더 있다. 신기하니까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동물원에 전시하는 동물. 내 식대로 구분한 이러한 분류 속에서 참매길들이기는 일종의 애완동물이다. 다만 참매의 야생성을 즐기기 위해, 매가 사냥할 수 있도록 날게 하고, 다시 주인에게 되돌아오도록 훈련시키는 것일 뿐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이다. 어린 매 한마리를 데려다가 먹이를 채 먹게 하고, 자신의 주먹으로 날아오게 만드는 전 과정, 그 깨알같은 디테일과 의식 사이를 오가는 망망하고 장황한 감정들, 추억과 상실들. 잊기 위해 다루기 힘든 동물을 인간적인 방법으로 굴복시키고, 잔인한 것들을 쓸쓸히 묵도하는 것. 문장이 아름답다는 해외 매체들의 극찬에는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 그 극찬들... 가만가만히 읽어보니 구체적이지 않고 피상적이다. '놀랍다. 기적이다.예리하다 전율하게 한다. 대단히 드문일이다. 설렌다. 매혹적이다...' 등등  
나에게는, 참매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는 학대하게 된 화이트의 실패한 참매길들이기나, 자연학자로서, 동물애호가로서, 참매를 잘 이해하고, 메이블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서 매와 하나가 되어 완벽하게 매를 길들인 이 책의 작가 헬렌이나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다. 야생인 자연마저도 인간의 위안에 이용하려는 이기적 인간의 희생양이 된 참매 메이블에게 몇 번의 기회가 생긴다.  헬렌은 온몸을 찢겨가며 메이블을 찾아 온 들판을 뛰고 기어 메이블을 찾아낸다. 나는 메이블이 더 멀리 더 힘차게 날아 더는 나른한 평온이 야생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세계로 치열한 경쟁의 세계속에서 잡은 토끼를 그자리에서 배가 부르도록 먹고 또 멀리 마음껏 날아갈 수 있거나 굶어 죽거나 하는 그 진짜 야생의 세계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g******1 2015.09.29. 신고 공감 3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슬픔을 날려버리고 걸어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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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날려버리고 걸어나오다   이 책은 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매를 길들이는 내용으로 책 한권이 되다니? 이게 동물기 같은 성격인가 싶기도 하지만, 읽다보니 매는 물론이고 인간사, 세상사를 다 아우르는 마법같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 헬렌 맥도날드의 개인적인 회고록이다. 정말 회고록일 수밖에 없는 게 매를 다루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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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날려버리고 걸어나오다

 

이 책은 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매를 길들이는 내용으로 책 한권이 되다니? 이게 동물기 같은 성격인가 싶기도 하지만, 읽다보니 매는 물론이고 인간사, 세상사를 다 아우르는 마법같은 책이다.

 

이 책은 저자 헬렌 맥도날드의 개인적인 회고록이다. 정말 회고록일 수밖에 없는 게 매를 다루는 데 있어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어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록들이 많아서, 본인 밖에 모르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이것은 자기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책 제목에 대하여

 

책 제목 메이블 이야기는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인 참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주인공 헬렌은 주인공이자 저자이기도 하다 참매를 한 마리 기르는데 그 매의 이름이 메이블이다.

그러니 책 제목만 가지고는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바로 감이 오지 않는다.

 

원제는 <H is for Hawk>인데, 나는 맨처음 '매를 위한 H'로 해석하고는 H가 누군인지 궁금해 했었다. 그러다가 저자 이름이 Helen 인 것을 알고, , '매를 위한 H, 즉 헬렌'이라 지레짐작하고 저자가 매에게 바친 시간, 정성 등 그런 것을 의미하는 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역자는 설명을 해 놓기를, ‘H is for Hawk’라는 말의 의미는 ‘Hawk 할 때의 H’라는 것이다. (9) 그렇다면 H는 저자인 헬렌이 아니니 매를 전면에 내세운 제목 메이블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겠다.

