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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 첨 만난 찰스(휴 그랜트)와 캐리(앤디 맥도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원나잇 스탠드로 끝나고 계속되는 결혼식장에서의 만남 과연 그들은 맺어질 수 있을까?
찰스와 캐리가 맺어지기 위해 참 멀고도 먼 길을 돌아갔다. 고리타분한(?) 내 사고방식으론 잘 이해가 안 되는 점이 많았다. 캐리의 32번째(?) 남자인 찰스와, 찰스의 9번째(?) 여자인 캐리 그들은 서로 좋아하면서도 결혼은 딴 사람하고 한다. 물론 사랑과 결혼은 별개라지만 그들의 행동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순간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지...아님 그냥 즐기는 것인지... 이렇게 가다보면 앞으로 결혼이란 제도 자체가 없어질 것 같다. 굳이 결혼이란 형식적인 의례를 할 의미를 못 찾을테니... 암튼 늘 청첩장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결혼하는 커플들이 청첩장을 줄 때의 마음으로만 살았으면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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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제목에 얽힌 얘기를 먼저 하자. 이 영화의 국내 제목은 번역 제목이다. 원제를 그대로 번역했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에 숨은 아이러니가 있다. 이 영화의 국내 개봉 제목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아니다.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다. 무슨 차이가 있냐고? 후자의 제목에 '의'자가 하나 없지 않나. 나름대로 당시의 제목 짓기 규칙에 적용하여 굳이 '의'자를 뺀 것이다. 제목에 '의'자가 두 번이나 들어가면 이상할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제목이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아니라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고 지어졌는데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심지어 개봉 때 제목을 네이버 검색창에 뜨면 영화 정보가 바로 뜨지도 않는다. '의'자를 한 번 더 붙여야 뜬다. 비디오 제목도 '의'자 하나 빠진 개봉 제목으로 출시됐는데 자연스럽게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고 부르던 게 익숙해서 빤히 보이는 제목에도 착시 현상이 일어나 그렇게 많이 돌려 봤음에도 '의'자가 하나 빠진 원래 개봉 제목은 훨씬 나중에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의외로 구하기 힘든 국내판 dvd 제목이 슬그머니 '의'자 하나 더해져서 나온 걸 알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니 제목에 '의'자가 두 번 들어가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나보다. 그래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라 불리는데 엄연히 개봉 때 제목이랑 틀리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다. 뻔히 알려져 있는 [이성과 감성]을 내버려 두고 당시 유행하던 원제 그대로 살리는 제목 짓기에 따라 [센스 앤 센서빌리티]라는 요상맞고 외우기도 힘든 제목을 달고 심의 신청했다가 영어가 들어간 제목은 두 음절이 되면 안 된다는 당시의 괴상한 영어 제목 짓기의 규정 때문에 '앤'이 빠지고 [센스, 센서빌리티]라는 제목으로 dvd까지 출시됐던 [이성과 감성]만큼이나 시대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90년대 영화 제목이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인 것 같다. 이 영화 제목 보면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가 떠오르곤 한다. '오후의 희망곡'이라고 프로그램 제목을 짓자 최곤은 불만투성이고 매니저가 '최곤' 타이틀을 달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자 최정윤이 발끈하면서 '의'가 2번 들어가서 이상하잖아요! 라고 면박 주던 장면 말이다.
마이크 뉴엘의 저예산 독립영화인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90년대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어들인 타국 영화이다. 이 영화는 1994년 봄, 미국에서 개봉하여 6년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외국 영화로 6천만불 가까이 벌어들이며 2000년 [와호장룡] 개봉까지 미국에서 외국 영화로 가장 돈 많이 벌어들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제작비는 고작 4백 4십만 달러였지만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바람에 이후 워킹타이틀의 든든한 지주가 된 작품이 됐다. 감독과 주조연 배우들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고 오늘 날 볼 수 있는 영국산 로맨틱코미디의 틀을 만들어준 영화였다. 영화 못지 않게 사운드트랙이 대히트를 기록했고 특히 'wet wet wet'이 부른 'Love Is All Around'의 세계적인 히트는 영국산 로맨틱코미디의 결정판 쯤으로 제작된 [러브 액츄얼리]에서 캐롤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어 지겹게 겨울을 메아리치기 전에도 명곡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 외에도 엘튼 존을 적극적으로 끌어 온 사운드트랙 선정도 훌륭하다.
