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문학의 비평사에 있어서 본격적인 비평활동은 고려 중엽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려 중엽 이후 시화(詩話)의 형식을 갖춘 시화집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들 시화집들에서는 어느 정도 확립된 비평관점에 의해 문학의 원리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이 때 등장한 시화집이 바로 이인로의 《파한집》(破閑集)과 이규보의 〈백운소설〉(白雲小說) 그리고 최자의 《보한집》(補閑集)이다. 이 세 권의 시화집은 우리 나라 비평문학의 시초를 이루었다. 저자 최자는 문학활동에 있어 당시의 문단을 대표하던 인물이었다. 이 때는 과거(科擧)를 위한 형식주의의 범람과 관각체 문학의 성행, 수사와 용사에 충실한 창작경향에서 탈피하여 문학 본질적인 문제에 근거한 새로운 반성과 변화를 시도한 시기였다. 최자는 이 시기의 대표적 문인인 이규보(1168-1241)에게서 문학적인 재능과 문학작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이규보 이후의 문단을 영도할 수 있는 인물로 지목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는 이규보를 칭송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규보의 신의(新意)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보한집》은 전부가 서문과 상·중·하(上中下) 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시화집의 서술형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상권은 52장(章), 중권은 46장, 하권은 4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장(章)이라고 한 것은 단편적으로 독립되어 있는 각 단락의 수를 말하는 것이다. 각 장의 제목은 없다. 《보한집》은 주로 시문학의 원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므로 비평서로서의 가치를 지니지만 설화와 사전체만록에 관한 기록도 소중하다. 호승설화, 강감찬설화, 오수설화 등은 이 책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중요한 자료이며, 사전체만록에서는 고려 건국의 초기 왕업에 관한 기록, 문벌 귀족과 과거의 소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품평, 고려 중기까지의 사회 풍속도와 사적 등에 치중되어 있다. 이는 곧 역사 저술가가 아닌 문인이 문명비판적인 관점으로 역사를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보한집》에서 이보다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은 시화와 시평인 것이 특징적이다. 《보한집》의 출현으로 우리나라 비평문학이 본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