 

저자는 매를 위하고, 매는 저자를 위하고

 

그렇다면 이 책에서 저자와 매인 메이블과는 어떤 관계가 있길래, 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을까 

 

저자의 아버지는 어느 날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그러자, 저자는 큰 충격을 받는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받는 큰 충격이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어려서부터 기르고 싶었던 참매를 키워보기로 한다. 그래서 결국은 참매를 한 마리 사서 훈련시키게 되는데, 그때부터 참매와 저자와의 관계가 시작된다.

 

이 책은 그래서 메이블이라 이름붙인 참매를 훈련시키면서 저자가 슬픔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그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상실의 슬픔을 견디고 이겨나가는 과정을 잔잔한 문체로 담아놓았다.

 

참고로 메이블이란 말의 의미는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뜻이다.(148)

 

슬픔을 날려버리고 걸어나오다

 

그런 과정을 거쳐 저자는 드디어 슬픔에서 빠져 나온다.

그것을 저자는 이런 말로 표현한다.

 

존 뮤어(산림 보호를 처음으로 주장한 환경운동가, 작가)는 이렇게 썼다. “푸르고 고요한 숲 속에서 자연은 모든 고통을 치유하고 달래 준다. 땅에는 땅이 치유 못 하는 슬픔이 없다.”

이제 나는 이 말의 본질을 알았다. 이것은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거짓말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났고, 그것이 내게 필요한 치료법이라는 무의식적인 확신에 화가 났다.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손은 매의 횃대 노릇만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야생은 인간 영혼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342 343)

 

손은 다른 사람의 손을 잡으라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이 참매로 상징되는 자연으로의 도피로부터 다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 즉 슬픔이 없어졌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저자는 다시 그 말을 사용한다.

인간의 손은 다른 인간의 손을 잡으라고 존재한다. 인간의 팔은 다른 인간을 꼭 안으라고 존재한다.> (348 349)

 

결국 그 말은 이런 말로 결론이 난다.

나는 매가 되기 위해 도망쳤지만, 괴로움 속에서 내가 한 일은 매를 내 거울로 만든 것밖에 없었다.>(343)

 

끝 마무리는 그래서 감동적으로 끝이 난다.

나는 매를 혼자 두고 몸을 돌려 문 밖으로 걸어 나온다. ”(437)

 

참매, 메이블을 슬픔과 함께 떠나보낸 것이다.

 

사족 - 특이한 서술구조

 

저자는 참매를 길들이는 과정을 촘촘하게 기록하는데, 특이한 점이 있다.

다름 아니라, 자기의 기록과 더불어 20세기 초반의 소설가 T H 화이트가 쓴 조련서 참매를 군데군데 삽입하는 것이다.

 

마치 옆에 그 사람이 있는 듯, 아니면 옆동네 사는 화이트씨는 이랬다더라 하는 식으로 화이트의 매 훈련 과정을 병행하여 기록하기 때문에, 읽는데 때로는 혼란이 올 수도 있다.

시대를 달리하는 사람이지만, 저자는 자기의 참매 길들이는 모습을 화이트의 경우와 대비하면서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달의 사락 s***h 2015.09.10. 신고 공감 2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성장의 다른 이름 ,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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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과 관계없이 갑자기 그것을 빼앗겼을 때, 더구나 그것이 복구할 수 없는 상실일때의 절망감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해도 공감하거나 이해되지 않던가. 바로 이것이 헬렌과 참매 메이블의 이야기가 나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p6    상실이 깊을 때 누군가는 그 상처를 마주하여 상실을 벗어나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를 피해 도망가려 하기도 한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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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뜻과 관계없이 갑자기 그것을 빼앗겼을 때, 더구나 그것이 복구할 수 없는 상실일때의 절망감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해도 공감하거나 이해되지 않던가. 바로 이것이 헬렌과 참매 메이블의 이야기가 나와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p6 

 

상실이 깊을 때 누군가는 그 상처를 마주하여 상실을 벗어나려 하지만 누군가는 그 상처를 피해 도망가려 하기도 한다. 그 도망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내 안으로의 도망이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닿아야하는 인생길이다. 상실의 아픔을 마주하거나 도망가거나 그것은 둘 다 선택의 갈림길이지만, 결국 삶이라는 외길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인생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 쯤은 이런 상실의 고통을 만난다.