요즘은 워킹 타이틀표 로맨스 영화가 타성에 젖은 감도 있고 너무 익숙해서 예측 가능하지만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나올 때만 해도 그런 전형성이 전혀 없던 때였기 때문에 이 영화 역시 그 당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헐리우드산 로맨틱코미디와 별반 다를 게 없어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싸잡아 취급되기도 했고 말이다. 상대 가치의 영화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고 그렇다고 아주 뛰어난 작품성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화도 아니고 가볍게 보기엔 또 진지한 구석도 역력해서 도데체 어디다 꿰어 맞추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영화가 예상 외로 무지막지한 반향을 얻었고 완성도도 높은데다 매년 아카데미의 형평성을 고려한 의외의 선정 기준에 운 좋게 들어맞아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는데 그럼에도 오스카 후보가 그 당시에도 정말 의외였다.
오늘 날 보면 이 영화의 잠재력과 심오한 가치가 무엇인지 선명히 알 수 있지만 개봉 당시의 분위기를 보면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서 후보 발표가 난 뒤 내 눈을 의심했다. 또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가 달랑 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도 아마 아카데미 역사상 유일하지 않을까? 작품상은 탈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웠지만 각본상은 조금 아쉽다. 그러나 그 당시 각본상 후보가 장난 아니었다. [펄프 픽션][천상의 피조물들][브로드웨이를 쏴라][레드]와 같이 후보에 올랐으니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무관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만약 [펄프 픽션]을 제치고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탓다면 두고두고 욕 꽤나 먹었을 것이다.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영국 로맨틱코미디의 부흥을 꾀하였지만 [펄프 픽션]은 영화 역사를 그었으니까.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확고해진 작품이다. 명작 수순을 자연스럽게 밟고 있는 것이다. 생명력이 길다. 특히 휴 그랜트는 이 영화 캐릭터로 10년을 넘게 버티고 있는데도 여전히 질리지 않는다. 더이상 이 당시의 화사한 이미지는 볼 수 없는 짜증스러운 중년이 되어 버렸고 늘 똑같은 연기만 하는 휴 그랜트지만 그럼에도 매력은 유효하다.
이 영화와 관련지어 휴 그랜트에 관한 얘기만 해도 몇 페이지는 족히 채울 수 있을 만큼 영화 속 찰스 캐릭터와 휴 그랜트의 작품 세계가 영화와 밀접한데 단순히 영화의 성공 때문만은 아니다. 휴 그랜트는 이 영화 이후에도 워킹 타이틀에서 대부분의 작품 활동을 했고 이 영화 제작진과 농밀한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라 그가 이 영화 이후 출연한 재미도 있고 완성도도 높은 로맨틱코미디에 가족같은 호흡으로 완벽한 로맨틱코미디 남자주인공 연기를 선사해줬기 때문에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과 휴 그랜트와 연관된 워킹 타이틀, 그리고 리차드 커티스의 관계망을 그려내는 것도 아주 재미있는 도표 만들기가 될 것이다.
휴 그랜트는 [모리스]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타면서 국제적인 이목을 받았지만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나오기 전까지 오늘 날 볼 수 있는 로맨틱한 이미지의 배우는 아니었다. 예술영화로 주목을 받았고 영국에서 활동을 했으니 주로 진지한 아트하우스 용 드라마, 특히 [모리스]에서 맡은 속물적인 귀족 이미지를 지속시키는 정도였다. 그 당시 영국 영화들의 전형성에 지루하게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데다 그 보다 미남인 영국 남자들은 [하워즈 엔드]나 [전망 좋은 방]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뭐 하나 튈 게 없었다. 그래서 외모에서 풍기는 유약하고 세상 물정 어두운 철딱서니 귀족 청년 역이 단골 배역이었다. 확 뛰는 외모는 아니었으니 맡을 역할이 출세작의 연장선에서 그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맞아 보였고 그렇기 때문에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후로 숱하게 보여준 어리버리 로맨틱코미디 남자주인공 역할보다 그 전 영화들의 지루한 속물 귀족 연기가 지겹다면 더 지겨웠다.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나올 때는 스타로서 휴 그랜트에 기대는 바가 크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것이 이 당시 휴 그랜트는 다작 배우였고 특히 국내엔 연속으로 그가 출연한 영화가 몰아치기로 개봉하던 시절이었다. [남아있는 나날][비터문][베니스행 야간열차]같은 영화들이 동시다발로 국내에 착륙하던 시점에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결혼식]까지 합류한 것이다.
국내에서 [모리스]는 개봉도 못한 영화였으니 그의 인지도가 무명에 가까웠다. 그래서 당시 메인으로 홍보된 배우가 앤디 맥도웰이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칸 수상 덕에 일찌감치 국내 개봉됐고 [그린 카드]와 [허드슨 호크][사랑의 블랙홀]같은 영화로 앤디 맥도웰은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던 배우였는데 편안한 인상으로 자국에서보단 국내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다. 마침 비디오 시장이 붐이어서 그녀가 잘 나가는 남자 배우 밑에서 조연이라 불리기엔 애매한 보조 주연 격으로 캐스팅 된 영화들은 극장에서 재미가 없어도 비디오 시장에선 상위권을 차지한 영화들이었다. [사랑의 블랙홀]같은 영화는 몇 달 동안 비디오 렌탈 상위권에 머문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주연급 배우라고 하기엔 존재감이 약했고 실제 배역도 그 정도에서 머물렀기 때문에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역시 앤디 맥도웰이 나오는 고만고만한 보조주연 출연작이겠거니 했다.
90년대 중반까지 앤디 맥도웰의 경력은 꽤 알찼다. 단독 주연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대게 남자주인공의 보조 역할에 머물렀던, 그러나 르네 루소보단 조금 더 비중이 많았던 그녀의 역할들이 영화의 성공덕에 주목은 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공동 주연한 작품은 [그린 카드]외엔 없지만 마침 헐리우드는 [귀여운 여인]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큰 성공 이후 여성 취향의 로맨틱코미디도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잔잔한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이 기획되어 여자배우들이 활동하기엔 풍토가 좋은 편이었다. 앤디 맥도웰은 이 안에서 굉장히 운 좋게 경력을 이어간 배우다. 그녀의 배우 역량으로 봤을 때 이 정도나마 영화 출연이 가능했던 것도 모두 시대를 잘 탄 덕이라고 본다. 특별히 예쁜 것도 아니고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성 강한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20년 가까이 한 가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며 굴곡없이 영화 활동을 했다. 그리고 환경 좋았던 90년대 중반까지는 영화 선택도 현명했고 말이다.
로버트 알트만 영화에 두 편이나 출연하는 영광을 얻었고 헐리우드에서 작업한 [그린 카드][사랑의 블랙홀]은 수작이었다. 특히 [사랑의 블랙홀]은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영화적 힘이 굉장한 작품이다. 거기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때처럼 별 욕심 없이 출연한 저예산 독립영화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90년대 중반까지 앤디 맥도웰은 부침없는 경력으로 흥행작에 출연한 바람에 분수에도 안 맞는 로맨틱코미디 4총사(맥 라이언,줄리아 로버츠,산드라 블럭,앤디 맥도웰)로 불리며 영화잡지의 심심풀이용 앙케이트 조사의 단골 여배우가 되었다. 그녀 힘으로 성공한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분명 원톱 제의도 있었을테지만 90년대 중반에 그렇게 많은 히트작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을 넘어설 때도 [마이클][멀티 플리시티]로 이어지면서 끝내 남자 스타의 보조주연에 안주했던 것도 본인 능력을 잘 알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앤디 맥도웰은 인상에서 보이는 푸근하고 성스러운 이미지로 인해 보통 소박하고 단정하고 이성적인 여자 연기를 많이 한 배우였다. 그녀의 섹스어필이 그나마 드러났던 영화가 [나쁜 여자들]이었는데 이 영화는 소리없이 묻힌 범작이어서 영화 자체가 별로 거론되지 않는 작품이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도 섹스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여주인공의 섹스어필은 앤디 맥도웰의 몫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앤디 맥도웰의 섹스어필을 드러내려 했던 영화가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인 것 같은데 애석하게도 미스캐스팅이었다. 도무지 영화 속 찰스가 캐리의 광채에 압도당하는 설정이 앤디 맥도웰의 외모와 캐릭터 소화능력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앤디 맥도웰의 캐릭터는 헤프고 난잡하지만 섹시하고 여성적 매력이 가득한, 누가 봐도 매력적인 비주얼과 연기를 선사해줘야 하는데 그녀의 연기는 그저 잘 웃기만 할 뿐 캐릭터에 당위성이 없다. 그녀가 까페에서 휴 그랜트에게 이제껏 섹스한 남자를 줄줄이 세며 늘어놓다가 급기야 서른번째까지 넘어가며 남성편력을 공개할 때 '뻥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가 없다. 영화 속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헤픈 여자라고 하는데도 그렇게 보이지도 않고 말이다. 휴 그랜트와 달리 앤디 맥도웰은 그저 또 한편의 성공한 작품에 이력을 추가한 정도에서 그친 성과는 모처럼만에 찾아온 좋은 배역에 쉽게 끌어갈 수 있는 운까지 껴있는 배역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부족한 연기력 탓이다.