 

부모에게 학대 당하며 성장기를 보냈고, 학교생활에서는 왕따였고,  영어 교사가 되었지만,  결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동성애자였고, 세상에서부터 받은 소외감과 상실을 야생동물을 키우며 메워나갔다. 화이트는 매' 고스'를 키우며 매훈련 지침서라 할 수 있는 [참매]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은 훗날 헬렌의 《메이블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된다. 헬렌은  화이트의 책을 통해 메이블이라는 매를 길들일 수 있었고, 화이트가 살아가는 방식을 상상하며 자시의 삶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메이블과 헬렌, 그 사이에 화이트가 존재한다.

 

 사진작가였던 아버지 덕에 늘 자연과 벗하며 성장하였던 헬렌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크기에 짓눌려 세상으로부터 담을 높이 쌓아올리고 자기방에 숨어 버린 헬렌은 아버지를 따라 매를 보러간 기억을 더듬으며 매를 길들이는 것으로 상실의 구멍을 메우려 한다.  그녀는 화이트가 자신의 매 고스를 길들이면서 쓴 자전적인 책을 통해 자신의 매메이블을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자연학자였던 그녀는 인내와 정성에 학자의 고집스러운 관찰력이 합쳐져 매와 인간의 합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 위에 평생을 애정 결핍에 시달려 상처로 얼룩진 삶을 살았던 화이트가 매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교감'이라는 의미를 반추하게 한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던 화이트는 매와의 관계도 틀어지지만, 헬렌은 아버지의 사랑을 메이블에게 답습하는 것으로  메이블과 자신을 일치해가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화이트의 매 훈육법은 참고하지만 헬렌만의 메이블 길들이기가 서로 다르게 전개 되어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동물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키우던 강아지가 죽고 나서 동물을 나만 좋다고 가두워 키운다는 것이 참 잔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니 저자가 야생매를 길들이려 한다는 것자체가 그다지 좋은 시도 같아 보이진 않았다. 게다가 가장 길들이기 힘들다는 맹수인 야생매를 키운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놀랍고 이기적인 발상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헬렌의 메이블 이야기는 동물을 길들인다는 의미와는 많이 달랐다. 헬렌은 자신을 사라지게 하고,  매의 눈으로 세상을 보려 했고, 매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동성애자의 눈으로 화이트를 이해하려 했고, 화이트의 매 길들이기 실패를 인간적으로 이해했다. 그런 이해의 과정들이 세상으로부터 높은 담을 쌓았던 헬렌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며 다시 세상을 향해 설 수 있도록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하나의 성장소설이다. 자신을 메이블화 시켜가면서까지 자신을 매에 투사하여 상처로부터 도망가려 했던 헬렌은 그렇게 세상을 다시 마주한다. 상실로 시작하지만, 그 상실이 아름다운 한 편의 서사시라는 것을 알게 되는 책이다. 

 

내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면서 모든 것을 보는, 강렬한 차분함에 휩싸인 채로, 지켜보기는 하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나를 보이게 하지 않음으로써 안전을 모색하는 것, 자신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습관이다, 그런데 인생에서는 그게 잘되지 않는다. 내 말이 맞으니 믿으시길. 사람들, 사랑, 마음,, 직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 매와 첫 며칠을 보내며 나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가장 멋진 일이다.-p115

 

옛 매잡이들은 이렇게 매가 사람을 개의치 않게 만드는 것을 와칭(지켜보기)’이라고 했다. 이것은 사색적이고 신중하고 진중하며 용기를 주는, 익숙한 마음 상태였다.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삶에 목적이 생겼다. 나는 다른 모든 게 시작될 수 있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매가 고개를 숙이고 먹기 시작했다. 기다림, 지켜보기, 매와 앉아 있으니, 꼭 노력하지 않고도 몇 시간 동안 숨을 멈추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2 2015.09.08.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