저예산 독립 영화였으니 달리 대안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미국 여배우를 캐스팅해야 했으니 이런저런 여배우한테 시나리오가 갖을테지만 그 당시 기준으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제작사에 배우에 그것도 저예산 영화였으니 선뜻 남의 나라 영화에 출연한다는 배우가 없었을 것이다. 그와중에 돈 조금 받아도 시나리오가 좋아 출연한 앤디 맥도웰의 승낙에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일게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로 출연 배우 중 가장 유명했던 배우니 전략적인 이유도 있었겠고 말이다.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자주 보는 영화 중 하나인데 요즘들어 이 영화의 사실적인 묘사에 놀랄 때가 많다. 어릴 때는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구성이 연결되는 것이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한 작위적 설정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한 두살 먹어가니 그게 아니었다. 장례식 한 번에 네 번의 결혼식이 전부를 차지하는 이 영화의 설정이 결코 영화적 장치가 아님을 잘 안다. 주구장창 결혼식만 나오는 게 전부인 영화지만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고 세밀하다.
우리가 살면서 어느 한 해를 뚝 잘라 놓고 보자. 1년 중 친구,가족 행사가 어디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뿐 만이겠나? 이런저런 인간관계에 얽혀있다 보면 찰스처럼 주마다 결혼식에 불려가야 되고 종종 장례식에도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만날 보는 동네 친구들, 옆동네 친구들, 이사간 친구들을 보고 그러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도 하고 그 안에서 온갖 신변잡기 수다가 유치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같은 지역 사는 친구들이 어느 정도 있다면 이 영화의 사실적인 묘사에 공감할 것이다. 또한 영화를 보는 우리 관객은 결혼 문화 하나 만큼은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거 다 하면서 이렇게 간소하게 할 수 있는 것을 우리 나라는 너무 사치스럽다. 겉치레가 아닌 결혼에 대한 이해가 정확한 그네들의 결혼 문화를 보면서 많은 공감이 갔다. 신혼여행 차도 값비싼 외제 렌트카가 아닌 평소 타고 다니던 차에 간단하게 리본만 두른 채 양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는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결국 인간사가 본인 사는 지역에 한해 머물기 마련이고 결혼식이나 장례식 참여도 움직일 수 있는 거리 내에서 동참하게 되니 결국 나이가 어느 정도 들다보면 그 안에서 세상살이가 결정되는 것 같다. 그래서 결혼식 가면 누가 누구와 사귀었느니 어떻다니 하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지사의 얘기가 물 넘기듯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고 말이다. 새로운 인간 관계도 맺을 수 있다. 캐리와 찰스와 한 눈에 맞아 섹스하는 것도 그렇고 캐리가 자신의 결혼식에 찰스를 비롯해 그의 친구들을 초대하며 연을 맺는 것도 의무감에 참석한 남의 결혼식에 하등 상관도 없었던 사람들과 우연히 계속해서 인연을 맺은 바람에 본인이 첫 번째 결혼식에 참석한 계기처럼 그의 친구들도 초대한 것이다.
영화는 인간의 희로애락과 삶을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으로 압축했지만 달리 보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 삶의 전부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인물들에겐 특별한 배경이 깔리지 않는다. 과연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생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해선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 대신 오로지 결혼과 사랑, 화합을 추구하는데 결국 우리 사는 목적이 그것을 목표삼아 발전하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네 번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은 개봉 당시에 미성년자 관람불가였지만 훗날 dvd로 출시되면서 15세 관람가로 하향조정된 영화다. dvd는 구하기 힘들지만 곰플레이어에서 무료 상영 목록에 자주 뜨는 작품이니 쉽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잦다. 워킹타이틀의 대표적인 작품이고 영국 영화사에 혁신을 이룬 작품인데 이제까지 스페셜에디션으로 dvd출시가 되지 않는 게 오히려 신기하다. 나는 2004년에 10주년 기념판으로 나올 줄 알았다. 휴 그랜트는 dvd부가 영상 작업에는 적극적인 것 같은데 하루 빨리 제대로 된 dvd타이틀을 만나보고 싶다. |